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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23화 (23/172)

#23화. 븝미쟝나츠키대련수준리얼실화인가여진짜세계관에서제일짱짱센아 가야들의싸움이에여

혹시 프로 복싱 10년 차 선수가 갓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12살 여자아이와 스파링을 하는 광경을 본 일이 있는가?

아마, 그런 광경은 평생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터다.

애초에 성사가 되는 매치업일 수가 없다. 정말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프로 선수가 진심으로 임한다면 16온스 글러브를 끼고도 여자아이를 1분 내로 절명시키겠지.

나츠키가 내게 대련을 청한다는 건 그것과 하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호에에에, 븝미쟝, 안 되는 거애오!”

하지만 나는 당장 그녀에게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실상 내가 어제오늘까지, 다른 이들에게 시비가 걸리지 않은 것은 죄다 일리아 덕분이었다.

일단 일리아는 척 보기에도 상당히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니까. 나랑 이야기할 때야 다르지만, 평소의 얼굴은 냉랭함 그 자체다.

또한 일리아의 본신 무력은 자신의 순위보다 강하다. 물론 40~50위권 남짓이라 신하연한테는 지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내에서 날 지켜 줄 정도는 되는 것이다.

“뭐가 안 돼.”

하지만 지금은 일리아가 없었고, 나츠키는 그 틈을 타 나를 교관에게 끌고 가고 있었다.

나는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형편없는 내 근력으로는 저항이 될 리가 없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마법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철퍼덕.

“우에헹!”

나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나츠키는 교관을 불렀다.

“교관님.”

“그래, 대련 상대를 구했나?”

“네, 이 친구랑 하려고요.”

나츠키는 보기 드물게 싱긋 웃기까지 했다. 저 씨벌 가증스러운 년 좀 보게. 아주 앙큼한 게 깨물어 죽여 버리고 싶다.

이한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쪽을 바라봤다.

“……대련 상대 말이야. 어딨다는 거지?”

“얘요.”

“얘가 누군데. 대련 상대가 없잖아.”

“얘랑 하겠습니다.”

“대련 상대를 데려오고 말해.”

“다나 크리스틴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대련 상대를 데려오라고. 이해를 못 해?”

이한울은 어느새 얼굴에 짜증이 떠올라 있었다. 아마 이한울 기준으로, 저 정도면 상당히 많이 참아 낸 것일 터다. 아마 이한울 교관은 나츠키를 좋게 보고 있을 테니.

나츠키가 비록 속이 좁아터진 년(이번에 평가를 바꿨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검술에 한에서 나츠키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니까.

이한울은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랑.”

그리고 그 손으로 나츠키를 가리켰다.

“너랑 대련이 될 거라고 보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네 골통 안에 들어 있는 게 뇌가 아니라 씹다 뱉은 껌이 아닌가 싶다. 1초 안에 개박살 낼 대련을 왜 하는 거야?”

“아케멜의 반지, 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나츠키는 반박한다.

아케멜의 반지, 그건 착용자의 신체 스탯을 임의로 조정 가능한 반지였다. 보통 범죄자들에게 사용하는 아티팩트인데, 본래 신체 능력보다 하향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용으로도 쓰인다.

“그런다고 경험의 차이가 좁혀지나? 애초에, 마법사 지망생을 데려다가…….”

“얘, 천재라더라고요. 어쩌면 그런 것도 같고. 그러면 극복할 수 있겠죠.”

나츠키의 도전적인 말투에 교관은 잠시 얘를 찢어 죽여 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그 눈빛에서 살기 비슷한 것이 느껴지자, 나츠키도 어깨를 움찔거렸다.

하지만 한숨을 내쉬더니 내게로 돌아섰다.

“어이, 애기.”

“호에에…… 애기는 맞는데 븝미이기도한데 애기라고만 하며는…….”

이한울은 임펙트가 큰 단어로 나를 불렀다. 차라리 븝미라고 하던가, 애기라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튼, 할 거냐? 동의한다면 상관없겠지.”

