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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7. 공학의 전당, 로페르 공작소 (9) (59/86)



〈 59화 〉7. 공학의 전당, 로페르 공작소 (9)

"메디아!!"
"위즈!"


테라 다칼리온에게 용암을 들이붓고 있는 메디아를 발견했다. 나는 바닥을 조종해 메디아에게로 날아갔다.

"대피는 모두 끝냈나요, 위즈?"
"거의  끝냈어요. 메디아, 마력은 많아요?"
"아껴놓고 있긴 했어요. 무슨 일이에요?"
"메디아의 마력으로 제노다이스를 움직여서 마수를 막으려고 해요!"
"······네?"

 순간 메디아가 잠시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선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다,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현 가능성이 있긴 한가요, 그거?"
"셰펠리 선배님도 할 만 하다고 하셨어요!"
"······세상에."

메디아가 탄식했다. 그리고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위즈 아이디어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위즈다운 엉뚱한 생각인걸요."

메디아가 손에 응축시켰던 마력을 흐뜨러트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잔뜩 고여있던 용암을 한번에 마수에게 들이부었다.

"가요. 마수가 곧 굳은 용암을 떨쳐내고 다시 움직일거예요."

메디아가 바닥에 올라탔다. 나는 바닥을 움직여 다시 제노다이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저는 마력을 공급하기만 하면 되나요?"
"일단 움직여보자. 자, 여기 조종용 마정석이랑 충전용 마정석."

셰펠리가 나와 메디아에게 마정석을 건넸다. 메디아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마정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위이잉.

제노다이스의 눈이 청록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대, 대단해. 벌써 마력이 기동가능할 정도로 충전됐어."
"할만 하네요."


메디아가 눈웃음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셰펠리에게 물었다.


"그냥 제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될까요?"
"응. 마정석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그러면 제노다이스에 있는 마정석에게 신호가 전달되어서, 네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제노다이스가 기동할거야."
"네!"

고개를 끄덕이며 마정석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생각해, 위즈. 네 기억 속에 있는 로봇영화를 모조리 생각해 내는 거야. 범블비, 건담, 초호기, 그렌라간, 랜슬롯, 예거······  뭐가 있더라. 아무튼!


"제노다이스, 갑니다!"


마정석을 손에 쥐고 외쳤다.
그러자 제노다이스가 안광을 번쩍이며 발을 들었다.
쿵.

"좋아, 움직인다!"


셰펠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짜릿한 느낌이었다. 내 생각대로 거대로봇을 움직일  있다니. 이대로 하비셜을 한 바퀴 돌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수를 물리쳐야 할 때. 나는 제노다이스로 발판을 움직였다. 그리고 제노다이스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위, 위즈?!"
"움직이려면 이게 편하겠더라구요. 괜찮아요!"
"······왜 즐거워 보이는 건가요, 위즈."
"기분탓이에요☆"

상큼하게 대답한 마정석을 앞으로 뻗었다.

제노다이스가 철컹거리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철 부품이 위아래로 펌핑되는 진동과, 철컥거리며 맞물리는 부품의 소리가 어우러져 굉장한 조화를 이루었다.

온 몸이 흔들린다. 시야가 위아래로 요동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멀미가 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시하 익스프레스를 경험해 본 마법과 1학년이 아닌가. 그런 나에게 있어이 흔들림은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정도에 불과하다!

"가자, 제노다이스!!"


번쩍.


제노다이스가 안광을 뿜었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었다.

"······위즈?"
"가자아아아!!"

쾅.

굽혔던 무릎이 한순간에 펴지며 땅을 박찼다. 운동장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제노다이스는 날아올랐고, 15m가 넘어보이는 건물의 외벽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속도감, 이 파워! 거대로봇에서만 추구할 수 있는 로망!


"어, 왼 다리 무릎 쪽  일곱개랑, 발이랑, 허리부근 마정석 세 개랑, 오른 다리 허벅지쪽 마정석이 어긋났어······."
"격한 움직임은 하지 마! 마정석의 위치 조정도 그렇고 부품 수리도 힘들어! 으아, 다리 쪽 부품이 완전히 망가졌잖아······."
"마력이 한순간에 빠져나갔어요. 위즈, 제 마력을 낭비하고 싶은 건가요?"
"······죄송해요."

혼났다.
으앙.



위즈를 태운 제노다이스가, 마침내 테라 다칼리온의 앞에 섰다.


