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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3화 (3/172)

#3화. 대장간에 간 애기븝미쟝!

소동이 끝나고, 뜬금없이 차올랐던 설움이 진정되자, 나는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온 것은 어마어마한 수치심의 파도였다.

아무리 내가 몸이 바뀌었을지언정 작금의 일은 용납하기 힘들었다.

밀려드는 허탈감에 눈물도 채 닦지 않고 멍하게 있으니, 감독관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내게 말했다.

“그……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까…… 미안하네.”

아마도 자기가 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컨셉의 영향도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기븝미쟝은 울지 않아여! 어른이애오.”

“아…… 하하! 그렇군. 이제…… 그러니까, 원래 하려던 걸 해도 되겠지?”

살살 어르고 달래며 처음과는 달리 꽤나 친절해진 모습으로 절차를 안내하는 감독관. 확실히 내가 또 울거나 했다가는 괜히 그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묘했다. 이래서 어린애들이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일단 울고 보는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흔히 각성석이라고 불리는 푸른색 광석을 꺼내었다.

게임 화면에서만 보던 아이템이 눈앞에 있으니 기분이 오묘했다.

이 세계에서 히어로들은 모두 1월 1일부터 20일 사이에 각성한다.

보통 그 나이가 17세. 드물게 그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 각성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17세에 이르러 각성한다.

본래에는 그 이후로 자신의 특성을 깨치고 이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 각성석이 등장한 이후로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

각성석은 각성 이후 본인의 힘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각성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빛을 발하며 내 몸에 마력을 주입했다.

물론, 내가 마력이란 것을 느껴 본 적이 없으니 그냥 게임 속 설명에 기반해 지레짐작하는 것이었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 오묘한 감각이 마력이겠지 하고.

웅웅웅웅.

게임에서와 달리 시간은 꽤나 오래 걸렸다. 게임에서는 그냥 빛이 번쩍하고 나면 모든 일이 끝나 있었는데.

“흐에엥…… 므에…… 하아앙…….”

그것이 지속되며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또한 점점 격해졌다. 고통이라기엔 꽤나 쾌락적인 그 감각에 나는 몸을 비비 꼬았다.

“커흠!”

내 앞에 있는 감독관은 괜히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해대었다. 여자도 아니고 우락부락한 남자가 그런 반응을 보이니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지만, 이 묘한 감각 때문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몇 분간 추태를 보인 끝에, 각성석에서 나온 마력이 거두어져 갔다.

몸 전체에 감돌았던 그 묘한 감각 또한 사라졌다. 젠장, 왜 게임에서는 대강 과정을 스킵했는지 알 것 같았다. 새로운 캐릭을 만들고 각성시킬 때마다 이런 식이었다면 히어로판타지는 절대 15세 이용가 게임으로 서비스하지 못했겠지.

“하악…… 하악…….”

나는 숨을 헐떡이며 기다렸다. 이제 곧 내 특성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

만약에 내가 바라 마지않게 평균 이상의 특성을 얻게 된다면, 히어로로서 안전하진 않더라도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람들이 말하는 ‘쓰레기’ 특성을 얻게 된다면…….

내 삶은 상당히 꼬이게 될 것이었다. 이 좆같은 컨셉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도 억울한데.

부디 제발 쓸모 있는 특성이 나오길.

나는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특성창이 떠올랐다.

“호에엥?”

이게…… 뭐야?

그것은 가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기에,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하지만 내용은 그대로였다.

이건, 내가 게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대마력과 기본 마법 숙련이라…… 완벽히 마법사 쪽이군. 하기야 육체계열이 나올 것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각성석에서 전해진 데이터를 확인하던 감독관이 중얼거린다. 대마력과 기본 마법 숙련. 두 가지 특성 모두 최상급의 마법 특성이었다. 내가 정말 바라 마지않던 최상위급 특성. 하지만 나는 그 특성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어…… 옵바는 그렇게 보이나여?”

“뭔가 문제가 있나? 그렇게 보이냐니…….”

감독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정말 각성석에서 나온 데이터 분석 결과는 그런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내 눈에 보이는 ‘진짜’ 특성창이 무언가 농간에 의해 감독관의 눈에는 변환되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븝미쟝 부끄러운 거시애오…….”

만약에 이 특성창을 남에게 보여 주게 된다면 나는 당장 돌바닥에 머리를 처박을 것이었다. 차라리 그편이 나았다.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0레벨 0%)]

―븝미쟝은 아가애오!

―븝미쟝은 힘차게 소리치면 힘이 나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운이 조와여!

―븝미쟝은 마법을 잘 쓰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짱짱쎈 언냐야 옵바야들이 조와해여!

―븝미쟝은 마력이 무지무지 빨리 늘어나여!

―븝미쟝은 몸이 약한 거시애오!

―븝미쟝은 ■■도 잘 아라여!

―븝미쟝은 ■■■도 조아여!

―븝미쟝은 ■■■■애오!

