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소에 갇혀버렸다 !-188화 (188/306)

189. 방황하는 마음. (7)

이번 선공은 나다.

나는 빠르게 지면을 박찼다. 최강혁의 앞에 순식간에 다다른 나는 바로 다리를 내질렀다.

팡-!!

그러자 최강혁이 바로 다리를 세워 막았다. 하지만 이미 이것은 예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딜레이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약하게 찼다. 나는 씩, 웃으며 곧장 다리를 다시 날려 좀 더 위쪽을 연이어 가격했다.

팡! 펑-! 빡-!!

최강혁은 연타로 이어진 공격을 팔까지 세워 막았으나, 한 번에 누적된 데미지로 인해 몸이 주춤거렸다. 타격점이 이어질수록 강하게 내려치는 게 들어 먹힌 것이다. 착 감기는 타격감이 마음에 들어 내 입가엔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후웅-!!

“앗.”

아이코. 위험. 위험. 순간 만족스러운 타격감에 도취돼 최강혁한테 잡힐 뻔했다. 묵직하고도 위협적인 움직임에 나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그와 간격을 벌렸다.

‘…이런, 너무 흥분했네.’

그대로 잡혔으면 그대로 유효타를 허용했을 터였다. 나는 툭툭 볼을 치며 너무 들떠 있는 자신을 다독였다. 최강혁은 그 와중에 맞은 자신의 팔과 휙휙, 휘두르고 다리를 지면에 툭툭, 차며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곤 주먹에 힘을 꾹 쥐어 보이더니,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

“호오….”

재밌네. 그가 짧게 읊조렸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야, 손 떨리는 거 다 보여. 허세도 작작 부리시지?”

나는 잘게 떨리고 있는 그의 손을 눈짓했다. 최강혁은 그런 내게 픽, 하고 가벼이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할 소리를.”

“…무슨 소린지?”

이런, 눈치챘나? 나는 그의 말에 되물었지만, 이미 속으론 혀를 차고 있었다.

‘숨이 막혀.’

코피 때문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소진되는 체력은 어마어마했다.

‘이 상태론 1분도 못 버티겠는데.’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했던 게 이런 식으로 타격이 올 줄 몰랐다. …설마 내가 최강혁이랑 싸우게 될 줄 알았겠는가. 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잘게 떨려 오는 전신을 다잡아 다시 자세를 낮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

‘큰 한 방으로 간다.’

각오와 동시에 시선이 맞부딪혔다. 불이 튀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낀 순간, 최강혁은 어느새 내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는 뛰어온 속도를 이용해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것을 재빨리 허리를 젖혀 피하자,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나는 곧장 공격의 딜레이를 틈타 바로 그에게 접근하려 돌진했…,

“!”

으나, 곧장 연계된 그의 뒤차기에 급히 몸을 깊숙이 숙였다. 하나 그의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대로 자세를 낮춘 나를 향해 수직으로 다리를 내리꽂았다.

빠악-!!!!!

“크윽…!!!”

날카로운 브라질리언 킥이었다. 바로 팔을 교차시켜 그것을 막았으나, 중력을 힘입은 무거운 공격에 팔뿐이 아니라 전신에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멍청히 서 있어선 안 되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매섭게 쥐었다.

팡! 그 다리를 세차게 치워 내 중심을 흔들었다. 그리고 곧장 그의 품에 파고들어 그가 자세를 채 다 잡기도 전에 주먹으로 빠르게 연타했다.

“큿…!”

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주춤거렸다. 그 틈을 노려 나는 지체치 않고 그에게 팔꿈치를 내려찍었다.

팡-!!

그러나 그 공격도 최강혁이 빠르게 휘두른 그의 손에 의해 방향이 틀어져 버렸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다리를 날렸다. 하나 최강혁은 간발의 차이로 턱 쪽을 노린 공격을 피한 후, 몸을 돌려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팔을 세워 그것을 막았고, 연이어 가격해 오는 다른 주먹 또한 반대 팔로 막아 냈다.

“!!”

두 주먹이 한순간 막히자 빈틈이 생겼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품 안에서 몸을 반쯤 회전시키며 파고들어 그의 가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파방-!!

연속 두 번. 정통으로 들어간 공격에 최강혁의 얼굴은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나는 이에 그치지 않고 휘릭, 몸을 돌려 그의 목을 붙잡은 채 바로 뛰어올라 팔꿈치로 그의 어깨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크윽!!”

최강혁의 몸이 충격으로 크게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절호의 찬스.

나는 사뿐히 내려앉았던 지면을 즉각 박차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칫…!!”

그런데 최강혁은 놀랍게도 그런 나를 발견하곤 곧장 몸의 중심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그는 딜레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속히 다리를 내 쪽으로 내질렀다. 누가 보아도 허를 찌를 만큼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하지만.

“?!”

그의 다리는 나를 맞추지 못했다.

나는 그의 공격에 허리를 뒤로 젖혀 그의 다리를 미끄러지듯 옆으로 피했다. 내 시야 속에 그의 동공이 확대되는 게 여실히 보였다.

