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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등신들은 뭘 해도 즐겁다 [3] (18/108)



〈 18화 〉등신들은 뭘 해도 즐겁다 [3]

툭.


아까까지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식게 만드는  빠지는 소리였다.


안으로는 용사의 힘을, 바깥으로는 꼬맹이의 힘을 받아내고 있던 나무배트는, 부여받은 모든 힘을 불태우고,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는 듯이 공과 함께 힘없이 떨어졌다.

그라운드에는 멍하니 서있는 꼬맹이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용사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사의 옆에 떨어져 있는 공에서는, 치열했던 싸움을 증명하는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와, 와아.. 이게, 야구..?"


마왕은 얼이 빠진 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던지는 게 저 정도면 치는  볼 필요도 없겠는데?  많냐, 너? 오늘 여기 다 박살나겠는데?"


마왕에게 구멍이 숭숭 뚫린 벽들을 가리켰다.


"으으.. 내 성이.. 이걸 고치겠다고 부하들을 불러 모으면,  지크 녀석이 나타나서 뭐라고 할 거야.."


마왕은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얘들아ㅡ! 이제 됐어! 시합 계속 하자!"

용사가 손잡이만 남은 배트를 흔들며 관중석을 향해 소리 쳤다.


"가야 되냐? 갑자기 야구하기 싫은데? 다른  하자. 다른 것도 많다며?"


"그그,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걸 더 했다간  층이 통째로 부셔지고 말거라고. 지크 녀석이 오는 것만은 막아야 해."

이 정도면  성의 주인이 마왕이 아니라 흰놈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어ㅡ이! 안 할 거야ㅡ?"

관중석에서 계속 반응이 없자, 부러진 배트를 던져두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용사였다.

꼬맹이는 용사가 관중석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되서야 어기적어기적 걸어오기 시작했다.


"진짜 안 할 거야?  좀 해봐 얘들아."

용사가 눈앞에서 손바닥을 흔들었다.

"너 잠시 앉아봐."


용사를 자리에 앉혔다.

"응? 왜?"

"아까 그걸 직접 쳐놓고 그 소리가 나오냐?"

"그래서 투수 교체 하는 거잖아?"


"아니, 그거밖에 머리가 안 돌아가냐, 등신아? 저 녀석이 타자 할 때는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좀 멀리 날아가겠네."


"좀 멀리가 아니지 병신아. 여기가  박살날 수도 있다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잔해를 처맞으면서까지 야구를 하고 싶냐?"

술래잡기 때도 그랬지만, 나는 이딴 병신 같은 짓을 하다가 죽고 싶진 않다.

"오, 멋지잖아. 무너지는 성에서 목숨을 걸고 하는 투수와의 일대일 대결!"

이런 미친 새끼.

늘 생각하는 건데, 왜 검을 들고 설치는 놈들은 못 죽어서 안달이  걸까.


같은 등신이라도, 검을 쓰지 않는 마왕은 저렇게 벌벌 떨고 있는데 말이다.

"시, 시트린 그냥 다른 거 하자.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아.."


"뭐야, 나디아 너까지.   동안 여기서 놀면서 이렇게 가슴  적은 처음이란 말이야."


이 녀석도 가슴은 뛰고 있다. 너 보다 빠르게.

"더 안 하는 거야?"


어느새 관중석 밑에 도착한 꼬맹이가 물었다.

"그래. 다른 거 하러  거니까, 글러브랑 뭐랑 대충 다 던져 놔라."


"아아~ 대체 왜에에."

용사가 칭얼거렸다. 이제  녀석을 납득 시킬 차례다.


"자아, 잘 들어. 어차피 저녁에는  술집에 가자고 지랄 할 거잖아. 맞지?"


"응? 어, 그렇지."


"이제 그때까지 시간이 별로 안 남았거든? 그러니까  수 있는 만큼 많은 걸 하고 노는 게, 이 녀석들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너 혼자 다 해봤다고 이러는 건,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 안 하냐?"


어깨를 붙잡고, 눈을 마주치고, 감정에 호소했다.


내 말에 느끼는 바가 있는지, 용사는 허억 하고 숨을 삼켰다.

"으윽, 니 말이 맞아..  대체 무슨 짓을.."

"괜찮아, 괜찮아. 지금이라도 다른 곳에 간다면,  녀석들도 용서해 줄 거야."


때를 놓치지 않고 용사의 헬멧을 잡아채, 그라운드로 던져 넣었다.

"그래. 어른답지 못하게 고집부리면 안 되지.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축구나 하자, 축구."

어차피 난 계속 심판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그래, 그래. 축구장으로 가자 얼른."


