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089 - 당신만이 우리의 희망입 / 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검은색의 긴 생머리.
그 머릿결은 폐광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건강하고.
검은색의 눈빛.
그 눈동자는 맑고 투명하며, 그 크기마저 이상적이어서, 마치 검은 빛깔의 거울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꽃피우는 온화한 미소와 눈매까지.
-에?
-어라라?
-?????
그 어느 것 하나, 비오는 날의 그녀와는 닮은 부분이 없었고.
그 어느 것 하나, 아키야와 함께 감정을 섞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다.
구시대적발상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중간 이상은 먹히는, 그런 이미지의 ‘문학계열의 청초한 여성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은, 그런모습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그녀, 시엘라는 우리를 반겼다.
“손님이신가요? 반갑습니다. 마침 하던 일을 끝마친 참인데, 잘 되었네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뭥미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안가는 검은 물 뒤집어쓰고 욕하던 사람 어디감?
-앗, 밀레눈나 잘 있어! 난 운명의 짝을 찾은 것 같아!
-약자들을 위해 싸우면서 절대 균형을 잃지 않는 구호단체의 수장이 긴 생머리 문학소녀인데 감염자가 되고 싶어서 극광석을 처먹는 백치미까지 가지고 있다고? 페칸스는 신이 내린 조직이냐?
-시발 깝치지마 페칸스는 무적이다. 시엘라는 신이고.
생각해보니 1000점 스피드 공략을 찍을 때, 시엘라의 얼굴을 보지 못 했었구나…
밀레라는 인물을 비하할 생각은 아니지만, 확실히 밀레와 시엘라는 겹치는 이미지가 많은 인물임과 동시에,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비유를 하자면밀레는 단호한순간에는 단호하고 차가운 순간에는 차가워질 수 있는 선생님.
그에 비해 시엘라는 언제나 따스하게 보듬어줄 것만 같은 상상 속의 이웃집 소꿉누나.
물론 위험도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비가 내리던 그날 새벽의 모습 역시 시엘라의 모습이니까.
그럼에도 사람은, 특히 xy염색체는 단순해져야할 순간에는 끝도 없이 단순해질 수 있는 생물.
멀쩡한 상태의 시엘라는 처음 마주한 그들은, 채팅창을 불태워야한다는 장작으로서의 사명마저 잊고 당장의 상황에 대해서 웃고 떠들며 미소를 짓기 바빴다.
마주 세워놓으면 서로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할 것 같은 두 여성상, 밀레와 시엘라.
그 사이에 놓으면 적당히 멍청하면서도 착한 동생 포지션의 첸.
거기에 사차원에 언제나 해맑은 소꿉친구 금호.
구시대 청춘연애물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으니까.
거기에 없으면 허전한 약방의 감초, 동성친구 은호까지.
여기까지 오면 게임의 장르에 대한 의심까지 사라질 만큼, 오히려 지금까지의 OO가 잘못된 것이고 이게 올바른 OO가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드는 평화로운 장면이 그들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해주자면,
가운데 있는 검은 머리의 여성이 시엘라.
그날 세상을 울릴 기세로 포효하며, 북서지부를 모조리 검은 빗물로 적신 북서지부의 여제이자, 북서지부의 재앙이다.
그리고 그 우측에 있는 갈색 머리의 여성이 밀레.
리베르타스라는 정신 나간 조직의 두뇌이며, 지난 일주일간 주변에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내가 던지는 힌트쪼가리를 귀신같이 주워서 짜 맞춘 뒤, 지금 이 자리로 우리를 끌고 와서 정치적 행보를 밟기 시작한 능구렁이다,
좌측에 있는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첸.
처음 만난 그 순간 북서지부의 진상을 향해 7걸음이나 내딛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 폭탄과도 같은 사실을 저 가벼운 입에 담고 있는 최악의 도화선이다.
그런 여자아이의 뒤편에 자리한 금색 머리의 여성이 금호.
