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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37화 (37/172)

#37화. 조원을 영입하는 거애오!

J가 말하길 시빵년, 그러니까…… 나는 이번 조별 과제의 ‘조장’으로 뽑혔다.

후일 계속해서 있을 조별 과제. 이 조별 과제에는 한 명씩 이전 과제 때 우수한 성적을 보낸 이들을 선별해 따로 조장이라는 직책을 수여한다.

물론 이게 좋은 건 아니고, 그냥 짐 덩어리였다. 니가 성적이 좋으니까, 나머지 조원들 대강 짜서 캐리하라는 뜻.

지금은 이번이 처음 조별 과제이니, 이전 조별 과제에서 성적이 좋았던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펜타곤 측에서 정한 구별 기준은, 순위. 당연히 저번 주에 이어 딱히 변동 사항이 없는 내 순위는 그대로 1위였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조장이 되었다.

“하와와와와…….”

이번 조별 과제의 목표는 한 조당 임의로 배정된 구역에 들어가,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것. 그러니까 그 구역이란 펜타곤에서 임의로 할당한 필드와 같은 공간이다. 저번에, 나와 일리아는 겪지 못했지만. 필기 시험장으로 향할 때 강제 이동당한 장소가 바로 그곳이라는 것 같았다.

“일리아 언냐야…… 그리고 J 언냐야…… 말고는 누구랑 해야 할까여.”

나는 골몰했다. 사실 J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 명이라도 조원이 채워지는 것이 내게는 큰 이득이었다.

왜냐, 조원을 구하는 게 힘드니까. 애초에 나는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대체로 찰떡같이 잘 알아듣는 사람들만 있었지만…….

그렇게 한동안 방 안에서 골몰하던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 생각해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 사이에 다른 조장들이 괜찮은 생도들을 모두 영입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괜찮은 팀원. 6반에서 현재 조장이 아닌 사람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팀원.

나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해 봤다. 그리고 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하연 언냐야……는 안 하겠져…….”

신하연.

그녀는 지금 원래라면, 굳건히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저번에 일리아와의 대결에서 지면서 무려 30등대로 강등을 당했다. 이건 시간이 지나며 어차피 상승할 등수이기는 하지만, 그녀에게는 상당한 충격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대련 이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나나 일리아와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본성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 나츠키가 되곤 했다.

그러니까, 일단 패스. 아마 그녀는 나츠키 아니면 장선우의 조에 들어가겠지.

나는 신하연을 제외하고 그나마 괜찮아 보였던 이들의 이름을 작성했다. 원작에서도 엑스트라보다는 강한 존재감을 내뿜던, 조연들.

퇴마사: 강연준

검객: 마틴

성기사: 이안

결계술사: 이연두

대강 3반의 이들 중에 그 괜찮은 ‘조연’의 범주에 속하던 사람들은 이 정도쯤이었다.

지금 현재 모집된 우리 조원들의 목록을 따지자면…….

일리아: 검사

J: 암살자

나: 마법사

결국 남은 두 자리, 이상적인 건 이미 성력을 사용할 수 있어서 보조까지 되는, 이안과 다른 한 명 정도인데.

그렇다면 이안을 가장 먼저 영입해야 하는 건가?

“호와와와왕…….”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안의 방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일리아가 지금 있었다면 같이 가자고 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그동안 흘려 버린 수업의 보충을 받아야 했다.

“어, 저기 쟤…….”

“진짜 조그맣네. 되게 어려 보이긴 한다.”

“근데 이번에 17살 아닌 애 그…… 걔 하나라며? 쟤는 그럼 우리랑 나이가 같나?”

“이번에 던전 사건 때…….”

나는 드물게 혼자 복도를 거닐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나를 향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막 들려왔다.

그 내용은 비교적 호의적이었지만, 몸은 이상 반응을 일으켰다. 막 얼굴이 화끈화끈거리고,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이러면 안 되지. 몸이 그렇게 행동하면, 내 감정에도 영향이 심하게 왔다. 그러니까 나는 부끄럽다고 느끼지 않을 만한 상황인데,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러 가슴을 쭉 내밀고, 당당하게 걸으려 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됐으면 내가 애초에 불만을 가질 일이 거의 없었겠지.

“후에에…….”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고, 나는 그냥 체념해 버렸다.

결국 그렇게 땅만 보며 걸은 지 1분여. 나는 금방 이안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나 방에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으나 이내 고개를 도리 저었다. 그는 작중에서 이런 언급이 있었다.

[이안, 쟤는 수업 끝나면 자기 방으로 달려가서 기도나 줄창 하더라고.]

그는 굉장히 독실한 신도였다. 물론 현대의 종교를 믿는 건 아니고, 빛과 질서의 신이라고 했나? 어쨌든 그런 신을 섬기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신을 향한 마음을 기도로 전하는…… 나는 뭐 이해는 가지 않지만. 아무튼 대단하다고 생각할 만한 생도. 그게 바로 이안이었다.

똑똑똑.

나는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무언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기도에 빠져 가지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더 세게 쳐 보자. 나는 좀 더 강하게 문을 두들겼다.

탕탕탕!

“호에에엥…… 아픈 거야요…….”

무의식적으로 힘껏 문을 두들겼는데, 손이 저릿하게 아려 왔다.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반응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어쨌든 이 정도쯤 했으면 나오겠지.

하지만 이번에도 이안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도대체 얼마나 기도에 집중하고 있는 거야? 나는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화가 좀 났다. 이래도. 안 나와? 이래도?

“후우우우…….”

유일하게 문에 나 있는 틈새 나는 그쪽으로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것은 음량 증폭 마법. 실상 이것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마법이었다. 넓은 범위에 증폭량까지 높이려면 실제로 이쪽 세계관 최강 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할 정도로.

