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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이혼은 쉬울 줄 알았다-70화 (70/148)

악녀의 이혼은 쉬울 줄 알았다 70화.

앞으로 로사를 주의 깊게 지켜 봐야 할 듯싶었다.

앤시아가 잠시 말없이 로사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그 모습을 아픈 마음을 추스르는 중인 걸로 오해한 비앙카가 애틋한 눈으로 앤시아를 바라봤다.

비앙카는 앤시아에게 공작가에 들어와 자신과 로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고백했다.

시녀장에게 공작 부부가 첫날밤 이후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는 민망하지만 잘못된 정보부터 시작해 몸이 약한 앤시아가 아이를 갖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 그뿐 아니라 후계가 생기지 않아 외롭고 힘들 공작을 비앙카가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간곡히 부탁했다는 이야기까지.

‘이거 완전 대리모로 쓰겠다는 건데. 허울 좋은 시녀장의 말에 순진한 비앙카가 넘어갔구나.’

순진무구해 보이는 얼굴로 공작님을 유혹했다가 칼에 찔렸다는 말을 하는 비앙카와 뒤에 서서 배신감에 바르르 떨고 있는 두하녀를 한눈에 담고 있던 앤시아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비앙카. 너 혹시 유혹하는 방법을 누구에게 배웠니?”

스스로 터득했다기에는 지나치게 순수한 비앙카의 고백이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예상대로 비앙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을 최고의 난봉꾼 해라 아주머니께 배웠어요.”

“…… 난봉꾼의 뜻은 알고 있는 거지?”

“아줌마는 마성의 숙녀라고 불러 달라 하셨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불렀어요.”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천진한 말에 짐작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 갔다.

“혹시 아이 만드는 법은 알아?”

“유혹하면 남자가 다 알아서 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키스는 해 봤니?”

“에이, 마님도 참. 그런 부끄러운 질문을…….”

몸으로 공작을 유혹하려 해 놓고 키스해 봤냐는 질문에 뺨까지 붉히며 꿈꾸는 소녀의 표정을 한 비앙카를 보고 있자니 두통이 일것 같았다.

엘리는 물론 평소 표정 변화가 적은 줄리마저 눈을 동그랗게 뜰만큼 당황했다.

하도 이래저래 여우 짓을 하기에 진성 여우인 줄 알았더니, 고작해야 접시를 일부러 깨거나 말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는 앙큼한 여우 짓 정도가 비앙카가 자의적으로 한 거였나 보다.

‘그 외는 그냥 연애는 이런 거 다잘못 주워들은 지식이 전부고.’

앤시아는 이 천진한 미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오죽하면 앤시아를 배신하고 리샤르를 유혹했다는 말에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분노에 떨던 엘리의 얼굴에도 독기가 빠져나가고 황당함만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엘리. 아니, 줄리. 누구라도 좋으니 비앙카에게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교육 좀 해 주지 않을래?”

“밤을 새워서라도 확실하게 교육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믿음직스러운 두 하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비앙카에게 붙잡힌 손이 살짝 아파졌다.

“아야.”

“마님, 저에게도 심부름을 시켜주세요. 뭐든 열심히 할게요.”

마치 관심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매달리는 비앙카의 행동에 앤시아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보다 손이 너무 아팠다. 비앙카의 손아귀 힘은 상당했다.

“비앙카,그만하고 제자리로 와.”

아파하는 앤시아를 보고 엘리가 후다닥 달려와 비앙카의 등짝을 후려쳤다. 엄마 손 못지않은 찰진 소리에도 비앙카는 그리 아파하는 기색 없이 물러섰다.

저 정도 세게 후려쳐도 아프지 않을 만큼 맷집이 좋으니, 연약한 앤시아의 몸을 잘 고려하지 못할 만도 했다. 엘리의 참견이 고마웠다.

“너, 마님께 얼마나 무례하게 굴려는 거야? 떨어져 서.”

게만 넘어가 줄 수 없었다.

“죄송해요, 마님. 제가 주제넘었어요. 앞으로 주의할게요. 용서해 주세요.”

화들짝 놀란 엘리가 급히 허리를 숙이며 사과해 왔다. 이 사과에는 비앙카에게 앤시아의 근황을 전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툴툴대기는 해도 앤시아가 의식을 잃은 사이 상당히 친해진 듯 보여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엘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비앙카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비앙카가 움찔도 하지 않는 걸 보아 소리만 크지, 아프진 않은 듯 보였다.

“너 진짜 안 되겠어. 마님께서 널 아끼는 건 알지만, 최소한 기본 예의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앤시아가 살짝 경고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앞에서 만이었다. 그들끼리 있을 때는 또 자기들만의 규칙대로 해결해야 했다.

