소설리스트

〈 87화 〉086 - 야! 너 OO ㅈ밥이잖아! (87/99)



〈 87화 〉086 - 야! 너 OO ㅈ밥이잖아!

몰락한 왕.

불과 하루 만에 내게 붙은 별명이다.
사실 몰락이라는 행위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니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몰락이라는 사건을 겪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지금의 나와 같은 희대의 대 몰락을.

[실시간 최단기 퇴물]
-(대충 에베베 22층 이미지)
ㄹㅇ 개 거품 아니냐? ㅋㅋㅋ 22층 따리가 어딜 감히

>에모몽! 나와의 결혼을 허락하네! 에모몽! 나와의 결혼을 허락하네! 에모몽! 나와의 결혼을 허락하네! 에모몽! 나와의결혼을 허락하네! 에모몽! 나와의 결혼을 허락하네!
>흐흠, 희라 너라면 내게 어깨를 빌려줘도 좋아
>에모몽! 나를 업을 권리를 주도록 하지! 에모몽! 나를 업을 권리를 주도록 하지! 에모몽! 나를 업을 권리를 주도록 하지! 에모몽! 나를 업을 권리를 주도록 하지! 에모몽! 나를 업을 권리를 주도록 하지!

[지금부터에모몽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에모몽은 나와 일심동체로서 에모몽을 향한 모든 공격은  향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에모몽의 의사는 물어보셨나요?
>에모몽! 나와 결혼해도 좋네! 에모몽! 나와 결혼해도 좋네! 에모몽! 나와 결혼해도 좋네! 에모몽! 나와 결혼해도 좋네! 에모몽! 나와 결혼해도 좋네!
>지금부터 에모몽을 향한 모든 비판과 비난 및 비하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대응한다!


[OO는 무적이다. 에모몽은 신이고.]
-오늘부터 나를 신을 관망하는 자라고 불러주겠나?

>아아...물론이지 관신병자
>아 모치롱다 망.자.
>제대로 불러주는 놈이 하나가 없네


딱히 무언가 명예에 대한 욕망이나 욕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순위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있는 존재기 때문에, 지금 나의 심정은 굉장히 꼽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합리화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변붕이는 고작 1주치 역사를 가진 짧은 기록임에도 2200점을 넘겼고, 에모몽은 근  달에 달하는 대장정인데 2300점을 간신히 넘겼다.
내 변붕이가 1주일 아니 3일만 더 살았으면 나도 2300점 넘길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이런말을 하는 것은 모두 추한 변명이고, 이들도 진심으로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저 이러한 작은 사건사고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를 찾는 이들이 시청자 들이고,
그러한 시청자들을 위해 광대놀음을 해주는 것이 방송인들이니까.
당장의 상황을 즐기고, 당장의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고, 그 판 위에서 함께 노는 중이라는 것은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오늘자 갤주 방송 요약]
-이악물고 빡겜하다가 ‘그 여우’한테 응징당하고 22층에 머무름 ㅅㄱ

>아 스포 벤
>뭐야 벌써 일요일 끝났냐?
>머임  24시간을 잔거임?


진심일 수도 있고.

아무튼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니까.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우선, 에모몽의 테마 엔딩.
정상적인 ‘내일’루트를 달성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
페칸스에서 내가 이뤘던 업적.

그 말은 엔딩을 달성하는 조건과 게임이 끝나는 조건이 별개이며, 후자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OO는 끝나지 않는다.
흔히 패키지 게임에 있는 최종전이 남아있지만 아무튼 서브 퀘스트랑 도감 수집은  수 있는,
가장 긴박하고 급박한 최고의 평화와 여유.

 많은 테마 엔딩 혹은 루트의 끝에는 이러한 분기점이 존재하고,  지금까지 그 분시점을 페칸스에서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세상은 넓고 OO는 내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다음.
대체 서사가 뭔데 시발.
일단 에모몽한테 부탁해서 도감을 확인 했을 때 산수유로 기록이 되어있었으니,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능에도 고유 이능이 있고, 일부 이능은 그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하나로 기록되듯이,
특정 체질에는 다음 단계가 있구나 하고 짐작할 뿐.
뭐 경험치를 존나 참거나 아니면 체질을 미친 듯이 많이 활용하면 저렇게 진화를 하나?

