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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치킨을 먹을 땐 다리부터 집어라 [2] (27/108)



〈 27화 〉치킨을 먹을 땐 다리부터 집어라 [2]

-와아아아!


주방에는 주인장이 준비해둔 식자재들과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고, 등신들은 주방을 바라보고 앉아, 마법사와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더 이상 가게는 술집이 아니라 흡사 투기장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어우, 마침 힘들었는데 잘 됐어. 아르겐, 빨리 나와."

"알겠습니다."

주인장은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졌다. 쉬고 싶었는데 잘 됐다는 표정이다.


"난 오로넬이 이긴다에 한표."


-난 시오가 이긴다에 한표!

-오로넬이지!


-시오지!


그리고 마부가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오로넬이 이긴다에 다섯잔!

-시오가 이긴다에 세잔!

등신들이 갑자기 뭔갈 걸었다.


판돈은 금전이 아니라, 주인장이 만들어 놓기만 하고 아무도 마시지 않는 술들이었다.

그러니까, 맞춘 녀석들은 아무 이득도 없고, 못 맞춘 녀석들이 그 술들을 다 마신다는 것이다.

사서 손해를 보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놈들이다.

"야, 기왕 할 거면 너희들 중에 요리 심사할 놈들  네 명만 뽑아 놔라."

판이 이렇게 커졌으니 대결도 그에 맞게 행해지는 게 도리겠지.

심사를 할 놈들은 공정성을 위해, 나에게 건 놈들  명과, 마법사에게 건 놈들 두 명씩을 뽑았다.

그렇게 뽑힌 놈들이 마부와 꼬맹이, 용사와 흰놈이었다. 죄다 등신들이라 솔직하게 평가 할 것 같긴 한데, 맛있다 밖에 할 줄 모르는 꼬맹이가 걱정이다.

"자, 그럼. 시작!"


주인장이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똑같이 닭  마리로 하는 음식인데도, 튀김옷만 입히면 끝나는 튀김에 비해, 조림은 손대야 할 다른 재료들이 많은 편이라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는 법. 손질할 재료들은 많지만, 그것만 끝나면 냄비에 모든  때려박고 졸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튀김은 튀김옷 준비하는 것부터가 일단 짜증나고, 시도때도 없이 튀기는 기름이 짜증남을  가증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쓸데없이 조리 시간이 길다.

아마 마법사가 요리를 끝낼 쯤이면,  음식은 이미 저 등신들의 배에 들어가 소화까지 끝나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시간 격차가 나 버리면, 내 요리맛을 기억하지 못해, 마법사가 고득점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요리는 최대한 자극 적으로, 존나게 졸여서 내도록 하자.

"훗, 난 이제 졸이기만 하면 되는데, 그쪽은 어떻게 되가시나?"


능수능란하게 재료 손질을 끝마친 나는, 마법사쪽을 정탐하기로 했다.

저 녀석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봤자, 아직 기름은 끓지도 않았을 거다.


"뭐라고?  못들었어."


하지만 상정해야  것은 그게 아니었다.

"너..  뭐하고 있냐?"


"보면 몰라? 닭 튀기고 있잖아."

튀김옷이 어떻다던가, 기름 온도가 어떻다던가,  녀석이 요리를 해 봤을 거란 상정 자체가 틀렸던 것이다.


옷도 입지 않은 채, 끓지도 않는 기름속에 던져져 물고문을 당하고 있는 닭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야~ 그놈 참 맛있겠네. 처음보는 요리법인데 어디서 배운 거냐?"

마법사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훗, 이런 획기적인 생각을 나 말고 누가 하겠어?"

"하긴, 너 밖에 없지."

"..병신"


"뭐?"

"아니, 아니. 아무말도 안 했어. 치킨 열심히 만들라고."


"지금이라도 머리 박지? 괜히 시간 낭비 하지말고."


대답할 가치도 없었기에, 그럴 일은 없다는 미소로 화답했다.


병신같은 놈. 기름덩어리나 열심히 붙잡고 있어라.


재료를  때려박은 나는, 뚜껑을 닫고, 홀에 있는 등신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저놈들도 바쁜 모양이다.

