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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28화 (28/172)

#28화.

“상태창 씨 나와 주는 거애양!”

다나 크리스틴

나이: 17세

종족: 인간

능력치

힘: 4 민첩: 5 체력: 4 마력: 48

보유 특성: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2레벨 0%)], [븝미쟝은 뭐든지 잘 먹고 잘 커요!(숙련도 0레벨 0%)]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새로 획득한 특성을 제외하자면,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대충 감이 왔다. 방금 떠오른 결속이니 뭐니 하는 문구. 그건 분명 특성에 의한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세부 특성 항목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곧바로 세부 특성을 확인했다.

“하와와, 역시나 있는 거애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애기븝미애오!’의 세부 특성 항목 중 몇 개는 처음부터 거뭇하게 칠해져 있었는데, 개중 한 개가 제대로 된 설명을 서술해 놓고 있었다.

애기븝미애오!(S) (숙련도 2레벨 0%)

―븝미쟝은 아가애오!

―븝미쟝은 힘차게 소리치면 힘이 나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운이 조와여!

―븝미쟝은 마법을 잘 쓰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짱짱쎈 언냐야 옵바야들이 조와해여!

―븝미쟝은 마력이 무지무지 빨리 늘어나여!

―븝미쟝은 몸이 약한 거시애오!

―븝미쟝은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거애오!

―븝미쟝은 ■■도 잘 아라여!

―븝미쟝은 ■■■도 조아여!

―븝미쟝은 ■■■가 될 수 있는 거시애오!

모두와 친하게 지낸다. 이것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은 정보였다. 하지만 앞선 결속과 같은 문구를 떠올리면 이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건 ‘결속각인’이라는 특성. 소환사나 테이머 같은 컨셉을 잡고 플레이하기에 알맞은 특성이었는데, 아무래도 내 예상에는 이 특성이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았다.

사용자 다나 크리스틴에 대해 타인이 호감을 가질 확률이 상승한다. 일정 수준 이상 호감을 가진 이들을 결속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또한 결속도가 올라가게 될 경우 그들의 일부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결속 대상의 수 - (2/2)

“하와와와…….”

그랬구나. 어쩐지, 사람들이 내게 쉽게 호의를 보인 것도 이 특성 때문인 것 같았다. 강자 호감 특성의 상당한 하위 호환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날 별로 안 좋아하는 이들은 그대로인 것 같았으니까.

아니, 그 강자 호감 특성이 발동한 것도 해 봤자 김수혁 정도니…… 믿을 만한 지표가 되지 못하나? 내 생각에 그 변태 새끼는 특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비슷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건 언제 얻은 거고, 결속 대상 2명은 누구지?

분명히 스킬을 얻었다면…… 내가 확인을 했을 텐데.

잠시간 고민하던 나는 내가 입학하던 시점의 알림창들을 확인했다.

“이러케 된 거였네얌…….”

수많은 알림들 사이에 껴 있는 ‘세부 특성 항목이 해금되었습니다!’라는 문구.

……에 의해 명성도가 상승했습니다, 따위의 알림들로 가득 차 있으니,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속 대상은?

방금 일리아는 확인했고, 다른 한 명은 누굴까.

“설마여…… 그럴 리가 없어여…….”

나는 그것이 누군지,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했다.

제발 그 새끼만은 아니길.

다만, 내가 그런다고 해서 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었다.

1. 김수혁 2. 일리아 메이슨

일리아의 옆에, 심지어 그녀보다 상위 번호로 적혀 있는 이름.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와와와…….”

“어, 다나! 왜 그러고 있어? 누가 또 괴롭혔어?”

그 와중에, 짐을 챙겨 나오던 일리아가 내게 달려왔다.

“언냐야…… 븝미쟝 너무 힘드러요…….”

“왜? 어어, 울지 말고. 이리 와 봐.”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나를 얼마간 달래 줬다.

*    *    *

파란만장했던 한 주간이 지나고, 주말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각자 자유를 즐기기 위해 교외로 나갔다.

교내에도 웬만한 시설들은 모두 준비되어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시설들을 즐길 정도로 포인트가 넉넉하지 않았다.

그런고로 그동안 참았던 일탈을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일리아와 나 또한 밖으로 나갔다. 물론 다른 생도들처럼 일탈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어딜 같이 가고 싶다는 거야? 일단 공략은 내일인데…….”

일리아의 부친이 이끄는 길드. 그곳과 함께 견학 겸 던전 탐사를 나가기로 한 약속. 그것을 잊어버릴 리 없었다.

일단 내가 이곳 세계에서 실제로 겪어 본 몬스터들이라고는 하위 필드의 몬스터와 그놈의 흑사회가 파 놓은 함정. 그 속에서 봤던 마촉(魔觸) 정도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미리 높은 단계의 몬스터를 실물로 볼 기회. 그것은 분명히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또한, 후일 불가피하게 파티를 맺어야 할 경우, 그때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교육 같은 것도 해 주겠지.

어쨌든 그것은 일리아가 내게 상당한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 길드 견학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그 길드에 훗날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일종의 관심 표시 같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일리아는 그런 부담 없이 가도 된다고 했다. 그런 의도로 만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같이 와 바여, 언냐야. 언냐야한테도 조은 거애오.”

그렇기에 나 또한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기로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순전한 호의가 아니라, 약간의 짓궂은 마음도 있기는 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일리아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처음에 그녀는 자기 집의 기사님을 부르면 된다며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어, 어? 왜 연락이 안 되지…….”

일리아는 재차 전화를 걸다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도 들어갔으니 졸업 때까지 집안의 도움 없이 살아 보도록 해.”

