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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화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지구 평면설도 믿게 된다 [2] (89/108)



〈 89화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지구 평면설도 믿게 된다 [2]

'큰일.' 대체 얼마나 지랄맞은 일이 일어나야 큰일이라고 할  있을까?  머리는 그 기준점을 찾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일이야? 얼굴이 왜 그렇게 심각해?"

"응? 음, 좀 그렇지?"

뭘 말해야 니년이 만족할지 생각하느라 그런 거다.

아니. 일단 그걸 지어내기 전에 확인해야  것이 있다.

"어이 조. 넌 오늘 왜 말 타고 왔냐. 원래 잘 안타고 오잖아."

"그거? 또 라보랑 경주했어. 이제  걸?"

끼이익

"헥..헥.. 로드가 더 빠르네요.."

"넌 둘 다  이긴다니까?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이길 리가 없잖아?"

그럼 육식동물은 뭘 먹고 사는데.

그래도, 일단 이쪽은 확인했다. 다음은 마왕 쪽인데..

"너네는 왜  떨어진 건데? 애초에   모여 있냐?"

"어? 얼마 전에 성이 부서졌으니까 다시 고치는 거지. 떨어진 건 늘 미끄러지는 거기서 헛디딘 거고."

아직도 안 고쳤냐, 그거. 그리고 그 미끄러지는 곳은 대체 왜 폐쇄를 안 하는 거냐. 다른 놈들이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런 건 왜 묻는 건데?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말해 달라고."

마법사가 재촉했다. 그건 큰일에 대비하겠다는 얼굴이 아니라,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듣고 싶을 뿐인 얼굴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랑 맞는지 확인한 것뿐이니까 닥치고 있어라."

"내가 10년 동안 널 덜 팼구나. 아직도 그런 말을 씨불이는 걸 보니."

멋대로 올라가려는 중지를 말렸다.

확인할 건 끝났다. 내 거짓말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지만, 그건 전부 엄청난 우연. 기적과도 같은 개연성이 갖춰진 우연이었다.

그러니까,현실을 씹창내지 않고 이 위기를 넘기려면, 있을 법한,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개연성 따위 1도 없는, 그러면서 이 녀석은 만족시키고,  거짓말이 들통 나지도 않는, 그런 거짓말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볍게  좀 봐볼까.

"사실, 이 뒤에 드래곤이 나타나. 포효 한 번에 가게의 창문이 다 작살날 정도로 큰.."

-쿠오오오오!!!

쨍그랑!!

대체 왜.

"근데 흰놈이  번에 죽여 버리지."

-꾸에에엑!!!

쿵!!

땅이 흔들렸다. 흰놈은 어느새 자리에서 사라져있다. 이래도 아직 개연성이 있다고? 완전 개소린데??

"뭐야. 평범한 드래곤이잖아. 그거 때문에 과거로 온 거야?"

으, 으응? 드, 드래곤이 평범했나..? 신화속의 괴수 아니었나? 그때 분명 용사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등신들이 온갖 지랄을 다 떨었지 않나..?

퉁!

가게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흰놈이 돌아왔다. 그 몸은 드래곤의 피로 흥건했다.

"거지같은 드래곤놈. 짖으려면 조용한 곳에서 짖으란 말이다."

"드래곤을  방에 처리한 거야!? 아저씨 멋있어!"

용사의 칭찬 한 번에, 보는 사람 기분 더럽게 얼굴을 붉히고는, 흰놈은 자리로 돌아갔다.

"생각해 보니 지크가 있는데 큰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그럼이거 설마.."

이제 끝인가. 그래. 이제 머리를 쥐어짜는 것도 지친다. 이렇게 되기 전에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저 쓰레기를.. 쓰레기를.. 아 역시 먹기 싫은데.

"지크가 쓰러진 거지?! 그 다음에 우리한테 감당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야!"

"쿠허어억!!!"

"아저씨!!"

드래곤과의 싸움에서도 상처하나 없이 돌아온 흰놈이, 각혈을 하며 의자 뒤로 넘어졌다.

"시..트린.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너의 얼굴이라.. 다행이야..!"

"아저씨!!!"

그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며,용사는 울부짖었다.

이게.. 어떻게  거지? 난 아직 아무 말도..

쿠구구구구!!!

땅이 흔들렸다. 가게 전체가 흔들렸다.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금의 인류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미래의 인류가 보내온 침략군이 들이닥친 거지!"

콰직!!

술집의 지붕이 빵을 나누듯이 찢겨졌다.

그것은,인간의 형태를 한, 강철의 거신. 그 손은, 찍어 누르기만 해도 가게의 등신들을 터트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주위에는 거신을 호위하듯 순항중인, 하늘을 나는 전함과, 그곳에서 사출되는 삼각형의 비행물체가, 마을의 상공을 덮고 있었다.