7m의 신장을가진 제노다이스를 압도하는 크기다. 높이  10m, 몸길이 약 30m. 한 발자국을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흔드는 마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재해에 가까웠다. 비유하자면, 거대한 바다거북 앞을 흰토끼가 가로막고 있는 꼴이었다.


그럼에도 위즈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어있지 않았다. 거대로봇에 대한 동경도 물론 큰 축을 차지했다. 하지만, 위즈가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뒤에서 노심초사하며 위즈를 돕는 두 명의 소녀였다.


 사람이 도와주는 한 절대로 지지 않는다. 그런 기묘한 확신이 위즈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

테라다칼리온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물체를 인식하고 괴성을 질렀다. 위즈에게 직격으로 향한 고성은 그 자체만으로 병기에 가까웠다.
그런 파동을 메디아의 보호막이 가로막았다. 분산된 파동이 건물에 균열을 일으켰다.

제노다이스가 충격에 대비할 자세를 잡았다.


후우.


위즈는 한 번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마정석을 양 손으로 잡아 앞으로 뻗었다.


위이잉.

천천히 제노다이스가 두 팔을 뒤로 젖혔다.  다리는 약간 어긋난 11자로 벌린  바닥을 견고히 딛었다. 충격을 받아넘길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마수가 다리를 들어 한 걸음을 내딛으려고  때.


"하아아앗!!!"


제노다이스가, 청록빛 안광을 뿜으며, 위즈의 기합소리와 더불어 양 팔을 앞으로 내뻗었다. 날개뼈 부분에 사선으로 돋아나 있는 여섯 개의 기둥이 맹렬하게 피스톤운동을 하며 증기를 내뿜었다. 곳곳에박혀있는 마정석들이 메디아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한계까지의 출력을 내어 거대한 척력을 테라 다칼리온에게 발했다.

"─────!!!!!"
"으, 앗?!"

제노다이스의 어깨에 타고 있던 위즈가 휘청였다. 루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넨 균형 유지 마정석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온 몸이 격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왼 팔 마정석 일곱개가 어긋났어. 오른 팔은······ 전부 다 어긋난 것 같아······!"


루아가 다급하게 셰펠리에게 말했다. 셰펠리는 그런 루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노다이스 안의 마정석을 재조정했다. 그리고 거대한 충격으로 산산히 부서진 팔 부분의 부품을, 메디아의 마력을 빌려 다시원상복구시켰다.

그것은 사실 교수들도 함부로 벌일  없는 미친짓에 가까웠다. 복구마법의 특성 때문이었다.

복구마법은 마법의 삼요소중 특히 상상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복구하고자 하는 대상의 이미지가 확실할수록 복구의 난이도는 쉬워지지만, 그 이미지가 불확실할 수록 복구마법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올라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복구마법은단순한 물건을 고치는데에주로 사용될 뿐, 복잡하고 난해한 물건을 복구하는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구조를 모조리 머리속에 지니고 있지 않는 한, 복잡한 물건에 대한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흐릿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을 지닌 제노다이스에게 복구마법을 사용하는 짓은 미친짓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펠리가 제노다이스에게 복구마법을 사용할  있었던 까닭은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백여장에 달하는 제노다이스의 설계도가 셰펠리의 머리 속에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셰펠리는 공학과에 입학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설계도를 그렸다. 폐기하고, 고치고, 덧대고, 상상속에서 조립하며, 제노다이스에 대한 설계도를 한장한장씩 그려나갔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별종 취급했지만, 셰펠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설계도를 그려나갔다.


팔, 다리, 몸통, 발, 손, 머리.셰펠리가 제노다이스의 초안을 완성했을 때 그는 4학년이 되었으며, 학생대표가 되었고, 설계도의 모든 장을 빠짐없이 외울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셰펠리는 파괴된 제노다이스의 부품을 순식간에 복구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요행같은것이 아니었다. 그 미친 짓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위즈에게 말한 셰펠리의 확언은, 요행을 바란 것도, 허세를 부린 것도 아니었다. 셰펠리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셰펠리가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여 연속적으로 복구를 해낸 결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


마수의, 내딛기 위해 들어올렸던 발이, 기우뚱거리더니, 하늘 높이 치솟으며 거꾸로 뒤집어진 것이다.

"넘어가라아아아!!"


위즈가 이를 악물며 고함소리를 내었다. 제노다이스가 딛고있던 땅이 움푹 패였다. 마수의 압력에 제노다이스의 지지기반이 으스러져갔다.

