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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38화 (38/172)

#38화. 일리아 언냐야 미아내여……

이안이 말한 그 아는 사람은 퇴마사, 강연준이었다.

원래 나츠키 팀에 들어가려고 했던 그는, 이안의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 팀으로 왔다고 한다.

원래도 나츠키 팀이 아니면 내 팀에 들어가려고 했다나.

결국에 이안, 강연준, 일리아, J 그리고 나까지. 그렇게 5인의 조원이 모두 모집되었다.

실상 이건 지금 짤 수 있는 파티 중 베스트라고 할 수 있었다.

J는 어째서인지 원작과 다르게, 자기의 본 실력을 아카데미 내에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일단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파티인 것이다.

그렇게 조들이 모두 완성된 이후, 3반 전원은 교내 인공 필드에 모두 집합했다.

나는 힐끔거리면서, 다른 조들의 구성을 몰래몰래 훔쳐봤다.

“후엥? 호에에…….”

역시나 신하연은 나츠키가 데려간 모양이었다. 아주, 나 싫어하는 두 명이서 짝짜꿍이 잘 맞는 모양이었다.

아니, 나츠키는 안 그런가? 확실히 쟤는 요즘에 조금 덜하긴 하다.

“다나, 뭐 찾아?”

“호에에에에, 아무것도 아니애오.”

나는 그녀 옆에서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일리아의 현재 순위는 아직도 저평가 된 면이 있었다. 타 생도들은 신하연을 이긴 걸 두고 럭키 펀치라고 했고, 물론 나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하긴 하지만…… 애초에 신하연은 J를 제외하고는 아카데미 최강이다.

럭키 펀치로나마 신하연을 꺾을 수 있는데 100등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되레 미스테리였다. 일리아의 최대 단점은…… 공부를 싫어한다는 거 하나다.

“우우우웅, 다나 넘 귀여워…….”

볼을 감싸며 내게 눈빛을 반짝거리는 일리아. 방금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약간 멍청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뭐, 나도 그녀한테 그런 말을 할 처지는 되지 않으니까.

나는 저번에 첫 이론 쪽지 시험을 치른 결과, 3반에서 1등을 차지했다. 실상 3반에 이론 잘하는 생도들도 죄다 모여 있으니, 전교 1등이라고 해도 어폐가 없다.

물론 그 비결은 내가 똑똑해서, 뭐 이론을 죄다 알아서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이 미친 듯한 행운, 딱 이럴 때만 쓸데없이 좋은 운 덕분이었다. 만약에 운빨로 죄다 때려 맞추지 못했다면 일리아랑 점수가 비슷했겠지.

참고로 일리아는, 16개 문항 중에 5개를 맞췄다. 전 문항 객관식이었는데.

“야, 띨빵아.”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애오. 븝미쟝 그러치 않아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J가 나를 불렀다. 그 말도 띨빵이었으니,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솔직히 띨방이 맞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더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너, 뭐야?”

그때, 또 다른 띨빵…… 아니 일리아가 J에게 말했다. 그 모습은 상당히 서늘했는데, 역시나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그 태도였다.

그런데 그거 별로 좋지 않은데.

나는 일리아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J는…… 사실상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될 위험 인물이다. 애초에 그 뒷배부터가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빌런 집단들 중에서, 세력 면으로는 뒤쳐져도 실질적인 무력상으로는 거의 최강 수준인 먼치킨 집단인지라.

물론 그런 특성 때문에 작중에서 완전히 악(惡)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냥 자기들 이익이나 감정에 따라 히어로와 빌런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지.

만약에 완전히 악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면? 메인 악당. 빌런이 되기에 충분한 세력이었겠지.

“나, 아. 내 이름 모르는구나? 난 재스민이라고 해.”

“지금 그걸 물어본 게…….”

“우리 같은 조원이거든.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 일리아.”

아까 나한테 짓궂은 어투로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J는 얼굴을 싹 바꿔 나긋나긋한 어투로 일리아에게 말했다.

“……그래.”

일리아는 딱히 딴지를 걸기가 애매했던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

J는 그런 일리아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뭔가 얘기를 계속해서 걸어 대었다. 일리아는 내 쪽을 쳐다보더니, 슬쩍 수신호와 얼굴 표정을 통해 내게 물어왔다.

‘얘, 도대체 뭐 하는 애야?’

아마, 대충 그런 질문인 듯했다.

나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몰라양 언냐야…….’

*    *    *

처음에 조별 과제 팀장을 맡을 때 든 생각, 그건 그냥 인원 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조원들을 모으고, 다른 조들을 보고, 또한 그들이 은근히 보내는 견제와 적의의 시선들을 받으니 뭔가 오기가 생겼다.

기왕에 조원들도 잘 짜였는데, 한번 평가에서 1등이나 받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내 의지에 불을 붙이는 일도 있었다.

나츠키가 대놓고 내게 도발을 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내 조원들에게 그런 거지만.

“종합 1등이라고 팀원들은 일부러 낮은 순위로 모아 놓은 거? 개인 평가는 또 개인 평가대로 잘 받고, 종합 순위가 낮더라도 핑곗거리를 만들겠다…… 그런 거야?”

“븝미쟝 그런 생각 한 적 없는 거애오.”

얜 왜 갑자기 와서 시비래. 나는 나츠키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슬슬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올 때쯤, 누군가가 나츠키의 그런 폭언들을 말렸다.

다만, 나는 그게 하나도 고맙지가 않았다. 그걸 말린 사람의 정체 때문이었다.

