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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8] (106/108)



〈 106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보면 재에 맞으니 조심하자 [8]

피융ㅡ! 피융ㅡ!

하나의 폭죽 소리가 두개로 늘어났고, 어느새 불꽃놀이라  수 있을 정도의 폭죽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3일 동안, 듣기도 싫었던 개소리를 강제로 들어야만 했던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그 소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서, 발사대에 매달린 채 불을 뿜고 있는 폭죽들과, 그 앞에 서있는 네 개의 형체가 보였다. 두 놈은 마법사와 더벅머리일 것이고, 남은 두 놈 중 하나는  발을 땅에 짚고 있었으니, 아마 늑대와 마부일 것이다.

"와~! 잘도 터진다."

폭죽의 바로 아래에서, 마부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저긴 재가 존나게 떨어질 텐데.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고, 재의 낙하지점 밖에서 등신들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나저나,  뭔 짓을 하기에 앞서서, 꼭 고함을 질러 광고를 한 뒤에 행하는 마법사가, 오늘은무슨 바람이 분 건지 답지도 않은 깜짝 파티를 준비해왔다.

"아이, 시발. 불이 붙어 버렸네. 다른 놈들한테 보여주고 터트리려고 했는데."

"내가 그래서 담배 피지 말라고 했지?"

미친 새끼.

깜짝 파티는 본인도 원한 바가 아니었나 보다. 자세히 보니, 발사대에 붙어있던 놈들이 운이 좋았던 거지, 상자 옆으로 삐져나와 있던 폭죽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어휴, 쯧. 이미 붙었으니 어쩔 수 없네. 남은 거라도 들고 올라가자. 늦으면 술이 식었다고 오로넬이 지랄할게 뻔해."

"저기 있는데?"

"어. 진짜네. 니가 웬일이냐?"

마법사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습을 확인했다. 확실히, 평소라면 저놈들이 오든, 불꽃놀이를 하든, 자리를 지키고 술이나 마시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니, 이 3일간은 달랐다.

아무리 무시한다고 애를 써도, 3일 동안 쉬지도 않고 주절거리는 그 소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건 마치, 결코 나에게 달라붙지는 않지만 영원히 주변을 맴도는 모기새끼와도 같았다. 아니, 심지어  새끼는 달라붙기까지 했다.

"살려줘, 시발."

그 한마디에, 3일간의 일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마법사가 흥미로운 듯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얼굴을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울상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당히 좆같은 표정이었을 거라 장담한다. 그걸 말하면서도 좆같아졌으니 말이다.

마법사가 빨고 있는 담배를 꺼내들어 연기를 뱉어냈다. 뒤에서는 폭발음이 이어지며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웨스. 그것 좀 줘봐. 작대기. 어. 그거."

그러고는 작대기라고 부른 기다란 물건을 건네받더니, 그 끄트머리에 담뱃불을 지졌다.

"싸아아부우..!"

기척도 느껴지지 않던 제자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벽한 잠행이었지만, 마지막에 목소리를 낸 건, 실수축에도 끼지 못하는 병신 짓이라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뒤를 덮치려는 그놈의 손길에서 손쉽게 벗어났다. 시선의 끄트머리에서,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제자년의 손이 보였다. 담배를 문 채, 그놈을 향해 빨간색 작대기를 겨누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도 함께.

시발, 잠깐만. 저거..

"익스플로전."

폭죽이잖아.

피융ㅡ!

낮고 둔탁한 폭발음이 뒤를 따랐다.

황급히 몸을 던져 피신한 나는, 목숨을 부지했음에도 그 아래에서 올라오는 익숙한 냄새에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씨발. 은행."

내가 볼 땐,  동네 은행은 다람쥐들도 포기한  맞다.

"이 여자가 미쳤나, 진짜! 사람을 쏘면 어떡해!!"

"이게 마법이지. 어때, 내 폭발마법이?"

역겨운데.

"진짜 폭발이 뭔지 보여줘?! 이.."

"그만."

엎어진 몸을 수복하고, 다시 그것을 일으키려는 제자년을, 발로 밟아 저지했다.

"그만. 그만!"

그리고,  발에 밟혀 있는 제자년을 그냥 밟았다. 지난 3일간,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놈의 감시와, 태양의 빛이 사라진 이 때를.

거지같은 년. 3일 동안 씨불이고 싶은 대로 잘도 씨불였겠다? 그냥 패고 싶은 것도 아니고, 뒤지게 패고 싶게 나댔겠다?

"어! 어! 싸부! 왜! 그러시는! 거에요!"

밟히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는 제자년이었다. 등이 밟힐 때마다, 눌려진 그놈의 배에서, 목소리가 터지듯이 퍼져나갔다.