북서지부에 존재하는 최고 수준의 이능력자인 아키야의 술수를 냄새로 눈치 채고, 아직 짐작도 안가는 신출귀몰한 고유능력을 가졌으며, 누가 봐도 미심쩍은 과거를 암시하는 대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흘리는 지뢰다.
마찬가지로 그 옆에 은색 머리의 남성이 은호.
그런 금호를 제어하고 항상 분위기가 다운되게 만드는 주범임과 동시에, 정작 금호의 분위기가 다운되려는 기미가 보이면 흐름을 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절단의 신, 미심쩍은 과거를 공유하는 의미심장한 복선깔개다.
이들이 동시에 출연한다면 러브코미디가 아니라 느와르스릴러가 아닐까?
사이에 끼어있는 나는, 가짜광기를 표출하는 중2병이 아직 낫지 않은 동네친구쯤 될 것 같다.
그런 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이좋은 분위기를 풍기며 웃고 떠드는 모습과, 그런 분위기에 심취해 소녀심 같은 이상한 고유명사를 만들어서, 필수 섭취 영양소 취급하며 소녀심을 충전중인 시청자들을 보니 배알이 틀리는 것은 나라는 사람이 나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아무튼 별 가치 없는 이야기가 오고가고, 숨길 필요 없는 사실을 주고받으며, ‘시엘라’라는 인물에 대해 감회되고, ‘페칸스’라는 조직에 대해 감명을 받은 첸이 폭탄을 던졌다.
“밀레! 우리 이들과 함께하자!, 우리가 만들려는 보금자리는 이런 이들의 도움이 필요해!”
틀린 말은아니다.
이들이 만들고자하는 보금자리라는 것은 결국, 세상에 버려진 이들이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열려있는 공간이고, 그것은 페칸스가 현재 취하고 있는 포지션과 일정부분 겹친다.
차이점은 리베르타스는 자신들의 손이 넓지 않음을 알기에, 설령 그 손아귀에서 미끄러지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손을 붙잡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이들만을 데리고 왔고.
페칸스는 자신들의 손이 넓지 않아도 손을 찢어가며 약자들을 끌어 모았다.
리베르타스가 자신들의 품안에 있는 이들만을 기준으로 삼아 보금자리를 만들고자 했다면,
페칸스는 이미 강해서 보금자리가 필요 없는 자신들을 버려가며 품안에 있는 이들의 안온을 바랐다.
때문에 이상적으로 맺어진다면 이 두 조직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서로의 단점은 덮어줄 수 있는 좋은 페이스메이커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키야가 시발 우리를 경계하고 있고, 첸이 입에 물고 있는 지뢰가 시엘라와 유이를 동시에 터트릴만한지뢰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야.
아키야의 경계는 어떻게 서순을 잘 밟아서 다음 회차에는 떨쳐낼 수 있다고 해도, 첸이 아가리에 물고 있는 지뢰는 첸을 죽여 버리지 않는 이상 무조건 따라붙는 제약이다.
그렇다고 첸을 죽여 버리면 이 조직이 무슨 꼴이 날지, 난 아직 상상이 가지 않는다.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뒷일이 너무 두렵다.
결국 리베르타스는 자신들을 위해 타인에게서 어느 정도 눈을 돌릴 수 있는 비장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최우선순위는 손안에 있는 소수다.
반면 페칸스는 자신들을 버려가며 일단 약자들을 끌어안았다.
그들을 버리지 않는 것이 스스로에게 건 제약이며, 세상을 아직 버리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지뢰가 터지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물론 이번 회차의 나는 결국 아귈라의 소속이고, 리베르타스와 친분이 깊은 외부인이며, 페칸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일반인이다.
결국 이들의 결정에 내가 무언가 간섭을 할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페칸스의 소속이었다면, 아니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파멸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 같은 이들의 모습을 보니, 공포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것만 같구나.
당장 내일 일어날 참사도 모른 채, 그저 이후에 나올 몰락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평화.
사람은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그 아픔이 크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내리막길이라 부르기도 힘든 절벽을 향해 웃으며 언덕을 오르고 있다.
-어머님! 첸을 제게 주십시오!
