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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7] (105/108)



〈 105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7]

"헉.. 헉.. 이 십새끼들..!"

"뭐야, 오로넬. 빨리 왔네? 반나절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면상에  한 방울조차 맺혀있지 않는 마부가 주둥아리를 놀렸다.

아무리 가을이라지만, 이걸 들고 여기까지 뛰어온 건 충분히 더울만한 이유가 되었다. 땀범벅이 된 이마에서 눈가를 향해 물줄기들이 쏟아졌고, 나는소매를 문질러 그것을 닦아냈다.

진작에 도착한 등신들은, 마법사의 방으로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수레 옆에서 멍청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꼬맹이가 날 발견하고는 다가와, 늘 그렇듯 내 왼편에 섰다.

"야, 이거 올려놓고 와."

손바닥으로 그놈의 머리를 치며, 일을 떠넘겼다. 이놈들은 편하게 왔으니, 이거라도 더 해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응."

꼬맹이는 별일도 아닌 것처럼 상자를 번쩍 들어, 여관을 향해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이놈을 부려먹으려면 뒤에서 지시를 해줘야 했다. 아무것도 안 한 마부한테나 시킬 걸. 그런 생각을 하며, 찝찝해진 몸을 이끌고 꼬맹이의 뒤에 따라붙었다.

"오. 빨리 왔네, 오로넬? 너  때까지 좀 쉬려고 했는데."

마법사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빨고 있었다. 그놈의 옆에서는 자그마한 숟가락으로 컵을 젓고 있는 깡통이 보였다.

"저기 올려 놔."

방의 구석에정돈된  쌓여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응."

꼬맹이는 힘든 기색도 없이 운반임무를 완수하였다.

"이제 끝이냐?"

남은 건, 술과 안주가  날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곳에  이래로 '기대'라는 감정은 나가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오랜만에 생존신고를 하는 기대였다.

"어디보자. 아마.. 3일 정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와! 불꽃놀이다, 불꽃놀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제자년이, 드러누운 채 팔다리를 펄럭거렸다.

"저, 저 그런데.. 그건 필요 없으신가요?"

"어? 뭐?  필요한 게 있었나?"

더벅머리가 나긋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자년의 뒤에 서있는 그놈은, 제자년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여튼 중간이 없다.

"포, 폭죽 대포요. 그게 있으면  높이 쏠  있는데.."

"맞다! 그런 것도 있었지! 아.. 그럼 지금 당장 옆 마을에 주문을 넣으러 가야겠는데? 3일 안에 완성이 되려나?"

의자를 돌리며 마법사가 턱을 어루만졌다. 옆에선 아직도 깡통이 컵을 든 채였다.

"그럼 니가 만들던가."

"두개를 동시에 하는 게 시간이 더 걸리니까 그렇지, 이 멍청아."

"그러냐."

어차피 내가 알바는 아니었기에, 멍청이 소리를 들어도 그냥 넘겨주었다. 멍청이쯤이야.

"저, 저도 만들 수는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놈, 대장장이였지.

"응? 아.너 대장장이라고 했었지? 휴, 좋아. 일단, 대포는 얼마나 만들어 봤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제서야 컵을 받아드는 마법사였다.

"하, 하나요.."

그 대답은,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그닥 좋지 않아 보이는 대답이었다. 입가를 향해 컵을 가져가던 마법사도, 그 말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

“하나?! 꼴랑 하나 만들어 봐놓고 만들 수 있다고? 대포가 장난이야? 그러다 오발이라도 나면? 땅바닥에서 그게 터지면 어쩔 거냐고?!”

"죄, 죄송해요.."

더벅머리가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하나밖에 안 만들어 봤다는 건, 완전 졸작이었단 거 아니야? 아직 살아있긴 해, 그 하나는?"

어디서  화가 난 건지, 마법사는 쉬지 않고 더벅머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마, 마가리스에 있다고 들었어요.."

..!?

"뭐? 마가리스에 대포가 어디 있어? 내가 다 바꿨는데."

..아니, 하나가 남아있다. 저놈이 갈아치운 재래식 무기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포 하나가.

"아. 잠깐만. 너, 그 대포 이름이 설마.."

마법사도 무언갈 떠올린 모양이다.

"자, 자비요.."

그래. '자비'. 본래 '자비와 평화' 라는 이름을 가진  '거포'는, 두개가 한 쌍을 이루는 무기로써 마가리스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익명에 붙일 것을 요구한 대장장이가, 성의의 표시로, 먼저 만들어진 '자비'를 마가리스로 보냈다고 하는데, 그 뒤로 '평화'가 마가리스의 땅을 밟는 일은 영원히 없었다.

그 거포의 너무나도 '자비'가 없는 살상력에, '평화' 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무기의 살상력이 좋아도 어느 정도지, 오죽하면 그걸 시연했던 장소를 보며 운석이 떨어졌다고 믿는 놈들도 있을까.

