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Final Round (3)
“큭, 크흐흐, 으하하하하하하!!!!!”
내 발언에 정태이는 돌연 폭소를 터트렸다. 그녀는 이마를 붙잡으며 웃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니 진짜 골 때린다 아이가.”
“나도 알아.”
그에 나도 그녀를 따라 호기롭게 웃었다.
“그 표정, 이제껏 봐 온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네.”
정태이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며 악동과도 같은, 제 나이를 찾은 듯한 미소를 짓궂게 지어 보였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19살. 그래, 너는 내가 아는 그 사람보다 어리었고, 무궁한 가능성을 품었다. 그 어떤 길을 가든 넌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후계에서 박탈되면 내가 일자리를 소개해 줄게.”
역시 네겐 더 어울리는 자리가 있었다.
“호오. 그거참 듬직하네.”
그렇지만, 그녀는 안광에 이채를 띠며 입꼬리를 더 깊게 끌어 올렸다.
“필요 없다.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자신이 질 것이라고 한 치의 의심도 내포되지 않은 말이었다.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던 패왕이라 했던가. 정말이지, 오만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나.
왠지 모르게 웃음이 자꾸만 나왔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박동이 전달된 손끝이 잘게 떨려 왔고, 어딘가 머리끝까지 고양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나는 숨을 힘껏 들이켰다. 그리고 힘차게 웃었다.
“-Fight.”
시합 재개다.
탓-!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동시에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펑-!!!!
함께 다리를 내질렀다. 강한 각력과 함께 맞부딪힌 다리에는 세찬 울림이 힘차게 퍼져 갔다. 잠시 힘을 겨루듯 버티길 잠시, 나는 그 미는 힘을 이용해 땅을 박찼다. 나의 발꿈치가 그녀의 머리를 노렸고, 정태이는 재빠르게 머리를 숙여 그것을 피했다. 그러곤 내 쪽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퍽-!!
“커헉…!”
옆구리에 깊은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곧 이를 거세게 깨물며 무릎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찍었다.
“크흑…!”
정태이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다시 떠오르며 내 다리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주먹을 내 얼굴 쪽으로 가격했으나 나는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주먹은 한 대로 그치지 않았다. 가드를 풀어내려는 듯 세찬 울림이 연사로 쏟아졌다.
“으, 윽…!!!!”
당장이라도 팔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이 강하게 전해졌다.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쥔 채 잡히지 않은 다리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
한순간에 밀착된 거리감에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빡-!!!
이마와 이마가 강하게 추돌했다. 띵한 고통이 머리를 울렸다.
“크, …읏!”
그리고 그것은 정태이도 마찬가지였다. 다리를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풀리었다. 나는 그 틈을 타 벗어나며, 곧장 주먹을 퍼부었다.
퍽, 빡, 펑-!!!
하나의 공격도 놓쳐선 안 된다. 가벼운 공격은 없다. 일격 하나하나에 모든 힘을. 모든 전력을. 맹수와도 같은 날카로움을. 총탄과 같은 예리함을. 단 한 번의 기회도 잃어선 안 되었다.
“윽…!”
몸을 꿰뚫을 것만치 격렬하고도 첨예한 공격들에 팔로 막고 있음에도 정태이의 몸은 뒤로 밀리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버티다가 돌연 전신의 근육에 힘을 팽팽히 주더니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내 팔을 가로챘다.
“!”
으스러질 듯 잡힌 팔에 내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나 또한 그녀의 다른 팔을 붙잡았다.
꽈아악-.
강한 악력이 힘을 겨루듯 맞부딪혔다. 내 팔이 으스러지는 것이 먼저일까, 그녀의 팔이 부러지는 게 먼저일까. 온몸의 근육이 밀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키기 위해 날이 서듯 부풀어 올랐다.
“니, 방식이 좀 무식해지지 않았나.”
“사돈 남 말하지 말자, 우리.”
서로의 잡힌 손에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 마비가 된 듯 새파랗게 변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목이고 이마고 핏대가 시퍼렇게 올라왔다. 팽팽하게 부딪히는 힘에 잠시의 방심도 허락지 않았다.
“지금, 지금이다!!”
그때 지차용이란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뚫렸어!!”
어느샌가 입구가 뚫렸었는지 한도훈이 소리를 치는 게 들려왔다. 그것을 증명하듯 몇몇의 깡패들이 이쪽으로 맹렬히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는 것처럼 그들은 희희낙락하게 소리쳤다.
“시발, 뒤져-!!”
“10억은 내 거야, 새꺄!!!”
칼과 쇠 파이프가 우리에게 돌진하던 찰나,
“야.”
스산한 중얼거림과,
“안 꺼져?”
살기 어린 음성이 그들에게 경고하는 것과 동시에,
빡-!!! 뻑-!!!!
두 깡패는 저 멀리 날아갔다.
퍽, 빡!!!
그러고서 각자 주먹을 날린 우리는 찰나의 타이밍을 봐주지 않고 다시 서로에게 격돌했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정리된 탓에 잠시 멈칫하던 깡패들은 이내 지차용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뭐 하는 거냐, 새끼들아! 한눈팔고 있을 때 치라-!!!!!”
“으, 으아아-!!!”
“너만 잡으면 내 인생도 핀다-!!!”
곧 10억이라는 포상금과 간부진 약속이란 게 꽤나 컸던지 깡패들은 제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덤벼들었다.