"─조금 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조금 더 강한 지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분해, 재구축,조립─"

셰펠리는 그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었다.
설계도대로 복구하는 것을 뛰어넘어, 제노다이스의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며 그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강도가 부족한부분을 보완했고, 필요없는 부분을 분해해 보완에 이용했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던 작은 부품들을 조금 더 큰 부품으로 연성해내었고, 움직임은 조금투박해지더라도 더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물론 그것은 메디아의 마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셰펠리가 보기에 메디아의 마력은 거의 무한에 가까웠다. 셰펠리는 설령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마력을 평생 모아 저장한다고 해도, 메디아가 하루동안 내는 마력의 반 조차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평생동안 쓸 마력을 써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셰펠리는 계속해서 제노다이스를 개량해나갔다.

"발 앞꿈치쪽 마정석 연결이 희미해졌어. 가슴쪽의 큰 마정석이 살짝 돌아갔고, 허리의 마정석  개가 뒤틀렸어."

루아는 보고가 익숙해진 듯, 눈을 감은 채 마정석의 움직임을 침착하게 설명헀다. 셰펠리는 마정석의 위치를 다시 정렬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정렬이 늦었더라면 제노다이스의 하부 동력이 끊길 뻔 했던 것이다.

제노다이스의 부품 중 셰펠리가 건들 수 없는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흑빛 영철과 마정석이었다. 흑빛 영철로 만들어진 부품은 압도적인 내구력을 자랑하니만큼 손을 댈 이유가 없어 다행이었으나 문제는 마정석이었다. 조금만 위치가 틀어져도 연결이 끊어져버리는 마정석의 특성상, 약간의 뒤틀림도 빠르게 잡아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셰펠리는 루아의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차리는지는  수 없었지만, 연결의 이상을 곧바로 감지해내는 루아의 보고 덕에 제노다이스는 마정석의 끊김 없이 마수의힘에 길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동이 대기를 뚫고 원형을 그리며울려퍼졌다. 연속적으로 제노다이스가 펀치를 날리며, 기우뚱거리는 테라 다칼리온의 균형을 빼앗고 있었다. 그 때마다 팔부위의 부품이 터져나갔지만 그 정도는 셰펠리의 처리범위 내였다.


쾅, 쾅, 쾅, 쾅.


"────!!!!"

제노다이스의 팔이 거대한 마수의 몸통을 연이어 가격했다. 한 번의 타격마다 제노다이스의 팔은 파편이 튀며 으스러졌으나, 이내 복구되어 다음 타격을 내질렀다. 피스톤이 맹렬하게 위아래로 움직였고 와이어가 미친듯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윽?!"


공격을 받던 마수가 몸을 변형시켜, 어두운 몸체에서  가닥의 촉수를 꺼내 제노다이스의 팔을 휘감았다.
앞으로  번.  번의 타격이면 마수를 뒤집어버릴 수 있다.

위즈는 직감적으로그것을 느꼈다. 촉수를 푸는데에 시간을 썼다간 이 기회를 놓치고  것이었다.

그래서 위즈는 팔을 포기했다.

"위, 위즈?!"
스스로 팔을 분리해낸 제노다이스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왼쪽 다리로 땅을 박차 공중으로 치솟았다.  다리가 너덜거렸으나, 상관 없었다.


"제노 사이드······ 아니, 제노 다이스 커터어어어어!!!"


제노다이스는 오른 발을 뻗었다. 그리고 마수의 머리를 향해 발을 차올렸다. 제노다이스의 오른쪽 다리가 반달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머리를 걷어찼다.


"─────!!!!!"


그것으로, 마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콰과광.

흙먼지가 자욱하게 끼며 테라 다칼리온이 뒤집어졌다. 검게 일렁이는  위로 네 다리가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메디아는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테라 다칼리온의 배는 흑빛 영철로 감싸여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메디아는 마력공급을 끊고 순식간에 테라 다칼리온의 배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손에 하얀 불꽃을 머금었다.

"불타올라라, 백화!"

메디아가 손에 머금은 불꽃이, 타오르는 백색 유성으로 팽창했다. 테라 다칼리온 만큼이나 거대해진 백색 화염구는, 이윽고 마수의 배에 내리꽂혀, 굉음과 함께 마수의 몸뚱이를 블살랐다.


싸움의 끝을 알리는 하얀 불꽃이 드높이 치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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