-첸님! 어머님을 제게 주십시오!
-이게 게임이고, 이게 OO다.
-지금까지 우리가 100점도 못 찍고 고통을 받던 이유는 이 날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게 공포영화인지도 모르고, 일상파트를 감상하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고.
***
“며칠 안 되었는데 나름 정이 들어버렸네요.”
“그러게~ 에벱이는 출근길이 멀어져서 어떻게 해? 괜찮아??”
“네, 뭐, 큰 상관은 없죠.”
“첸! 여기는 다 챙긴 것 같은데?”
“아, 네! 그럼 이쪽도 좀 도와주시겠어요?”
“알았어! 근데 빈센트 못 봤어? 이 새끼 농땡이 피는 것 같은데?”
“아니야! 아니라고!개소리하지 마! 밑에서 짐 싣고 있는 거 안보여!?”
“앗, 그러네? 에헷! 내 실수!”
“에헷은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너도 내려와!”
“앗! 저는 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첸! 금방 갈게!”
음, 평화롭다. 이삿짐을 싣기 위해 징집해 가야하는 1순위는 내 뒤에서 진짜로 농땡이 부리는 금호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롭다.
그래서 착잡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럼 저는 아귈라에 들렀다가 바로 페칸스로 가겠습니다. 고생하시고 이따 뵐게요.”
그래서 도망쳤다.
어떻게 무너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화와 평화의 상징이 되기에 조평이는 가진바 힘도 지식도 모자랐다.
그래서 무너지기 전 모습을 눈에 담고 있기가 힘들었다.
일상 청춘드라마를 돌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외침이 들렸지만, 애써 눈을 돌렸다.
스포를 하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지켜보자니 속이 갑갑해서.
“진정해, 어차피 물건 가지러 가야해. 그리고 너무 방심하지 마, 여긴 OO고 파란의 중심 북서지부니까.”
같은 말을 내뱉으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것만이 내 최선.
그렇다고 단순히 무력하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의 아니게 스토리를 급발진 시킨 것인지, 본래 이렇게 진행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처한 상황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정보의 수집에 집중했다.
일어날 일은 막는 것은 압도적인 힘 혹은 풍족한 지식 뿐.
전자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니, 가능한 한 많은 변수를 뇌에 집어넣는 것만이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우선 알게 된 것들.
첸은 약하지 않다.
사실 이는 온라인 컨텐츠의 고넴 목록에서도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6~8번이 비어있었고, 8번의 실루엣이 세피와 닮았었으니, 6번 혹은 7번이 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두 실루엣 모두 배경이 함께 들어가 있었기에 추가적인 추론이 불가능 했지만, 9번과 10번에 있는 라우라와 테르미를 보면, 만전의 상태일 때 상성을 제외했을 때 그 둘보다위협적인 인물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우유부단한 인물도, 마냥 순한 인물도 아니다.
은근슬쩍 기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진상을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진상에 다가갈 때마다 무서우리만큼 싸늘해지는 눈동자도 잠시 내비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무언가 암시를 던지지도 않았고, 그녀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러 다닌 것 같지도 않으니, 순수하게 상황을 가정하고 변수와 가능성을 상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세력의 우두머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니, 적지 않은 소득이라 볼 수 있겠지.
금호는 해맑은 사차원 얼빵이가 아니고, 은호는 눈치 없는 사차원 철학가가 아니다.
이 둘의 무력은 방금 언급했듯이 6번 혹은 7번 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인물이사차원인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알게 모르게 튀어나오는 인간에 대한 적개심은, 단순한 사차원의 인물이 내비칠만한 것이 아니며,
그러한 분위기를 귀신같이 끊어내며, 상황에 맞게 생각해 볼만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꺼낸 뒤, 능동적 허무주의로 이끌어가는 은호는 그냥 겉멋으로 책을 읽는 눈치 없는 인물이 아니다.
