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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5화 (15/172)

#15화. 아케데미에 입학한 븝미쟝!

펜타곤 아카데미의 입학식 날. 나는 아카데미에서 온 생도복을 입고, 그곳으로 향했다.

시작 시간은 9시. 하지만 인파가 몰릴 것을 생각해 미리 7시부터 나왔다.

하지만, 그건 내 오만이었던 모양이다.

“학생, 여기서 내려 주면 되는 거야?”

“호에에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거시애오…….”

이미 아카데미 근처에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서 있었다.

가족이라던가, 친지 아니면 길드 관계자와 같은 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의외로 일반인들이었다.

[사 랑 해 요 신 하 연!]

[나츠키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제각기, 이미 플래카드 따위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인 펜타곤을 보고 온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게임 속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따로 연예인이 아니라 히어로들에 대해 소위 ‘덕질’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인기 있는 히어로들은 그 본연의 역할보다 방송 활동을 더 많이 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저기 있는 일반인들은 그런 부류인 모양이었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데.

과연 내가 저 인파를 뚫고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 봤으나, 고개만 절레절레 저어질 뿐이었다.

절대, 안 된다.

“븝미쟝…… 요오기 조금만 더 잇서도 되는 거시야요?”

“허허, 괜찮아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껄껄,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그렇고, 탈 때마다 좋은 분들이라 다행이었다. 이것도 행운 덕분인가?

양해를 구한 직후 나는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

나: 일리아 언냐야 ㅠㅠ 혹시 지금 어디에여?

일리아 언냐야: 왜? 나는 이제 펜타곤 바로 앞인데. 혹시 늦잠이라도 잤어? 걱정하지 마. 지금 출발해도 오히려 시간 남을 거야.

나: 그게 아니라여…….

나는 다시금 메시지를 써 내려가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답답했는지 일리아가 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어어…… 잠시만여…… 조오기 보여 줄게여!”

나는 영상통화 기능을 활성화한 뒤, 핸드폰을 창밖으로 가져다 대었다.

창밖에 있는 것은 각종 상위권 생도들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야, 야! 누구 왔대’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서로 앞다투어 그쪽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마치 아비규환과 같은 광경이었다.

잠시간 그 광경을 보고, 말을 잃어버린 일리아.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원래 이런 팬덤질…… 심한 거 이미 알고 있기는 했는데, 이거 작년 대비 두 배쯤은 되는 거 같은데?”

“호에에에…… 많이 늘엇내요…….”

“그 언론 같은 데서 황금세대니 뭐니 헛소리를 해 대서 그래. 뭐 때문에 연락한 줄 알겠다. 거기 기다리고 있어, 구하러 갈 테니까.”

마치 공주를 구하러 가겠다는, 왕자처럼 쿨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끊어 버리는 일리아.

그럼,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대충 도착 직전이라고 했으니까, 한 10분 정도 기다리면…….

똑똑똑.

“후엥?”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깔끔하게 생도복을 차려입은 일리아가 있었다.

아니, 곧 도착한다며.

보통 곧 이라는 표현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 유예가 있는 것 아닌가?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문을 열었다.

“하와와…… 언냐야 옴총 빠른 고애오…….”

“우리 다나가 곤란하다는데 금방 와야지.”

조금은 감동을 자아내는 말이었다. 어쨌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서로 자각을 하고 지낸 건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

그녀는 감동에 빠진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내 손을 끌어당겼다. 마치 보호자처럼.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차 문을 닫아 주며,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인사했다.

……이러니까 진짜 학부모 느낌이잖아?

정말 묘하게 애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게, 뭐. 그리 기분이 나쁘다든가 하는 소리는 아니고. 조금 생경했다. 나는 이렇게 해 줄 부모도 없이 컸으니까.

일리아가 옆에 붙으니, 아무래도 자신감이 확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내 옆에 딱 붙어서서는 함부로 다가오는 이들을 모두 떨쳐내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그 사람들한테 잡혀서 ‘호에에, 그만해 주는 거애오……’ 따위의 소리나 연신 하고 있었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렇게, 몇 분 뒤.