하여튼 정보가 갱신된 것이지 도감 수집도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서 대충 수긍하고 넘어가고는 있지만,
 역시 ‘OO는 내 생각보다 더 넓었다.’의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나의 기대감을 부풀리면 부풀렸지, 결코 스트레스나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솔직히 그렇지 않아? 1년을 파고든 게임인데 아직 끝이 안 났다니,
장난감이 질리는 순간은 매번 느껴도  아쉬움이 줄어들지 않고,
장난감에 숨겨진 기능이 남아있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이니까.


***


“반갑다. 좆밥이다. 지난번에 얼마 못하고 다시 에모몽한테 끌려간 조평이의 시간이 돌아왔다.”

요즘 자꾸 들락날락 거려서 진행도가 헷갈리네 원래 이렇게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근데 들어오자마자 끄고 싶어지는 것을 보니, 이번 회차의 여생이 만만치 않을 것 같구나.”

우선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정리를  번 해보자.
에모몽의 플레이에서 봤겠지만 정리는 중요하고, 아는 정보와 지식이 많을수록 정리의 시간은 더 가치가 높아진다.

1. 나의 소속은 아귈라로 분류되어있으며, 리베르타스의 협력자 포지션이다.

2. 나의 본진인 아귈라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만끽하고 있으며 별다른 일이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3. 나의 협력사인 리베르타스는 존나 한량 양아치들이다.

4. 상기한 이유로 인해 그라티아는 동네 한량에게 얻어맞고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5. 상기한 이유로 인해 파라디수스는 동네 양아치에게 얻어맞고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6. 내 몸에는 존나 의미모를 체질이 생겼다.

진짜 개판이네.
그리고 이 개판을 토대로 예상할 수 있는 전개.
북서지부의 양대 세력이 수세로 돌아가는 상황은 의외로 자주 볼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파라디수스의 온건파 루트인 ‘재난의 전령’도 그러하고,
그라티아의 아키야 루트인 ‘그림자’에서도 그리고 앙귀스와 페칸스의 대부분의 루트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볼  있다.

의외로 둘이 기깔나게 맞붙는 경우는 강경파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아니면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계의 기반이 완전히 모르는 제3세력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

앞서 명시한 모든 상황은 페칸스의 루트를 제외하고는 상황의 흐름을 세력 원들 모두가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그나마 페칸스의 루트마저  사람은 알고 있기 때문에, 알아서 자정작용이 어느 정도 일어난다.

그런데 리베르타스는 존나 개 듣보잡 세력이란 말이야?
상대방이 존나 뚱뚱한 보라색 지렁이 잡고 버프 먹거나, 아니면 할아버지  잡고버프 먹으면 사리지.
모두가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은 상황을 이용하려고, 한쪽은상황을 피하려고 행동한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 모를 진혼곡이 내려와서 10명 모두가 죽는다면?
일단 채팅을 치겠지? 버그 ㅈ망 인디겜이라고?

“그러니까, 상황을 이용하려면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막아야 해요.”

“어…”

“어…가 아니라, 양쪽을 등지고 상황을 풀어나가기에는 머릿수가 적어요. 그들이 어디를 볼지 모르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을 가능한 한 길게 가져가야합니다.”

“아하…”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이해 못했어요?”

“응…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잘 이어지지를 않는다고 할까?”

시발 밀레 불러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그래도 이 아이가 리베르타스의 수장인 이상 결국 얘를 써먹어야 한다.
빌어먹을 여우들도 그렇고,  밀레라는 능구렁이도 그렇고, 얘 하나한테 죽고 못사는 모습을 보면 우선 이번 회차에서는 첸을잡고가야한다.
일단 중심이 되는 인물과 무언가를 해며 관계를 쌓아야 추후에 다른 인물들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니까.

“자, 다시 설명을 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그렇게 열심히 첸에게 향후의 조직 컨설팅을 하는 동안 우리 자랑스러운 여우들은 시청자들과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고? 나도  모르겠어, 근데 보고 있으면 대화가 통하는 것 같더라고.

