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각본. (13)
***
자! 그럼 어떻게 해야 고찬영과 여친을 헤어지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
우선, 첫 번째. 여친을 몰래 불러낼 타이밍을 봐야 한…
“어, 근데 걔 이름 뭐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사실 듣긴 들었는데 너무 관심이 없어서 금방 까먹었다. 그리고 고찬영도 자기 여친 얘기를 자주 안 하는 편이었다. 그럴 시간에 여친 만나러 가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그런 이유로 쉬는 시간에 따로 여친을 보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지.”
머리를 싸매고 있자, 앞에서 내 작전을 듣고 있던 이혜인이 불쑥 말했다.
“찬영이 붙잡고 있으면 되는 거지?”
“어?”
“그럼 우리가 붙잡고 있을게. 넌 걔한테 다녀와. 그리고 걔 이름은 문설희야, 문설희.”
“허어…. 혜인아…!”
역시 넌 자랑스러운 내 친구야! 고민을 털어놓길 참 잘했다며 활짝 웃은 채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길 잠시,
“명색이 친구 여친인데 까먹으면 어떻게 해~. 설마 나중에 나도 남친 사귀면 내 남친 이름도 잊고 있는 건 아니지?”
“…….”
나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 뭐~야, 그 얼굴은? …너 정말 까먹을 것 같아서 그런 거 아니지? 응?”
점점 미심쩍어지는 듯한 말에 내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려 왔다. 잊고 있었다. 이혜인이 좋아하는 게 내 동생이라는 사실을! 혹시 모를 그 남친이 내 동생이 되면 잊을 일은 없겠지만….
‘나,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안 됐다고…!’
“아, 아하하! 그, 그럴 리가 있겠어!”
나는 세차게 떨려 오는 눈동자를 느꼈으나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미안하다, 혜인아! 난 아직 내 동생을 누군가에게 보낼 준비가 덜 됐나 봐!’
눈을 꼭 감고 속으로 이혜인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설마 내가 이렇게 동생에게 팔불출일 줄 몰랐지만, 아무튼 아직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게 내 절친한 친구여도 말이다.
“아, 아무튼~ 그럼 너희만 믿을게!”
“걱정 마, 걱정 마~.”
“마, 맡겨 줘…! 붙잡을 만한 소재, 여러 가지 있어!”
이혜인이 안심하고 다녀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안경희가 눈을 빛내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어? 붙잡을 만한 거?”
“응. 찬영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거!”
나는 안경희의 대답을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어쩐지 평소보다 텐션이… 높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두꺼운 렌즈 너머에 거뭇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경희야. 너 다크서클이… 잠은 자고 있는 거야?”
“응…! 걱정 마!”
안경희가 고개를 떨어질 듯 열심히 끄덕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내게 걱정을 더 부추겼다. 나는 이혜인을 슬쩍 보았다. 이혜인도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얘 좀 부탁할게.’
‘걱정 마.’
아무래도 내가 부탁한 정보를 조사한답시고 무리를 한 모습이 딱 보였다. 그래서 혹여 내가 없을 때를 위해서라도 누군가 봐줄 필요가 있어 이혜인에게 눈짓으로 부탁하자 이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나는 그 듬직한 모습에 그제야 안도하며 안경희에게 물었다.
“그럼 다행이고. 근데 찬영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게 뭐….”
댕대래 댕댕 댕댕~.
…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종소리가 울렸다. 아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나는 얼떨떨히 눈을 깜빡이다가 그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이번 수업 과목을 담당하는 수학 선생님이 들어왔다. 뒤이어 늦었음에도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찬영이 나타났다. 선생님이 빤히 바라보고 있음에도 그 여유로운 발걸음엔 조급함이 일절 없는 게 참 그다웠다. 나는 그런 고찬영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교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점심시간….’
반드시 일을 성사시켜야만 했다. 나는 각오를 다지듯 들고 있던 펜을 꾹 쥐었다.
***
대망의 점심시간이 되었다.
“찬영아, 잠시 스톱!”
“스, 스톱…!”
고찬영은 여느 날처럼 자연스레 여친이 있는 쪽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렇게 멀리서 보니 저 세 사람의 덩치 차이가 참 여실히 다가왔다. 마치 커다란 맹수 앞에선 작은 햄스터들을 보는 기분이랄까. 나는 고찬영 몰래 앞문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막 뒷문을 지나려는데, 뒷문 근처에 서 있던 안경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늘 우리랑 같이 먹어 주면 내, 내가 좋은 거 보여 줄게…!”
“좋은 거?”
“응…!”
꽤나 긴장이 서려 있지만, 네가 이걸 그냥 지나칠 순 없을 거란 자신감이 엿보이는 목소리였다. …역시 평소보다 텐션이 좀 높은 것 같지? 피곤하면 더 의욕적이고 밝아지는 타입인가 생각하며 나는 고찬영 몰래 뒷문을 빠르게 지나친 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엇. 경희야, 너 이거 네가 왜…? 아니, 이거 어디서 났어?!”
