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소에 갇혀버렸다 !-116화 (116/306)

116. 여자 주인공의 삶은 고달프다. (2)

[나 : 협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 : 뭔 개소리야??????]

서이수는 참다못해 한도훈에게 한마디 했다.

[한도훈 : 우매한 중생이여... 어찌 네가 이 하늘 같은 내 뜻을 알겠는가...]

[나 : 개소리 하ㅏ짐말고]

하지만, 한도훈은 꿋꿋했다. 서이수는 열이 받아 오타를 남발하기까지 했다.

[이재현 : 저기... 도훈아 대체 누구한테 협박을 한다는 거야?]

그때, 이재현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에 나섰다. 그 문자를 발견한 서이수는 더 욕을 퍼부으려다 말고 이마를 짚으며 숨을 깊게 내쉬었다. …확실히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이 녀석은 대체 누구를 협박할 생각인 건가.

[한도훈 : 어디긴]

[한도훈 : 당연히 커뮤니티랑 학교지]

그런데 한도훈은 여전히 범상치 않은 말을 지껄이는 덕에 서이수의 얼굴이 질색하며 일그러졌다.

[나 : 미쳤냐 한도훈]

[나 : 아무리 누나를 도와준다고 해도 이건 도를 넘지 않았냐고]

[이재현 : 그래 도훈아... 이건 좀........]

어딘가 미친놈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한도훈 이 자식의 생각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누나를 따라도 그렇지, 이 정도까지 하는 건 대체 뭔지. 게다가 누나랑 화해하고 난 직후라 그런지 더 고삐가 풀린 것 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런데,

[반휘혈 : 말해 봐.]

그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던 놈의 입이 열렸다. 서이수는 연이어 한도훈을 타박하려던 것도 잊고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자식들 오늘 쌍으로 왜 이래? 진짜 누나랑 화해했다고 고삐가 풀린 건가,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김시원 : 그래. 뭔지 듣기나 해보게.]

김시원마저 반휘혈에게 동조의 뜻을 나타냈다. 서이수는 이 순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자신의 편은 이재현뿐이란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한도훈 : 네 의견 따윈 필요 없거든??? 이 배신자야!!!!!!!!( `-´ )( `-´ )( `-´ )]

[김시원 : 이 새끼가....]

“아차.”

서이수는 이어지는 대화 내용에 뒤늦게 잊고 있던 그들의 상황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한도훈은 요 며칠 서이나에게만 삐져 있던 게 아니라 서강이 일로 김시원에게도 삐져 있었다.

‘…귀찮긴 해도 빨리 말해 주는 게 낫겠지.’

거참 속 한번 더럽게 좁은 놈이라고 투덜거리며 서이수는 따로 방을 빠져나와 한도훈에게 오늘 들었던 김시원의 사정을 설명해 줬다.

[한도훈 : 야 이 김시원 놈아 넌 왜 이렇게 성격마저 이름답게 아름다워서 이런 얘길 미리 안 해주는 건데!!! 그런 줄 알았다면 오해도 안 했을 거 아냐!!!!!!!!!ᕕ(ꐦ°᷄д°᷅)ᕗ‾͟͟͞(((ꎤ ✧曲✧)̂—̳͟͞͞o]

[김시원 : 허......]

그리고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된 한도훈은 방에 다시 돌아와 깽판을 부렸다. 서이수는 어이없어 보이는 김시원에 대답에 공감하며 문득, 오늘 체육관에서 서이나와 김시원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내가 걔 한 대 때려 줄게.’

‘네.’

한 치의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 대답이 귓가에 맴돌았다. 음. 진짜 맞겠는데. 서이수는 담담히 결론을 내렸지만 체육관에서도 그랬다시피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한도훈은 말려 주고 싶은 만큼 성격이 되바라진 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재현이 정도면 몰라….”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데,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 사이에 방황하는 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재현 : 애들아...... 대체 무슨 일인데....?ㅠ]

[이재현 : 시원이가 뭘 했는데...?ㅠㅠㅠㅠㅠ]

아, 얘도 모르지 참. 서이수는 곧장 다시 방을 빠져나와 대충 한도훈과 대화했던 내용을 캡처 해서 이재현에게 보내 줬다. 고맙다는 이재현의 개인 메시지를 뒤로하며 빠져나오다 문득, 반휘혈도 모르는 게 당연할 거란 생각이 떠올랐다.

“관심 없겠지만…, 뭐어….”

그래도 나름 일행인데 보내 주는 게 예의겠지. 비록 혼자서 다른 놈들 왕따 시키는 놈이긴 해도 그는 도방중 일짱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동경하는 녀석이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오늘 최강혁과의 싸움도 꽤 쩔었다고 생각하며 서이수는 나름대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반휘혈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러곤 딱히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기에 바로 개인 채팅방을 빠져나와 바로 단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 본 사이에 채팅방은 수다로 떠들썩해 있었다.

[한도훈 : 아무튼 이런 거임.]

[김시원 : 뭐... 이 정도면......]

[이재현 :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

아니, 내가 잠깐 안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서이수는 급진적으로 전개된 대화 내용에 당황하며 서둘러 밀린 스크롤을 올리려던 찰나,

[고찬영 : ㅇㅋㅇㅋ 재밌겠네~]

난데없는 인물의 등장에 쩍, 하고 굳어 버렸다.

아니, 네가 왜 여깄어…?!

서이수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아 참았다. 지금 소리를 지르면 자기 방에 있는 서이나가 튀어나와 무슨 일이냐고 들이닥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겁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스크롤을 올려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한도훈과 김시원이 서로 다투는 사이 파악을 끝낸 이재현이 두 사람을 뜯어말리며 누나를 위한 협박이 대체 뭐냐며 말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침착해진 한도훈이 제안한 내용은 바로 이러했다.

