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097 - 작은 파도 큰 파도
세상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이 거세지는 시기를 파도라 부른다.
하여 사람들은 파도에 따라 휩쓸려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그러한 흐름에 맞춰서 이익을 산출하는 이들을 물들어올 때 노를 젓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노를 젓는다.’는 것은 배를 타고 있다는 소리고, 배는 파도가 크면 뒤집히기도 하며 노가 부러지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항해를 이어나가거나 혹은, 크고 굳건한 크루즈를 타거나.
…
여기 작은 파도가 있다.
대부분의 솔로잉 게임이 가지고 있는 단점은 ‘같이 한다는 행위’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서로의 경험을 함께하는 것과, 경험을 나누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
따라서 [오버 더 오로라]는 콘크리트 유저 층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중적이냐?’라고 묻는다면 한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패키지 게임은 한때,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사용할 수 있는 PC의 장점을 퇴색시키기에 주류가 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러한 인식도 변화했다.
거기에 더해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플레이, 혹은 그것을 바탕으로 볼 수 있는 스토리,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이유로 인해 다른 의미로도 빛을 발했다.
다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 꾸준히 패치를 하고, 계속해서 다른 재미를 쥐어주는 컨텐츠임에 비해, 패키지 게임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기승전결이 존재한다.
때문에 매 순간 순간 최소치가 보장되는 게임이 아니다.결국 한 시즌을 풍미하는 게임이고, 그 시즌이 지난다면 남을 사람만 남는다.
OO 역시 한때 대중적인 게임이었지만, 패키지 게임이고 기승전결을 즐기자(물론 유저들의 인식이 그러했을 뿐, 기승전결 중에 기의 ㄱ조차도 되지 못하는 부분이었지만)관심이 식기 시작했고, 1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의 시대를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요컨대, 요지는 커뮤니티도 활발해졌고 그로인해 2번째 전성기가 왔다고는 해도, 결국 그들만의 웅덩이에 갇혀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무엇이 계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의식과잉 하나도 없이 내가 그 작은 파도를 큰 파도로 만드는 것에 크게 한 몫을 한 것은 맞다.
계기를 꼽자면 내가 투고한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넘어가서 알려졌을 수도 있고,
개발진이 업데이트한 온라인 컨텐츠의 덕도 있을 것이며,
굳이 OO를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장된 방송인이었던 대기업 친구들의 최근 방송 컨텐츠가 OO라서 입소문을 타고 나아간 것이 이제 빛을 발한 것 일수도 있다.
말하고자 하는 요는 내가 비석치기를 하는 요 며칠간 OO라는 판이 크게 변화할 준비를 마쳤고, 거기에 쐐기를 박아 넣는 패치가 넘어왔다는 것이다.
[‘민트딸기프라페’님 1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개새끼야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이라고 고쳐라.]
-근데 시발 진짜 내가 10만원 줄게 논산 말고 청주로 바꾸면 안 될까?
-아직도 5년 전 그날 식판에 산처럼 수북이 쌓여있던 딸기를 잊을 수가 없다
-진짜 돈 주는 건 아깝지 않은데 왜 주고 나면 좆같을까?
아 벌써 일주일인가?
“얘들아 그래도 이것 봐, 전설이야 전설 무려 전설17이라니까?”
비석치기의 등급전에는 당연히 등급이 있고 1등급의 위에는 전설이라는 별도의 등급이 있다.
거기에 전설17이라는 소리는 전 세계의 비석치기 유저 중에 내가 17등이라는 소리다.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에 저런 말로 초를 쳐야할까? 무려 in20의 기록을 달성한 역대 최고의 날인데?
[‘딸기바나나볶음밥’님 1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나 옛날부터 궁금했는데 이 게임은 프로가 왜 있냐?]
-진짜 지랄발광의 덱이 정규로 복귀한다는 말을 듣던 그날 노이로제 걸리는 줄 알았음
-‘제비뽑기 프로리그’
-제비뽑기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
후, 민심이 좋지 못하군.
이 녀석들은 감수성이 메말라버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아니지 피가 없으니 냉골한이 틀림없다.
아무튼, 요 며칠간 있던 일과 오늘 있던 일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보면 알겠지만 수익창출을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방송을 할지도 모르겠고, 전업방송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방송으로 수익창출을 한다는 행위에 대해서 책임감이 느껴져서 그에 대한 부분을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일단 당장 직장이 없다는 사실과, 적어도 내가 제일 자신이 있는 게임이 아직 그럭저럭 잘 나간다는 점.
그리고 어쩌다보니 생긴 인연이지만, 다른 방송인들과 함께 노는 것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는 점.
나를 봐주는 시청자들 또한 OO를 하는 나와, 순덕이나 에자를 비롯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나를 좋게 봐주고, 거기서 재미를 찾고 있다는 점.
거기에 나중에 엇나가더라도 내가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인맥을 잘 이용해서 경력을 살려 편집자로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기에.
이 업계에 조금 더, 적어도 OO가 자연스럽게 세월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동시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래 그때까지는 생각을 열고 마음을 가볍게 하기로 했다.
그 첫걸음으로후원을 열었고, 그날 나는 수없이 많은 나의 다시보기를 강제 시청 당했다.
네 이 녀석 불붕이! 변붕이! 달조평! 당장 내 몸에서 나가!
참고로 첫 후원 메시지는 ‘아, 서순’ 이었다. 어? 생각하니 꼽네? 어딜 전설도 못 찍은 주제에 훈수를…!
물론 내가 틀리고 시청자가 옳았다.
뭐요, 뭐, 살다보면 실수도 하는 거지.
