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애기븝미쟝이 되었다-32화 (32/172)

#32화. 븝미쟝은 옵바 언냐야가 될 수 있어여!

퀘스트(반복)(성장) - ‘애기븝미’로서의 명성도 5000쌓기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현재 ‘애기븝미’의 명성도는 5000입니다!

내가, 눈을 뜨고 나서 처음 보게 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갑자기 이 퀘스트가 깨진다고? 잠시간 얼빵하게 그를 바라보던 나는, 의식이 끊기기 전 눈앞에 떠올랐던 메시지의 내용을 떠올려 내었다.

대상 ‘렉커스’가 당신에게 적의를 품습니다! 명성도 +14

그것은 누군가가 내게 적의를 품는다는 내용. ‘렉커스’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가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게 적의를 품을 사람. 그건 내 마법에 얻어맞은 빌런들밖에는 없겠지. 아마 개중 한 놈의 이름일 것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퀘스트를 클리어한 모양이었다. 딱 클리어 조건인 5000에 맞춰서. 그런데 퀘스트를 클리어했다고 이렇게 몸이 회복되나? 나는 통증조차 없는 몸을 일으켰다.

오호, 몸이 굉장히 가뿐했다. 이렇게 마력을 과다 사용했을 때를 고사하고서라도, 평소에도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었는데.

어쩐지 이전보다 훨씬 더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특성의 성장 덕분인가? 어쩐지 키도 좀 큰 느낌…….

“어?”

아니, 잠깐만 목소리는 또 왜 이래?

“아, 아.”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생경한 음색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 몸을 살펴보게 되었다.

“어잇……어…… 이게 머선…… 일이고?”

그건 분명히 남성의 몸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아카데미에서 입던 생도복. 그리고 이곳 던전에도 입고 온 그 생도복. 그것의 남자 버전이었다.

문득 내 몸으로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나와는 달랐다. 당장에 내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내 몸이고 아니고 정도는 금방 판별할 수 있었다.

그럼, 이 몸은 누구의 것인가.

그 답을 구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였다.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켰다, 그리고 이내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카인 크리스틴(남은 지속 시간 9분 32초)

나이: 21세

종족: 인간

능력치

힘: 37 민첩: 37 체력: 37 마력: 0

보유 특성: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3레벨 0%)],[븝미쟝은 뭐든지 잘 먹고 잘 커요!(숙련도 0레벨 0%)]

“이게…… 머고?”

카인 크리스틴. 그것은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일단 성씨가 다나 크리스틴. 내 애기븝미 컨셉의 산물과 같으니 관련이 있지 않으려나 하는 추측만 가능할 뿐.

스킬란에는 역시나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일리아와 결속되었다는 그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본래 내 특성의 세부 항목에 답이 있을 것이었다.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3레벨 0%)

―븝미쟝은 아가애오!

―븝미쟝은 힘차게 소리치면 힘이 나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운이 조와여!

―븝미쟝은 마법을 잘 쓰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짱짱쎈 언냐야 옵바야들이 조와해여!

―븝미쟝은 마력이 무지무지 빨리 늘어나여!

―븝미쟝은 몸이 약한 거시애오!

―븝미쟝은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거애오!

―븝미쟝은 옵바 언냐야가 될 수 있는 거시애오!

―븝미쟝은 ■■도 잘 아라여!

―븝미쟝은 ■■■도 조아여!(@색박스 끝)

그리고 이내 답이 드러났다.

새롭게 모자이크가 제거된 세부 특성. 그것은 [븝미쟝은 옵바 언냐야가 될 수 있는 거시애오!]였다.

대강 그 문구만 보더라도, 어떤 능력인지 알 것 같았지만 확인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 이내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놔~~~ 쓰. 발……당췌 이……머선……일이고? 불사.신선. 이 개가튼~~!”

불사신선.

그것은 과거 내가 컨셉질을 하던 시절, 항상 내게 쌍욕을 퍼붓던 놈의 닉네임이었다.

물론 그것이 오롯이 악감정에서 퍼부은 것이기보다는, 일종의 애증 관계였다.

일단 녀석도 같은 컨셉충이었다.

코스튬부터 완전히 선비, 내지는 신선을 연상시킬 만한 것을 입고 다녔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또한 70대 노인의 그것으로 만들어 놨다.

