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087 - 야! 너 OO ㅈ밥이잖아! (88/99)



〈 88화 〉087 - 야! 너 OO ㅈ밥이잖아!


평화로운 북서지부의 아침.

결국 어제는 리베르타스의 만담꾼들과 떠들며 시간을 모조리 날리고 말았다.
처음 보는 이들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대화.
만족했냐고 묻는다면 충분히 만족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단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화제는 언급하지 못했을 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대처를 하고, 상황에 쪼들리는 듯이 방비를 하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같아.

어차피 경계의 대상이 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한번 시작된 경계는 쉽게 풀리지 않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상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을 벌일 정도로 북서지부의 양대 세력 역시 만만하지 않으니,
모처럼 처음 맛보는 루트인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야지.

“그러니까 이번 회차는 지난번처럼 격렬하거나 급진적인 무언가는 없을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조화와 평화의 상징인데 다급하고 초조하면 이상하자너~, 하여튼 그래서 리베르타스 V로그 시작한다.”

무엇보다 금호와 은호의 대화가 너무 신경 쓰여서 참을 수가 없다.

-밀레 보여줘
-밀레 ‘보여줘’
-맨날 밀레 나오는 클립 돌려보면서 본방 기다렸는데 아직까지 밀레 못 봄 ㅡㅡ
-듣고 보니 그러네? 밀레 내놔!

그래…그 인간도 있었지…

아무튼, 노바투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은 세월이 너무 길어,
답답한 마음에 너무 급하게 생각했다.

“그럼 우리 친구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밀레 호감도작 좀 해보러 갈까?”

어차피 아귈라의 업무는 클라이언트가 만족만 하면 농땡이를 치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


“밀레? 나갔는데? 그보다 에벱아! 에벱이는 닭이 먼저라고 생각해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해!?”

“결국 자신이 믿는 부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부분이다. 닭의 정의와 달걀에 정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 대체 그런 것은 왜 궁금한 거냐?”

“하지만 닭은 프라이드 치킨인데 달걀은 에그 프라이 잖아? 분명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있는 거라구!”

“하아…”

아니…밀레 찾으러 왔는데 이런 한심한 말이나 듣고 있어야 한다고?

-그러게? 사실 닭이 먼저인데 세상을 속이려는 어둠의 세력이 정보 교란을 하는  아니냐?
-일리가 있는 걸?
-사실 금호는 천재가 아닐까?

그것도 이딴 채팅이나 보면서?
대체 어제 의문의 암시를 흘리며, 침잠된 눈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을 표하던 금발 여우는 어디 갔어?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떠나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얌전히 금호와 은호의 만담을 들으면 첸을 기다렸다.
첸한테 가려고 했더니 ‘첸? 아직 자고 있어! 같이 여기서 기다리자!’라고 하더라고.
참고로 수면 중인지의 여부는 그냥 알  있다고 하더라, 나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잤는지 알고 있던데?
그래서 자세한 것은 그냥 안 물어봤어. 존나 무서웠거든.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둘의 화제는 달과 달걀을 넘어서,
진화와 창조에 대한 논의(논논노! 이의있음!  약자)를 하고,
‘신은 죽었다. 크큭 그래 내가 죽였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니,
잠시 진리에 대한 탐구를 나눈 끝에,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하니, 어떠한 경우에도 맛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튀김은 진리가 아닐까?
라는 명제를 앞두고 감자튀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아, 이 앞에 이상한 거 심어서 키우던 애들! 정리해야겠다. 우리가  곳에 더러운 것이 돌게 할 수는 없지.”

그리고는 저렇게 말하며 리베르타스를 떠났다.

-우리는 2류다.
-금호가 1류다.
-귀에서 피나는  같은데?
-금호 그녀는 신인가?
-본인이 신을 죽였다고 했으니 신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금호는 죽어있는 것이 아닐까?
-신의 자리를 찬탈하고 자신을 죽임으로써 신의 세상을 인간의 세상으로 바꾼 자;;

그리고 그 혼란을 피하려고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어난 첸이 리베르타스를 나가는 금호와 바톤 터치하며 거실로 나왔다.
생각해보니 리베르타스라고 해도 사람 없는 민가에 들러붙어 살고 있는 것뿐인데, 리베르타스라고 계속 부르는 것은 입도 아프고 괜히 허세부리는 것 같아서 이제 자취방이라고 불러야겠다.

금호가 은호의 멱살을 잡고 자취방을 나서는 타이밍을 맞춰서 안방에서 늦장을 부리며 기어 나오는 첸.

“흐아-암, 밀레…? 글쎄…뭐라고 했더라…”

혹시라도  알고 있나 했는데, 내가 너에게  기대하겠니…,  그냥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만 보여주렴. 넌 이 자취방의 유일한 정신 안정제이자 나의 멘탈의 지주 유일한 빛이야….

“자 그럼 첸은 정신을 차리고 나온다 했으니 뭐하고 기다릴까?”

-뭐하긴 뭘 해 존나 중요한 일 남았잖아
-알면서 그걸 왜 물어봄?
-빨리  가고 뭐함?