대련을 할 거냐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

나츠키는 검술 대련을 빌미로 나를 두들겨 패 버리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작중에서, 이렇게까지 나츠키가 독기어린 모습을 보여 준 바가 없는 만큼.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 집착과는 별개로 나는 이 대련을 수락할 수 없었다.

사실 아케멜의 반지는 그녀에게 분명 페널티이기는 하나, 동시에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이번 주에 그녀로부터 포인트를 건 자유 대련 신청을 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이유. 그것은 나츠키의 숨겨진 비밀 때문이었다.

그녀는 3개월에 한 번씩, 대략 일주일에 걸쳐 마력을 안정시키는 기간이 있었다.

그것은 어릴 때 섭취한 영약 때문인데, 그 영약 덕분에 나츠키는 올해 각성 이후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영약의 효능이 몸에 안정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고로 아케멜의 반지를 끼고, 약화된 신체 능력을 이용해 서로 싸워야 하는 이 검술 대련이 나츠키에게는 기회인 것이다. 합법적으로 나를 팰 기회.

아마 이한울은 내가 이 대련을 거절하면, 그대로 나츠키를 돌려보낼 것이었다.

나는 결심하고 교관에게 답하려 했다.

“븝미쟝은…….”

그때였다.

눈앞에 급작스럽게 시스템창이 떠오른 것은.

돌발 퀘스트 발생!

나츠키와 대련하기

승리 시: 특정 특성 강화 및 추가 특성 1개 작성 가능

패배 시: 특정 특성 강화 혹은 추가 특성 1개 작성 가능 (택1)

“나츠키 언냐와 대련하는 거애오!”

그리고 그 시스템창에 적힌 퀘스트 내용을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소리쳤다.

“그래, 당연히 안 하…… 뭐?”

“……미친년.”

그러자 이한울은 물론이고 나츠키마저 내게 경악했다.

아니, 넌 왜 나보고 미친년이라고 하는데.

순간 열이 딱 올라서, 나는 나츠키에게 최대한 비꼬는 듯한 어투로 답했다.

“언냐야, 솔직히…… 븝미쟝이 이길 만한 거 가타여. 일리아 언냐야처럼 강해 보이지도 않구…….”

“뭐……?”

나츠키는 더할 나위 없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와, 나…… 이 개잡…… 아니, 이 친구가 열 받게 만드네?”

이한울의 눈치를 봐서, 최대한 단어 선택을 순화했음에도 그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나를 박살 내 버리겠다는 그 감정이.

명성도가 41 상승했습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땀을 흘렸다.

아무래도 많이 화난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사과할까?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상태창 씨 나와 주는 거애양!”

다나 크리스틴

나이: 17세

종족: 인간

능력치

힘: 4 민첩: 5 체력: 4 마력: 48

보유 특성: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2레벨 0%)

나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마력과 체력, 민첩 스탯이 조금씩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상 체력과 민첩은 높아져 봤자 여전히 폐급이라 티도 나지 않았지만, 마력의 경우는 달랐다.

현역 중위권, 그러니까 대략 5만~6만 등 정도의 히어로들의 평균 스탯이 대략 40 중후반.

그런데 나는 초기 마력 스탯부터가 그들과 비슷했고, 조금만 더 상승한다면 그들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능력치……라기엔 다른 세 개가 너무 쓰레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꾸준히 상승할 능력치가 벌써 이 정도라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다.

“뭐 해, 빨리 확인 안 하고.”

“아, 알겠어여, 언냐야…… 성격도 급한 거애오…….”

나는 은근히 비꼬듯이 말했다. 원래 슬픔 내지는 기쁨의 감정이 내 의도와 관계없이 뿜어져 나오는지라, 이런 감정 표현도 불가하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능했다.

웃는 낯에 이런 말투로 말하는 사람에게 비꼬아지는 건,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열 받을 것 같았다.

