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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사촌으로 살아남기-79화 (7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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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허리를 쳐올렸다. 뿌리까지 전부 들어온 그의 성기가 가장 깊은 곳에 닿았다.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시리우스의 페니스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엄지손가락을 콱 물었다. 맞닿은 접합부에 느껴지던 감각이 좀 더 커졌다. 허리가 저절로 휘어졌다. 희미하게 피어오르던 감각이 쾌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쪽도 아래쪽도 저의 것을 꽉 물고 놓지 않으시네요.”

시리우스의 말이 머리에서 해석되지 않았다.

골반을 단단히 잡고 몰아붙이는 시리우스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이 고작이었기에.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한 몸은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내벽을 찌르는 살기둥이 뜨거웠다. 몸을 꿰뚫을 기세로 격한 움직임은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오싹했다. 난생처음 느끼는 쾌락이 몰려왔다.

“이 부분이 좋으십니까?”

시리우스는 내가 반응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찔렀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안쪽을 후벼 파낼 듯 거칠었다.

“흣, 읍.”

“소리를 내셔도 괜찮습니다. 들을 사람은 저밖에 없는걸요.”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이 민망해서 참고 있었는데 그는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엄지손가락을 잘근 씹었다. 시리우스는 더운 숨을 뱉으며 시야를 방해하는 앞 머리칼을 쓸었다.

“하, 세르니아 님은 언제나 저를 미치게 하는군요.”

그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일렁거렸다.

내가 그에게 온전히 몸을 맡긴 채 정신을 놓고 있자 그는 내 허리를 잡고 일으켰다. 그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으나 가해지는 중력이 내부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 질이 시리우스의 페니스를 더욱 깊이 삼켰기에.

“아프십니까?”

“아니……. 아프지는…….”

아프진 않았다. 낯선 체위와 생소한 자극이 어색할 뿐. 내 대답에 시리우스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리누르는 중력과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단단한 기둥이 아찔한 열락을 만들어 냈다. 공부했다는 시리우스의 말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내가 상상도 못 해본 쾌감에 몸이 달아올랐다.

나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허리짓에 따라 흔들거렸다. 시리우스는 눅진하게 녹은 안쪽을 거침없이 쑤셔 박았다.

“아앗!”

척추를 타고 지나간 쾌감의 전류를 뇌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시야가 점멸하고 하복부에서 시작된 찌릿한 희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우주를 부유하는 것처럼 몸에서 감각이 날아갔다. 붕 뜬 기분은 술에 취한 느낌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알코올로는 느낄 수 없는 고양감을 동반한 열기는 중독될 것 같은 쾌감을 줬다.

“하아, 하아.”

나를 안고 있던 시리우스가 다시 침대로 눕혀줬다. 등에 닿은 침대 시트는 서늘했다.

마비됐던 감각과 이성이 돌아왔다. 물기를 머금은 눈을 몇 번이나 끔뻑거리자 초점이 돌아왔다. 시리우스는 내 위에서 배부른 맹수처럼 느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낮일 텐데.’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몽롱한 정신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한낮의 햇빛조차 시리우스에게 먹힌 것처럼 보였다. 나는 시리우스의 그늘에서 잔 경련을 느끼며 생각했다.

평균보다 키가 큰 편이라 한 번도 내가 작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렌드윈이나 헬리오스도 키가 컸으나 그저 ‘나보다 키가 크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시리우스의 품 안에 완벽하게 갇혀서 그의 무게를 온전히 받고 있으니 새삼 내가 작게 느껴졌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애무로 느끼던 절정과 차원이 달랐다.

강렬한 희열이 내부에 퍼지고 뇌를 전부 녹여버릴 것 같은 감각이었다.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아직 내부를 꽉 채운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았다. 시리우스가 아직 파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쾌감을 느끼셨습니까?”

나른한 목소리로 물은 시리우스의 얼굴엔 식지 않은 정욕이 남아있었다.

기분 좋은 것은 맞지만 그의 뉘앙스를 봤을 때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시리우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세르니아 님을 위해 열심히 참았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제심 잃은 시리우스는 지치지도 않고 추삽질을 했다.

이미 가장 깊은 곳에 닿고 있으면서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듯이. 욕심이 가득 담긴 그의 움직임은 난폭했다. 귀두를 아슬아슬하게 뺀 다음 뿌리까지 단숨에 넣었다. 작게 벌어진 꽃잎을 마구 헤집고 들어와선 질벽을 긁어댔다.

