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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2] (100/108)



〈 100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2]

"훗, 화약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지!"

제자년이 허리에 손을 얹고, 대가리를 치켜들며 입 꼬리를 한껏 상승시켰다.

"진짜?! 얼마나?"

 말에 가장 환호한 건 마법사였고,

"어.. 어..?"

가장 당황한 건 마왕이었다.

모든 물자를 전방에몰빵하면서까지 눈앞에서 치웠던 물건이, 사실은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뺨이라도  대 처맞은 기분이겠지.

"어떻게 가지고 있냐고? 당연히 '밀수' 했지!"

똑같은 소리를 세관에서 해도 미친놈 소리를 들었을 텐데, 세관보다 훨씬 높은, 국가 그 자체인 왕이라는 놈 앞에서 저걸 당당하게 씨불일 줄은 몰랐다.

"저.. 오로넬? 저 사람,  제자라고 안 했었나..? 내가 아무리 무능해도, 저렇게 범죄를 자백하는데 눈 감아 줄 수는.. 음,   알지?"

이거 봐라. 숟가락을 아주 목구멍 안까지 들이밀어 버리는데, 거식증 환자라도 이건 삼킨다.

"니 맘은 모르겠고, 끌고 가려면 빨리 해라. 저놈 도망친다."

"어, 잠깐, 나디아? 싸부?"

"하.. 정말 유감이야."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내비치며, 마왕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가게의 천장을 뚫고, 후드를 뒤집어  해골  마리가 나타나, 순식간에 제자년의 팔을 꺾어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잠깐, 잠깐, 잠깐! 농담, 농담! 여기 세관 같은  없잖아! 금지품목 같은 거 없잖아앗!!"

자기 입으로 밀수라고 씨불여 놓고 그런 게 없다니, 미쳐버린 제자에게 스승이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절연뿐이다. 부디  나라의 법도에 따라 죗값을 치르고, 나와는 인연이 없는 곳에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진짜 제정신인가, 이 새끼.

흰놈이 이유 없이 이놈을 패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한  같았다.

"어, 어. 빨리 풀어줘. 그리고 돌아가. 아, 천장은 고쳐놓고."

명령에 따라 제자년을 풀어주던 해골들이, 마왕을 쳐다봤다. 그 공허한 시선 속에서 왠지 모를 차가운 분노가 느껴졌다. 그래도 왕인데 까라면 까야지. 면상이 없는데도 표정 관리를 못 하는 놈들이다.

"싸부는 농담도 못 해요? 으, 팔이야."

"니가 헛소리 하는 걸 벼르고 있는 인간이 있는데 함부로 입을 열면 쓰나."

"네?그게 누군데요?"

"나."

"아."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손바닥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대는 제자년이었다.

쪼개기는. 진심인데.

"그보다 너. 화약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그 손을 떼어내며, 마법사가 물었다. 이놈의 관심사는 오직 화약 하나뿐이었다.

"어.. 글쎄? 연막이나 폭탄 만들려고 가져왔던 건데, 암살 의뢰가 하나도 안 들어와서 그대로일 걸? 몇 상자나 있었는지 기억이  나네."

"몇 상자!? 몇 상자나 있다고!! 빨리 가자! 그것만 있으면 할 수 있겠어!"

"자, 잠깐만! 뭐 때문에 필요한 건지는 들어야 주든 말든 할 거 아냐!"

"불꽃놀이 한댄다, 불꽃놀이."

나는 그 질문에 즉답했다. 마법사와 제자년이 눈앞에서 사라져 준다는데, 협력을 아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네? 싸부, 뭐라고요?"

"불꽃놀이 모르냐? 하늘에서 터지는 쓰레기 쏘는 거. 그거 하겠다고 저 지랄이니까, 그냥 화약 몇 상자만 쥐어 줘라."

"아, 그거요? 그거 예쁘죠!"

"그치, 그치? 갑자기 하고 싶어지지? 갑자기 화약을 주고 싶어지지?"

마법사가 끼어들었다.

"음.. 그럼 싸부도 오시면 드릴게요."

제자년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그 손가락을 그대로 나에게 향하며 개소리를 지껄였다.

"거기서 왜  걸고 넘어지냐? 니가 보고 싶으면 주고,  보고 싶으면 안 주면 되지."

불꽃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는, 완강히 저항했다.

"아, 저도 보고 싶긴 한데, 이 여자랑 둘만 가긴 그렇잖아요. 절 죽이려고 한 여자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그때 마법사가 이 녀석을 처리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가게에 조 녀석이 있을 거 아냐. 그놈을 쓰라고."

"에이, 조지는 어차피 쓸 거였어요. 그거 말고 내려갈 때 말이에요."

마부는 그저 마부일 뿐이었다.

"내려갈 때 뭐?"

"내려갈 때 둘이서 가는  싫다고요오."

"그건 니 사정이고. 싫으면 따로 내려가던가."

"네, 맞아요. 제 사정이죠. 화약을 주는 것도 제 사정이고요."

제자년이 손가락을 튕겼다.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기가 이긴 줄 아는가 보다. 애초에 이쪽은 싸우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씨불이고 혼자서 이기는 놈이다.

"그러냐. 그럼 안 하면 되겠네. 불꽃놀이."

"네?"

멍청한 년.  입으로 하고 싶다고 해놓고,  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는 건 뭐하는 짓이냐, 대체.

"싸.."

"아, 오로넬! 그러지 말고 한 번만 같이 가줘라! 다음 주에 옆 마을에 가서 괜찮은   구해다 줄게! 응?!"

"..크흠!"

하마터면넘어갈 뻔했다. 마법사년, 갑자기 술을 들이대며  협상 테이블로 끌고 가려 하다니, 옆에서 계속 가만히 있던 건, 이 회심의 한방을 위해서였나.