마왕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지 맞장구를 쳤다.

나는 붉게 얼룩진 가운을 입은 채로, 바보들을 따라 축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종목을 바꾸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흐아아아!!! 무조건 들어가는 슈ㅡ웃!!!"


쾅!!!

공을 찰 때마다 골망이 찢기거나 골대가 부러졌다.

그리고 이 새끼들, 축구공으로 하면 공이 터져버린다면서, 농구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다.

마왕은 어떻게든 꼬맹이에게 공을 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수하고 있었고, 마법사는 진작에 운동장 구석에 주저앉아, 귀를 틀어막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사실상, 성인 두 명이서 꼬맹이 하날 괴롭히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머리가 멍청하다면 그 빈도는 월등히 높아진다.

마왕의 계획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시작부터 이미 실패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남아도는 체력으로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꼬맹이에게 패스라도 한 것 마냥 공이 들어왔고, 축구장의 벽이 박살이 나면서 등신들은 또 종목을 바꿔야 했다.

탁구.


공이 찌그러지거나 박살이 났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금속제의 구슬로 공을 바꾸자, 탁구대가 박살이 나면서 다음 종목으로 넘어갔다.

테니스.

공이 터지거나, 라켓이 터져나갔고, 마지막에는 테니스 공으로 라켓을 치는 기행을 선보였지만, 역시 꼬맹이가 벽을 박살내면서 종목을 바꿔야만 했다.

그 후, 배드민턴, 농구, 배구, 족구 등, 별별 종목의 게임들을 다 해보았지만, 공이라는 매개체가 있는 이상, 반드시 무언가가 박살이 났다. 공이든, 벽이든.

"흑흑, 어떡해... 성이 다 박살이 났어어.. 이거 고치겠다고 하면 분명 지크가 날 죽일 거야아아.."

"아 울지마, 울지마. 내가 지크 아저씨한테 이야기 해 줄게."

"으흐으윽 다  때문이잖아.."

나였으면 때렸다.


"피구라는 것도 재밌었어."

"그러냐."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꼬맹이였다.

범인(凡人)의 몸으로 괴물들과 게임을 함께한 마법사는, 지칠 대로 지쳐, 반쯤 기절한 상태로 짐짝 취급을 받으며 나에게 옮겨지고 있었다.

"이제 할 만한 거 더 없나?"

용사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공 때리거나 몸 쓰는 거 말고, 좀 앉아서 할 수 있는 걸 해라.  녀석 잘 곳도 없어지겠다."


"그, 그래야겠지? 그러고 보니 카드게임 할 수 있는 방이 이 근처에 있었던  같은데.."


좁아터진 복도에서 두리번거릴게 어딨다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용사였다.

"아! 저기 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 홀로 떡하니 서있는 문이 있었다.


"뭐 이렇게 기분 나쁜 곳에 있냐."

"아마, 제일 처음 만들어진 게임방이라서 그럴 거야. 그치 나디아?"


"으응.. 맞아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 매달려 있는 조명 하나를 제외하고는, 온통 어둠투성이인 방이 나타났다.

"뭐야, 왜 창문도 없어?"

"이래야 분위기가 산다던데? 무슨 분위기인진 모르겠지만."

의자를 하나 빼서 마법사를 앉혀 두고, 나머지 네 명이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오. 이번에는 오로넬도 하는 거야?"

"뭐 이런 것쯤이야. 어차피 이건 심판도 필요 없고,  놈도 저 지경이잖냐."

"으음, 나 카드로 하는 게임은 해본 적이 없는데, 적당히 쉬운 거 없어? 간단한 거."

하긴, 이놈이 머리를 쓰는 걸 해본 적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도둑 잡기나 하지 뭐."

"그게 뭔데?"


"자  봐. 야, 꼬맹이, 너도 보라고."

등신들을 주목시키고 카드를 이리저리 넘겼다.


"여기에..  보면.. 조커 카드가.. 왜 흰놈 얼굴이냐?"

광대의 모습 대신 흰놈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내밀었다.

"딱 봐도 꽝인 것 같잖아."

"오."


그런 깊은 뜻이.


"아무튼, 이 조커를 끝까지 가지고 있는 놈이 지는 거야. 여기 이렇게, 숫자가 같은 놈들 있지? 이놈들은  쌍이 모이면 버리면 돼."

엄청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  같은데, 등신들이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


"질문 있는 놈?"

"네, 질문 있습니다. 무늬가 같은 친구들은 낼  없는 겁니까?"

마왕이 물었다.

"숫.자.가. 같은 카드 한 쌍씩을 내는 겁니다."


등신1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질문 있습니다!"

등신2가 손을 들었다.


