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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46화 (46/172)

#46화.

[그럼 저희 연금술의 집에서 전량을 매입하겠습니다.]

[그때 뵙죠. 따로 이야기 드리고 싶은 건도 있으니.]

나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폰을 만지고 있었다.

이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는데, 그 말투가 평소와 조금 달랐던지라 조금 어색했다. 실제로 내 메신저상의 어투는 이런 식인데 말이지.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메시지도 모두 애기븝미식의 말투를 쓰고 있었다. 하루 종일 하와와…… 호에엥…… 이러다가, 되레 문자만 정상적으로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다만 이들, 연금술의 집의 세쌍둥이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였으니 이렇게 정상적인 어투로 문자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고.

[넹,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ㅎㅅㅎ 빨리 오세용~]

“호에.”

나는 돌아오는 문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아마 맏이가 보낸 문자는 아닐 테고. 막내가 보낸 문자인가? 세쌍둥이의 성격들을 생각해 보면 그 추론이 아무래도 가장 적절할 것이었다.

아무래도 지금쯤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상반된 셋의 성격은, 작중에서도 굉장히 자주 언급되고는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들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실상 김수혁을 제외하면 강씨 집안 세 자매, 연금술사들이 장인 계열의 조연 중에서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들 개개인이 김수혁처럼 세계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는 1인자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셋이 뭉쳐 있는 ‘연금술의 집’은 분명 몇 년 이내로 엄청난 성공과 함께 명성을 누리게 된다.

나는 지금, 그런 그녀들에게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세계관과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게 뭐가 좋은 것이겠는가. 바로 이렇게 알아서 잘나갈 사람들 옆에 붙어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지.

그녀들은 지금 실력에 비해, 너무나도 좋지 못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기존 연금술사들이 세워 놓은 세력에 들어갔다면, 대번에 좋은 환경과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세쌍둥이의 신념에 알맞지 않은 것이었다.

어렸을 적에 던전 근처의 주거 경계 지역에 살았던 그녀들은, 단지 포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필드나 던전에서 죽는 히어로들을 많이 봐 왔다.

그렇기에, 자라며 자연스레 연금술사로 각성한 이후. 실력을 키워 좋은 품질의 여러 약품들을 비교적 싼 가격에 보급하겠다고 다짐하고 세운 것이 연금술의 집이었다.

물론 그런 아름다운 이상과 현실은 멀었고, 지금은 연금술사 길드의 견제와 무명의 설움이라는 것이 겹쳐, 연구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간당간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때였다.

원작에서는 이때쯤 웬 하위권 히어로 떨거지들만 모아 놓은, 소규모 길드의 장이 찾아와 그녀들을 살살 꼬시기 시작한다.

자기가 돈을 대 주고 사업적인 면에 대해서 지원을 해 줄 테니, 같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사회의 쓴맛을 덜 봤던 세 자매는 그를 수락하고, 그 ‘쓴맛’을 제대로 보게 된다.

나는 이 스토리를 조금 바꿔 보고자 한다. 돈을 대 주고, 사업을 지원해 주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까지는 같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이 이전과 다른 인물일 것이다.

뒤통수도 안 치고, 능력도 훨씬 좋은 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었다. 말이 숟가락이지, 이게 실상 그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호에엥.”

나는 자루를 짊어졌다. 이게, 올스탯 555로는 꽤 들기가 빡센 무게였던지라, 저번에는 근육통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물론 그 통증이 찾아올 근육이 도대체 어디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때문에 나는 자루에 경량화 마법까지 각인했다. 이게 엄청난 사치인 게, 용적도 얼마 되지 않는 싸구려 자루에 각인하기에 걸맞지 않은, 5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야 적절한 투자였다. 애초에 여기 자루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물건이면, 내가 들고 다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기준선’에서 낭비라는 뜻이었다.

“흰 꽃 씨가 마니 착한 고애오.”

멍청한 꽃갈통 자식.

나는 자루를 들어 올리며, 그렇게 되뇌었다. 물론 입으로 나가는 내용은 영판 달랐지만.