“뭘 안했는데?  놓쳤나?”

-이걸 물어보네, 마! 같은 집에! 어! 씻으러 갔으면! 어!
-넌 시발~ 눈치도 없이 이걸 말해 줘야해?
-아 우리가 너 보러 오겠냐고~
-솔직히 얘 보러 오는  맞지
-아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른거지 TPS모르냐?
-TPO
-아 그릉가?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들이구나. 그럼 개소리 벤하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전투나 정리하자.”

나도 경험치 원기옥 존버해서 좋은 것 좀 뽑아보고 싶어졌거든.



***



“어제  이야기를 이어서 해주자면, 북서지부는 결국 내전중인 지역이란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제3세력의 등장은 양쪽 모두 반기는 일이 아니야. 그런데 심지어 그 3세력이 강해.”

아무리 핵심 교전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나름 교전이 이뤄지는 장소였고 그 말은 최소한 2티어 이상의 전투인원이 모여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런 장소에 난입해서, 깔끔하게 모두 제압해 버리는 것으로 첫 등장을 했으니, 평화로운 협상이나 해결은 한 동안은 텄고,  경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한다.

“그런 이야기지. 너희가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세력이면 고민이  하겠지만, 처음 도착한 곳이고 정착할 생각도 없었던 곳이잖아?”

“아하! 그러네요?, 먼저 지내시던 분들한테 인사도 안했고, 목표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인사라…뭐 아무튼대화의 본질이 조금이나마 닿았다는 사실로도 큰 소득이니까.

“그래서 너희의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향성을 잡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목표와 방향성이라 하심은?”

“우선 너희는 여기에 정착해서 지내려고 왔지만? 저 거슬리는 기둥으로 인해 떠나려고 했잖아?”

그 말은 정착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 기둥이 거슬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화기둥이라는 것이 없으면  북서지부에 있는 모든 일반인들이 극광에 노출되고 말거든.
그렇기 때문에 이 후의 목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그리고 지금 정착하기로 한 이상 저 기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처한다면 파라디수스를 등져야할 것인데 그라티아와 함께  것인지.
그렇다면 그라티아의 사상이 자신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반대로 그라티아와 적대할 것이라면, 파라디수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이지.
혹시 둘 다 적대할 것이라면 어떤 행보를 밟을 것인지.

그리고 아직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앙귀스와 페칸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벌써 북서지부를 떠났는지 아니면 아직 남았는지 알  없는 노바투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

특히 노바투스. 지난 회차를돌아보았을 때, 노바투스는 나름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이고,
리베르타스에 대한 서류와 나름의 전담 팀 또한 있었으니, 단순히 무서운 존재를 피하기만 하며 은신처를 옮겨온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니.
충분히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지난 회차를 예술은 폭발이라며, 회차를 통 채로 터트린 나에게는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지.

그렇게 어제 설명해야 했던 세력의 구도나 대략적인 느낌을 가능한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설명하고 있자, 예상도 못한 인물이 자취방을 침략했다.

“첸! 일찍 일어났네? 잘 됐다. 요 앞에서 만난 분인데, 북서지부에 대해 좀  알고 계신 것 같더라고. 어떻게 하다보니까 말도잘 통하고 해서 모셔봤어!”

평범한 갈색 단발과 눈에 띠는 붉은 빛을 머금은 눈동자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임을 암시하는 것 같았고.

“반가워요. 세미라스라고 합니다.”

얼굴을 희미하게 덮은 화상은 그녀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음을 암시하는  했으며.

“앗,  잘 부탁드려요. 저는첸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화상을 가리기 위해 오른쪽 눈과 귀까지 덮은 붕대는,  사정을 묻지 않았으면 하는 암묵적인 표현을 하고 있었다.

“후훗, 전해들은 그대로 활기차고 귀여운 분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상술한 인상과는 다르게, 험난한 세상을 이겨낸 것 같은당당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리가 되는 인물로서 말문이 트이도록, 사이에 껴서 대화를 능숙하게 이끌어나가는 밀레.
그런 밀레의 분위기 메이킹에 말문이트였는지, 굳은 표정과 목소리를 풀며 금세 평소처럼 밝게 떠드는 첸.
그리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지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세미라스.

그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 자신이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을 길고 느긋하게 늘어놓으며,
자신이 부담될  있는 부분이나 불편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넘어간다.
덕분에 대화가 끊어지는 일도, 분위기가 깨지는 일도 없이, 나긋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세 여성.

-아아...귀가 정화되는 기분이야
-이것이...걸즈...토크?
-소녀의 마음이...심장을 채우는 것이 느껴진다...
-이보세요 당신들 지금 엿듣고있는거에요
-갈! 그녀들의 온기가 확실히 나를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보며 평안을 느끼는 듯한 시청자들.

[일시정지]

-머임! 머임머임! 왜 그래!
-머야 문열어!
-뭐지? 싸우자는 것인가?

“후…시발”

아키야가 왜 여기 있냐…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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