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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21화 (21/172)

#21화. 븝미쟝 안 우러요……

마법 이론 시간 이후, 생도들은 수업 내용에 어느 정도 만족한 모습이었다.

마법 이론 교관이 내 기억에 주·조연으로 남아 있지 않더라도, 어쨌건 적어도 한국에서 1,000위 안에 드는 히어로일 테니까. 펜타곤에서 교관을 한다는 건 일단 괴물이라는 증거였다. 적어도 자기 기수에서 1%에 들었다는 증거.

또한, 내게 향하는 시선 또한 상당히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나는 교관 설명대로 연습을 하지 않아도 이미 마나 스폿을 만들 수 있으니. 다른 생도들을 도와준 것이다.

애초에 내가 뭐, 나츠키처럼 땡깡을 부린 것도 아니고, 그냥 입학시험 1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기와 질투를 받았던 것이니, 그 감정의 골이 깊지가 않았다.

아, 저기 또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앞서가는 같은 반 생도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야, 나 아까 걔한테 물어봤는데. 마나 순환하는 라인까지 따 주더라. 교관은 그 마법 지망이라는 애들 먼저 봐 주느라 다른 생도들은 안 봐주는데…….”

“걔가 누군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알아.”

“아니, 있잖아. 그 애기븝미…….”

“큽! 프헹!”

나는 순간 마시고 있던 음료를 뿜어냈다. 아니, 이름을 부르라고. 다나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냥 애기븝미 그 자체로 굳어진 모양이었다.

명성을 올리는 데 아무래도 그쪽이 도움되겠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그래, 다나?”

“븝미쟝 음료 씨가 목에 걸려 버린거애오…… 언냐야가 혼내 주는 거야요.”

나는 그러면서 마시고 있던 에이드를 일리아에게 넘겨 주었다.

그 에이드는 아카데미 내에 있는 카페에서 사 온 것이었는데, 당연히 화폐는 모두 펜타곤에서 지급하는 포인트였다.

나야 뭐, 몇십 개를 사서 마시건 기별도 안 오는 수준의 지출이었지만…….

대부분의 생도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프흐흐…… 그래, 내가 혼내 줄게.”

일리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아무래도 조금 하위권이다 보니, 음료를 살 포인트도 아까운 모양이었다. 이런 것 하나하나 아껴서 마력 단련실 입장료를 낼 생각인 듯했다.

그러길래 사 준다니까, 더 민폐 끼치기 싫다고 거절했다. 방 같이 써 주는 것만 해도 이미 차고 넘친다면서.

결국, 이렇게 같이 먹을 건데, 솔직히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쪼옵.

일리아는 음료를 쭈욱 빨아 마셨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거 내가 아까까지 빨던 건데.

“헤으응…….”

뭔가 조금 민망했다.

*    *    *

“아, 진짜!”

나츠키는 첫 수업 이후, 개인 정비시간과 점심시간 동안 계속해서 수업 내용을 복기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우등생이구나, 생각할 법한 광경.

하지만 그 행동의 동기를 알아챈다면, 곧바로 혀를 찰 것이었다.

“왜 안되는데에에!”

나츠키는 신경질적으로 침대를 쾅쾅 걷어찼다.

힘 스탯 20 중후반대인 그녀였으니, 일반적인 재질이었다면 박살 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상위 4인이라고 가구도 고급으로 가져다 놨는지, 침대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 쓸데없는 튼튼함이 나츠키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이익!”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침대에 목도를 휘둘렀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각성하기 이전부터 배워 온 검술의 정수가 담긴 일격.

마나가 담기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그 완력과 기술의 조합은 굉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빠지지직!

부서지는 침대의 옆면.

나츠키는 그제야 화가 조금 가라앉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짜증 나.”

그녀가 열이 받은 것은 단지 마나 스폿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나 크리스틴, 애기븝미인가 뭔가로 자칭하는 그 녀석이 너무나 쉽게 하는 일을 자신이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장선우가 해낸 것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리고 원래 마법사를 지망하던 다른 생도가 해낸 것에도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근본도 모르는……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천것.

나츠키는 다나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패배감과 열등감에 젖어 있던 나츠키는 정신을 차렸다.

“후, 그래. 어차피 그 짓밖에 못 하는 년인데.”

그 감정들을 극복한 게 아니라, 일종의 회피였다.

입학시험이나, 마법 이론 쪽은 다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고 당장 다른 과목이나 실습, 대련에 들어가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그래, 다음 주. 이번 주는 안 되니까, 다음 주에 대련으로 완벽하게 박살 내 주겠다. 나츠키는 그렇게 다짐하며, 목검을 강하게 쥐었다.

띠링.

나츠키가 저 혼자 분노하고, 우울해졌다가, 복수심을 불태우던 때.

생도 단말기에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무슨 일이지?

의문스러운 얼굴로 단말기에 온 메시지를 읽던 나츠키는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더니 열을 내었다.

“이……이익!”

기물 파손으로 이번 주 지급된 포인트 중 98퍼센트를 삭감했습니다.

〈펜타곤 학사 관리 팀〉

아무래도 이번 주는 꽤나 곤궁하게 살아야 할 듯싶었다.

*    *    *

펜타곤의 하루는 외부 실습과 평가를 제외하고는 두 번의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대부분 오전에는 이론 수업 위주였고, 오후에는 활동을 해야 하는 과목을 배정한다.

그런고로 마법 이론이 이후 각자 자유시간을 즐긴 생도들은 모두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오전 수업 때와는 달리 귀찮음과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짜증 나는 거애오…….”

개중에는 이미 눈이 맞은 듯한 연놈들도 있었다.