"..."

"..."

두 놈은 서로 말이 없었다. 대포를 하나밖에 안 만들어 봤다며 더벅머리를 무시한 마법사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 만든 게 아니라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뭐 필요한 거 있어?"

그리고 마침내, 마법사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그 말이 말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완벽하고도 깔끔한 패배 선언이었다.

일말의 논리와 물리력의 개입도 없이 이놈을 꺾다니, 그 괴물 같은 물건을 실제로 보지는 못 했지만, 저 선언 하나만으로도 그 대포가 얼마나 정신 나간 물건이었는지는 확실하게   있었다.

"그, 그럼 작업 도구들을 좀 볼 수 있을 까요..?"

"어, 어. 이쪽으로 와."

마법사와 더벅머리는 그렇게 작업실로 사라졌다.

이제 이 공간에 있을 이유도, 있던 이유도 사라졌다. 꼴을 보아하니  두 놈 모두, 준비가  될 때까지 술집에도 오지 않을 기세다.

등신들  놈과 자기만족을 위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이라도 받으면 몰라.

아니, 이놈들한테는 돈도 필요가 없지.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만족된 상태인 이놈들이기에, 이런 미친 짓을 거리낌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어, 싸부. 가려고요?"

"그래. 이제 여기 있어봐야 뭐하냐? 너도 빨리 꺼져줘라. 그렇게 누워 있다가  총 맞는다."

"그럼 오늘 싸부 옆자리엔 제가 앉아도 되죠?  여자는  올  같은데."

제자년이 몸을 일으키며 끔찍한 소리를 내뱉었다. 저걸 주워서, 다시 저 입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나는  번이고 저 말을 쑤셔 박을 자신이 있다.

"내가 말한다고 들어 처먹을 생각은 있냐?"

"야호! 빨리 가요!"

시발. 들을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차라리 마법사의 방에 남아, 폭죽을 만드는 걸 도와주는 게 더 정신 건강에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과일가게 사장과, 그 점원에게 끌려갔다.

~

"..그래서요. 제가 그놈의 명치에 단검을 팍! 꽂으면서 말해줬죠. 업계인의 친절이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요. 크~ 멋있지 않아요? 살면서  해보고 싶었던 말이에요."

이 같잖은 소리를 귓구멍에 출입시킨 지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리고ㅡ"

마법사는 꾸역꾸역 대답을 들어야 다음 개소리로 넘어갔는데, 이놈은 내가 뭘 하든 상관없이 정해진 수순마냥 다음 개소리로 넘어간다.

대화라는 건, 분명 상호간에 오고가는이야기를 말하는 것일 터인데,  행위에는 '상호'도,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고문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야, 그거 맛있냐?"

관심도 가지 않던 꼬맹이의 스튜에 흥미가 생기는 날이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응."

 개소리를 떨쳐내려고 하는 짓인데, 참 길게도 대답하는 꼬맹이였다.

"뭐가 그렇게 맛있는데? 설명이라도 좀 해봐."

제발 좀 '길게' 말 해봐.

"이 고기랑 국물이.."

나는 더욱 귀를 기울였다. 꼬맹이의 목소리에 집중을 하자, 제자년의 개소리가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맛있어."

"이 시발, 길게  말하라고, 길게! 한 번에 두 마디 이상이라도  하면 뒤지는 병이라도 있냐?!"

“어......”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눈으로, 꼬맹이가  쳐다봤다. 그 눈에는, 열불을 내고 있는 내 모습만이 비춰지고 있을 뿐이었다. 자괴감이  배로 닥쳐온 나는, 닥치고 의자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게 또ㅡ"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다시 커졌다. 앞으로 5분이 지나면, 마법사가 말한 3일이 넘어가는데,  뒤로는 뭘 생각하며 하루를 버텨내야 할  모르겠다.

모쪼록, 일주일을 넘기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때가 되면 내가 죽거나, 저놈이 죽어 있을  같으니.

"그랬다니까요, 싸부. 웃기죠? 하하하."

하하하, 병신아.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시도 때도 없이 쪼개대는 건지,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놈들이 부러워지기는 처음이다. 그렇다고 저놈들처럼 되고 싶진 않지만.

술에 몸을 맡기려는 생각도 해 봤지만, 다른 술들을 마실 수 있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뱃속에서 럼주를 거부하고 있어, 술에 취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하.. 오늘도 이쯤 해야 하나.

..피융ㅡ!

..!!

스튜를 주문하려는 꼬맹이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찰나에,  소리는 들려왔다.

하늘을 향해, 기어들어가는 듯이 점점 작아지는, 심지의 소리.

그리고, 그 뒤를 쫓아가듯 따라붙는, 폭발의 소리.

펑!!

"불꽃놀이다!!!!"

쌓아뒀던 좆같음을 모두 터트리며,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영혼 마냥, 나는 밖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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