과연 화가 잔뜩 난 듯이, 나츠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참, 감정 표현이 단순해서 알기 쉬운 녀석이다.

“힘 4에 민첩 5, 체력 4인 거애여!”

“4…… 5…… 4……? 너 지금 앞에 1 하나 떼고 말하는 거지? 말이 안 되잖아.”

“아닌데여? 그게 븝미쟝인데여? 븝미쟝은 아가애여…… 몸 약한 거애여…… 후에에…….”

나츠키는 그저 경악했다.

아니, 나츠키뿐만이 아니라,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생도들과 교관마저 입을 떡하니 벌렸다.

155cm에 38kg.

그냥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몸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히어로들은 그런 외견과는 별개로 의외의 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바로 스탯의 힘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는 그대로의, 아니 보는 것보다 더한 수준의 저질 쓰레기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저들이 기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장 저기서 입술을 파들거리며 충격을 표하는 마법사 지망생들도, 신체 평균 스탯이 10 중후반은 될 것이었다. 적어도 일반인 성인 남성보단 강하다는 것이다.

“븝미쟝은 진짜 아가였어…….”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순간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미친, 어떤 놈이야?

하지만 다른 이들은 충격 때문에 그 목소리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 진짜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븝미쟝은 아가에여…… 아가는 거짓말 못 하는 거야요…… 그러니까 븝미쟝은 거짓말 못하는 거에양!”

이것이 애기븝미의 삼단논법.

실제로, 내가 컨셉질을 하고 놀 때 자주 써먹은 짓거리였으므로 굳이 자동 보정까지 거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말할 수 있었다.

나츠키는 한숨을 쉬면서도, 아케멜의 반지를 해당 수치로 전환했다.

그러자.

“꺄악!”

챙강!

나츠키는 들고 있던 카타나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미 예견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황급히 그를 주워 들었다. 하지만 영 적응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와, 나, 이거…… 무슨, 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연신 탄식을 흘리는 나츠키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카타나의 무게는, 내 연검보다 무게가 세 배는 되는 것일 터다. 들고 휘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저 도(刀)를 정자세로 유지하는 것도 힘들겠지.

일단, 무기에서부터 내가 유리한 것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검을 마주 들었다. 물론 내 팔 또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것도 충분히 무거우니까.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이한울은 그 환장할 만한 광경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을 만도 하겠지. 아마 앞으로 펼쳐질 싸움은 극한의 졸전일 테니까.

“아까 말한 대로, 살초는 금지. 상대가 항복을 선언하면 그 즉시 대련은 종료다. 승자와 패자는 내가 알아서 가릴 거고, 그건 성적에 아무 도움도 안 되니까 이 악물고 이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했지?”

“네, 알겠습니다.”

“븝미쟝 영리해서 다 알아듣는 거애오!”

이한울은, 대강 떨어져서 개시를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나츠키가 검을 휘둘렀다.

“하아아앗!”

그 외침은, 평소 나츠키와 다를 것 없는 것이었으나 공격은 형편없었다.

너무나도 부족한 근력에 의해 도가 제 방향을 찾지 못하고 땅으로 자유낙하 한 것이다.

지면에 딱, 하는 소리를 처박히는 카타나. 나는 그때를 노려 검을 휘둘렀다.

“호에에에!”

그것은 분명히 기회였다, 나츠키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내가 승리를 쟁취할 기회.

하지만 내 공격은 허무하게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나츠키가 그래도 노련함이 살아 있는 몸짓으로 내 공격을 피해 내었기 때문이었다.

“허.”

“맙소사…….”

하지만, 그것은 내 감상에 지나지 않은 듯.

나츠키와 내 움직임을 본 사람들이 제각기 탄식을 터뜨린다.

“난, 이거 안 본 거야. 본 적 없어.”

……심지어 장선우는 아예 못 보겠다는 듯 눈을 가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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