당연하지만 평일에는 내가 꽃밭에 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그동안 꽃밭을 찾지 않았던 건데. 아무래도 그걸 흰 꽃은 내가 일부러 꽃밭이 정상화될 시간을 주기 위해 그런 거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감격한 녀석은 나도 몰랐던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 주었다. 꽃밭의 꽃과 약초들은, 내가 저번에 따 간 정도의 양이라면 사흘 정도면 복구되고, 새로운 세대의 식물들이 자랄 때마다 효능이 좋은 녀석들이 자랄 확률이 높다는 것을.

결국에 요는 과도하지만 않다면, 자주자주 따 주는 것이 꽃밭에도 해가 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뭐, 정말 양심의 가책 없이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루를 짊어진 나는 집 밖으로 나왔다. 이걸 그냥 그쪽에 배송시킬까도 생각해 봤지만,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의 가치가 그렇게 맡기기에는 상당히 걱정되기도 했고, 어차피 대면해야만 했으니 직접 들고 가는 편이 옳을 것이었다.

물론 이동 수단은, 역시나 택시였다.

*    *    *

연금술의 집. 나는 그 간판이 달린 허름한 건물을 멍하니 쳐다봤다.

군데군데 실금이 간 외벽, 음산한 분위기의 겉면, 습하고 어두침침한 내부까지…… 정말 한시라도 있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것이 얼마나 심했는지, 벌써부터 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호에에에, 븝미쟝 무서운 고애오…….”

어떻게 하면 그냥 건물만 들여다봤는데도 몸이 덜덜 떨리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어쨌든,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기는 해야 했다. 나는 가까스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는데, 코 주위가 간질간질한 게 온통 곰팡이가 천지로 피어 있는 모양이었다.

“우헹.”

재채기인지, 아니면 그냥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계단을 오른 끝에 간판이 붙어 있던 3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명패 하나 걸려 있지 않은 허름한 철문. 나는 이마를 짚을 수밖에는 없었다. 애초에 건물 자체가 문제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 놓으면 도대체 누가 여기서 포션을 사 가겠냐고.

뭐, 이제 이런 문제도 차차 해결되겠지. 나는 철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신체적인 문제로, 소리가 작기는 했으나 반복적인 내 노크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신가요오~”

비교적 까불대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 나는 그것을 듣자마자, 실제로 세쌍둥이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녀가 막내라는 것을 확신했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차라리 그 편이 내가 지금껏 대화한 인물과 같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그녀들은 지금 온 사람이 자신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의뢰인이라는 것을 확신한 모양이었다.

“언니, 언니가 열어 봐아. 나 실례할까 봐 못 하겠어.”

“너는 필요할 때만 언니 찾아? 저번엔 조금 먼저 나온 거로 유세냐고…….”

“내가 언제 그랬어. 빨리, 지연 씨~”

“……에휴.”

문 너머에서 떠들썩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시트콤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가까이까지 다가온 자매들이 문을 열었다.

“어……?”

“어?”

“아니……야?”

그리고 그녀들은, 그와 동시에 황당하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한가. 저쪽에서야 나를 이런 이미지로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먼저 인사부터 했다.

“븝하!”

물론, 그 인사가 역시나 개판이기는 했다. 그녀들은 그 때문에 되레 정신을 차린 듯, 내게 말했다.

“븝……하? 아니, 그게 무슨…….”

“븝미쟝 하이라는 뜻이애오!”

“븝미쟝, 하이? 아니 그거는 그냥 넘어가고. 여긴 뭐 하러 온 거야?”

그녀들은 내가 지금껏 연락을 주고받은 그 사람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호에에, 뭐 하러 온 거냐니…… 혹시 언냐야들, 문자 확인 안 한 고시애오?”

“문자 확인?”

그건 오해였다. 단순히 내 현재의 이미지와 말투가, 본래의 내 모습. 그러니까 메신저에서의 어투와 너무 달라서 생긴 오해.

하지만 나는 이 오해를 굳이 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니, 되레 그를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녀들에게 문자가 하나 갔을 것이었다. 아니, 휴대폰은 하나였나? 아마 첫째인 강지연의 것을 돌려쓰던 걸로 기억한다.

