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098 - 작은 파도 큰 파도
사실 PVP에 랭크가 생긴 거랑 나랑은 별 상관이 없는 일이고, 시청자들 또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러한 부분이 아니지만, 다른 방송인들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개썅마이웨이를 걷는 에모몽이야 오늘도, 시발 얘는 왜 돌겜을 하냐?
[‘딸.기.조.아’님 1000원 에몽가 보호 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아 서순 개 불편하네 치위 저거 맞냐? 저걸 저기다가 놓네? 아 그걸? 아; 그거; 와;]
이제 런.
음,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튼, 나에게는 애초에 저러한 부분보다 다른 부분을 기대하고, 에모몽이야 기대감을 져버리는 것에 특화되어 있지만, 다른 방송인들은 정말 안 믿기지만 민심을 다스려야 한다.
그걸 다스리는 양반들이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였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라는 느낌?
때문에 이번에도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싸움판에 입성했다.
***
있는 힘껏 폐부의 밑바닥에서부터 감정을 끌어올려 자신의 뜻을 세상에 토해낸다.
“아! 졸렬하게 하지 말라고!”
그것은 순덕이의 비명이었구연;
-상대를 열렬히 칭찬하는 중
-자신의 심리를 완벽하게 읽고 유리한 상성을 잃지 않으며 침착하게 플레이하는 상대를 향한 극찬
[‘화산파후기’님 1000원 고마워 근데 요즘 삼각김밥 비싸]
[벼밑순~ 벼밑순~ 신나는 노래]
-솔직히 순덕이는 퇴물이지 OO 점수도 인정하는 부분 ㅇㅈ?
-OO : ㅆㅇㅈ~
“내가 도둑보다는 점수 높거든! 아! 진짜 좆같이 하네!”
-스토리 안판지 반년 넘어가는 얘한테 자존심 세우는 거 맞아? ㅋㅋㅋㅋㅋ
-이게 게임이다 희망편
-순덕아 난 네가 고통 받는 것이 보기 좋아...
“아아악! 도망치지 마! 맞서 싸워!!!”
절찬 순덕이가 고통 받는 이유.
기존의 스탯이나 50스탯 매칭이라면 솔직히 장병기를 사용하기 쉽지가 않다.
재주를 생략하더라도 장병기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근력의 요구치가 있고, 그렇게 근력에 투자를 하면 민첩과 체력이 부실해진다.
반면 순덕이는 최소한의 근력만을 투자해서 민첩에 크게 몰아넣으면,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민첩의 차이를 장병기로는 따라잡기 굉장히 버거워진다.
하지만 250이나 500매치라면? 민첩의 차이가 동일하게 20이 나더라도 20과 40의 격차랑 120과 140의 격차는다르다.
스토리모드라면 특성의 보조가 있어야만 90을 돌파하고, 100을 돌파할 수 있기에 120과 140의 격차가 더 크겠지만, 온라인 컨텐츠에서는 조정된 특성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러한 격차는 벌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처럼 최소한의 민첩이 보조된 상태로 거리를 주지 않고, 무의미한 공격은 여유를 두고 투자한 체력으로 받아내며, 남아넘치는 근력을 활용해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가면 저렇게 숨 막히는 구도가나온다.
검이 결코 단병기는 아니지만, 결국 도둑이가 자주 쓰는 날을 굽힐 수도 있고 세울 수도 있는 워 사이드와 비교를 하면 그 길이가 턱없이 모자라니, 순덕이는 좁히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하니.
결국 근력보다는 민첩, 체력도 줄이고 민첩에 넣어야 한다.
거기에 어떻게 기회를 잡아내도 안정된 자세에서 안정된 호흡으로 휘두르는 합이 아닌, 견제를 뚫느라 흐트러진 자세에서 불안정한 호흡으로 휘두르는 공격으로는 안정성을 위해 투자한 체력을 뚫고 유효타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다.
요구하는 집중력은 10판 이상의 집중력이지만 얻어내는 소득은 결국 한 번의 승리.
게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겜창인생을 달리던 순덕이와는 다르게 점심이 되기 조금 전 느지막이 들어온 도둑이는, 실질적인 실력을 의미하는 매치메이킹레이팅은 비슷하지만, 결국 플레이 횟수의 차이로 인해 표기되는 점수는 다르기 때문에 순덕이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값어치가 떨어지는 전투일 것이다.
과도한 집중력을 대가로 지불해서 얻는 승리는 적은 양의 점수.
잃는 것은 많은 양의 점수와 벼밑순이라는 치욕스러운 칭호.
그에 비해 도둑이는 승리 시 많은 점수를 얻고, 패배 시에는 적은 점수를 잃으며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방패까지 쳐져있다.
굉장히 편파적인 판정이지만, 어차피 순덕이의 시청자들이니 순덕이를 놀리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편파적으로 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둑이보다 순덕이가 놀리는 맛이 더 좋다.
사실 다 필요 없고 마지막 문장만이 가장 포인트가 아닐까?
“아! 개! 새끼야! 존나! 그러지 말라고! 아아아아아아악!”
빈틈을 파고 날렵하게 파고 들었지만 달콤한 과일에는 장애가 있기 마련, 그것은 도둑이가 파놓은 덫이었으니 끝내 외통수에 몰려 승부수를 내주고 말았다.
벼밑순의 비극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
-비극은 시발~ 느그 시청자들의 비극이구여~
-아 금호 떡밥 언제 풀어줄 거냐고!
-하다못해 랭을 돌리는 거면 겜이라도 보겠는데 도방하면서 날로 먹고만 있네 ㄹㅇ
-사실 네가 듣고 있는 건 순덕이의 비명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비명이 아닐까?