"내고나서 남은 카드들은 어떻게 합니까!"


아. 저기서부터 설명을 안 해줬네.

"그 남은 카드들로 하는 게 도둑잡기 입니다. 차례대로 상대방의 카드를 하나씩 뽑아서, 같은 숫자가 나오면 똑같이 버리면 됩니다."

등신1, 2가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넌 질문 안 해도 됩니까? 니가 제일 못 알아먹었잖아 딱 봐도."


입을 다물고 앉아있는 꼬맹이의 머리에 노크를 했다.

"다 알아 들었어."

"진짜?"


"응."

"그럼 카드 줄 테니까 내봐."


꼬맹이의 손에 아무렇게 집은 카드 8장을 쥐어줬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내는 거잖아."


"지랄해라. 아무거나  장씩 내는 게 아니라, 숫자가 같은 걸  장씩 내라고."

"아.. 이제 이해했어."


"그럼 여기서 뭘 내야 될까?"


꼬맹이의 손에 남은 카드는 2,3,4,4였다.


"이거 두개."


꼬맹이가 4 두개를 가리켰다.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다.

"아오, 무슨 설명만 했는데 답답해 죽겠네. 난 안 하면 안 되냐? 너네들끼리 해라 그냥."

"아 안돼~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면 무슨 재미야. 이때까지 쉬었으니까  번만 해."

용사가 일어나려는 나의 어깨를 짓눌렸다.

"아 진짜.. 딱 한 번만 한다? 전부 입 다물고 앉아."

카드를 섞은 나는, 순서대로 한 장씩, 카드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패를 돌렸다.

다 나누어 주자, 내가 14장 나머지가 13장을 받았다.


"아! 오로넬만 한 장  많잖아. 반칙 아니야, 반칙?"


용사가 내 카드를 가리켰다.


"아니 어차피 같은 카드 두 장씩 낼 건데, 받은 카드 장수가 뭐가 중요하냐."


"카드가  많으니까 낼 수 있는 것도 더 많은 거 아니야?"


"조커가 들어올 확률이 더 늘어나는 거지 등신아. 내가  손해라고."

"아, 그래? 그럼 됐어."


 새끼들, 내가 유리한 것 같으니까 바로 달려들더니, 불리하다고 하니까 바로 입을 싹 닦는다.

아무튼, 등신들을 납득시키고, 패를 확인했다.


시발. 처음부터 조커가 들어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이 정도는 허세로 충분히 감출 수 있다.

"이게 마지막 판인데, 벌칙이나 걸고 할까?"


벌칙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패배와 가장 거리가 멀  같은 인상을 남긴다.

"벌칙? 으으음, 진 사람이 지크 녀석 한대 때리는  어때?"

"난 상관없어."


"나도."


그렇게 벌칙은, 이 자리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흰놈을 때리는 걸로 결정되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패에서 완성된 두 장의 카드들을 내려놓으며 하나둘 패를 줄여나갔다.

남은 손 패는 꼬맹이가 두 장으로 제일 적었고, 그다음이 세장인 용사, 그리고 각각 네 장씩 가지고 있는 나와 마왕이 마지막이었다.


"그럼 나부터 한다?"


순서는 나, 꼬맹이, 마왕, 용사 순으로 돌기로 했다.


꼬맹이의 패에서 내가 뽑아든 카드는 3, 아쉽게도 낼  있는 카드가 없다.


꼬맹이도 마왕의 패를 뽑았지만 낼 수 있는  없는 모양이다.

마왕은 용사의 패에서 4를 가져와 두 장을 내고, 남은 패가  장이 되었다.


...


그렇게 한 바퀴가 흘렀다.

조커는 여전히 내 손 안에 있다.


두 바퀴째.

꼬맹이가 끝났다며 카드를 내밀었는데, 6과9였다. 머리를 쥐어박으며 다시 꼬맹이의 손에 쥐어줬다.

지지리도 카드를 못 뽑는 건지, 아직 아무도 끝난 사람이 없다.


그리고 조커는 여전히 내 손에 있다.


세 바퀴째.

갑자기 미친놈들이 줄줄이 끝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남은 건 용사와 나 뿐이었다.


조커는 여전히 내 손에 있다.

"어? 잠깐만. 지금  손에 조커가 없다는 건, 오로넬이 조커를 들고 있다는 거구나?"

"글쎄?"

운으로 게임 하는 새끼들. 어떻게 그 한 번을 안 뽑아 가냐?

내 패에는 5와 조커만이 남았고, 용사의 손에는 한 장의 카드만이 남았다.


이번에 용사가 조커를 뽑아가지 않는다면, 나에게 미래는 없다.