두근.

이 순간, 숨 하나, 눈 하나 깜빡이는 모든 것이 느려졌다.

심장에서 삶을 증명하듯 강한 박동이 느껴졌다.

최강혁은 강했다. 그리고 대단했다.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하지만,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건,

두근.

‘나다.’

빠악-!!!!!

강한 일격이, 일대를 울렸다.

“……!!!!!”

빠르게 도약하여 회전력에 힘입은 다리가 그의 어깨와 목 사이를 정확하고도 깊숙이 들어갔다. 최강혁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크게 휘청였다.

철푸덕,

그 와중에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나 나는 재빨리 다시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제대로 들어갔어!’

회심의 일격이었다. 몸의 감각이 확실히 말해 주었다. 이걸로 쓰러지지 않으면 진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빠르게 뛰어오는 심장을 느끼며 최강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서 있는 거야?!”

저 새끼 괴물인가! 나는 여전히 서 있는 최강혁을 보고 기함했다. 아무리 인소 세계 남주라 해도 그렇지, 이건 정말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하…,”

또, 정작 가장 우스운 건 그게 아니었다.

“…하하-!”

폭소와도 같은 웃음이 의식지 못하게 터져 나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 이거지-!!”

그래, 이래야 재밌지-!! 굳건히 서 있는 그를 보니, 덩달아 내 피까지 끓어올라 버렸다.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 것만 같았다. 흥분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와 같은 감각을 느끼는 게 얼마 만인가! 나는 만면에 미소를 크게 덧그리며 곧장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최강혁이 먼저 움직이기 전, 더 빨리 선수 치기 위해 주먹을 내지르려는데…!

털썩,

“으어…?!”

그의 몸이 돌연 무너졌다. 풀썩 내려앉은 몸이 지척에 있던 내 몸을 뒤덮는 건 한순간이었다.

“자, 잠, 잠깐…!”

그리고 공격을 위해 어정쩡히 자세를 취하고 있던 난 갑자기 덮친 무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으갹, 하고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같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어억….”

아프다.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힌 등과 꼬리뼈가 심히 아프다. 그리고 무겁다. 덕분에 저절로 곡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게 뭔…. 어, 최강혁. 무거워, 비켜.”

나는 툭툭, 그를 두드렸다. 어서 비키라고 힘을 줘 봤으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게다가 이 무게, 마치 정신을 잃은 것처럼 축 늘어진 게 굉장히 무겁….

“…어.”

잠깐.

나는 불쑥 치고 들어온 뇌리의 가정에 정신이 번뜩였다.

설마, 설마…, 이 자식, 진짜 기절한 거야…?

“야,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 줘. 어서 정신을 차려서 내 위에서 비켜 주렴. 나는 이 순간, 인소 남주 버프를 기대했으나…

“…….”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그 상태에 비로소 깨달았다.

‘이 새끼, 기절했었어-!!’

시간차 공격으로 날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이 녀석 그 와중에 선 채로 정신이 날아간 거였단 말이야?!

진짜 여러모로 대단한 자식이네, 이거! 나는 어이가 없어 헛바람을 자꾸만 들이켜며 믿을 수 없단 눈으로 기절한 놈을 붙들었다.

“억, 미친…!”

그러자 상처를 완전히 잊고 있던 몸이 나 살려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감전을 당한 것처럼 짜릿하게 퍼지는 부상의 후유증에 나는 순간 말을 잃고 허덕였다.

잠시 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던 나는 얼마 안 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이성은 돌아왔어도 상황은 변치 않았다. 상황 파악을 빠르게 마친 나는 낭패감에 얼굴을 확 찌푸렸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최강혁의 몸을 꽉 붙들었다.

“으그그극, 이게,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남은 힘을 간신히 쥐어짜 내며 그의 몸을 옆으로 치웠다. 겨우 그 아래를 비집고 나오자, 드디어 해방감이 찾아왔다. 나는 그대로 드러눕고 싶은 걸 참으며 삐걱거리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진짜 더럽게 무겁네.”

혀가 저절로 내둘러졌다. 나는 질린 시선으로 정신을 잃은 최강혁을 보았다. 내 손에 의해 뒤집어진 탓에 눈을 감고 쓰러진 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허…. 이게 바로 간죽간살, 뭐, 이런 거야?”

살다 살다 선 채로 기절한 놈은 처음 봤다. 평생 볼까 말까 한 기이한 장면을 목격해선지 자꾸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말 인소 남주는 뭐가 돼도 다르구나. 나는 기인 열전과도 같은 그의 행동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 그런데….”

그러다 나는 순간 몸을 멈칫거렸다. 그리고 떨떠름한 눈으로 최강혁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상황이 얼추 종결되니, 앞으로의 문제가 닥쳐왔다.

이곳엔 맥이 풀려서인지 체력이 훅 바닥나 거동하는 거 자체가 힘겨워진 사람 한 명과 키가 180대인 거구의 기절한 놈 하나뿐.

“…….”

나는 그 기절한 놈을 보며 안색을 굳혔다.

‘망했네.’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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