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소에 갇혀버렸다 !-274화 (274/306)

274. 폭풍전야 (1)

***

두둔!

어딘가 웅장한 북소리를 두드린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핸드폰 액정에 보이는 서이수와 주연희의 사진을 보고 나는 흔들리는 동공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 아니, 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뭐야?! 다시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상황이야?!

“납치? 나, 납치???”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가늘게 뜨고 보고, 옆으로 흘겨봐도 사진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인소의 대미이자 하이라이트인 납치극이 이루어진다고??

‘근데 왜 내 동생을?!’

주연희라면 여자 주인공이니까 인소식 막무가내의 개연성으로 그럴 수 있다고 어떻게든 납득을 할 터였다. 그런데 왜 내 동생이 납치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것도 이렇게 협박 같은 느낌의 사진까지 내게 친히 보내오고…,

“어? 설마?”

이거 나 협박하는 건가?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발신자가 ‘발신자 표시 제한’이다. 누가 보냈는지 알 방도도 없었다. 아니, 물론 이런 계획을 꾸미는 사람이야 한정적이겠지만 당황스러운 건 변하지 않았고 범인이 누군지 명확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수 이 녀석은 왜 기절해 있는 거지?’

사진상으론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다. 얼굴 쪽에 작은 찰과상은 보이는데… 주연희는 깨어 있고 서이수는 기절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저 별거 아닌 양아치들이 벌인 일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정도면 여기서 멀리 있지도 않을 테고 안경희의 조력만으로 금방 찾아내 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 평범한 양아치가 아닌 ‘그 녀석’이라면….

지잉-.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안녕?]

“!”

한창 혼란스러운 마음에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수신됐다.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뜬 채 선뜻 반응도 못 하고 굳어 있는 사이 메시지는 연이어 도착했다.

[숨바꼭질 좋아해?]

[지금부터 숨바꼭질을 시작할 거야.]

숨바꼭질…? 일방적인 메시지 내용으로 보건대 역시나 이자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나 보다. 게다가 보기만 해도 불길한 단어 선정에 난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 단어는 보통 스릴러 납치물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던가. 왠지 모르게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 제한 시간은 없어.]

[그렇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네 동생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않아?]

[혹시 모르니 이것도 말해둘까? 경찰을 부른 순간, 정말 재미없는 일이 벌어질 거야. 부디 이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멍청이가 아니길 바라. 알았지?]

[그럼 열심히 한번 찾아봐? 조커 양.]

-조커 양.

덜컹. 심장이 크게 덜컥거렸다.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이 메시지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움켜쥐고 있는데 지잉-, 하고 새로운 메시지가 연이어 도착했다.

[P.S. 너의 유능한 조력자가 얼마나 빨리 찾을지 기대되네.]

뚜둑. 살벌한 뼈 소리가 꽉 쥔 주먹에서 울렸다. 드러난 손등 위론 힘줄이 올라와 잔뜩 불거졌다.

“하-.”

빠드득, 이가 갈리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마에 불쑥 돋아난 핏대가 여실히 드러났고 나는 앞으로 삐져나온 잔머리를 쓸어 올렸다. 끌어 올렸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나는 편의점에서 등을 돌리며 속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이나야, 무슨 일이야???]

곧 통화가 연결됐고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할 시간이 없이 바로 용건을 말했다.

“경희야, 급한 일이 생겼어.”

응?? 안경희가 통화 건너에서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지체치 않고 말을 덧붙였다.

“이수랑 연희가 납치됐어.”

그러자 안경희는 잠시 말이 없더니….

[뭐어-?!?!?!?]

새된 비명을 지르며 기함했다. 난데없이 터진 사건에 당황하는 안경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누군지 몰라도 날 불러내기 위해 감히 연약한 내 동생을 건드리다니.

‘잡으면 기필코 죽여 버릴 테다.’

살벌한 각오가 가슴 깊이 새겨지며 나는 표정을 가라앉힌 채 주먹을 꽉 쥐었다.

***

서이수와 주연희의 납치 소식은 금세 다른 이들에게 퍼져 갔다. 대개는 당혹스러워했고 어떤 이는 어딘가 짐작을 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개중엔….

~♬♫♪♩

“……뭐,”

[혁아-!!!!! 비상-!!!!!!]

의외의 인물도 섞여 있었다. 최강혁은 잠결에 받자마자 고함을 질러 주는 이윤의 행태 덕에 급히 핸드폰을 멀리 떨어트리며 얼굴을 팍 구겼다.

“뒤질래, 이윤.”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 머리가 다 울렸다. 최강혁은 이마를 짚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혁이, 너 한가하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얼른-!!]

하지만 이윤은 그런 것 따위 하등 신경 쓰지 않고 제 말을 이어 갔다. 그런 이윤에게 최강혁은 단호히 대꾸했다.

“바빠.”

뚝-. 그러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 ~♬♫♪♩ ~♬♫♪♩

전화가 다시 울렸다. 최강혁은 그 소리를 무시했다.