~


의미 없는 도박에 참가하지 않은 나는, 심사 자격을 얻지 못해, 데이린의 옆자리에서 밀려나와, 관중석에서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역시 데이린은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귀엽다.  옆모습만 봐 왔는데, 이렇게 뒷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분명 오로넬씨와 시오씨,  분의 말싸움에서 시작된 요리 대결이었는데, 지금 가게의 모습은 마치 경마장의 그것과도 같다.


아무것도 걸지 않았으면 재밌게들 관람하셨을 테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걸기 시작하면서, 다들 목숨을 걸고 본인들이 선택한 분을 응원하고 있다.


'그것', 차마 술이라고도 부르기 힘든 미지의 액체.

저장고에서도 발길이 닿지 않는, 가장 구석진 곳에 유폐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방치되어 있는 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들이 언제 만들어 졌으며, 얼마동안 그곳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 근처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만 알고 있다.

점장님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술들을 떨이할 생각에 기쁘신 것 같지만, 그 술들을 누군가에게 먹이려면, 우선 이 위로 가지고 와야만 한다. 그 냄새를 견뎌내면서 말이다.


오늘이 쉬는 날이라 정말 다행이다.


-오오오!!!


이제 요리가 끝난 모양이다.

다른 분들이 놀라는 이유는, 두 분이 내놓은 요리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누가 봐도 닭을 사용한 요리처럼 보이는 오로넬씨와 다르게, 시오씨의 그것은 요리인지 조차 알 수 없는 형상을 띠고 있었다.

어디선가 탄식이 들려왔다.


어디서는 환호가 들려왔다.

희비가 나란히 마주한 이 순간, 운명을 결정지을 심사가, 지금 시작되었다.


~


이겼다.

이건 이겼다. 솔직히 내가 이기지 않으면 닭에 대한, 음식에 대한 모독이다.

앞에 있는 심사 등신들도 표정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걸 보면 답이 나온다.


"음.. 이게 무슨.. 요리였지?"


다른 등신들 보다는 그나마 상태가 낫다고  수 있는 마부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었다.


내가 알고 싶은  바로 저거다. 대체 저게 뭐냐?

색은 시커멓고, 기름기는 줄줄 흐르고 있다. 한때는 저게 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치킨."


마법사는 뻔뻔하게도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저게 치킨이라니, 착한 사람만 눈에만 보이는 치킨인가?


"아, 아.. 맞다 그랬지? 그, 그럼 일단 심사를  볼까.."


눈앞에 두개의 음식이 있는데도 등신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요리를 향해 먼저 손을 뻗었다.


결과야 뻔하지만, 아무튼 심사의 시간이다. 뭐라고 하는지나 들어보도록 하자.


"맛있어."


꼬맹이는 어차피   밖에 못 하고.

"오오, 맛있어."

"시트린이 맛있다면 나도 맛있다는 걸로 해 두지."

용사도 맛없다고 하는 걸 본적이 없고, 흰놈은 어차피 용사를 도와주려고 나온 거니까, 용사와 같은 표를 던지겠지.

"음, 좋네."

여물도 먹어  적이 있다는 마부는 말할 것도 없다.

모아두고 보니, 어차피 맛있다 밖에 못 하는 놈들이다.

뭘 위해 뽑은 심사 위원인지 모르겠다.

"한 그릇 더 줘."


꼬맹이가 그릇을 내밀었다.


"그게 다야. 이제 없어."


"더 먹고 싶은데.."

아무튼, 그 와중에도 꼬맹이는 여운이 남은 모양이다. 다른 놈들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건 맛 때문이 아닐 거다.


이쪽은 내가 알  아니니, 이제 마법사를 어떻게 조질지 궁리하는  좋겠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윽, 이거 무슨 냄새야!"

어디선가 풍겨오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좆같은 냄새가, 콧구멍을 붙잡고 비틀어댔다.


-어우, 똥냄새야 뭐야?!

-으으, 이게 뭐야.

등신들도 그 알 수 없는 냄새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 원인이 밝혀졌다.

쿵!

저장고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거대한 오크 술통을 든 주인장이 나타났다. 이 좆같은 냄새는 틀림없이 저 통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야, 아직 안 끝났어? 지금쯤이면 딱 맞을 줄 알았는데. 이거 냄새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말이야. 아직 10통은 넘게 남았는데."