"크흠."

엉?

피융ㅡ!

마지막 폭죽이 하늘 위로 몸을 불살랐다. 그 마지막 불꽃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얘들아! 빨리 올라와!!"

그 빛이, 가게의 입구에 모여 있는 등신들을 비추었다. 손을 흔들며 외치고 있는 용사가 보였고, 그 옆에서 헛기침을 하며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흰놈이 보였다.

용사의 기분이 그야말로 최고조였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이런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흰놈의 철권제재가 날아왔겠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의  근처에 손날을 갖다 대며 흔들어 댈 뿐이다. 말로 할  그만하란 소리겠지.

"시발."

그래도 이대로 끝내는 건 내 정신건강에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제자년의 옆구리를 걷어찬 뒤, 그놈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으흑흑, 대체 왜 그러세요, 싸부.."

"진짜 몰라서묻는 거냐?  번 더 가르쳐줘?"

"아니요, 아니요. 알아요. 알겠어요."

그 일기장을 보고  뒤로, 나는 확신이 들었다. 이 년은 스스로가 저지르는 개짓거리에 대해, 내가 보일 반응을 꾀고 있다. 알고서도 하는 거다. '스승의 관심' 이라는, 아주 거지같이도 뒤틀려진 감정 때문에.

-시오! 시오! 시오!

등신들이 마법사의 개선을 환영했다. 마법사는 숨길 생각도 없이 만족스럽게 쪼개고 있는 면상을 치켜들었다.

"아직이다!! 아직 폭죽은 한 무더기나 남았다고!!!"

기세를 몰아, 마법사는 등신들의 기대치를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오늘은 나조차도, 아니,  간조차도 흥분을 했으니, 등신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와!!!

"와!!!"

용사도 흰놈의 소매를 붙잡고는, 자신의 팔과 함께 공중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그게 빈 소매였던 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나름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흰놈이었다.

곧이어, 음주운전을 염려한 마부를 대신해, 어마어마한 양의 술과 안주들을 홀로 운반해  늑대가 정상에 도달했다. 순식간에 등신들에게 에워싸인 늑대는, 그놈들에게 미친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헥.. 헥.. 저는 좀 쉬어야겠어요.."

-죽지마 라보!!!

-주인장!! 어서 이 상냥한 늑대에게 물을!!!

굳이 쉬겠다는 놈의 입에 물을 들이 부으며, 기어이 늑대를 다시 일으키고야 마는 등신들이었다.

"야!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가운데에 정리해서 깔아!"

짐들을 풀어헤치며, 마법사가 등신들을 다그쳤다.

"와, 시발.이게 다 뭐냐?"

동대륙에서는 보지도 못한 수십 개의 술들과, 내가 주문한 닭꼬치를 비롯한 수많은 안주들.  산해진미들이 등신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아, 그래. 돈을 내면 이런 것도 먹을  있었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등신들은 축제의 준비를 서둘렀다.

"웨스! 잠시 이것 좀 봐줘!"

아까까지 여길 들쑤시고 있더니, 또 어느샌가 다른 곳을 쑤시고 있는 마법사였다.

그곳에는, 대포라기엔 조금 크고, 폭죽을 쏘기 위해 만든 것 치고는 조금 살벌한, 원통형의 쇳덩어리가, 하늘을 향한 채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거.. 이거 맞아? 쏘다가 돌아가면..?"

"저, 저도 만들기만 해 봐서 고정은 좀.."

제발. 제발 다른 놈들을 불러라. 만약 그대로 묻어두고 쏘겠다면, 나는 이것들을 챙겨서 가게 안으로 돌아갈 것이다.

"잠깐만! 대포 좀 만져 본 사람 없어!? 이것 좀 박아봐!!"

-으을극긁ㄹ..! 대포..?

갑자기 등신 몇 놈들이 입에 거품이라도 문 듯, 뒤져가는 소리를 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증상을 호소하다니, 마법사가 한 말에 문제라도 있었나?

고통을 호소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등신들이, 한 남자에게서 시선을 멈추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젠이라는 이름의 남자에게서 말이다.

-차려포!!!!

그렇게 외치며 달려 나간 등신들의 무리는, 연장도 없이 미친놈처럼 땅을 파내더니, 저들끼리 대포를 들어 옮겨, 그것을 완벽하게 고정하는데 성공했다.

-차려포 끝!!!!

마무리로 고함을 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웨에에엑!!

그러고는 하염없이 구역질을 했다. 축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초를 오지게도 치는 놈들이다. 차려진 술상의 규모를 봐선, 조만간 구역질  놈들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구역질을 한 건 더러웠지만,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 무언가의 의식 덕분에, 대포는 한 치의 비뚤어짐 없이, 완벽한 수직을 유지한 채 바닥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오, 이제  거야?"