엘리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면서도 비앙카는 생글거리는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너 울면서 하는 말 다 들었어.”

“뭐, 뭘?”

당황하는 엘리는 비밀을 들킨 소녀 같았고 장난스럽게 웃는 비앙카는 놀리는 소년 같았다.

“내,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

“다친 애가 왜 이런 데 처박혀 있는 거야. 팔이라도 썩으면 어쩌려고. 진짜 바보라니까.”

“그래. 네 욕 좀 했다. 그게 뭐?”

엘리의 뻔뻔한 태도에도 비앙카는 생글거리며 오히려 바싹 붙었다.

“내 걱정한 거잖아. 꼭 우리 마을 욕쟁이 아줌마 같아. 화내면서 챙겨 주시거든.”

“누가 걱정을 했다고 그래? 너 진짜 바보구나.”

“규칙도 다 나 잘되라고 알려 주려는 거잖아. 솔직히 그동안 내가 요령 많이 피웠는데. 화내면서 계속 알려 주려 하고, 고마워, 엘리.”

“고, 고맙긴 뭐가 고맙다고…….

그런다고 내가 봐줄 거 같아?”

“알았어, 알았어. 그동안 미안했어. 한 번만 봐주라, 응?”

아. 저건 엘리가 질 수밖에 없다.

미인의 사과는 달달하지.

문틈으로 새빨개진 엘리의 귀가 보였다.

왜 갑자기 비앙카가 공작이 아닌 자신과 하녀를 꼬시려 드는 건지 모르겠다. 저 정도 스킬이면 공작님도 살살 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칼에 맞고 내 쫓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덜 닫힌 문틈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앤시아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줄리, 너도 가서 같이 쉬다가와.”

“한 사람은 마님 곁에 있어 드려야 합니다.”

언제나 자신을 우선시하는 줄리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 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근한 기운이 감돌던 앤시아의 마음 한쪽에 삐죽 불안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줄리, 공작님에 대한 소식 같은 거 없어?”

“예, 마님.”

다행히 리샤르는 아직 다치거나 하진 않은 듯했다. 이제 리샤르가 다치기를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그가 돌아온다면 마수 이상 증식을 해결할 방법을 알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비앙카를 다치게 한 리샤르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확답도 받을 생각이었다.

은 거 없어?”

“예, 마님.”

다행히 리샤르는 아직 다치거나 하진 않은 듯했다. 이제 리샤르가 다치기를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그가 돌아온다면 마수 이상 증식을 해결할 방법을 알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비앙카를 다치게 한 리샤르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확답도 받을 생각이었다.

*

열흘 만에 공작가로 돌아온 공작은 허리와 복부 쪽에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주인을 맞기 위해 기다리던 집사장이었다.

“주인님, 치료실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집무실로 치유석을 가져 다 놔.”

“예, 주인님.”

부인은?”

공작이 열흘 만에 돌아온 자리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공작부인이라니. 뒷말 나오기 좋은 상황이었다.

“오수에 드셨습니다.”

“그렇군.”

리샤르는 앤시아를 꽤 애지중지했다. 목격한 사용인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몸이 약한 앤시아의 잠을 깨우느니 리샤르의 의중을 파악해 내버려 둔 것이다. 집사장의 선택은 탁월했고 주인은 공작 부인의 부재를 문제 삼지 않았다.

리샤르는 앤시아의 잠든 모습이나마 빨리 보고 싶었다. 제법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치료하지 않고 곧장 저택으로 돌아올 만큼 앤시아가 간절했지만, 막상 저택에 돌아오니 망설여졌다. 자신을 밀어내던 앤시아가 떠올랐고, 또다시 거부당하고 싶지 않았다.

리샤르는 집무실에 가기 전 언제나처럼 집사장의 보고를 받았다.

“특별히 알아야 할 일이 있나?”

“부재중 도착한 서신은 집무실에 두었습니다. 그 외에 한 가지.”

집사장은 잠시 망설였으나 어차피 공작과 관련된 일이기에 곧장 말을 이었다.

“마님의 새로운 전담 하녀가 약재 창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검상을 입었고 주인님의 단검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단검이라 값어치가 상당할 테니 위자료로 충분하겠지.”

태연한 리샤르의 반응에 집사장 역시 덤덤하게 보고를 마쳤다.

“단검은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치유 마석 한 개가 소모되었고 휴식 없이 전담 하녀로 복귀했습니다.”

리샤르의 걸음이 멈추었다. 일개 하녀 따위에게 치유 마석을 사용한 것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앤시아의 곁에 다시 비앙카가 붙어 있다는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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