"훗, 그러니까 이 두 개중에 하나가 조커라는 거지? 어디보자.."

"한번 뽑아 보시지. 왼쪽이 조커일 수도 있고, 오른쪽이 조커일 수도 있다고."

손을 뻗은 채로 고민하고 있는 용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패를 이리저리 섞어댔다.

50%나 되는 확률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번도 조커를 뽑지 않은 것에 대해, 몇 달치 행운을 다 지불했을 것이다.

용사의 손이, 조커를 향해 가는 듯 했다.


"역시 이거 같아."

"아아아! 잠깐만, 잠깐만!"


갑자기 마음을 바꾼 용사가 5번 카드를 집기 전에 패를 다시 섞었다. 아직 녀석의 행운이 건제한 모양이다. 틀릴 때까지 섞어주마.


"에이, 오로넬. 치졸하게 그만 발버둥 쳐. 어차피 이거잖아. 지금이닷!"


멍청한 줄 알았던 용사에게 같은 수법이 두 번이나 통하지 않다니.


5번 카드를 그대로 빼앗기고 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내가, 이 등신들에게 말이다.

"야! 너네들 카드 보고 하지?! 이렇게 정확하게 조커만 피해갈 순 없다고!"


"워, 워. 진정해 오로넬. 우리가 촉이 좋은 게 반칙은 아니잖아?"

좆같지만 맞는 말이다.


마왕도 자기가 한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턱주가리를 내밀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턱주가리에 있는 힘껏 조커를 집어 던졌다.


"한 판 더 해, 시발!"

"상관은 없는데.. 벌칙은 괜찮아, 오로넬? 지크 아저씰 어떻게 때리려고?"

용사가 괜한 걱정을 했다.


"아잇!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이번에 진 놈은 두 대 때리기로 해, 두 대!"

"재밌겠네. 한 번 더 해!"


...


"이러언 시파알!!"

이번엔 첫 패에 조커가 없다 싶더라니, 시작하자마자 뽑은 게 조커였고, 그 뒤로 그 녀석이 내 손을 떠나는 일은 없었다.


"와.. 오로넬이 지크를 많이 때리고 싶은가 본데?"

"닥쳐! 닥치고 한 판 더 해!  대 걸고   더해!!"

"좋아. 하자."

도박이 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줄 아는가?

"네 대!!"

"콜."

"다섯 대!!"


"그래."


"여섯 대!!"

"해."

그건 바로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야, 이번에 지는 놈은 그냥 지크 그놈 죽이는 걸로 해! 그거 걸고, 마지막으로 한판만 더 해."

"괜찮겠어? 내가 300년 동안 못 한걸 니가 할  있을까?"

"니가 지면 니가 해야 돼  등신아. 왜? 쫄리냐? 쫄리면 기권 하던가 이 새끼야."

"아~이 참, 어차피 또  거면서."

훗, 병신들. 내가 지금까지 진 건, 니 새끼들의 행동양식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분석이 끝난 지금, 판돈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그곳에 네놈들을 빠뜨려 주마.

~

쾅!

"어서옵쇼. 오, 뭐야? 다 같이 어디 다녀오기라도 했어?"


"네.. 뭐. 그런 것 같은데, 전 기억이 없네요."


"그만큼 재밌게 놀았다는 거겠지. 아무튼, 늦었으니까 빨리 이쪽으로 와라 제리스. 밀린 술 주문이  개인지 모르겠어."

"앗, 네."

그렇게 하나 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등신들을 뒤로하고, 나는  남자의 옆으로 향했다.

"야."

"으에..?"

그 자리에는 예상대로 빈  두어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것만은 맞춰서 다행이다.

"시트린이 너 존나 싫데."

"므어? 너 뭐야?"

"입 냄새도 존나 심하고, 머리도 병신같이 새하얗기만 하고, 술도 못 마시고, 얼굴도 못 생기고, 말도  못하고.."


"오..오또케 그렇게 심한 말을.."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도 싫으니까, 꺼지라고 전해달래. 지금 당장."

"으어어어어어엉ㅡ!"

나라를 잃은  마냥 통곡을 하며, 흰놈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용사와 마왕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뭐야? 너 지크 아저씨한테 뭐라고 한 거야? 설마 진짜 죽으러 가는  아니지?"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나도 가르쳐줘!!"

"하아.."


오늘만큼은, 마법사의 담배냄새가 좆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몸을 쉬기 위해 찾아간 목욕탕일 텐데, 내 몸은 무겁기만 하다.


"다 꺼져 시발!!"

아무튼, 이 새끼들이랑 운빨 게임은 두 번 다시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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