마법사의 말대로 현실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이상한 힘이 마법사에게 넘어간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답이 없잖아. 여기서 뒤지겠는데? 10년뒤까지는 살 수 있게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일단,  난장판을 없던 일로 해야 한다. 나에게 아직 그 힘이 남아있든 없든 상관없다. 분명 이 한마디만 하면, 이건 없던 일이 될 것이다.

"아니. 그딴 일은 없었고."

턱!

지붕이 돌아왔다. 지진이 멎었다.

흰놈이 다시 일어났다.

"..?"

흰놈 스스로도 왜 쓰러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 아닐 없다.

"에~이. 그 정도도 아닌데 큰일이라고?"

"세상만사에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이제 아무래도 좋다. 이 꼴을 봐선, 다른 놈들이 입을 열어도 현실이 바뀌고 말 거다. 진짜로 큰일이 나버리기 전에, 이걸 끝내야 한다.

어떻게 잘만 둘러대면, 저 쓰레기를 먹지 않고 끝날 수도 있다. 하다못해 입에 머금고 먹은 척이라도 할 의향이 있다. 아무튼 이 씨불이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정신 나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 잠깐만. 씨불이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그래. 내가 한 마디만 하면, 이 쓰레기를, 먹지 않아도 되잖아..?

처음부터 이걸 떠올렸어야 했다. 이런 힘이 있는데 마법사를 만족시켜서 벌칙을 벗어나려 하다니, 내가 너무 쫄보였다.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이게 다 난데없이 지랄을 시작한  녀석 때문이다.  녀석이 첫 번째 고순조를 먹고 정신을 차렸다면, 나는 이런 일을 겪고 있지도 않았겠지.

이 두 번째 고순조는, 깨우치지 못한 너의 몫이다.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짓말로, 니가 스스로 먹게 만들어주마.

"그럼 대체 뭐냐고.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라니까?"

"사실, 니가 고순조를 먹어."

ㅡ!!

현실이 바뀌어 가는 것이, 이제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힘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건지는 아무래도 좋다. 그저 저 쓰레기만 치울 수 있다면, 난 망설임 없이 이 힘을 휘두르겠다.

"고등어 순살 조림 나왔습니다."

젠의 손이 마법사의 자리를 향해 움직였다. 마법사는 자신의 자리를향해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잠깐만, 이걸 내가왜 먹어야 하는 거지?"

역시 이 놈은 만만히 볼 놈이 아니다. 지금까지 찾지도 않던 개연성을 이제서야 찾다니, 자기 몸이 위험할 때는다르단 건가.

"왜냐니, 니가 내기에서 졌으니까지. 용사놈이 한 번에 거짓말인 거 알아차렸잖아."

"맞아, 시오. 미래 같은  아무도 안 믿는다구."

용사가 맞장구를 쳤다. 이제 현실은 완벽하게  말대로 바뀌었다.

마법사는 저항하는 일 없이 식기를 움직여, 그 쓰레기를 입 속으로 넣었다.

~

"저.. 선생님."

저녁이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 시오는 자리에 앉아 눈앞의 남자를 부르고 있었다. 조리 후에 남은 고등어들의 잔해들을 처리하고 있던 남자는, 시오의 부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마법사님?"

"또 요리에다가 구토유발제 같은  넣은 거 아니지?"

"그 남자 같은 특수개체가 아니면 함부로 넣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조리법대로, 정량을지켜서 조리했습니다."

"음..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어떤 게 말입니까? 원래 이걸 먹는 게 이상한 짓이긴 합니다."

"이 새끼. 웃고 있는데?"

그 옆에는, 한입을 베어 먹은 고등어에 머리를 박은 채,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끔 가다 이런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얼굴은, 생전 처음 보는 걸 목도한 표정이었다.

"흐음.. 가끔 가다 경련을 일으키는 음식이구나. 대체 뭐하는 음식이야, 이거..?"

"존재해선 안 될 음식이지요."

"나도 잘못하면 저렇게 될 뻔했네. 내기에서 이겨서 다행이다, 진짜."

남자의 몰골을 다시  번 확인하고,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오였다.

"마법사님이 졌으면 재료부족을 핑계로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위험한 걸 걸고 내기를 제안한, 저 남자를 응징할 생각밖에 없었으니까요."

"..근데 아까는 왜 줬어?"

"..."

"너 나 싫어하냐?"

"아, 아닙니다. 아까는 그.. 무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싫어하냐?"

"아, 아니 그ㅡ"

그날,  저주받은 음식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오로넬을 챙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데이린만이 신이  채, 밤늦게까지 스튜를 만끽했다.

이튿날,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일찍 출근한 제리스에 의해, 그는 가게의 구석에서, 숨 쉰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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