“도훈이가 줬어!”
“호오~?”
오. 뭔가 보여 줬나? 나는 차오르는 호기심에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으, 응…! 이나한테 허락받았다고 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앞서가려던 발걸음이 헛디뎌 중심을 잃었다.
…아니, 잠깐. 뭘 허락받아? 나는 황당한 소리에 바로 교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혹여 들킬까 싶어 고개를 기웃거리진 못했다.
“흐음~. 이건 좀 솔깃하긴 하네. 좋아. 그럼 여친한테 말 좀 하고….”
“가, 가면 그걸로 끝! 오늘 점심시간은 온전히 우리랑 보내야 하는 거야!”
“…뭐?”
아이고. 나는 황당해하는 고찬영의 말에 저절로 이마를 감쌌다.
‘경희야, 너무 수상하잖아…!’
“그게 무슨 소린지….”
“경희야아아….”
“어, 어…?
아니나 다를까, 고찬영이 대번에 의심을 했다. 연이어 탄식하는 이혜인과 당황하는 안경희의 목소리까지 들은 난 조용히 핸드폰을 꺼냈다. 이 상황을 유일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 나는 그에게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도훈아. 우리 반에 와서 경희랑 혜인이 도와서 찬영이 좀 붙잡고 있어 줘.]
보내고 나길 몇 초나 지났을까, 지잉- 하고 곧장 답변이 도착했다.
[네엥~ 누나의 귀엽고 깜찍한 해결사 한도훈! 금방 갈게요~!!!(งᐛ)ว (งᐖ )ว٩( °ꇴ °)۶]
빠른 답변에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아마 곧 올 테니 마중을 하고 금방 가야…,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어? 그러고 보니 친구님은? 어디에 간 거야?”
어이쿠. 안 되겠다. 더 이상 여기 있다간 고찬영이랑 진짜 마주칠 판이었다.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이 뒤는 도훈이가 어떻게 잘 해결해 주겠지, 뭐.’
모든 책임을 한도훈에게 전가하며 나는 재빨리 고찬영 여친이 있는 반으로 향했다.
***
“설희야, 오늘은 너 남친 좀 늦네?”
“그러게~. 언젠 쉬는 시간 되자마자 달려오던 애인데 말이야?”
문설희는 반 친구들의 말에 억지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누가 봐도 헐뜯기 위해 벼르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고찬영과 사귀던 순간부터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문설희는 눈앞에 있는 그들이 자신을 질투하기에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당당히 어깨를 펴며 자신의 긴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잠시 볼일 있나 보지.”
저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뻔뻔히 대응해 주었으나, 그들은 더욱 능청스레 자세를 바꾸었다.
“아, 그렇지, 참. 그러고 보니 어제 자기 친구들이랑 노느라 바빴지~?”
“그것도 여자인 친구들 말이야.”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문설희의 귀를 자극했다. 문설희는 대번에 미소에 금이 갔다. 그녀는 이를 아득 깨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 걔 누구지? 서이나? 걔랑 특히 사이 각별하잖아.”
“아, 그 서이수 누나? 하긴…. 전학 첫날부터 싸고돌았다며. 난 사실 걔네 둘이 사귈 줄 알았다?”
문설희는 그 말에 부들거려 오는 주먹을 한 손으로 내리누르며 최대한 침착히 대응했다.
“사귀긴 무슨~. 걔는 그 반휘혈이랑도 자주 붙어 다니던데. 걔 말고도 다른 애들이랑도 그냥 두루두루 친하잖아?”
“흐음…. 그것도 그래?”
“아, 맞아. 나 한도훈이랑 이윤이 걔 좋아한다는 말 듣고 쓰러질 뻔했잖아.”
지금은 아니란 거 다 밝혀졌지만. 까르르거리며 여자애들이 수다를 나눴다. 절호의 기회였다. 문설희는 대화의 흐름이 바뀐 걸 확인하곤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장착했다.
“그건 그렇고… 참 대단하지 않아?”
“응? 뭐가?”
문설희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재차 확인하며 웃음을 더 깊이 그려 냈다.
“그렇게 남자애들을 끼고 다니는데도… 그 누구도 걔한테 관심 없는 거 보면…. 참 안타까워, 그치?”
“아, 맞아. 나라면 그중 한 명 바로 꿰찼을 텐데.”
“으~!! 진짜 상상만 해도 싫어. 나라면 자존감 완전 바닥을 뚫었을 거야….”
여자애들이 진저리를 치며 비웃는 웃음을 그려 냈다.
“너무 그러지 마~.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그러겠어?”
문설희는 만족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은 그 고찬영을 꿰찬 매력 있는 여자였으며, 화제의 주인공들에게 둘러싼 서이나는 그저 무매력 덩어리인 한낱 여학생뿐인 사실이.