굳이 발로 차며 그것을 확인해 보는 마법사였다. 똥과 된장을 구분하는 수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줘도, 한 번은 찍어 먹어볼 놈이다.

"자, 그럼! 다들 잔 들어!! 이제 첫 발 간다!!"

상자에서 꺼낸 원형의 탄환을 들어 올리며,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 등신들은 저마다 알  없는 소리들을 지껄이며, 잔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대포에 불이 점화됐고, 마법사는 부리나케 이쪽으로 달려와,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낚아챘다.

그리고..

쾅!!!

땅을 울리며 발사된 탄환이, 하늘로 솟구쳤다. 멈출 줄을 모르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그 탄환은, 어느새 달의 영역까지 도달해,  몸에 월광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제 좀 터지지?

펑!!!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팝콘마냥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탄환의 껍데기가, 형체를 잃고 그 속에 감춰두었던 수많은 불꽃들의 봉인을 풀었다.

-!%#$!$!!!

등신들은 저마다의 말로, 폭발을 즐기는 말들을 내뱉었다. 뻥이요를 외치는 놈, 시발을 외치는 놈, 말없이 술만 마시는 놈, 들고 있던 안주를 집어던지는 놈. 덧없이 지는 그 불꽃의 아래에서, 등신들의 숫자만큼 불꽃놀이가 개최되었다.

"오늘은 저거 다  때까지 집에 못 가!! 중간에 엎어진 놈들한테는 폭죽 쏠 거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걸!"

벌써부터 딸국질을 해대는 마법사의 손에는, 아까의 그 작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익스플로전!' 이라며 진심으로 씨불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그 폭죽을 맞게 될  그놈 자신으로 보인다.

"야. 지크. 넌 상도덕도 없냐? 이쪽으로 뭐 하나라도 던져봐."

가게의 문턱너머에서 쓸쓸히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던 주인장이 흰놈에게손짓했다. 흰놈은 곧바로 바닥에 있던 은행을 주워, 주인장의 머리를 향해 내던졌다.

"이 ㅆ..! 너 두고 봐!"

드물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화를 내는 주인장에게 은행을 던져대는 흰놈이었다.

"예뻐."

"오. 니 입에서 맛있어 말고도 나오는 말이 있네."

꼬맹이의 손에는 건더기가 떠다니는 포도주스가 쥐어져 있다. 마법사는 술이 아니라며 이를  물고 부정했지만, 그렇게 믿음이 가진 않는다. 뭐, 나도 오늘은 기억이 끊어질 때까지 마실 예정이기 때문에, 딱히 꼬맹이가 술을 마시든 주스를 마시든, 상관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하다.

"응. 예뻐."

그놈의 입에는 분명 내 것이었을 터인 닭꼬치 하나가 물려져 있었다. 그것을 자백이라도 하듯, 아주 시들 줄을 모르고 웃음꽃을 만개하고 있는 제리스가  옆에 서있었다.

"그러냐."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변태를 때려  시간이야 많다. 많다 못해 넘쳐흐른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피융ㅡ!

지금을 즐기도록 하자.

이 술을, 이 음식을,  축제를.

닭꼬치의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혀를 휘감았다. 그 매움이 고통으로 바뀌기 전에, 술을 넣어 혓바닥을 식힌다. 그 행동을 고작 몇  반복했을 뿐인데, 취기가 몸을 타고 흐른다.

"야아, 오늘ㄹ 나디아가 안 왔다느ㅡㄴ데? 미친거 아니야아ㅏ?"

도수가 얼마나  술인지, 용사조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아직 폭죽은 저렇게도 많이 남았는데 말이다.

"전워어어ㅓㅇㄴ! 포구를 돌린다아ㅏㅏ! 목표는 마앙성!!"

-에에에ㅡㅢㅔㅔ!!

용사의 지휘에 따라, 절반 정도는 살벌함으로 이루어진  대포가 몸을 돌렸다.

"발싸ㅏㅏ!!!"

쾅!!!

땅이 울렸다.

그 진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포인지, 대포에 맞은 마왕성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병ㅇㅇㅅ,ㅣㄴ같은 녀니! 그렇게 쏘면 맞겠냐ㅏ!!"

"무ㅏ?! 그럼 니가 쏴보라고 오로넬ㄹ!!"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폭죽이 타고 남은 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 재가 술에 들어가고, 안주에 묻어도, 등신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놈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술. 오직 술뿐이었다.

-자아ㅏㅏ, 건배ㅐ!!

-하하하ㅏ!!

축제의 밤은 그렇게, 더욱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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