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소에 갇혀버렸다 !-240화 (240/306)

241. 서브 남주나 엑스트라의 운은 믿는 게 아니다. (7)

명백한 승리를 예측한 한마디에 한순간 정적이 내달렸다. 그리고 이내 곳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오, 와아…! 여자 친구를 향한 굳건한 신뢰가 느껴지네요! 관객분들의 환호성도 제 마음과 같은 거겠죠! 멋진 한마디였습니다!”

그리고 사회자도 감탄하며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반휘혈은 그러든 말든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물끄러미 보다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당연한 소리지.”

네 말이 맞다. 당연히 이 경기는 내가 이길 거다. 반휘혈은 아주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특별히 가산점으로 쳐줘도 되겠네.’

여전히 그 망할 청혼은 아니꼬왔지만 저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 의심의 여지 없는 답안이 만족스러웠기에 나는 그에게 확신 어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반휘혈의 시선이 살짝 가늘어지더니, 미약하게나마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드리웠다.

“지. 그럼 배틀 로열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분들은 준비해 주세요.”

드디어 시작인가. 나는 올린 주먹을 내리고 자세를 잡았다. 보자, 빨간 팀은 누구누구려나. 나는 눈을 굴리며 색을 확인했다.

빨강, 파랑, 검정.

나는 보이는 색들을 눈에 담으며 수를 셌다. 파랑 팀은 이제 고찬영 혼자뿐인 것 같고, 검정 팀은 서이수까지 해서 세 명. 그런데 빨강 팀은 어디에 있지?

“자, 3, 2, 1, 배틀 시작-!!”

글러브 위에 표시된 붉은 띠를 찾고 있는데 사회자가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나는 서두를 것 없이 눈을 굴렸다. 고찬영이나 서이수를 제외하곤 별다른 위험인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 크나큰 실수였다.

“서이나, 맞지?”

“응?”

낯선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에 띄는 건 붉은 띠를 두른 글러브였다.

‘아, 찾았…?!’

훙-!!

“?!”

재빠른 주먹이 내 코끝을 스쳤다. 위협적인 울림에 내 두 눈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뭐, 뭐야?!”

하지만 소리를 지를 때가 아니었다. 이내 채찍 같은 다리가 육중한 울림을 타고 나를 향해 직격했다. 그에 반사적으로 급박하게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슬아슬하게 연이어 피한 난 경악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지?! 저런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당혹으로 물들었다.

“바, 방금 그 공격은…?! 누구죠?! 저 학생, 저 학생 대체 누구죠?!”

사회자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이 여학생의 활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 잠시만요. 네. …네.”

그런 사회자에게 어떤 소식이 들려왔나 보다. 그는 잠시 멘트를 중지하고 무언가에 답하더니 곧 다시 마이크를 잡고 흥분을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현재 카메라에 잡히고 있는 학생은 2학년 5반의 조선지 학생으로 2년 전, 태권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3위를 입상한 선수이며, 현재 태권도 3단의 유단자라고 합니다-!!”

“?!”

그 소리에 나는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내 앞에 선 여학생을 보았다.

“…왜 체고에 안 간 건데?!”

태릉에 갈 법한 같은 선수가 왜 이런 흔하디흔한 일반고에 왔는가. 말도 안 되는 현실에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조선지는 내 말에 흠칫 몸을 떨더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으니까.”

어? 나는 순간 그 말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으려던 찰나, 조선지는 눈에 잔뜩 힘을 주며 외쳤다.

“그딴 건 지금은 상관없잖아! 지금은 너랑 나, 둘의 대결이야! 정정당당히 나와 붙자, 서이나!!”

“엥?”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다리가 날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피해 거리를 벌리며 표정을 굳혔다.

‘큰일이다. 여기서 제대로 맞붙기 힘든데.’

사람의 이목이 너무 집중되어 있는 무대에서 저 학생과 정정당당히? 미친 소리다. 양심이 찔린 소리긴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응수하면 이제껏 아슬아슬하게 지켜 온 조커라는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 세계 랭킹 3위의 실력자와 붙고는 싶다만…, 어쩌면 좋을지.

‘태권도 세계 랭킹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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