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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사촌으로 살아남기-67화 (6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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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생소한 감각에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리우스의 손가락이 꽃잎처럼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왔다.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에 그의 손가락은 부드럽게 음순을 쓸었다.

“읏!”

순간 그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낯선 자극에 다리가 절로 오므려졌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멈추지 않았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간지러운 감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가벼운 절정에 몸이 떨렸다.

생전 처음 느끼는 쾌감이었다. 아찔한 감각에 여운을 느끼며 가쁜 호흡을 내쉬고 있었으나 그의 손가락은 새로운 미지를 향해 나아갔다.

“잠깐 시리우스!”

나는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손가락을 막기 위해 그의 팔뚝을 붙잡았으나 내 힘으로는 무리였다. 그의 손가락은 가장 깊숙한 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아프진 않았지만 선명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방금 전과 달리 시리우스가 내 다리를 단단하게 잡고 있어서 다리를 오므릴 수조차 없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눈을 감고 죄 없는 시트만 움켜쥐었다.

이물감이 커졌다. 다리 사이를 들락거리는 손가락 개수가 늘어나자 찌걱이는 소리도 점점 커졌다.

“소리 내셔도 괜찮습니다.”

시리우스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으면서 눈이나 코끝에 입을 맞춰왔다. 어린아이 달래듯 달큰한 목소리로.

“조금 더 풀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갈 테니까요.”

뭐. 얼마나 큰데?

나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미리 알면 겁먹어서 포기할 것 같았기에. 시리우스의 목소리에서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한계까지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한 나를 배려하는 거겠지.

‘잠깐 시리우스도 처음이잖아.’

왜 이렇게 능숙한 거야.

나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는지 일그러진 미간과 꼭 깨물고 있는 아랫입술을 보자 나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왠지 귀여운데.’

나는 더운 숨을 내뱉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생각해보니 나만 애무를 받고 있었다. 그도 처음일 텐데 내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필사적으로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나는 시리우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쯤 일어선 성기를 움켜쥐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더니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 묘한 가학심이 일어났다.

“세르니아 님, 읏…… 제가,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손에 쥔 기둥을 부드럽게 위아래로 쓸었다. 남자의 성기를 직접적으로 만지게 되는 날이 오다니. 내 손안에서 부풀기 시작하는 성기가 신기했다. 약간 말랑했는데 내 손이 닿자 순식간에 단단해졌다. 내가 그의 것을 천천히 쓰다듬자 시리우스는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기분 좋아?”

시리우스는 내 물음에 대답도 못 한 채 입술을 꽉 물었다.

실물은 처음이지만 간접경험은 많지. 나는 쌓아온 지식을 토대로 귀두를 쓸고 단단해진 기둥을 그러쥐었다. 아까 전 내 가슴을 사정없이 만진 복수라고 생각하며 속도를 점점 높여갔다.

내 손길에 따라 시리우스의 떨림이 심해졌다. 리드하던 여유는 어디로 갔는지 분홍색 눈동자엔 물기가 차올랐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할 때쯤 페니스에선 하얀 액체가 터져 나왔다. 성교육시간에만 보던 정액이었다.

‘이게 실물.’

손에 묻은 묽은 액체의 점성을 확인하는데 시리우스가 내 어깨를 잡아 거칠게 눌렀다.

“이젠, 정말 한계입니다.”

깊은 동굴 속에서 바닥을 긁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허벅지 안쪽을 잡아 벌렸다. 민망한 자세 때문에 눈을 감으려는데 시리우스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세르니아 님 저를 봐주세요.”

아니, 그거 들어가는 거 보면 울 것 같아.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시리우스는 자신의 성기를 내 음부에 밀착했다. 뜨거운 게 느껴졌다. 아래를 꽉 채우는 압박감이 손가락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단하고 굵은 기둥의 머리 부분이 살짝 들어왔는데도 꽉 끼었다. 나는 잔뜩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에 윽, 하고 한숨이 섞인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힘을 빼셔야 합니다.”

힘 빼라고 해도.

머리로는 힘을 빼야 내가 편하다는 것을 알지만 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시리우스는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귀두 부분을 빼고 음부에 바짝 밀착해서 성기를 비볐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질척한 액체가 성기의 마찰을 도와줬다. 느릿하게 비비던 그는 내 목덜미를 잘근 씹었다.

“읏, 시리우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쇄골을 혀로 지분거리던 그는 다시 가슴을 공략했다.

아까 한 번 빼서 그런지 조급함이 살짝 사라져 있었다. 그의 색기 흐르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시리우스의 노력으로 인해 질 입구가 느른하게 풀어졌다. 그는 양손으로는 내 다리를 들고 재차 진입을 시도했다.

“그, 이 자세 민망해.”

“괜찮습니다. 예뻐요.”