“첸은~ 그냥 멍- 하고 있어도 괜찮은데?”

-ㅇㅈ하는 부분
-오지는 부분 미토메요, 짐이 1따봉 주겠노라
-ㄹㅇ 바지사장인가 싶었는데 마스코트였음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는 하나 꼭대기에 앉기로 한 이상 그에 걸 맞는 책임은 짊어져야 한다.  신입이 옳다고 봐.”

-그래도 예쁘고 귀여운 쓰레기보다는  일 정도는 하는 마스코트가 좋지
-맞음 너무 답답하면 암걸림

“그런가~? 그래두! 첸이랑 새 친구가 친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솔직히 이번 회차 어떻게 되든 큰 상관 없다 나는
-나도 그냥 얘네 만담하는 거 보다가 갑자기 에베베 터져도 만족함
-진짜 떠들다가 장난삼아 버튼눌렀는데 알고 보니 진짜 기폭버튼이라 터져도 ㅇㅈ

“그 또한 그렇지, 어차피 오래 얼굴을 볼 사이라면 관계를 좋게 가져가는 것이 최선이다.”

-맞다. 이 만담 오래 볼려면 일단 얘들이랑 호감도 쌓아야 됨
-밝은 분위기 속에서 혼자 두 발자국 물러서서 창가에 엎드려 누워 쉬는 시간을 보내면 너무 슬프잖아
-개새끼 길게도 팬다.
-어라? 와타시 왜째서 눈물이?

“근데  친구라고 부르는 거 뭔가 어색하지 않아? 뭐라고 부를까? 뭐라고 부를까? 응? 응? 응?”

-헤으응 금호눈나가 나를 칭구라고 불러줬어
-애칭 ㅗㅜㅑㅗㅜㅑ
[23층의 진정한 주인 에모몽 더 유설] : 누가 감히 에베베의 허락도 없이 이름을 정하느냐!
[23층의 진정한 주인 에모몽 더 유설] :  뭐야 왜  짤렸어? 숫자랑 띄어쓰기는 반각취급 아니야?
-우리 에몽이 전각 반각도 알고 장하다, 근데 왜이리 모자라 보이냐?

“시끄럽다 에베베베거리지 말고 좀 진정하면 안 되겠냐?”

[23층의 진정한 주인 에모몽 더 유설] : 에베베베베베베베베베
-형지랄 말고 방송이나 켜
-솔직히 이새끼 23층 간거 존나 짜증남
-안그래도 게을렀는데 진짜 한순간에 나무늘보보다 못해짐
-그럼 소원 이뤘네
-? 뭔 소원
-1세대 아니냐? 저새끼 3대 워너비가 나무늘보 코알라 팬더 였음
-라인업 시발

“에베베베베베베베베! 어!? 에베베! 우리 친구는 오늘부터 에베베야!”

[23층의 진정한 주인 에모몽 더 유설] : !? 역시 금색 친구가   아는구나?
-나 갑자기 금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짐
-사실 둘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희라도 어둠의 에모몽한테 잠식당한 것처럼
-킹럴싸한데?

“통탄할 일이로군, 저러고도 만물의 영장이라니.”

-진짜 통탄할 일이네
-? 저거 인간임?
-몰?라
-인간 아닐까? 같은 종으로 보이는 은호가 인간이라 했으니까

“여우는 위대한 존재구나…”

-아닌가봄 ㅎ
-아님말고 ㅋ

“정신 차려라 넌 인간이니까”

-맞나봄?
-그릉가?
-그릉가봉가?

“…하지만 인간은 위대한 존재가 아닌 걸?”

-? 누나 안어울리게 진지잡지 말고 만담 마저해
-너 때문에 흥이 깨졌으니 책임져!

“일부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위대한 존재라는 정의 자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니 그만 떼써라.”

-갑자기 분위기 왜 이럼? 이럼 우리만 병신 같잖아
-맞잖아
-그래도 병신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이지만 줄어드는 것은 참을 수 없어

“마음에 들지 않네, 역시 여우로 살아가고 싶은데…”

이런 느낌.
근데 넌 왜 잘 나가다가 갑자기 이상한 암시를 뿌리고 그래…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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