좋지 않다고? 좋지 않다로 끝날 물건인가 저게? 저런 유사 고문도구가 열 개나 더 넘게 있다고?

 돼, 안 돼, 안 돼,  돼. 이거 승부고 뭐고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진짜로  공간에 몇 분만  있으면 죽는다고!


우우욱.


손바닥으로 마법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라 말을 하려  봐도, 입을 열었다간 저 냄새를 다 마셔버릴 것 같다. 뒤에서는 쓰러지는 놈들도 하나 둘씩 속출하기 시작했다.


"우우욱, 왜..?"


튀김채를 꽉 붙잡은 손을 떨며, 입을 가린  마법사가 대답했다.

이 녀석도 더 이상 이 짓을 할 때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다.


"무승부르 흐지 읂을래?(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이 짧은 말을 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어깨에 올려둔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마법사가 입을 가린 손으로 내 팔을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이...시발..."

마법사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다.


"이제 진짜 끝나가는  같으니, 난  통 더 가지러 갔다 올게."

주인장은 사형 선고를 내리곤, 다시 저장고로 내려갔다.


문이 닫히고, 주인장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가게에 있는 등신들의 뜻은 하나였다.

이 승부, 이제 아무래도 좋다고.


살고 싶다고.

통을  뒤로 숨겨둔 뒤, 테이블 위로 올라가 등신들에게 소리쳤다.

"잘 들어라 이 새끼들아! 여기서 살아 나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예정대로 승부를 끝내는 것! 그렇게 되면 배팅을 했던 놈들 중에 한쪽은 뒤지겠지!"


"아니, 애초에 그놈들이 벌칙을 받는다는 건,  술이 계속 이 위에 존재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랬으면 좋겠냐!!"

-아니!!!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모두가 살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알고 싶나!!"


-네!!!

"좋다! 그럼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너희들 모두가 살려면, 무승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지! 지원할 사람 있나!"

"저요!!"

용사가 손을 들었다. 역시 솔선수범의 귀감답다.


마침 이 녀석은 심사석에 앉아있고, 해야 하는 일 또한 심사석에서 가까우니, 모자란 시간을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나는 포크를 들어, 옆에 있는 검은색의 물체를 향해 내려 꽂았다.

용사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먹어라."


포크를 내밀었다. 용사는 굳은 채로 눈을 움직였다.

"이..이게 무승부랑 무슨 상관.."

"무승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냐?"

"스, 승패를 가릴 수 없다는 말이잖아..?"


"그래. 승패를 가릴 수 없다는 건, 일단 싸움이 성립 됐다는 말이지."

내 요리가 들어있었던  냄비를 엄지로 두드렸다.


"으으윽..! 을겠어..!"

인생에 있어서 후퇴라는 선택지가 없는 용사는, 어금니를 악물고 포크를 받아들었다.


"듣자듣자 하니까, 내 요리가 그렇게 맛없어 보여!? 아니, 그래 보이긴 하지만. 먹어보면 다를 수도 있잖아! 겉으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아, 제발. 이 판국에 그딴 지랄로 시간을 끌어야겠냐? 기껏 용사가 희생하겠다는데 뭐하는 짓이냐고. 니가 먹을 거냐? 아니, 애초에 먹을 수는 있냐?"


"당연하지!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못 먹을 리가 없잖아?"

용사의 손에 쥐어진 포크를 빼앗았다. 그 포크를 또 다시 움직여, 그걸 만들어낸 마법사의 손으로 넘겼다.

결자해지라는 말대로,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했다.

"빨리 먹으라고! 시간 없다니까."


"아니, 그래도 혼자서 하나를 어떻게 다 먹어?"


"니가 그걸 씹어 처먹고도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빨리 먹기나 해보라고!"

"진짜지? 니 입으로 말했다?


마법사가 음흉하게 웃었다. 마치 이걸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저놈은 정말로 저걸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보다.


"자, 봐. 먹었지? 내가 아무리 그래도  먹을 걸 만들었겠냐고~  빨리 알아서 처리해."

마법사로부터 포크를 인계받았다.

쿵!!


미친놈. 진짜로 못 먹을 걸 만들다니. 너는 정말 전설이다.

가볍게 헛구역질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졸도까지 할 줄이야. 덕분에 누구도 피해보지 않을 방법이 떠올랐다.