겨우겨우 교문 앞에 다다랐을 때쯤.

“다나, 너 팬 많다.”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을 흘려보내느라, 이제는 지친 기색까지 보이는 일리아가 말했다.

나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연히 내 팬이라고는 있을 줄 몰랐지.

아무래도 그 펀칭 머신에서 했던 행동들이 꽤나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부러, 그것들을 찾아보거나, 혹은 그냥 눈에 보이더라도 읽지 않으려 했다.

왜냐고? 당연히 부끄러웠으니까!

그래서, 내 팬이라는 사람들이 따로 생긴 줄은 모르고 있었던 터다,

그냥 기존에 인기가 많던, 예를 들면 신하연 같은 이들이나 이런 일을 겪을 줄 알았지.

“그냥 애초에 니 얘기가 제일 많았어. 다음은…… 신하연 고년이었고. 어쨌건 도착했네.”

교문에 다다르자, 이제는 직접 아카데미 측에서 인솔을 나온 이들이 사람들을 물리치고 직접 인솔을 해줬다.

‘고마오요’ 하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는 나와 일리아의 등 뒤로, 몇몇 남자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애기븝미쟝 최고다!”

“삼촌이 진짜 응원한다아악!”

누가 누구보고 삼촌이래.

순간 등에서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원래 몸이었으면, 너랑 친구 먹을 나이야.

*    *    *

일전의, 그 펜타곤 시험장의 분위기는 비교적 엄숙하기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였다.

마치 하나의 이벤트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 것이었다.

“운동회 같았던 거야요.”

그래, 그것은 일종의 운동회 같은 느낌과 성격을 띠고 있었다.

외부인들도 와서 관람하고 할 만큼, 개방적이었고 또한 진행도 그에 맞춰서 조금 재치 있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입학식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외부의 사람들은 모두 차단된 채, 엄숙히 진행되고 있었다.

개중 앞으로 나서 연설을 하고 있는 사람.

그는 이 아카데미의 교관 중 하나였는데, 나 또한 아는 얼굴이었다.

이 사람은 비교적 호감이 가는 교관들 중 한 명이었다. 지나치게 원칙주의자라는 단점을 제외하면, 딱히 흠결이 없는 사람.

“히어로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 아마도 앞으로 펜타곤에 들어오게 되면 항상 이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상기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버텨 내기 힘든 훈련 과정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생도들은, 교관의 말을 들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제 시작이구나.

본격적인 아카데미 생활이.

모두들 다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터다.

나는 옆의 일리아 또한 쳐다봤다. 그녀 또한 조금은 긴장했는지, 차가운 얼굴 사이로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다지 긴장하거나 하진 않았다.

게임 자체에서 묘사된 펜타곤은 그렇게 원칙주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도 아니었고,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일탈을 허용해 줄 만큼 자유로운 편이었으니까.

문제는, 이 아카데미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다.

그것을 해결하고 또한 내가 거기서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

그게 내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였다.

“……이상으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딴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이제, 다들 합격증 받고 각자 반으로 배치되는 건가.

내가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때.

순간 나랑은 별천지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다음 순서는 이번 입학시험 때 상당한 성적을 거둔 4인의 상장 전달식입니다. 차례로 다나, 신하연, 나츠키, 장선우, 앞으로.”

상장 전달식?

그런 얘기는 분명히 사전에 없었는데.

나는, 주변에서 몰려드는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하와와…… 부끄러운 거에야…….”

그래도,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긴장감에 약한 몸이기는 하지만, 의지로 어느 정도 떨쳐 낼 수 있음을 아니까.

이를테면 저번에 그 펀칭 머신에서 내가 했던 짓이라던가…….

명성을 올릴 기회입니다!

서브 퀘스트.

상장 수여식에서 ‘애기븝미’의 명성도 올리기.

시발, 생각이 원수지.

내가 그때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때, 그 짓을 이번에도 하라고? 나는 잠시간 생각했으나, 동의할 수밖에는 없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내 머리를 콩콩 두드렸다.

“우헤에에…….”

그러자, 뒤따라오던 은발의 미소녀, 나츠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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