“나츠키, 너무 그러지 마. 그런 게 아니라잖아.”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뭇 상냥한 얼굴로 나츠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내심에는 이미 내게 조소를 띠며, 함께 나를 조롱하고 있을 것이었다. 참, 시발 호흡도 잘 맞는다.

일단 저번 헬스장 사건 같은 경우에는,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신하연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는데, 정이 확 떨어진다. 일리아가 학을 떼는 이유가 있었다.

내 최애 등장 인물들 중에 넌 제외다, 신하연.

……그 선언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무튼 그런고로, 나는 의지를 불태웠다. 무조건 이번 과제에서 1등을 하고 말리라. 나는 그 당찬 포부를 조원들에게 말했다.

“하, 당연하지 않은가! 질서신의 이름으로 꼭 좋은 성적을 내고야 말겠네!”

이안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원래라면 그 모습에서, 약간은 병신 같은 멋짐을 느꼈겠지만…… 자꾸 방 안에서 미소녀 피규어들을 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이 연상된다. 솔직히, 지금 그는 내 머릿속에서 김수혁 다음으로 원작과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다나가 그러고 싶다면야, 나도 힘 좀 써 볼게.”

일리아는 당연히 예상한 반응, 강연준은 아직까진 나와 조금 어색한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J를 쳐다봤다. 그녀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니.

“뭘 봐.”

“호에엥.”

역시나 예상한 반응이 돌아온다. 그래도, 별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조금 관찰하면서 느낀 건데, 말만 저렇게 하지 J는 나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기대를 해도…….

“띨빵아, 자꾸 쳐다보면 우리 데이트 때 모가지를 꺾어 버리는 수가 있어~”

아닌가?

나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속삭이는 J의 말에, 소름이 돋아서 고개를 돌렸다. 저 여자는 진짜 아무 놈 모가지나 하나 잡고 꺾어도 위화감이 없는 위인이다.

다른 조원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옵바 언냐야들은 암것도 몰르는 거애오…….”

내가 혼잣말로 투덜거리고 있던 와중, J가 나 대신 마치 조장처럼 나섰다. 그러고는 이내 앞장을 서며, 그 시작을 알렸다.

“우리 이제 가야 돼! 시간이 다 됐거든. 다들 이번 과제 다 함께 잘해 보자고.”

“어? 어어!”

“어…… 근데 너 그냥 조원…… 아니었나?”

그 말투는 역시나 내게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 위선을 떠는 것이 일견 신하연과 같은 맥락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다르다. 신하연은 자신의 추악한 일면을 감추기 위한 장치이고, J 같은 경우에는…… 그냥 재미로 저러는 것 같다. 내가 더 짜증 나라고.

조원들은 얼떨결에 J의 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가 조장이라는 것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심지어는, 일리아마저도.

뭐, 어쩌겠는가. 내가 그냥 조장으로서의 권위란 걸 태생적으로 가질 수가 없는 몸인 것을.

나는 한숨을 쉬며, 조원들의 뒤를 따랐다.

그로부터 대략 3분 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헤응, 헤으으응…… 호엑…… 후에에…….”

나츠키가 한 말은 정말이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내 개인 평가를 좋게 받고, 그에 대비하여 조별 순위가 낮게 나오더라도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 조원들을 일부러 낮은 순위 위주로 받은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자면…… 그 말과 완전히 반대였다.

“후에에에…… 언냐야…… 븝미…… 주거여…… 주거어어…….”

“……다나, 우리 걷고 있어.”

“븝미쟝, 다리가…… 헤으응. 짧은 고애오. 옵바 언냐야들 한 번 움직일 때 두 번 움직여야…… 호고곡…… 해여…….”

나는 지금 다른 생도들이 그저 빠른 걸음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동안, 혼자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러 의도하지 않는다면, 체력의 한계 지점까지 움직이는 일이 드물다. 힘들다,라는 느낌 말고 당장에 죽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느끼는 지점. 나 또한 원래는 군대에서나 맛봤던 감각이었다.

하지만 이 몸은 너무나도 쉽게 체력의 한계 지점까지 도달했다.

나는 사람이 너무 힘들면 팔, 다리, 혀, 눈이 풀리다 못해. 침까지 질질 흘린단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므뤠에에엥.”

이제는 사람 소리인지도 의심되는 신음을 내뱉는 나를, 일리아가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쭈그려 앉았다.

“자.”

“호엥?”

이미 반쯤 녹아 버린 뇌 때문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잠시간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하지만 내 사고가 도출되기 전에, 일리아가 먼저 말했다.

“업혀, 다나. 이러다 싸우기도 전에 뻗겠다. 개인 평가…… 조금 깎일 수도 있겠지만. 다나 넌 공부 잘하니까 괜찮을 거야.”

“온냐야…….”

일리아는 기꺼이 나를 짊어지고 움직이겠다고 한 것이었다. 물론 내 체중이 별로 나가지도 않고, 그녀의 체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상당히 감동이었다.

스윽.

그 때, 그녀의 옆에 한 명이 더 쪼그려 앉았다. 나는 물론이고 일리아 또한 그쪽을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그 장본인, J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띨빵아, 이리 온.”

그게 마치 뭐, 길고양이 내지는 강아지를 부르는 어투여서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미쳤다고 저기에 업히…….

띠링.

그 때, 내 폰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나는, 그걸 보고 얼굴을 굳힐 수밖에는 없었다.

“어…… 다나?”

나는, 곧바로 J의 등에 업혔다. 일리아는 무슨 나라 잃은 사람처럼 황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띨빵아, 나한테 안 오면 죽어 ^^]

내 폰에 온 문자, 그 정체는 바로 J의 협박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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