그렇기에 그녀는 어제 자신을 내버려 두고 서이나를 택했었던 고찬영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비웃던 이들의 시선이 따라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잠시 늦는 고찬영으로 인해 자신을 까 내려고 하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화제를 돌리자 금세 서이나로 그 화살의 방향을 꺾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내 화제의 주인공이자 아이돌인 그 무리들 대다수에게 관심을 받아 가는 여학생. 그게 바로 서이나였다. 서이나 본인이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으며, 또한 과녁으로 겨냥을 당할지라도 스스로 그 화살 전부를 부러뜨리는 강함과 인맥을 두고 있기에 지금껏 조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설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고찬영과 서이나와의 사이를 벌리기 위해 가만히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찬영아, 서이나 걔… 너무 남자랑 붙어 다니지 않아?’
나름 사귄 지 한 달도 넘기도 하고, 슬슬 말해도 괜찮겠다고 여기며 꺼냈던 말이었다. …무엇보다 그날 점심, 그 ‘친구님’ 때문에 자신을 바람맞힌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 친구님은 언제나 인기 많지~.’
하지만 고찬영은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태연하기만 했다. 게다가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듯 싱긋 웃으며 빙수를 먹기까지 했다. 문설희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다시 신중한 척 입을 열었다.
‘…그건 좀, 문제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여자애가 그렇게 남자애들이랑 붙어 다니는 건 좀… 아무래도?’
문설희는 짐짓 걱정된다는 듯한 시선으로 고찬영을 바라보았다.
‘난… 네가 그 애랑 가까운 게 마음에 걸려. 혹시라도 안 좋은 소문에 휩싸이기라도 하면….’
고찬영은 그제야 띠었던 웃음기를 지우며 빙수를 먹던 스푼을 테이블 위로 놓았다. 그의 진지한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문설희는 그 깊은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심장이 떨려 왔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보는 것만으로 설레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쑥스럽게 시선을 피하고 있자 고찬영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
‘설희야.’
‘응?’
고찬영이 부드럽게 싱긋, 웃었다. 문설희는 그 미소를 보자 반사적으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 다정한 웃음이 마치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입조심하자.’
‘…응?’
문설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나 고찬영은 그 눈웃음을 더 깊게 그리며 단호히 말했다.
‘입조심하라고.’
고찬영은 그녀의 기대를 단칼에 배신했다.
문설희는 그 차분한 음성에 등골에서 소름이 달렸다. 소리 없이 굳은 그녀가 그제야 발견한 한 가지.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일지 모르게 차분하도록 가라앉은 눈동자였다. 문설희는 그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이 그의 지뢰를 밟았음을 깨달았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두려움이 온몸을 내리눌렀다.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해야 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그녀의 머리는 새하얘졌다.
고찬영은 그런 그녀를 잠시 동안 보았다. 그러곤 픽, 웃으며 언제나와 같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띠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전에 그 얘기 들었…’
자연스럽게 바뀐 화제에 문설희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그의 말을 반사적으로 맞추었으나… 테이블 아래에 있는 그녀의 손은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인해 치맛단을 꽉 붙든 채 부들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문설희는 서이나가 싫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싫었지만 어제부터 지독히 혐오스러워졌다.
“솔직히 얼굴도 별로잖아? 그러니까 관심을 못 받지. 애들 눈 버리는 거 아닌가 몰라. …정말 나라면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을 거야.”
그래서 문설희는 서이나를 깎아내리는 데 서슴지 않았다. 추락한 어제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문설희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외모는 누가 봐도 출중했기에, 그 자신감을 증명하듯 그녀는 자신의 머리칼을 뒤로 여유롭게 넘겨 보였다.
“어…. 그, 글쎄?”
“나, 난 잘 모르겠네….”
그런데 아까까지 서이나를 같이 잘만 욕하던 이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아니, 두려운 무언가를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에 문설희는 이것들이 미쳤나, 하는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길 잠시,
“그거 참… 흥미롭지 않은 개소린걸.”
뒤에서 스산하게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문설희는 들려온 목소리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마치 어제와 같은 공포가 등골을 내달렸다. 머릿속으론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몸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눈앞에 있는 존재에 반사적으로 비명으로 질렀다.
“꺄아…!!”
“귀청 떨어지겠네.”
문설희는 저도 모르게 힘이 풀린 다리에 의자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왜, 왜 쟤가 여기에…!’
그 이유는 바로 눈앞에 위풍당당히 서 있는 존재, 서이나 때문이었다. 그녀는 당황스러움에 입을 뻐끔거렸다. 서이나는 그런 문설희에게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고개를 까닥였다.
“어이, 거기 잘난 아가씨. 눈 버리게 해서 하나도 안 미안한데… 잠시 얘기 좀 할까?”
서이나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하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것이 즐거움이 아닌 깊은 빡침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그리고 그녀가 지금 굉장히 참고 있음을. 자연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