아무튼 이것이 나의 삶에 생긴 변화.
그리고 이어서 OO에 찾아온 큰 파도는 다음과 같다.
[컨텐츠 개편을 위한 메이저 업데이트 공지]
[Over the Aurora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Over the Aurora는 지난 토벌전 업데이트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현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문제점을 발견, 개선 작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우선, ‘증명의 혈투’에 대한 변경 사항입니다.]
[‘증명의 혈투’ 컨텐츠는 PVP 컨텐츠로서, 플레이어들 간의 전투를 통해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 볼 수도 있고, 긴장감 넘치는 사투를 즐기는 유저 분들의 재미를 충족시켜주기도 하는 컨텐츠입니다만.]
[현재의 ‘서사의 전장’은 전자를 보나 후자를 보나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든 컨텐츠를 즐기는 분들이 있다면, 특정 컨텐츠만을 즐기는 분들도 있기 마련인데, 현재 저희의 PVP 컨텐츠는 그러한 부분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양쪽 모두를 즐기시는 유저 분들 또한, 스토리모드에 대한 벽이 너무 높은 상태고, 그로 인해 PVP 또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본래, 남쪽지부에 대한 부분이 업데이트된 후에 차차 수정해 나아갈 예정이었으나, 남쪽지부에 대한 부분이 내용 변경과 함께 뒤로 미뤄진 바, 컨텐츠에 대한 개선은 해당 컨텐츠의 업데이트와는 별개로 빠르게 진행돼야 했던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번 패치에 해당 부분에 대한 개선을 진행합니다.]
[스탯포인트에 대한 변경사항.]
[기존에는 스토리모드의 진행 및 달성도에 따라서 가용 가능한 스탯포인트가 정해졌으나, 이제 그와 관계없이 처음 매칭을 돌릴 때 가용 가능한 스탯의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원하는 범위는 기존 유저 분들이 즐기던 적은 스탯을 할당하여 효율 위주로 승부를 겨루던 50스탯 매치.]
[조금 더 넉넉하며 튼튼한 밸런스를 기반으로 운영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250스탯 매치.]
[다양한 빌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온라인 컨텐츠에서 익숙한 스탯 배분을 적용할 수 있는 500스탯 매치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이능과 체질 및 특성에 대한 변경사항.]
[기존의 이능과 체질은 스탯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모드에 영향을 받았으나, 일부 특수한 이능과 체질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합니다. 또한, 선택할 수 없는 이능과 체질의 경우 스토리모드를 즐기시는 분들의 만족을 위해 여전히 잠겨있으나, 그러한 부분이 형평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정이 됩니다.]
[특성의 경우에는 기존에 PVP에서는 선택이 불가능 했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위와 같은 규칙을 통하여 선택이 가능합니다.]
[단, 선택할 수 있는 수는 상기한 스탯의 사용량에 따라, 개수의 합 3개, 5개, 7개로 제한됩니다.]
정리하면 PVP하려고 스토리 뚫는 것은 본말전도니까, 이제 스토리 안 밀어도 된다는 뜻.
이어지는 미션모드와 생존모드에 대한 변경은 다음과 같은데.
[‘증명의 기록’과 ‘생명의 궤적’ 대한 변경사항입니다.]
[기존 ‘증명의 기록’과 ‘생명의 궤적’ 통칭 ‘미션’과 ‘생존’은 오래 플레이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의 폭이 너무나 컸으며, 이는 결코 낮지 않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장벽은 낮추되, 달성감은 유지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조정합니다.]
[기존에는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 최대 500의 스탯을 받았으나, 이젠 레벨에 따라 최대 100의 스탯을 기여할 수 있으며, 별도로 최대 100의 개인 스탯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레벨 100의 플레이어가 다섯이면, 각각 100씩 기여하여 500의 그룹 스탯과 100의 개인 스탯을 사용하여, 총 600의 스탯을 사용할 수 있으며, 레벨 100의 플레이어와 한명과 레벨10의 플레이어 넷이면, 총 140의 그룹 스탯과 플레이어에 따라 100 혹은 10의 개인 스탯을 사용하여 총, 240 혹은 150의 스탯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별개로 레벨의 달성도에 따라 이능과 체질 및 특성의 슬롯이 개방됩니다.]
[이와 비슷한 규칙을 ‘과거의 전장’ 통칭 ‘토벌전’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고인물의 매칭에 섞여 들어갈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수정해주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만렙 유저와 저렙 유저의 층이 나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렙 유저의 만족감은 늘어나겠지?
때문에 패키지 게임의 온라인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단점.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과 메울 수 없는 유저 격차를 해소하고, 컨텐츠의 지나친 집중 현상을 해결하는 패치가 넘어왔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큰 파도가 몰아친 결과.
[여러분 OA 뭐 바꼈나요?]
>옛날에 막 20점 30점 그랬는데 요즘은 1000점 2000점하네요?
-뉴비 어서오고
-OA라고 부르고 점수도 20점 30점인거보면 진짜 개화석인데 취급은 뉴비노 ㅋㅋㅋㅋ
-너도 갤주 특강 보러 가라
-공지 념글 ㄱ
이런 글이 나올 정도.
게다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 유저의 아바타 성능이 낮아서 인기가 없었을 뿐, OO의 PVP는 여타 대전류 게임에 비해 전반적인 평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고.
이번 전체적인 밸런싱을 통해 무려.
[다음은 ‘서사의 전장’의 컨텐츠 업데이트입니다.]
[매칭 모드 추가를 통해 매치 메이킹 규칙 추가를 위해 랭크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랭겜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