“자립심을 키울 만한 기회가 아니겠니?”

그것이 그녀의 부모님의 답변이었다.

일리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고로, 그녀와 나는 이렇게 택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 왔습니다.”

택시 기사님의 말과 함께 도착한 곳. 상당히 눈에 익은 광경이었다.

이곳은 바로 스틸 하트.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뭐야, 스틸 하트? 여긴 왜 온 거야?”

일리아는 의아하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하기야 그녀는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이, 유명한 대장간 중 하나를 골라잡아 유선으로 의뢰를 맡기면 배달이 올 것이었다.

애초에 전국에 대장간이 스틸 하트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쪽은 비교적 대중적인 성능에 대중적인 가격으로 장비를 판매하는 대장간들이 많았으니까.

“언냐야, 장비 맞춰 주려는 고애오…… 아는 대장장이 옵바야가 있서여…….”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스틸 하트가 가장 유명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대장장이가 이곳에 기거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방금 말한 아는 대장장이, 김수혁이 바로 그 인물이었다.

“장비? 괜찮아, 다나. 나 이미 좋은 장비 많아.”

다만 이것은 상당히 후의 이야기. 지금 김수혁은 몇 년 뒤의 김수혁보다 실력이 떨어질뿐더러, 그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이 만든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일부 빌런들의 계획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며 그들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

지금은 그저 자신의 실력을 올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시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만드는 장비를 허투루 볼 것은 아니었다.

당장 저번에 받은 장비만 해도 생김새만 그랬지 성능은…….

푸르르, 나는 고개를 털며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워 냈다. 그 생각은 별로 더 하고 싶지 않다.

“언냐야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도 더 조을 거애오! 븝미쟝이 장담하는 거에얌! 만약에 아니면 븝미쟝 딱콩 10대 맞을 게여!”

“딱콩 10대? 다나…… 요새 수면 시간이 좀 부족했어?”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흔들어 보이는 일리아가,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진짜 때리는 건 아니겠지?

그녀와 나는 스틸 하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밖에 나와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저번에 하도 난리를 피워서인지, 이번에는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호에에…… 다리가 아픈 고애오…….”

그래서 그저 스틸 하트의 끝까지 걸어가야만 했는데, 아카데미에서도 조금 걸은 데다가, 나름 체력을 올려 보겠다고 요새 아침마다 조깅을 뛰어서인가(체력단련실은 다시 가기 무서웠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다리 아파? 언니가 업어 줄까?”

“호에에에에!”

일리아는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더니 나를 번쩍 들어 업어 버렸다.

그녀의 키가 172. 내 키가 155. 신장 차이도 꽤나 되는지라 나는 정말 어린애처럼 업혀 버리고 말았다.

물론 편하고, 좋긴 했지만…….

“어머.”

“저기 봐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니 얼굴이 빨개졌다.

“호에에…… 언냐야. 내려 줘도 되는 거애오…….”

“아, 괜찮아, 다나. 나 안 힘들어.”

그거 때문이 아닌데.

마냥 즐겁다는 듯이, 일리아는 그대로 10분가량 나를 업고 걸었다.

*    *    *

김수혁의 대장간.

저번에 내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광경은 온데간데없고, 전보다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셔터 또한 올라가 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이 올 만한 위치는 아닌지라 먼저 온 손님은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곳에 슬쩍 고개를 들이밀고는, 외쳐 보았다.

“하와와, 여기 있는 거애오?”

그러자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수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는데, 나는 일리아의 뒤로 후다닥 달려갔다.

“드디어 오셨……어?”

“이 사람이 그 대장장이란 사람이야?”

김수혁은 일리아를 보더니 이내 의아하다는 듯 발걸음을 멈췄고, 일리아는 영 의심스럽다는 듯이 김수혁을 가리켰다.

“맞아여, 언냐야.”

“영……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조금 모자라 보이는 옵바야긴 해도 실력은 조은 거애오.”

대놓고 악담을 듣고 있던 김수혁은, 머쓱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기…… 이분은 누구신가요?”

“우리 언냐야애오! 일리아 언냐야!”

“아, 그럼 친언니……?”

“그거는 아니애오.”

김수혁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표현력으로는 이게 한계였다.

“어…… 아무튼 반갑습니다.”

“네.”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김수혁, 그에 일리아는 단답으로 싸늘하게 답했다.

마치 냉풍이라도 부는 듯 싸늘한 분위기.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수혁이 호의적인 건 기본적으로 ‘강자’이다. 하지만 일리아는 현재 강자의 반열이라기에는 애매하다. 최소한 재능이라도 모두 개화된 상태라면 모를까, 신하연을 이긴 것도 우연에 우연이 겹친 요행에 가까웠다.

일리아는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이었고. 나는 그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둘 사이에 나섰다.

“옵바야!”

“네, 네!”

일리아에게 굳이 김수혁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줄 필요는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구실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나는 김수혁 쪽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쪽은, 조련하기가 굉장히 쉬웠으니까.

내가 뭐라고 말만 해도 슬라임처럼 슬슬 녹아내린다.

나는 길게 말할 것 없이, 본론을 꺼냈다.

“우리 언냐야 장비 좀 만들어 줘양!”

“장비요? 그럼요! 당연히 만들어 드리죠.”

너무나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그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나 또한 어이가 없어졌다.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내 김수혁의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제가 다나 씨 생각하며 만든 장비가 하나 있는데…… 이번에도 그거 좀…… 헤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언제쯤 내가 아는 그 철혈의 대장장이가 될까.

혹시, 몇 년 뒤에도 그대로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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