그리고 이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나, 그냥 자기가 힘들 때는 정상적인 말투를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 모든 말을 흔히 말하는 틀딱체로 내뱉었다.

[불사신선: 12채널……어린……노무……새끼덜……! 내가……느그 나이 땐……쒸이뻘……고렙덜……지나가면 바로……눈! 깔았어!]

[라면가이더: 아재요…… 뉴비들 괴롭히지 말고 그냥 발 닦고 주무소…….]

대강, 그런 식이었다.

아무튼 나와 같은 서버에서 활동했던 녀석이었고, 또한 컨셉 대결의 자웅을 겨뤘던 놈이기도 했다. 맨날 녀석이 내게 쌍욕을 퍼붓고, 나는 호에에에거리며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식의 컨셉질을 했었다.

실제로는 녀석도 나도 서로 별로 싫어하지 않았기에, 같이 레이드도 돌곤 했다. 그때 녀석이 정상적인 말투로 내게 귓속말을 보낸 것도 기억이 난다.

[불사신선: 님, 님. 근데 말투 그렇게 하면 현타 안 옴?]

[애기븝미짱: 호에에에? 븝미쟝은 븝미 말투를 쓰는 거애오…… 그런데 옵바야, 현타가 모애오? 현명한 븝미쟝의 타임 이런 거야요?]

[불사신선: 시발, 컨셉 끝까지 안 푸는 거 봐 독한 새끼.]

아무튼, 불사신선은 나름 그런 추억이 있는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10분간, 선택한 대상으로 변화합니다. 스탯과 장비는 변화한 대상의 조건에 맞게 자동으로 적응합니다. 24시간 동안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시, 지속 시간이 10% 상승합니다(무한으로 적용).

현재 변화 가능한 대상 1. 불사신선 2. (잠김) 3. (잠김)

그러니까, 나는 지금 불사신선이 만들어 놓은 컨셉 그 자체에 잡아 먹힌 상태였다.

애기븝미, 다나 크리스틴이던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아닐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런 특성이 발현된 것은 정말 구사일생이라 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녀석의 컨셉 또한 애기븝미만큼이나 역겹다는 것이었다.

아니, 다른 컨셉충들도 많은데 왜 굳이 얜데?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애기븝미로서의 삶에 적응하긴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드는 염원 그것이 바로 다시 남자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염원이 지금 이루어지긴 했다. 하지만 엄청난 장애가 함께했다.

“말투가…… 이따구로오! 변하면…… 우쨔~~!”

내가 이따금씩 했던 망상.

장선우 같은 미남으로 돌아가서, 아니 하다못해 내 본체로라도 돌아가서 생활하는 것.

그 망상의 끝에는 아카데미에 있는 미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딴 말투로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크흐흐흐…….”

나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상실감에서 오는 웃음이었다. 이내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웅성거렸다. 고개를 들자 사람들의 면면이 나타났다.

그것은 물론, 빌런들이었다. 아무래도 공략조는 모두 당한 모양이었다. 놈들은 내 모습을 보더니, 다들 긴장하며 무기를 쥐었다.

그 수가 총 다섯. 하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공략조가 잘 싸워 준 건지, 아니면 내 마법의 위력이 뛰어났던 건지. 다들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그들을 확인함과 동시에,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내 특성이 이따위로 개판이 난 것은 이놈을 때문이 아닐까? 이놈들만 아니었다면 내가 좀 정상적인 컨셉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지만,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나는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어이, 거……새끼덜……일루 텨 와! 어린 노무……새끼덜이……벌써. 이런 짓이나……십……색기들……아프니까 청춘, 이여! 내가 그거 보여 줄랑게.”

이내 장내에 흐르는 적막. 그것이 끝난 뒤.

“크후훕…….”

“크큭.”

놈들은, 내 말투를 듣더니 각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놈들의 대장격인 놈이 내게 소리쳤다.

“뭐야, 저 정신 나간 새끼는.”

정신 나간 새끼. 그 말이 내 귓전에 박혔다. 나는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잘못을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그따위 말로 도발을 해?

“씨부럴 것들…… 따악 곤죽으루다가…… 맹글 테니…… 기달리구 있어!”