"아니, 술이고 자시고, 애초에 니가 사과하면 되는 일 아니냐? 니가 저걸 죽이려고 했다며?"

"저게 아니라, 애쉬. 당신 제자요."

하지만 그깟 술 따위로는 여기에 앉아 있으려는 의지를 움직이기엔 부족했다. 일단 술은 받겠지만, 거기에 더해서 그 마법사님께서 저 골빈년에게 머리통을 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꺼이 일어서  용의가 있다.

"뭐? 내가 왜! 그럴만한 일,  적 없다고."

"봐요! 애초에  잘못한 줄도 모른다니까요, 이 여자!"

"엉? 애초? 애초하고 했냐, 이년아? 애초는 니가 우리  앞에서 얼쩡거린 게 애초지??"

"니가 순순히 싸부가 있는 곳을 불었으면 그런 귀찮은 일도 안했겠지?!"

당장에 화약을 얻는 방법은 저 골빈년의 원조밖에 없는데도,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의 고개를 떨궈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골빈년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골이 비었다는 것을 무기로 삼은 그년은, 앞뒤도 맞지 않는 개소리를 늘어놓으며 마법사의 논리를 흐지부지하게 넘겨버리고 있었다.

쾅!

"이게 진짜!  같은 소리만 하네!?"

마법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난 처음부터 니가 개 같았는데!? 딱 봐도 약골같이 생긴  싸부 옆에 앉아서는. 니가 술을 갖다 바치지 않아도저 사람이 널 상대해 줄까!?"

"밖으로 나와 이년아!"

"넌 오늘 뒤졌어!"

문가에 서있던 제자년이 그것을 세차게 열어젖히며 밖으로 나갔고, 씩씩대는 마법사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뭐, 아무래도 좋다. 이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으니.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email protected]%!!$^!%

하지만 바깥에선 여전히 사나운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여자란 9할의 싸움을 입으로 해결하는 족속들이 아니었나. 내가  기대한 거지. 애초에 마법사가 암살자를 상대로 전면전이 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어이. 어이! 오로넬!"

"응? 뭐."

마왕이 속삭이기라도 하듯이 입에 손을 가져다대곤, 큰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제발 자기가 하고자 하는 행위만큼은 확실하게 정하고 움직였으면 한다.

"저거 괜찮아? 저렇게 내버려 둬도? 조금 있으면 지크가  텐데?"

그러고 보니 웬일로 시간까지 흰놈이없다. 어제 '무려' 다섯 잔이나 마셨으니, 늦잠이라도 잔 건가.

"그게  어쨌다고."

"저거 아무리 봐도 곧 싸울 거 같잖아."

아무리 봐도 싸우고 있는  맞는데. 이놈들은 꼭 주먹으로 치고받아야 싸움인  아나.

"가게 밖에서 싸워도 얄짤없다고, 지크는! 저대로 놔두면 둘 다 참수형이야!"

"그건 너한테만 적용되는 형벌이고."

"..."

입은 다물고 있었지만, 얼굴로는 확실하게 욕을 하고 있는 마왕이었다.  대상은 내가 아닌 흰놈인 것 같지만.

"마법사님이 사라지면 당신이 마실 술은 누가 가져오지?"

이번엔 젠놈이 입을 털었다. 가만 보니  새끼들, 자기는 말리기 싫으니까 이딴 개소리들을 나한테 씨불이는  같은데, 그런 거라면 이쪽에도 생각이 있다.

"야, 더벅머리."

"ㄴ, 네? 저 말인가요..?"

나도 다른 놈의 힘을 빌어서 내 술을 지키도록 해야겠다.

"지금 저놈들, 너 때문에 싸운다는데? 못 들었냐?"

"네? 그랬나요? 저,  아무것도  했는데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렇지. 니 입으로  주변에 있는 인간들은 불행해진다며? 그러니까 저놈들도 싸우고 있는  아니냐."

"그, 그럼 또 저 때문에 사람들이..!"

"그래. 빨리 가서 말려."

아직 던져줄 말이 마디는 더 남아 있었는데, 뭐라 들리지도 않는 말을 외치며 더벅머리는 달려 나갔다. 운이란 건 언제나 지 좆대로 찾아오는 놈일 뿐인데도, 자신과는 상관도 없는 주변의 불행에 대한 저놈의 책임감은, 내 생각보다도 상당했다.

"진짜 쓰레기다, 너."

"쓰레기군."

나한테 짐을 떠넘기려한 놈들이 잘도 지껄인다.

"그럼 처음부터 니들이 가던가. 쫄아가지고 개소리나나불대는 놈들이."

"..."

"..."

덧붙일 말은 없는 모양이다. 지까짓 것들이 감히 누굴 이용해 처먹으려고.

탕!

싸움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벅머리로는 저놈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난 모른다? 저놈들끼리 싸우다가 저놈들끼리 뒤진 거다?"

미리 못을 박아두고, 술을 들이켰다. 이제 저 문으로는 한 명밖에 돌아올 수 없겠지. 아니, 더벅머리까지 두 명인가.

어, 뭐야.  술이 없지?

분명 절반가량의 술이 남아있었는데, 아무리 술잔을 들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오로넬, 오로넬."

꼬맹이가 옆구리를 찔러댔다. 나는 술잔에 입을 붙인 채, 그 벽을 혀로 더듬는 중이었기에, 눈을 움직여 그놈의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물 새."

그제서야 하반신에 튀고 있는 액체의 존재가 느껴졌다. 바닥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아까운  럼주는, 술잔의 옆에 뚫린 자그마한 구멍으로부터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

이 구멍, 분명..?

탕! 탕!

생각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나는 본능적으로, 테이블 아래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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