펜타곤이 워낙 넓기도 하고 여러 편의 시설도 많은 데다, 피 끓는 청춘들이 모여서, 서로 눈 맞을 여지가 넘쳐났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게 마냥 짜증 났다. 시발, 나는?

“헤휴우우웅…….”

나는 한숨을 쉬며 장선우 쪽을 쳐다봤다. 저 녀석으로 빙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나는 녀석이 소녀군단을 이끌고 다니는 모습을 봤다.

물론, 나도 몇몇 생도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인사를 건네며 친해지려고 노력하고는 했다. 다만 그게 죄다 남자였다는 게 문제지.

“왜? 걱정되는 거야? 하기야 다나는 체력이 약한 편이었지.”

일리아는 내 그런 모습이 이번 수업에 대한 걱정 때문인 줄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마는…….

“아니에여! 븝미쟝! 걱정 안 되는 거애여! 언냐야처럼 튼튼하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에양!”

“후흐흐.”

일리아는 기특하다는 듯이 볼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스킨십이었다.

왜 이렇게 만져대는지, 일리아한테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어투로 ‘당연히 귀여운 게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 만져!’라고 답했다.

하기야, 애초에 게임 설정이 그렇긴 했지.

잠시간 집합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자, 시간에 맞춰 교관이 들어왔다.

나는 그 얼굴을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딱 기억나지 않는 거로 봤을 때, 그냥 에피소드에 조금씩 얽히거나, 그냥 수업시간에 얼굴을 많이 비춘 모양이었다.

“자, 다들 첫날이라 그런가 어수선하군. 반갑다, 무기술 담당 교관 이한울이다.”

얼마 뒤, 교관이 자신을 소개했을 때 왜 그가 기억이 났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아, 저놈도 미친놈이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한울? 이한울이면…… 그.”

“야, 저번에 우리 오빠가 말했는데…….”

아무래도 꽤나 유명한 모양인지 다들 수군거린다.

무기술 교관 이한울. 그는 펜타곤 아카데미의 교관을 하기 이전, 빌런들에게 ‘광견’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또한 그것이 히어로 사회에도 퍼지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자신의 지론에 따라 안 좋거나 거슬리는 놈들은 잡아다가 팬다. 그냥 존 나게 팬다. 그것이 빌런이라면 반으로 갈라 죽여 버리고, 아니라면 반만 죽여 놓는다.

그런 습성은 교관으로 초빙된 이후에도 여전해서, 생도들 여럿 잡았다는 언급을 게임에서도 했었다.

물론 생도를 진짜 반 죽여 놓을 수야 없는 노릇이니, 1/4 정도만 죽여놓는다는 농담을 다른 교관이 하는 장면도 나왔고.

……솔직히 그게 뭐가 다른 건가 싶다.

“자, 이제 좀 조용한가? 오늘은 첫날이라 봐 줬지만, 다음부터 허락 안 받고 아가리 여는 새끼 있으면 나랑 대련한다. 알겠나?”

“넵!”

다들, 땀을 삐질 흘리며 힘차게 대답한다. 심지어는 그 나츠키마저.

처음에 담임 교관 이전에, 대리로 들어온 교관. 그 교관보다는 이한울이 훨씬 더 유하게 생긴데다가 덩치도 작았다.

하지만 그 교관 못지않은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사람 자체가 강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강하기도 하고.

그는 수업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본적인 무기술에 대한 기초를 가르쳐 주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자유 대련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싸우면서 느는 거다. 서로 무기를 맞대고,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감정을 느껴야지만 실력이 증진시킬 수 있어.”

그것은 이한울의 개인적인 철학이 듬뿍 담긴 것이었지만, 틀린 말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것이었으니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자, 그러면 다들 앞에 나와서 원하는 무기를 가져가라.”

이한울은 앞에 생도용 무기 여러 개를 놔두었다.

그의 특성은 웨폰마스터. 전 세계에서도 가진 이가 몇 없다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무기술’ 교관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는 거겠지.

다들 각자 취향에 맞는 무기를 가져갔다. 신하연은 역시나 개중 가장 커다란 워해머를, 나츠키는 카타나, 일리아는 일반적인 롱소드, 장선우는 길이가 2m 가까이 되는 거대한 투핸디드 소드를 들고 갔다.

나는, 뭘 들고 가야 하지.

처음에 떠올린 것은 활이었다. 하지만 포기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쓰레기 같은 팔심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망설이고 있자, 이한울이 다가왔다.

“왜 고르지 않고 있지?”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상냥하게 대한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순간 그가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저절로 다리가 풀리는 감각을 느꼈다.

“호……호에…….”

이럴 땐,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도저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제기랄, 결국에는 이 상태로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브, 븝미쟝…… 평생 손에…… 무기를 잡아 본 적이 업서여…… 그런 거애여…… 흐끅.”

울먹거리면서 말하는 내 모습에 이한울은 잠시 당황하면서도, 얼굴을 굳히며 내 팔을 들어 살펴봤다.

그러고는 생존 근육 외에는 붙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흐우에에에…….”

“뚝!”

갈!

순간 벽력처럼 울리는 이한울의 일갈에, 나는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는 그 뒤로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1킬로 이내의 가벼운 연검을 내게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의지를 불태웠다.

“연검은 사용하기가 어려운 무기다. 하지만, 내가 꼭 잘 쓸 수 있게 해 주지.”

그것은, 마치 내게는 반협박처럼 들리는 것이어서.

본능적으로 몸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려고 했지만, 이한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쏙 들어갔다.

“알았나? 울지 마!”

“브, 븝미쟝…… 안우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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