강지연이, 폰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자기네도 궁금하다는 듯이 그곳에 달라붙는 둘째와 막내. 마치 고양이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지연은 뚫어져라, 액정을 쳐다보더니 메시지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직접 상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에 대리인을 보내니 그녀와 얘기해 주면 좋겠군요.”

“뭐야, 못 온다고?”

그녀의 옆에서, 막내가 뭔가 분통을 터뜨린다. 엄청 기대라도 했던 모양인가. 거기에 신경이 다 쏠렸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둘째와 첫째는 그녀보다는 조금 더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인지 그 메시지의 내용과 나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혹시…… 그 대리인이라는 게?”

“호에에, 븝미쟝. 옵바야가 시켜서 심부름 온 거애오!”

“허어.”

그녀들은 숨이 턱 막힌다는 듯이, 헛숨을 들이켰다.

*    *    *

“호에에에, 이게 그건 가여?”

“네, 맞습니다. 옵…… 아니 의뢰자분께서 제작 요청을 하신 영약입니다.”

나는, 눈앞에 영롱한 색과 향을 뿜어내고 있는 단약을 바라봤다. 정녕, 저게 내가 팔아 봤자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한 약초들로 만든 것이 맞는가 하고.

시중에 판매하는 단약들, 나는 그것들을 내 눈으로 본 일이 몇 번씩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선명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저절로 손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내가 의뢰한 단약은 바로, 각각 힘 민첩 체력이 올라가는 단약. 너무나도 불편한 이 일상생활을 개선하고, 한 대 맞으면 그대로 죽어 버릴 수도 있다는 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의뢰한 것이었다.

이것만 먹으면, 그런 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뜻인가.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특성창을 열어 하나의 특성을 곧바로 살폈다.

븝미쟝은 뭐든지 잘 먹고 잘 커요!

―영약에 대한 흡수율이 증가하고, 그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이로운 효과가 있는 포션 혹은 식품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기존에 흡수 불가능한 물품에 대해 흡수가 가능해집니다!

영약에 대한 흡수율이 증가하고, 걸리는 시간은 줄어드는. 이 특성.

그동안 그냥 방치되었던 특성이 오늘에서야 제대로 쓰이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민첩’을 상승시켜 주는 단약을 하나 곧바로 먹었다.

꼴깍.

그와 동시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앞서, 이 단약들은 몸이 약한 나를 위해 그 가상의 ‘의뢰자’가 신청한 것이라는 구라를 미리 쳐 놨기에, 현재 연금술사 세 자매는 내 눈치를 엄청나게 보고 있었다.

내 평가에 따라서 자신들의 투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겠지. 실제로는 그리 상관없는데. 거기에 그 의뢰자가 눈앞에 있는 나인데.

그런 생각들을 하며, 미소를 짓던 나는 이어서 떠오른 시스템창에, 순간 안색을 굳혔다.

“왜 또 그러는 고애오 상태창 씨…….”

한 번도 아니고, 왜 몇 번이나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지.

민첩 스탯이 육체의 한계 수준입니다!

내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창, 그것의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아니 시발, 그러면 평생 스탯 5따리로 살아야 한다는 거냐?

이런 븝러지 체력으로? 잠시 부정도 해 봤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띠링!

특성 - ‘븝미쟝은 뭐든지 잘 먹고 잘 커요!’에 의해 초과분의 약성이 마력의 성장을 도와줍니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내용이 올라오긴 했으나. 계획이 틀어졌다는 실망감에 급속도로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그저 고개를 떨궜다.

“저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맏이인 강지연이 불안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순간 심술이 돋아났으나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래, 이 사람들이 무슨 죄겠는가. 애초에 이들은 내 상상보다 더 좋은 단약을 만들어 주었다.

문제는, 이 쓰레기 같은 몸은 그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 아니애오. 언냐야.”

최대한 분위기를 다시 좋게 만들기 위해, 웃으며 말해 봤다.

물론, 속은 반쯤 썩어 들어갔지만.

그래서, 앞으로 할 투자 계획에 대한 브리핑과 그 자세한 계약 사항이,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그녀들에게는 야박하게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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