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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22화 (22/172)

#22화. 븝미쟝은 대련이 시러여…… (2)

이한울은, 각자 생도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실력을 먼저 파악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지도를 해 주기 위함. 각자 이루고 있는 성취가 다르고, 기존에 익히고 있던 무기술의 종파가 다르기에 같은 무기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각자 생도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배워온 검, 도, 망치, 활, 메이스 등…….

각종 무기로 자신들의 무예(武藝)를 보여 주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개중 단연 가장 뛰어난 이들은 주연들이다.

먼저 나츠키.

그녀는 아스라이 빛나는 카타나를 휘둘러 가기 시작했다.

마치 춤을 추듯, 얇고 부드러운 선을 따라 움직여가는 모습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러하니 숙련자들의 눈에는 더하겠지.

주변에서 감탄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내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바람에 나츠키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일리아마저 그랬다.

“……잘하긴 하네.”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시기심 내지는 질투 같은 감정도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일리아의 검술은 저것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투박하게, 오로지 단순한 분절된 동작 한 번을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리고 그 동작의 극, 자신의 현재 경지로 도달할 수 있는 극의에 도달하면 그 다음 동작을 다시금,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것은 매우 지루하고 또한 빠른 성취를 얻기에 힘든 방법. 일리아는 주변에서 빠르게 실력이 늘어가는 이들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벽 하나를 깬 뒤 일리아는 그 방법에 대한 모든 회의를 떨칠 수 있게 된다.

이어지는 신하연의 시연.

그것은 겉보기에 상당히 투박하고, 패도적으로 보이는 워해머를 가볍게 휘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째 그 모습이 조금 야릇했다. 그것을 나만 느낀것은 아닌지, 남자 생도들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내뱉은 들숨 날숨까지 그러했다. 그렇게, 시연이 끝난 후 남자 생도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이어졌다.

“와, 대박이다.”

“그래, 엄청나네…….”

뭐가, 엄청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앞서 나츠키에게 ‘자신의 검에 대한 확신이 있다. 다만 너무 자기 자신을 과신하지 마라.’라고 평가했던 이한울이 신하연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말할까.

신하연 뿐만 아니라 모든 생도들이 이한울의 입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뭐 하냐?”

“네?”

“지금 쇼해? 이게 애들 장난으로 보여?”

“교, 교관님?”

신하연은 황망한 눈으로 교관을 쳐다봤고, 장내는 일동 침묵했다. 방금까지 환호를 받던 그녀가, 완전히 면박을 당한 모습에 다들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너는 오늘 지도를 받을 자격이 없다. 꺼져,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무예를 가르칠 수는 없다.”

이한울은 서늘한 눈으로 신하연을 쳐다봤고, 그녀는 무어라 반박하려 하다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일리아를 쳐다봤다. 혹시, 이 상황에 웃음이라도 터뜨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침잠한 얼굴이었다.

평소라면, 분명 신하연의 신경을 긁으려고 했을 텐데.

그 이유는 그녀의 차례에서 나타났다.

“다음, 일리아!”

일리아의 순번, 그 앞에는 수많은 생도들이 자신의 무예를 뽐내었다.

장선우, 나츠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형편없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다만 신하연처럼 엄청난 혹평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 그녀보다 실력이 뒤떨어졌음에도.

되레 마법사 지망 생도들의 어설픈 무술이 이한울에게는 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하아…….”

일리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까 신하연이 혹평을 받는 모습을 보며, 얼어붙었던 게 자신도 저런 혹평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기인했던 것일까.

굳은 표정으로 교관의 앞에 선 그녀는 검을 들어 올렸으나 긴장감에 손을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 상태가 이상한데.

일리아는 후일 그 본신의 힘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성숙해진다. 이미 입학 때부터 뛰어났던 타 주연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펜타곤에서 평범 그 이하의 수준이었다.

어렸을 때 신하연과 그 패거리들과의 악연, 그 이후 자연 이어지는 따돌림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 그녀의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도와줄 것은 없을까. 나는 그렇게 부들거리고 있는 일리아를 보며 안타까운 감정이 우선이었다.

내 외모와 말투 때문일지라도, 그녀는 내게 분명 이쪽 세계에서 처음 만들어진 인연이었다.

……처음 만난 인연은 김수혁인가?

아니, 그 새끼는…… 제외하고.

아무튼.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하와와…… 그래여!”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 가는 기억.

나는 정비 시간 때 일리아와 함께 돌아다니긴 했지만, 모든 시간을 그에 쏟은 것은 아니었다.

첫날, 그 빌런을 잡고 난 이후 돌아왔을 때.

나는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렸다.

그것들은 다른 말 할 필요 없이 모두 마법서였다.

독학으로 마나 스폿을 띄우는 걸 넘어서, 마법 기초를 모두 실행해 냈으니 어쩌면 다른 마법들도 죄다 독학으로 금방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최하급으로 분류되는 마법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큰 꿈을 접어 버렸다.

대신에 한 개의 마법을 확실하게 익히기로. 마치 일리아처럼, 단 하나의 마법의 수식만을 외우고 또 외우고 다시금 연습하기를 수백 번.

나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 씨…… 언냐야를 안심시켜 주는 거애오…….”

나는 수식을 외우고, 마법서에 적혀진 순서에 따라 마력을 응집시킨 뒤, 의지를 불어넣었다.

원래는 되지 않았던 마법이 확실하게 실행되기 시작했다.