하지만, 어린이용 돈가스 조각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 입. 이 정도 범위에 1.5배 정도의 증폭이라면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들이마시고 그 틈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이이이아아아아안 옵바야!”

야……야……야…….

하는 메아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건, 좀 과했나. 아마 내일쯤이면 이상한 소문이 돌 것 같기는 하다.

우당탕탕!

내가 그렇게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존재를 알아챘는지 안쪽에서도 드디어 뭔가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게 그다지 정상적인 소리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꽤나 익숙했다.

뭐지? 어째서 익숙하지?

다다다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이래저래 뭔가를 숨기는 듯한 소리.

마치 뭔가를 들켰을 때의 모습을, 사운드로 들려주고 있는 듯한…….

덜컥!

“아, 아! 그, 미안하군. 잠시 기도 중이었던지라. 하하하!”

이내 이안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평소에 보던 생도복 차림이 아닌, 그냥 편안한 일상복 차림이었는데…… 그게 방금 갈아입은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방 안에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 저거 피규어 아닌가?

“호에에에, 옵바야 기도 중이었던 건가여?”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군, 흠흠.”

그는 자못 엄숙하게 대답을 했지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얘도 거짓말을 하면 오지게 티가 나는 부류구나.

뭐, 일단은 넘어가 주는 게 낫겠지. 팀원으로 영입을 하려고 온 참이니까, 비교적 좋은 인상을 남겨 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호에에…… 역시 성기사는 대단한 거야요!”

“허허, 성기사라니. 난 아직 견습생일 뿐이니 이른 호칭이군.”

그는 뿌듯하다는 듯이 말했다.

참고로, 지금 그의 말투는 성기사들의 일반적인 말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진짜로 성기사회 기사단장쯤 되는, 나이 지긋한 이들이 아니고서야 그냥 일반적인 말투를 사용한다.

즉, 이놈도 실상 그냥 컨셉충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투만 이렇지 결국 속내나 생각은 그냥 17살이었다. 이래저래 조금 띄워 주니, 딱 이맘때 사내 녀석답게 상당히 들뜬 모습이다.

자, 이쯤이면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지.

“저기여, 근데 이안 옵바야~”

“흠흠, 왜 부르는가.”

“옵바야, 혹시 이번에 조별 과제 있잖아여어…….”

내가 슬슬 조원 영입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던 때, 갑자기 그가 안색을 바꾸더니 뒷목을 문질렀다.

“흠, 혹여 조원으로 참가시키고 싶다는 것이면…… 본인은 이미 이야기가 오간 조장이 있다네. 안타깝지만…….”

아, 벌써 누가 왔다 간 건가.

나는 눈에 띄게 실망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자 이안은 안절부절못하며 변명을 해 댔다.

“아, 아니. 그러니까…… 나보다 더 좋은 조원을 찾으면 되지 않겠는가! 이곳에는 우수한 생도들이 많으니, 다른 이들도…….”

그럼에도 내 표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방 안을 둘러봤다. 이렇게 된 바에야, 뭔가 다른 이유로라도 끌어들여야…….

나는 확실한 물건 하나를 포착했다. 마치, 내가 들어오기 이전에 일부러 구석에 몰아넣은 듯한…….

그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설마, 모두들 방 안에서 기도만 하는 줄 알았던 이안이, 사실은 다른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면, 이안 옵바야. 혹시 방 안에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거야요?”

“바, 방 안에는 무슨! 남녀가 방 안에 함께 드는 것은!”

그러자 그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올리며 부산을 떨었다.

아, 그러고 보니 질서신의 신도들은 죄다 30세가 되기 이전까지…… 처녀 총각이어야 한다고 했나.

시발 근데 뭔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거야.

“호에에에. 방 안에 귀여운 언냐야 인형이 보여서 그런 건데…… 같이 보여 주면 안 되는 거야요?”

나는, 직설적으로 내가 본 것에 대한 걸 말했다.

귀여운 언냐야 인형. 그건 미소녀 피규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과 함께 방 안쪽에 붙여진 브로마이드. 그건 웬 수영복 차림의 헐벗은 2D 여캐가 그려져 있는…….

“인……형?”

“네! 옵바야! 같이 보여 주는 거애오!”

“아, 안 돼!”

그는 순간 자기 컨셉조차 버리고, 근엄한 척하던 목소리가 아닌 자기 본래의 목소리와 말투로 나를 말렸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옵바야, 우리 조 들어올 거애오~ 말 거애얌?”

“그……그래도 조금…….”

이안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갈등하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걸 갈등하고 말고 할 수 있을 리가. 평소에 그가 쌓아 온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호에에…… 그런 거엿나여…… 그럼, 뭐…… 내일 일리아 언냐야한테 가서 옵바야가 방 안에서…….”

“하, 할게! 할 거니까! 그것만은…….”

역시나, 그대로 넘어와 버리는 이안.

나는 기쁘다는 듯 박수를 깔짝깔짝 치며, 한 장의 종이를 넘겨주었다.

“와아아아, 고마오요 옵바야! 아, 참! 혹시 여기 명단에서 친한 옵바 언냐야 있나여?”

“이연두…… 마틴…… 강연준…… 어, 있는데.”

역시나,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종이 두 장을 더 넘겨주었다. 그 종이의 상단에 적혀 있는 문구는 영입서.

“이거, 옵바야 사인하구…… 그 친하다는 옵바 언냐야 중에 한 명 사인 받아 오세여~”

“내……가?”

“그럼 옵바야 말고 누가 하는 거시와요?”

이안은, 나를 마치 마귀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아마 오늘 이후로 매일같이 신한테 내게 천벌을 내려 달라고, 기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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