"야! 이거 빨리 한입에 넣기 좋게 뜯어 내."

마치 공주가 베어 먹은  사과와도 같은 검은색 덩어리를, 심사석으로 내던졌다.


가장 편한 방법이야 이걸 밖으로 던져버리는 거겠지만, 그럼 밖에서 이걸 주워 먹게 될 땅이나 동물들은 무슨 죄인가?

아까도 말했듯이,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하는 법이다.

~

"읏~차! 휴, 겨우 올라왔네. 자, 승부는 어떻게 됐지?"

"어, 주인장. 왔어?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초상집 분위기인 가게를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주인장이었다.

"일단 그 통  어디로 치워두고 얘기할까?"

"그래, 그래야겠다. 마침 무거웠거든."


우선 주인장의 무장을 해제시켰다.


"그래서 승부는 어떻게 됐는데?"


"무승부야."

"뭐?"

"무승부라고."


"비겼다고? 니 요리랑 시오 요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주인장.


설마, 아까 올라왔을 때 마법사의 요리를  것인가?

"그래. 저 놈들이 평가하는 거잖아. 딱 반반으로 갈렸다고."

당황하지 않고 연기를 계속한다. 등신들 중 한명이 헛소리만 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괜찮다.


"근데 시오는 왜 누워 있는 거야?"

"응? 아, 아아. 자기가 이기지 못한 게 충격이었나 봐. 바로 저렇게 엎어지더라고."


 구석에 있는 제리스를 손짓으로 불러들여, 마법사를 치우게 했다. 주인장은 그걸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봤다.


툭.


시발.

마법사의 입에 박아 넣은 치킨 쪼가리중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주인장의 눈이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길 바랬다.


"이봐 오로넬. 저게 뭐지?"

어깨 위에 손이 올라왔다.


"으, 응? 뭐..?"

초점을 잃은 눈으로 주인장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내가 본 치킨 쪼가리였다.

"설마..  건 아니지? 신성한 승부에서."


신성은 개지랄. 재고 떨이할 생각뿐이면서 이 새끼가.

"응? 아니지 오로넬?"

주인장의 눈에서 점점 빛이 사라져 갔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그것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어설픈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최후의 한 수를 준비해 뒀으니.

주인장의 손을 어깨에서 떼어내고, 꼬맹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씨발 튀어!!!"

멍하니 앉아있는 꼬맹이의 옷을 잡아채 문으로 달려갔다. 생존 본능 하나는 기가 막힌 다른 등신들도, 덩달아 탈주를 감행했다.


"거기 서라 이 새끼들아!!!"


 박자 늦게 추격을 시작한 주인장은, 한 박자나 늦었음에도, 뒤쳐져 있던 등신 몇 명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추격은, 거짓말같이 문 앞에서 멈추었다.


그곳에 멈춰선 주인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듯,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그럼, 내일 또 보지."

끼이익.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게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붙잡힌 자들의 신원을 파악해 나갔다.

"야, 마법사는? 두고 왔냐?"

제리스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네. 무거워서요."


그 표정에는 일말의 후회도, 연민도 없었다.

오직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있을 뿐.


"잘했다. 이제 이 좆같은 곳에서 벗어나자고."

"뭐야, 우리끼리 그냥 가자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어라 도망쳐서 여기까지  주제에, 양심까지 챙기려는 마부였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무언가를 얻으러면, 무언가를 잃어야 하는 법이다.


"그럼 다시 들어가서, 아까 그 냄새 맡을래?"


...

마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등신들도 대답하지 않았다.  정도로 심각한 물건이었다, 그건. 생화학 병기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다시 한 번 생존본능이 발동한 등신들은, 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으아아악!


산을 내려가는 도중마다, 정체 불명의 비명소리가 등 뒤를 찔러댔다.

그러나, 누구도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손끝에 남은 은은한 치킨의 냄새가, 후회 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날개 한 조각의 손실을 참았더라면, 남은 조각들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을 텐데.


 한 번을 참았더라면, 이렇게 쫓겨나지도 않았을 텐데!

지랄하고 있네.

치킨에서 다리와 날개를 빼면 뭐가 남는다는 거냐.


설령 1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나는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도망칠 때 챙겨온 날개 한 조각을 씹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치킨은,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온 음식 중, 가장 위대한 음식임에,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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