또한, 이 ‘흐린 날의 여우 불’은 폭탄…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그렇다. 후에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이 ‘인간불신, 인간포기 듀오’ 나름대로의 신뢰의 증거와 호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것이 왜 체질에 박혀있냐고시발아~
에드윈과 테미스, 그리고 빈센트는 굳이 비교하자면 타 세력의 2세대 인물에 해당한다.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성격을 가지며, 행동방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베르타스 자체에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당장 그들에게 닥치는 작은 상황에 영향을 끼친다.
그들의 사고나 죽음은 리베르타스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체하는 핵심 인물보다는, 핵심인물의 트리거나 스위치가 되는 수동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타 세력의 2세대 인물들과는 무력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 정도가 있다.
셋이 합심해서 필넴을 잡는 것을 보면 개개인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힘을 합쳐 싸울 때의 합이 무섭다.
마지막으로, 밀레.
헤으응 나 좀 살려줘 시발년아!
정보가 없다.
아키야에 대해 처음 파고 들던 순간이 떠오르는 막막함.
이런 인물의 경우 지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어느 기점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정보가 쏟아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생각해봐 평상시에 세미라스라는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인간이 그라티아의 유일한 소속원이고,그 외에 모든 인원이 특수 소속원으로 협력관계자 취급당하고 있을 때, 그 도감을 채우는 내 심정이 어떠했겠어?
심지어 세미라스라는 이름도 아키야라는 이름도 몰랐지.
이오릴 그 꽃밭은 반쪽도 안 되는 정보가 가진 바의 전부였고, 라우라는 제발 자기를 내버려두라는 의문의 말만 내뱉으니.
지금 내 심정이 그러하다.
사실 더 답답하지, 그 누구하나 캐물어 볼 사람이 없으니까.
음, 생각해보니 세미라스가 아키야라는 정보는 진짜 역대급 스포인데, 지난번에 완전 생각 없이 뱉었네?
어쩔 수 없다. 양해 좀 해줘. 얼굴 보는 순간 머리가 텅 비었거든.
아무튼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그래도지난 3일간 쌔빠지게 돌아다닌 결과 나름 정보가 모이기는 했네.
이후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줄타기를 하며, 페칸스와 리베르타스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다음 회차를 설계해야겠다.
“혼자 계신가요?”
시발.
“오랜만에 찾아뵈러 왔는데, 밀레 씨도 첸 씨도 안 계신 것 같아서….”
침착하자. 솔직히 별일 없는 것이 정상이니까.
“그때 함께 계셨던 분 맞죠? 아귈라에 에드베레… 씨였나요?”
이 여편네가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아키야가 날 적대할 이유는 없다.
경계와 적대는 명백하게 다른 행동이고 그것은 아키야에게는 특히나 더 깊은 의미를 가지니까.
“아…네 맞습니다. 세미라스 씨였죠?”
“네! 기억해주셨네요.”
“전담 인원이라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본 얼굴을 오래 기억하는 것은 집배원의 직업병 같은 거니까요.”
“아하, 그럴 수 있겠네요.”
“하여, 어쩐 일로…?”
“그냥, 문득 여쭤보고 싶은 일도 생겼고, 같이 드셨으면 하는 차도 생겨서…그래서찾아뵈었답니다. 다만…”
“아, 요즘 이사준비로 바쁘시죠. 다들.”
“이사인가요?”
“네, 어쩌다가 좋은 인연이 생겨서, 어차피 거주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도 아니고, 아시다시피 그 거리가…”
“하긴, 제대로 허가받고 사는 분들이 좀 적은 거리기는 하죠? 조금 더 번화가에 가까운 곳이면 모를까.”
“뭐, 그런 상황이라서, 괜히 더 정 들기 전에 조금 더 사람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신다고 하더군요.”
“아~하, 타이밍이 안 맞았네요. 아니지! 차라리 잘 되었네요, 하마터면 돌아오지 않을 분들을 기다리며 속 썩일 뻔 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녀의 눈매는, ‘아키야 심리’ 과목에서 현존하는 유저기준 최고 득점자인 내가 봤을 때 솔직히, 지금 당장 이 북서지부를 통 채로 집어 삼켜도 이상하지 않은 눈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