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외전에 등장해서 악역을 흑화 시킨 범인! 으로 환생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다짐했다. ‘쌍둥이를 사랑으로 키워서 흑화를 막자!’ 그런데 요람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소설의 악역인 쌍둥이를 보고 있으니 힐링된다. ‘그래. 악역이고 뭐고 공작가에서 우리끼리 오순도순 살자.’ 소설은 신경 쓰지 않고 쌍둥이와 사이좋게 지내는데 자꾸 엮일리 없었던 서브 남주가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 “……왜 피하시는 겁니까.” 시리우스의 분홍색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요요히 빛났다. 나는 그의 눈동자에 홀려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제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입니까?” 허스키한 목소리가 애달프게 들렸다. 그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한 건 맞지만 널 위해서였다고. “이제 와서 도망가는 겁니까? 제게 빛이란 걸 알려 주고 이제 무서워진 겁니까?” 정중한 말투였으나 그의 진득한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모습이었다. 평소의 가식 섞인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는 진심이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솔직하게 나에게 부딪혀 오고 있었다. “제발, 제발 더 이상 물러서지 마십시오.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 저도 모르겠으니.”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그저 악역의 흑화를 막으려고 했는데 어째서 서브 남주가 흑화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