나는 입맛을 다시며 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건 옆에 널부러져 있는 어떤 히어로의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죽어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사자(死者)의 무기를 쓰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명복을 빌어 준 뒤 무기를 빙빙 돌렸다.

“어느…… 씨벌연놈이…… 먼저 맞을텨? 매도…… 거시기…… 먼저 맞는 게…… 덜…… 아퍼!”

“무슨 자신감이야? 이쪽은 다섯 명인데.”

개중 한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따로 대꾸를 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지금 내 스탯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는 몰라도, 힘, 민첩, 체력이 모두 37까지 올라 있었다. 그것은 중위권 영웅들치고도 높은 편이었다.

물론 그 때문인지 마력 스탯은 없지만, 어차피 있어도 나는 활용을 못 한다. 마력을 부여하는 법 자체를 배우질 못했거든.

이 정도면 이미 리타이어 직전인 놈들 정도는 무난히 두들겨 팰 수 있다. 나는 이내 뛰쳐나갔다.

타탁!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점 하나, 나는 검을 원래 다룰 줄 모른다. 겨우 검술 수업 때 딱 한 번, 연검을 다루는 법에 대해 배웠던 게 전부다.

그러니까…… 맞을 리가 없었다.

부웅!

“너 몇 살이여! 뭔디…… 피해!”

내가 어설프게 휘두른 무기가, 허공을 가른다.

나는 당황해선 놈에게 소리쳤다. 물론 입에서 나오는 건 개소리.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놀랐던 듯, 당황하던 놈의 안색이 이내 바뀌기 시작했다.

“너, 검술 못하는구나.”

“뭐, 뭔……! 소리여!”

나는 반박했지만 빌런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놈은 알았다는 듯이 내게 역공을 가해 온다. 이거, 속된 말로 좆된 것 같다.

카가가각!

“씨……뿔……!”

상태도 이쪽이 더 좋고, 스탯도 더 높았지만 나는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그것뿐이라면 어떻게 역공을 해 볼 수 있었겠지만 다른 이들도 내게 협공을 하기 위해 다가왔다.

어떡하지? 섣불리 뛰어든 게 잘못이었다. 최소한 내 전력을 확실히 파악했어야 했는데. 나는 일리아가 아니었다. 검술도 모르는 놈이 이놈들을 상대로…….

일리아가 아니야?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 하나가 있었다.

“결속.”

결속 대상

1. 일리아 메이슨

2. 김수혁 중 누구와 결속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당연히, 두말할 것 없었다. 이 상황에 망치 두드리오?

“일리아 메이슨.”

대상, 일리아 메이슨과 결속합니다. 일부 능력을 획득합니다!

획득한 능력 - 메이슨 가(家) 검술(A)(숙련도 6레벨 29%)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그녀가 걸어온 모든 길이 떠오른다.

수없는 반복, 그를 통해서 극의를 깨닫는 검술. 그 요체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츠카아악!

“어……?”

내 검이 빌런의 허리를 갈라내었다.

놈은 얼빠진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튀어 올랐지만,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무심하게 슥 닦았다. 이런 거 본다고 기절하는 몸이 아니거든.

검을 들었다. 빌런들은 그런 내 모습을 경계했다. 하지만, 의미는 없었다.

푸욱!

모두,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었으니까.

*    *    *

“허어…….”

나는 마지막 놈의 몸에서 검을 빼내었다. 겨우 수 분 만에 빌런들을 모두 처치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 가득했던 검술에 대한 기억들은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이제, 모두 끝난 건가.

당장 불사신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지라, 빌런들의 배후를 묻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잘 해내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대략 1분간,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던 나는 박수를 쳤다.

“허어이! 그걸…… 까먹고 있었구먼…….”

나는 이내 쓰러진 공략조장에게 다가가, 그의 몸에서 작은 기기 하나를 꺼내었다. 그것은 비상 호출기. 마력석으로 만들어진지라 던전 내부에서 외부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를 누르자 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외부에 구조 요청이 갔겠지. 나는 마음을 놓고, 바닥에 널브러질 수 있었다. 이제 진짜 끝났다.

잠시간 기다리자 눈앞에 숫자들이 떠올랐다. 아마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겠지.

5…… 4…… 3…… 2…… 1…….

애기븝미쟝으로 돌아갈 시간인 거시와요.

염병을 하네.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정신을 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