내 의지를 담은 마력은 일리아에게 달라붙었고, 그녀의 표정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난 뭘 했던 걸까.

“호에에에…… 븝미쟝 멍충이……인가여?

그리고 그와 함께 깨달음을 얻었다. 아, 시발, 이거…… 대상이 있어야 실행되는 마법이구나.

분명 ‘대상’을 진정시키는 마법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멍청하게 허공에다가 쓴 것이 문제였다!

이 멍청한 대갈통은 마법에만 쓸모가 있었지, 이런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데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것이 내가 원래 멍청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육체의 머리가 그렇게 설계된 건지…… 전자는 인정하기 싫었기에 나는 후자로 생각했다.

븝갈통.

앞으로 나는 내 머리를 그렇게 자칭하기로 했다.

쐐애액!

그렇게 내가 자괴감에 빠져 있던 때.

전방에서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일리아가 검을 휘두르는 소리. 아마도 수천수만 번을 반복했을 그녀의 상단 베기 한 번이 지금 시행된 것이었다.

이어,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이어지는 횡 베기.

다시 움직인 검은 가상의 공격을 막고, 반격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기초적인 검술의 정수. 하지만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아채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검이 휘둘러졌을 때, 이한울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그때 일리아가 몸을 움찔거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뒤에 이어질 이한울의 말이 혹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오늘 본 생도들의 무예 중, 단연 뛰어났다. 이름이…… 일리아였던가?”

“네, 네!”

“딱히 무언가 부족한 게 아니라, 크게 지도해 줄 부분은 없군…… 다만,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정진한다면, 분명 점차 좋아질 거다.”

예상치 못한 칭찬이었는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그런 감정의 변화는, 나조차도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상당히 신선했다.

그녀는 잠시간 침묵하더니,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대로 정진하겠습니다.”

아마, 오늘의 기억은 일리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성숙만 있다면 그녀는 금방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으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 다음 차례가 바로 나였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었다.

“다음…… 다나.”

“하와와와, 븝미쟝 무기쟝을 들고 오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어여.”

생도들의 시선이 모두 모인다. 단연, 어그로 끌기에는 최적인 말투와 모습이기는 했다.

이한울은 벌써부터 답답한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면 쥐어박기라도 했겠지.

하지만 나는 반전을 보여 줄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나름 운동신경 하나는 나쁘지 않거든.

어렸을 때지만 심지어 검도를 몇 달 배운 경험도 있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아무렴 안 해 본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헤으으으응…… 더는 모태여…… 븝미쟝 어디로 가여…….”

그런 내 망상은, 시연이 시작된 직후 깨져 버리고 말았다.

이 저주받은 몸뚱어리는 다른 검의 절반 무게도 나가지 않는 연검을 휘둘렀음에도 금방 지쳐 버리고 말았으니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저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아, 어휴…… 넌…… 그래, 하나씩 해 보자…….”

이한울은 3초에 한 번씩 한숨을 내쉬며 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다른 생도들의 몇 배는 더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았는데, 그에 이의를 제기하는 생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    *

“호에에엥…… 헤으으응…… 호에에엥…….”

들숨에 호에에엥, 날숨에 헤으으응.

도대체 발음기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를 기묘한 심호흡을 하며, 나는 바닥에 퍼질러져 있었다.

이한울이 내게 시킨 연습들 때문이었다.

겨우 연검으로 한 것이었음에도, 나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 검술의 요체는 당연히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고, 겨우 연검의 특성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서만 몸과 머리에 경험을 때려 박듯이 반복시켰다.

“다나야, 괜찮아?”

“안 괜차나여, 언냐야…… 후에에…….”

“푸흡, 그래 보인다.”

일리아는 자신에게 진정 마법을 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편이 아마 그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긴장감을 극복해 냈다고 인지하고 있다면, 아마 다음번에는 진짜 자신의 힘으로 이겨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자, 이제 대련 시간이다! 다들 적당한 대련 상대를 잡아서 앞에 나와서 대련하도록. 당연히 급소를 노리거나 살초를 쓰면 안 된다!”

“네에!”

내가 그렇게 널브러져 있는 사이, 이한울이 선언했다. 대련 시간이라고.

대련, 대련이라…… 아무래도 나는 마법사 지망생 애들이랑 붙어야겠지. 물론 걔네랑 맞붙어도 질 확률이 훨씬 높겠지만.

“일리아…… 언냐?”

나는 방금까지 옆에 있던 일리아를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마도 대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신하연한테 뛰어간 것 같았다. 아직, 처참하게 깨질 텐데. 안 그래도 방금 혹평을 들어서 독기가 가득 차 있는 애한테…….

“야.”

그래도 한 번 깨져 보는 게 나으려나. 중간고사 때는 더 확실하게 박살 나기도 하니까…… 예방주사 느낌으로다가.

“안 들려?”

나도 빨리 마법사 지망생들을 찾아야겠다. 어디에 처박혔는지 보이질 않네. 다들 육체 계열이랑 싸우기 싫어서 숨었나…….

“야! 나 무시해?”

“호에에에에에에!”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외침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비명인지도 모르겠지만.

소리의 근원지는 나츠키였다.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갑자기 온 거야? 대련 상대 찾기에 바쁠 줄 알았는데.

바쁠 줄 알았…….

“나츠키 언냐야…… 아니져?”

“누가 니 언니야?”

그녀는 일본도를 들고 나를 서늘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대련 상대로 나를 정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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