[한도훈 : 사이트엔 내가 함부로 사람 모함해서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이렇게 공지 띄울게. 만약, 조금이라도 귀찮게 하면 네 뒷일 책임 안 짐.ㅇㅇ 이런 식으로 해두면 웬만한 놈들은 가만히 있겠지.]

말이 저딴 식이지, 한도훈이 캡처 해서 올린 공지는 고상하게 잘 풀어서 말한 화법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그냥 귀찮게 건드리면 법으로 해결하겠다, 란 협박까지 확인한 서이수는 이 골 때리는 놈의 뻔뻔한 면상을 떠올리며 떫게 얼굴을 구겼다. …게다가 이 자식이면 진짜 할 것 같아서 더 오싹했다. 그것도 그 막대한 재력으로 승부 하겠지.

[이재현 : 그럼 우리 학교는? 분명 귀찮게 할 텐데...]

개학 후 요 몇 주간 화려한 전적이 스쳐 지나갔다. 위층으로 향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던 중, 유독 시끄러웠던 2학년 층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크롤을 내렸다. 확실히 그랬다. 타 학교는 몰라도 우리 학교는 같은 학교란 빌미로 서이나에게 분명 치근덕거릴 게 뻔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 속에서도 한도훈은 태평했다.

[한도훈 : 그래서 한 명 꼬셔둠.]

그러곤 추가된 고찬영의 이름.

[한도훈 : 누나 곁은 이놈이 알아서 처리해줄 거임.]

[한도훈 : 너희들은 대충 질문 던져오면 말 끊든가 아니라고 부정해.]

[한도훈 : 그럼 알아서 정리됨.]

[고찬영 : ㅎㅇㅎㅇ~]

[고찬영 : 뭔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그렇게 된 거야]

…왠지 재수 없게 방긋거리며 웃고 있을 고찬영이 떠오르는 건 뭐지? 아니, 근데 이 두 놈은 대체 언제 이런 얘기를 한 거지? 그리고 번호는 어떻게…? 캐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이재현도 같이 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역시 마음 통하는 건 너뿐이다. 서이수는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대답을 보았다.

[고찬영 : 몰라 쟤가 나 스토킹함]

…시작부터 골이 아파 왔다.

[한도훈 : 뭐래 ㅅㅂ]

[한도훈 : 누군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나.]

[한도훈 : 나도 누나 일 아니었으면 이렇게 알고 싶지도, 연락하고 싶지도 않았어.]

고찬영의 말에 발끈한 한도훈의 대답이었지만…,

‘아무튼 스토킹이든 뒷조사든 했다는 거 아냐.’

서이수는 그 대화 속에서 침묵하는 친구들처럼 그냥 이 대화를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고찬영 : 이거 참... 친구님의 인기를 흐뭇하게 지켜봐 줘야 하나 걱정해 줘야 하나 고민이 들게 만드네]

그러게. 이번만은 서이수도 고찬영의 말에 공감했다. 물론 자신은 걱정하는 쪽으로 더 기울였지만 말이다.

[고찬영 : 뭐 이쪽은 걱정 마. 별다른 일이 없고선 철저하게 마크할 테니까]

[고찬영 : 근데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거 친구님 친구들한테도 협조 얻는 게 낫지 않아?]

[한도훈 : 사람 많이 알수록 귀찮아진다는 거 귓등으로 처들음?]

서이수는 점점 갈수록 야박해지는 한도훈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고찬영 : 말본새 한번...]

[고찬영 : 아니 내가 걔 체육복 갈아입을 때나 화장실까지 따라갈 순 없잖아? 변태로 오해 받는 건 사양할래.]

맞는 말이다. 만약 그럴 시엔 변태로 보이는 것도 모자라 누나의 주먹과 발이 날아올 터였다.

[이재현 : 그래. 도훈아, 이 말도 맞다고 봐... 그리고 누나 친구 중에 혜인?이 누나라고 있지 않아? 그 누나한테 부탁하면 어때?]

아. 혜인이 누나. 서이수는 익숙한 이름에 눈을 깜빡였다.

[고찬영 : ㅇㅇㅇ 걔 괜찮을 듯~ 보니깐 대충 원래부터 눈치 까던 거 같던데]

어. 알고 있었나? 서이수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납득했다. 하긴 눈치가 없고선 그렇게 오래 같이 다녔는데 모를 수가 없긴 했다. 그만큼 자기가 봐도 누나의 행동거지는 제삼자가 보기엔 수상했으니….

[고찬영 : 글고 옆자리에 경희라고 있는데]

[고찬영 : 걘 이미 아예 알고 있던 눈치더라]

[한도훈 : ?]

[한도훈 : 그걸 어떻게 알아]

[고찬영 : 모르지~]

[고찬영 : 걍 혹시 싶어서 떠봤는데 별로 놀라지 않고... 좀 올 게 왔구나? 싶은 느낌이던데.]

[한도훈 : 네 감을 어떻게 믿어.]

[고찬영 : 응 네 감보단 좋음]

갑자기 둘이 싸운다. 서이수는 질린 낯으로 스크롤 휙휙 내렸다. 차츰 진정될 즘엔 아까 보았던 내용으로 대화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상황을 대략 파악한 서이수는 망설임 없이 맨 아래쪽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한도훈 : 야ㅏㅏㅏㅏㅏㅏ]

[한도훈 : 서이수 나와!!!!!!!!!! 나오라고!!!!!!!!!!!!!!!!!!!]

[한도훈 : 네가 반휘혈이냐!!!!!! 읽씹하게!!!!!!!!!!!]

그런데 한도훈이 서이수를 부르짖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