~♬♫♪♩ ~♬♫♪♩ ~♬♫♪♩

…그런데 그 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잠깐 잠잠해져도 다시 통화가 걸려 왔다. 울컥. 계속해서 울리는 소음 때문에 최강혁의 이마에 혈관이 툭 솟았다.

“씨발, 작작 해!!”

[진짜 급하다니까!!!!]

결국 성질을 참지 못한 그가 전화를 들고 소리쳤다. 하나 이윤은 기죽은 기색 하나 없이 그 또한 당당히 소리쳤다.

“너 진짜 별일 아니면 뒤진다.”

이번만은 진짜 별거 아닌 헛소리를 지껄이면 절대 가만 안 둘 것이다. 이제껏 실속 있는 걸 제대로 가져온 적이 없다 보니 최강혁의 기대치는 이미 바닥을 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는 요즘 기분이 많이 저조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망할 땅콩이 학교에서 보이질 않기 때문이었다. 대충 그 인간한테 제 볼일을 전하려 했더니, 평소엔 저에게 온갖 참견은 다 하다가 막상 찾으려면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기분도 처참히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손 좀 터나 싶더니 기분 더럽게.

최강혁은 혀를 차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였다.

[아니, 진짜 큰일이라니까?! 이수가 납치당했대-!!!]

“…이수?”

이윤은 답답한 것처럼 버럭 소리쳤다. 하나 최강혁은 그 말을 듣고는 한쪽 눈썹을 휘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게 누군데.”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 새끼가 또 별것도 아닌 일로 연락을 하나. 최강혁의 낯이 점차 살벌히 가라앉으려던 찰나,

[아이참! 이나 누나 동생이잖아-!!]

“-뭐?”

땅콩의 동생? 그의 눈이 놀라움에 살짝 커졌다.

[이 바보야!! 넌 왜 그것도 몰라? 누나 좋아하는 거 맞긴 해?!]

“씨발. 좋아하긴 누가 좋아해! 너 진짜 뒤질래?!”

하지만 최강혁은 이어진 이윤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유와 타박보다 후자의 말에만 반응한 그에게 평소였다면 이윤이 지적하며 놀릴 법했지만 이번만은 그도 마음이 급했기에 별다른 이상을 못 느끼고 말을 이어 갔다.

[아무튼! 이나 누나 동생 납치됐어! 헬프, 헬프!!]

…땅콩의 동생. 자꾸만 강조되는 그 인물에 최강혁의 머릿속에서 어떤 검고 커다란 덩치의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꾸물거리며 그려졌다.

아, 그런 게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최강혁은 체육 대회에서 그 비슷한 무언가를 봤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러니까-, …응?]

“그래서 어쩌라고.”

확실히 이번만은 놀라운 소식이란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땅콩의 동생이 납치당한 게 저와 무슨 상관인가. 최강혁은 귀찮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툭, 제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그 땅콩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대충 그 자식도 일진이니 이상한 놈들에게 보복이나 당한 거 아니겠는가. 그런 놈들 정도면 굳이 제가 아니어도 땅콩 혼자서도 집단 하나는 손쉽게 괴멸시킬 수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동생보다 납치한 놈들일지도 몰랐다. 뭐, 이 또한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하, 하지만….]

무심한 대답에 이윤이 주춤거렸다. 그 말이 일리가 있었던 터였다. 그 수준으로 끝나면 정말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그렇게 소규모의 일이 아니란 점이었다.

[그냥 납치가 아닌 것 같던데…. 누나가 강한 놈들 되도록 많이 불러 달라 했구…. 너 오면 반가워할 거구우….]

움찔. 최강혁이 그 말에 눈썹을 휘었다. 자신을 반가워한다고? 그 땅콩이? 매번 제 얼굴만 보면 구기는 녀석이? 좀체 상상이 가질 않아 굳어 있던 사이 이윤은 다른 정보도 슬며시 꺼냈다.

[또 이수만 납치당한 것도 아니고 연희라는 애도 납치당했다고 들었단 말이야….]

“…잠깐.”

누가 납치돼?

[연희 말이야, 연희. 왜 예전에 왕따로 피해 입구 너랑 체육 대회 때 파트너도 한 그 애!]

“…….”

[게다가 그냥 일진도 아니고 조폭이랑도 연관된 것 같구….]

이윤의 목소리가 불안으로 살짝 떨렸다.

[왠지 불길해, 혁아. 아직 누가 한지는 잘 모르지만… 난 느낌이 불길해.]

최강혁은 그 말을 잠자코 들으며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태풍이 불기 전의 날씨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땅콩의 동생과 주연희의 납치. 그리고 깡패.

그것이 만들어 내는 교집합은 무엇인가. 하나 최강혁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젠장.”

빠득. 최강혁은 급격히 올라오는 짜증에 이를 강하게 물며 얼굴을 깊게 쓸었다.

“진짜 징그러운 새끼….”

[응???]

“야.”

갑작스러운 욕설에 이윤이 당황했으나 최강혁의 괘념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얼굴을 서늘히 굳히며 그에게 말했다.

“장소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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