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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화 (1/172)

#1화. 애기븝미쟝이 되었다

나는 ‘관종’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게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딱히 현실이 너무나 비루해서, 인터넷상에서라도 관심을 받아 보려 했다는 그런 이유도 아니었다.

그냥 이유 없이 즐거웠을 뿐이다. 현실의 나와는 다른 모습의, 가상의 인물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그게 문제였던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원래라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터다. 내가 관종이라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고, 내 행동에 대해 크게 불쾌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대놓고 드러내기에는 쪽팔린 행동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튼, 컨셉질이 중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것 아닌가?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혼자 불평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낯선 침대. 원래라면 작고 비좁았을 것이고, 누군가가 보았다면 남자 새끼 침대가 왜 이러냐며 핀잔이라도 주었을 만한 잠자리.

그곳에서 나는 그저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이거 하나는 여전하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며칠 전, 내 인생이 이상하게 되어 버리기 이전의 삶에서도 나는 침대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을 터다.

나는 내 몸을 살폈다. 몇 번이나 살펴봤음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생 백수치고는 나름 근육이 잘 붙어 있던 몸. 하지만 근육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야리야리한 흰 팔과 가는 손목, ‘치면 부러질까?’ 하는 생각이 드는 가녀린 소녀의 몸이다.

“하와와와…….”

입에서 한숨이라고 하기도 뭐한 뭐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참고로 이건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소리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요? 븝미쟝은 모르겠오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건 나도 모른다.

제멋대로 입에서 터져 나오는 특유의 말투를 들으며, 스스로의 머리를 마구 쥐어박았다.

인터넷에서 ‘극한의 컨셉충’, ‘넷카마’ 애기븝미쟝으로 이름을 날리던 나는 며칠 전 컨셉에 잡아먹혔다.

“하와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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