내가 안 괜찮다고!

하지만 말릴 틈도 없이 커다란 페니스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눈앞이 번쩍였다! 고통으로. 정말 장난 아니게 아픈 격통이었다. 나는 입술을 꽉 다문 채 시리우스의 어깨에 손톱을 박았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만, 더 힘을…… 윽.”

그의 목소리가 귀에 닿지 않았다. 하복부를 가득 채운 고통으로 가득 찼다.

“아……파…… 아프다고.”

영상 매체나 글에서 봤을 때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프다는 말에 크게 공감되지 않았었다.

‘신중하게 생각할걸.’

파열의 고통은 섹스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할 정도로 컸으나 이미 늦었다.

나는 시리우스의 목에 팔을 감고 최대한 몸을 밀착했다. 조금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다.

“하, 아직 덜 들어갔습니다.”

뭐라고? 이게 덜 들어갔다니. 위에서 누르는 묵직한 압박감에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아프다고 애원하자 시리우스의 움직임은 멈췄다.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었다. 어쩔 줄 몰라 난감해하고 있는 나와 다르게 그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인상은 구겨져 있었지만.

하복부를 가득 채운 이물감이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나도 그가 빼기 쉽도록 심호흡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다시 못 넣겠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귀두까지 뺐던 시리우스의 성기가 단번에 치고 들어왔다. 헉. 격심한 통증에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아팠다. 내가 숨도 못 쉬고 있자 시리우스의 부푼 입술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혀를 이용한 키스가 아니라 인공호흡을 위한 입맞춤이었다. 그의 폐에서 나온 뜨거운 숨을 내게 불어 넣었다. 그제야 호흡을 했다.

“죽을 것, 같아.”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울었다. 시리우스는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러나 상냥한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허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강한 충격 뒤에 이어진 통증은 조금 무뎌져 있었다. 나는 바들바들 떨며 가쁜 숨을 뱉었다. 그는 느릿하게 움직였다. 마치 자신의 성기 모양을 새기듯이. 가장 깊은 곳까지 닿은 살기둥은 다시 물러섰다가 들어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추삽질을 반복했다.

시리우스의 눈동자가 탁해졌다.

그는 누군가와 전쟁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괴로운 얼굴이었다. 둘 다 이렇게 고통받을 바에 한 명이라도 쾌감을 느끼는 게 낫지 않을까.

“참지 않아도 돼.”

즉흥적인 말이었다. 사실은 그의 괴로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우는 모습이 귀여웠기에. 내 한마디가 무슨 신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 묘한 환희가 피어올랐다.

아, 역시 나는 무덤을 파는 게 특기였다.

나를 위해 참고 참았던 시리우스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교접한 부분이 뜨거웠다. 아니, 몸 전체가 타는 것 같았다.

눈을 꼭 감고 시리우스에게 몸을 맡기자 나는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렸다. 뜨거운 기둥이 내벽을 쓸고 나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자극이 더 잘 느껴졌다.

“하읏! 시리우스.”

그에게 매달려 이름을 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맹렬하게 부딪혀 오는 시리우스도 내 이름을 불렀다. 움직임과 호흡이 겹쳐졌다.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곧 끝이 다가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시리우스 밖에!”

나는 남은 힘을 다해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콘돔도 없는 세상에 질내사정은 위험했다. 자제심을 잃고 날뛰던 시리우스가 내 목소리에 반응했다. 그는 입술을 꽉 물고 페니스를 뺐다. 동시에 유백색 액체가 흩뿌려졌다. 내 몸에.

“죄송합니다. 하, 얼굴에…….”

얼마나 힘차게 뿌렸으면 얼굴까지 튀냐.

시리우스는 내 몸에 묻은 정액을 문질렀다. 그런데 문지르는 손길이 야릇했다. 짐승이 자신의 암컷에게 흔적을 묻히는 것처럼.

나는 침대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달뜬 숨을 뱉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 짙은 욕정이 남아 있었다.

“세르니아 님.”

내 귀에 속삭인 시리우스는 더운 숨을 불어 넣으며 귓불을 깨물었다. 그의 손가락이 허리를 쓸어내렸다. 왜. 불안하지.

“한 번 더 되나요?”

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음부에 밀착한 시리우스의 성기가 다시금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거부해야 했다. 한 번 더 하면 내 몸이 남아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아…….”

거절의 말은 시리우스의 입안으로 삼켜졌다.

방금까지 했던 격정적인 관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갔다. 말캉한 혀가 입천장을 쓸고 여린 살을 건드렸다.

이건 무덤이 아니라 스스로 지옥에 뛰어든 수준이었다.

내가 그의 얼굴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그 부분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한 번만, 조금만 하고 이어진 행위는 새벽이 올 때까지 끝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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