교접한 부위가 불덩이 같았다. 절정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몰아치는 쾌감은 몸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저릿한 감각은 처음보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금세 자극의 역치가 최고조에 다다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로 흠뻑 적셔진 것 같았다. 벼락이 몸을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절정을 맞으며 본능적으로 하복부에 힘이 들어갔다. 안 그래도 비좁은 내벽은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시리우스의 성기를 꽉 물었다.

“윽!”

억눌린 신음을 뱉은 시리우스는 미간을 찌푸리고 허리를 뒤로 쭉 뺐다. 동시에 유백색 액체가 터져 나왔다. 저번과 달리 내 몸이 아니라 이불에 흩뿌려졌다.

“아…….”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질했다. 체력이 방전됐다.

나는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열심히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음부에 뜨겁고 단단한 것이 닿았다. 한 번 뺐음에도 전혀 시들지 않은 그의 분신은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무, 무리야.”

진짜로 복상사할지도 몰랐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밀어낼 수는 없었으나 저번처럼 더 하자고 졸라대기 전에 미리 말했다.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던 시리우스가 요염하게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세르니아 님의 체력이 약하다는 것은요. 그날은 제 인내심이 사라져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시트 위에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주가 풀려서 감정 조절을 하기 힘들었다는 사족도 붙여서. 그렇다는 것은 오늘은 참겠다는 거겠지. 나는 안도하며 그를 봤다. 어쩐지.

“세르니아 님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빚을 들먹이며 강압적으로 말했지만 미움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입가엔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으나 분홍색 눈동자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비겁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머리카락 정리를 마친 시리우스는 내 눈가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번에도 지금 참는 것을 빌미로 새로운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정상적으로 사고가 됐다면 당연히 고개를 저었을 텐데.

지친 머리는 논리적인 생각을 불가능하게 했다. 어쩌면 그런 판단이 안 될 만큼 시리우스에게 빠졌다거나.

“들어보고…….”

그래도 섣불리 수락할 수는 없었기에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내용을 듣고 선택하겠다 했다. 버석 마른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서 끝까지 말을 못 했으나 시리우스는 알아들었는지 한결 부드러워진 미소를 지었다.

“등을 돌리지 마십시오.”

그러나 눈동자에 담긴 어둠은 한층 짙어졌다.

문득 오솔길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내 감정을 숨기기 위해 등을 돌렸던 그때.

‘설마 아까 무서운 표정을 지었던 이유가……?’

진득한 손길로 내 볼을 쓰다듬은 시리우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망설였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아이처럼.

“……제게서 도망가지 마십시오.”

한숨과 섞여 나온 말은 공기 중에서 금방 흩어졌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문장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당신이 제게서 멀어질 때마다 빛을 잃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시리우스는 괴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고 눈을 꾹 감았다. 어둠에 잠식된 분홍색 눈동자가 사라지고 은색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아파.’

저번에도 그랬었다. 성인이 되던 날도 시리우스가 나를 위해 필사적으로 참으며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참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지. 이번에도 그랬다.

“…….”

옆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싶었으나 쉬어버린 목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을 뻐끔거리기만 할 뿐 수락도 거절도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시리우스는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그의 입술로.

“제 욕심임을 압니다. 그럼에도 당신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저를 부디 버리지 말아주세요.”

간절해 보였다.

신에게 기도하듯 절실함을 담은 그의 음성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애처로워 보이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의 얼굴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세르니아 님?”

시리우스는 내가 힘겹게 뻗은 손을 잡았다.

그의 부탁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뜬금없는 행동을 하는 나를 의아한 기색으로 바라보는 시리우스가 귀엽게 느껴졌다. 나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일주일간 쌓였던 짜증이 풀렸고. 나는 입꼬리를 겨우 끌어올려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 하는…… 거 봐서.”

진지한 분위기를 희석하려고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소 가볍게 말했으나 시리우스의 표정은 더 진지해졌다. 맞잡은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맹세하는 것처럼 경건하게 속삭였다.

“제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르니아 님이 싫어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드리겠습니다. 오직 세르니아 님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제 옆에 있어 주십시오.”

시리우스의 낮은 저음이 자장가 같았다.

조곤조곤 거리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눈이 자꾸 감겼다. 내용을 듣고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지쳐버린 육체는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물속에 가라앉는 느낌…….’

마치 전생의 마지막처럼.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가라앉기만 하는,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하고 깊은 수면 밑으로 침잠했다. 의식이 흐릿해졌다. 이내 무거운 눈꺼풀이 내리 덮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시리우스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연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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