“으랴아아앗-!!!”
으득-.
정말 짜증 나게, 말이다.
빡-!!!! 푸, 푹-!! 퍼억-!!!!
그 순간 깡패들의 몸이 기이하게 비틀리며 날아갔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강하게 박히어 그 몸을 무너트렸으며, 어떤 물체에 정통으로 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사이에 벌어진 참상이었다. 그런 돌발적인 사태에 깡패들의 몸이 굳었다.
“이거 참, 깡패들은 이렇게 다 눈치가 없나?”
“저는 포함시키지 말아 주시길. 불쾌합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이들은 정작 태연했다. 고찬영이 쓰고 있던 헬멧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못마땅한 낯으로 가볍게 손목을 털고 있었고, 김율은 제이라는 사람의 머리를 한 발로 짓밟은 채 덤덤히 대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져.”
언제 도착했을지 모를 반휘혈이 있었다.
“이익-!!!! 다 공격해 다!!! 여기 있는 놈들 말고 정태이를, 정태이를 공격하란 말이야-!!!! 쪽 수로 밀고 들어가, 이 멍청이들아-!!!!”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지차용은 열불이 뻗쳤는지 부하들에게 노성을 질렀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압박감에 기가 죽어 있던 그의 부하들이 정신을 차렸다.
와장창-!!!
그리고 그들은 목숨을 건 것처럼 무기를 다잡고 창문을 모조리 부수며 이곳저곳에서 힘차게 달려들었다.
“가자!!!”
“으아아아-!!!!”
“하.”
그러자 정태이가 살기를 띤 웃음을 그려 내며 그들을 향해 조소했다.
“웃기는군. 네까짓 것들이 몇이고 덤벼 봐야 내 발끝에도 닿을까 싶나.”
그러고선 그녀는 주먹을 치켜들며 강하게 소리쳤다.
“도움은 필요 없다! 싸움은 계속한다, 서이나-!!”
뭐? 나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에 낯을 굳히며 다시 자세를 잡고 그녀의 다리를 피했다.
“…!”
그러자 그런 내 곁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생겨났다. 눈만 돌려 확인하니 어느 한 깡패가 지척까지 다가와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빡-!!
하지만 그 배트는 닿지 않았다. 오히려 깡패의 얼굴이 기이하게 비틀렸으며 그의 몸뚱어리가 내 쪽으로…,
‘내 쪽?!’
나는 눈을 부릅뜬 채 그 몸을 반사적으로 쳐 내 떨어트렸다. 그러자 깡패의 몸이 힘없이 날아갔다. 얼떨떨히 눈을 깜빡이고 있던 나는 이내 다가오는 발길질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그것을 맞받아쳤다.
땅-!!!
“반응 좋은데!”
그러자 정태이가 유쾌하게 소리쳤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이를 악물었다. 곧이어 정태이의 뒤를 습격하듯 다가오는 인물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주먹을 그녀의 얼굴로 뻗었다.
퍽-!!
그에 정태이가 재빠르게 피했고, 내 주먹은 깡패의 얼굴을 뭉그러트렸다.
“하…!”
나는 그 사실에 헛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너 진짜 미친 사람이야!”
그리고 어이가 없어 그녀를 향해 대뜸 소리쳤다.
“즐기자고-!!”
그에 정태이는 유쾌히 미소를 크게 그리며 대답했다.
“서이나!!!”
쩌렁쩌렁한 호명에 등골에서 전율이 내달렸다. 너라는 사람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미친 발상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알면 알수록 골 때리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다. 정태이.
그런데도,
“하, 하하! 좋아, 끝까지 가 보자!”
그녀와 같이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정태이!!”
나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몸을 도약했다. 탄환처럼 날아간 무릎이 그녀에게 향했으나 정태이는 얄궂은 미소를 띠며 몸을 피했고, 그대로 내 무릎은 그녀의 뒤에 있던 깡패를 향해 직격했다. 무릎을 정면으로 맞은 깡패는 하릴없이 몸을 무너트리려 했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그대로 다리를 깡패의 목에 휘감고서 상체를 아래로 숙여 중심의 축을 완전히 뒤바꾸었고,
훅-!!!
잡은 장정의 몸을 그 상태로 정태이를 향해 내던졌다.
우당탕-! 정태이는 가뿐히 그 몸을 피했다. 그러곤 내가 사뿐히 착지하던 찰나를 노려 내 얼굴을 향해 발을 걷어찼다. 나는 그 공격을 뒤로 피했고, 그 틈을 타 정태이에겐 칼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것을 가벼이 몸을 비틀어 피했고, 그대로 손목을 꺾어 연장을 놓게 만든 순간 몸을 숙이고 있던 내가 다리를 위로 차올렸다.
퍽-!!!
내 발은 깡패를 방패막이로 삼은 정태이로 인해 그의 턱에 직격했다. 정태이는 그 깡패를 내 쪽으로 집어 던졌고, 나는 그것을 몸을 꺾어 피하자 깡패는 다른 몸뚱어리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여러 사람이 한순간에 바닥을 굴렀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을 똑바로 보았고 피식 웃어 보였다.
“-훗.”
나와 같이 나를 마주한 정태이도 똑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탓-!!!
그리고 우리는 동시에 자리를 박찼고,
펑-!!!!
묵직한 파열음이 창고 내부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