―븝미쟝은 ■■■가 될 수 있는 거시애오!(@색박스 끝)

“이거는 평생 비밀이애여……. ”

*    *    *

히어로판타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당연하지만 히어로들이다.

본래 스토리상 초기에 튀어나오는 몬스터들과 능력을 얻었으되 그것을 범죄에 악용하는 ‘빌런’들에게서 일반인들을 보호하는 ‘정의의 사도들’이라는 느낌이었으나 후일에 가선 그저 빌런과 알력 다툼을 하는 세력으로 비친다.

물론 지금은 게임 스토리 라인으로 따지자면 극초반인지라, 그런 인식보다는 정말 ‘영웅’으로서의 느낌이 강한 모양이지만…….

10년 정도만 지나도 협회의 비리라든가, 각 대형 길드들의 수작질이 드러나며 대중의 인식이 많이 나빠지게 된다.

물론 지금은 그런 것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내가 발 벗고 나서서 히어로들의 인식 개선을 하겠다 같은 포부는 없으니까.

내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혼란스러운 이곳 세계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것. 또 하나는 이 개 같은 말투를 어떻게 고칠 방법을 찾고, 다시 내 몸을 찾거나 하다못해 남자가 되는 것.

후자는 당장은 굉장히 이루기 어려운 일이었다. 막연하게 어떻게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계획 정도는 있었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꽤나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계획은 전자 쪽이 옳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설명과 이름이 역겹기는 하지만, 내 특성은 S급이니까.

그리고, 나는 이래 봬도 이 세계에 대해서는 굉장히 빠삭했다.

“상태창 씨 나와 주는 거애오!”

상태창.

내 말과 동시에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다나 크리스틴

나이: 17세

종족: 인간

능력치

힘: 4 민첩: 4 체력: 3 마력: 45

보유 특성: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0레벨 0%)

특성을 얻고 확인할 수 있게 된 내 스탯. 그것을 확인하고 난 뒤, 나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극단적으로 마력 쪽으로 치중된 스탯 포인트와 말도 안 되게 낮은 힘, 민첩, 체력.

아무리 마법이라든가 생산 계열 쪽으로 특성이 몰린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기초 스탯은 일반인보다 높았다.

일반인 기준 힘, 민첩, 체력 스탯은 각각 10~15 정도. 나는 총합이 11…… 그러니까 대충 지나가던 사람이 한 대 치면 바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 할 것이다.

하물며 몬스터가 나를 공격한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내가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 몸을 지킬 수단. 무장이건 마법이건 이 종잇장 같은 몸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대장간’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호고곡…… 엄청 크네여…….”

눈앞에 잔뜩 도열해 있는 건물들. 그 곳곳에서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생산계 각성자들, 히어로와 구분하여 일명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모여 있는 ‘스틸하트’라는 곳이었다.

다른 생산계 각성자들도 많이 있지만, 단연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장비를 만드는 대장장이들. 이곳에 있는 건물 중 8할 이상이 대장간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무장을 사려고 한다. 후일 실드 내지는 마나 실드, 속성력을 사용하는 배리어 따위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의미가 퇴색되겠지만, 현재로써는 그런 마법들을 배울 방도가 없었다.

그런 것들을 가르쳐 주는 아카데미는 3월에 개학한다. 그리고 나는 그 3월 전까지 던전에서 최대한 내 무력을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써는 내 몸을 보호할 무장이 절실하다.

땅땅땅땅!

“자, 저희 대장간으로 오세요!”

“C- 등급 강철 단검을 기존 가격의 5할로 판매합니다!”

망치질 소리가 혼잡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길가로 나와 호객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아마도 저들은 대장장이들의 조수일 것이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장인들에게서 기술을 사사하기 위해 일하는 이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내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은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턱!

갑자기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채었다. 나는 당황하며 팔을 빼내려 했으나, 그 사람은 가볍게 힘을 버텨 내었다. 근력 4의 스탯으로는 성인 남성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려 나를 붙잡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는 아까까지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던 남자였다.

“장비 보러 오신 거면 저희 대장간으로 오세요, 저희 대장간은 다른 곳이랑 다르게 디자인 또한 하나의 성능이라고 생각하…….”

“아…… 븝미쟝은 미리 생각해 놓은 곳이 있오요…….”

“가는 김에 한번 들르셔도 되잖습니까! 자, 자, 잘해 드릴 테니까…….”

아무래도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려 했으나, 결과는 시궁창이었다.

질질질…….

나는 너무나도 가볍게 끌려갔다.

아무래도 나를 아예 호구로 골라잡은 모양이었다.

힘이 안 된다면 말로라도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했지만, 이쪽도 개판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호에에엥…… 이러지 말아여…….”

젠장.

나는, 속절없이 끌려갔다.

내가 그 대장간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수십 개의 겉치장만 화려한 쓰레기들을 실컷 구경하고 난 뒤.

그러니까 대략 2시간 후였다.

……강매를 안 당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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