“음, 아무 것도 안 들리는 걸?”
-개새끼
-아 실수 좀 과격해졌음
-시발새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발야끼는 인정이지~
-과격해진 나머지 진심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표현을 하고 말았다 ㅋㅋㅋㅋㅋ
처참하게 패배한 순덕이를 구경하다가 도둑이의 방에 가자 그곳은 잔잔한 축제의 향연이었다.
도둑이 본인부터가 OO를 플레이하는 실력파 방송인 라인업 중에서 가장 정상인에 속하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여타 방송인에 비해 조용한 방송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 하여 조용하고 감미로운 방송이 진행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건 아니다.
비교 대상들이 미친년놈들이라서 그럴 뿐.
“남아프리카 황토흙!!!! 아! 이게 빗나가냐!”
-갤럭티카 팬텀 ㅇㅈㄹ;
-맞겠냐고 시발
-이게 정말 챔피언?
-사실 격투기는 우리의 뇌로는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심오한 종교가 아닐까?
-사이비였노;;
랭을 돌린다고 어그로 줄창 끌어놓고 500큐를 돌려서 근력 500으로 원펀치를 노리는 정신병자.
“극사…! 아잇 시발 존나 왜 사람은 칼보다 느린 거야!”
-그건 네가 세게 던졌기 때문이란다
-형 시발 나 암 걸려 죽을 것 같아 사람 살리는 셈 치고 제대로 좀 해줘
-시발 컨셉질도 틀내나서 못 참겠는데 성공마저 못 해서 이걸 계속 봐야겠냐?
그놈이 그놈이라고 500큐에서 민첩 500으로 컨셉질 하는 102호 환자.
더 레전드인 것은 지금 이 둘이 만났다는 것이다.
확실히 500큐가 사람이 적긴 하다. 지금까지 기본 스탯을 포함해서 100안짝의 스탯으로 플레이 하다가 갑자기 5배가 넘는 스탯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까. 당장은 250큐를 거쳐 가려는 것인지 250큐에 사람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50큐에 사람이 몰려있다.
그리고 그 결과, 500큐는 저런 진성 또라이들만이 남았다.
여긴…지옥이야…!
-네가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하는 걸 니 방송에서 봐야하는 우리가 지옥이 아닐까?
-제발 게임이라도 해줘...비석치기라도 좋아...
슬슬 시청자들의 시선에 가슴이 아프니 이제 정말 게임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밥도 주문했으니까 먹으면서 마지막으로 구경 조금만 더하고, 뭐라도 하자.”
솔직히 출근을 안 하면 집안일에 더 정성을 쏟을 줄 알았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배달 음식 7연타.
배달은 인류가 낳은 기적이다.
“삶은 계란 추가가 뭐 이리 비싸”
-그것은 boiled egg가 아니라 life is egg기 때문. 인생 계란이다
-계산이 삶이면 치킨은 신이겠네
-말 되는 듯
-계란은 삶이다. 치킨은 신이고.
진짜로 많이 괴롭혔나? 얘들이 제정신이 아니네.
***
[‘메테오유성’님 1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나 요즘 아픈 것 같아. 딸기김치찌개가 먹을 만 해보여.]
-근데 딸기치즈김치찌개는 시발 안 먹을 만 해보여
-날이 갈수록 진화를 하네 시발
오늘도 방송을 끄고 먹으려하자 켜고 먹으라며 극성을 부린 주제에, 정작 켜고 먹으면 저렇게 불만을 표해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방송인들은 모두 이런 고뇌를 안고 사는 것일까?
-시발 끄고 먹으라고 했어 개새끼야
그럴 리 없다.
모두 음해다.
내가 나의 소중한 시청자들을 괴롭히고 싶어서 켜고 먹었을 리가 없잖아?
-小衆한 시청자 작은 시청자들아 라는 뜻
-불만 있어요? 작은 시청자들아
[‘크롱크롱’님 1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모두 응애야 응애 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응애애애]
-tts좆같은거 또 늘었네 시발
“이거 시발 에자 목소리냐? 당장 치워”
어쩜 저렇게 끔찍한 물건을…!
“잠시 소란이 있었네요. 잠시 기억 소거를 위해 배팅을 열겠습니다. 모두 1포인트를 ‘버리기’ 걸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앗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있었지?
-완벽한 케어 좋습...어? 무슨 케어? 뭐지? 별일 아닌가?
“자 기억 소거도 끝났고 뭐처럼 랭 열렸으니까, 스토리 모드 하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모자라니, 랭겜 돌리러 간다. 뭐로 돌릴지 추천 받을게”
[‘타우린과다섭취’님 1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500큐 체력500찍기]
“오…1000원 나왔습니다. 상회 입찰 있나요?”
-예?
-ㅇ?
-??
-무7련; 무7련;
-에자한테 좆같은 것만 배워왔네
[‘변수시뮬레이터’님 10000원 감사합니다. 논산딸기 사먹는데 보태겠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해. 루미나 고유능력 열려있냐?]
“음, 루미나 고유능력은 열려는 있어. 근데 지난번에 보니까 활용도가 높은 능력 같더라고, 근데 내가 그 활용법은 몰라. 그래서 좀 재미없을 걸?”
-바로 그거지 체력 500박고 루미나 이능으로 체력 4자릿수 플레이 하자
-무, 무슨
-이 얼마나 끔찍한 흉물 바로 제초기 돌리러 가자 ㄱ
“하긴 내가 너희들에게 뭘 기대하겠니. 그래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