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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54화 (54/172)

#54화.

응애애애애! 응애애애애!

목 놓아서 우는 이 작은 식물, 만드라고라. 이 녀석은 꽤나 유용한 약재이기는 하다.

연금술에서도 상당히 유용한 재료로 쓰이며, 마법검처럼 ‘부여’가 필수인 장비들을 제련할 때도 쓰인다.

히어로 판타지에서도 단일 약재로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구가했던 것이 만드라고라다. 하지만, 지금 이곳 세계에서는 그리 각광받는 약초가 아니었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그냥 없었으니까.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없다. 만드라고라라는 약초, 식물 자체를 찾아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본래 플레이어 일행. 그러니까 플레이어 캐릭터와 주연 등장인물들은 만드라고라를 찾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고생들을 했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간단하게 이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굉장히 허망한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히어로 판타지’에서 만드라고라는 굉장히 인기가 있고, 또한 물량 또한 어느 정도 존재하는 약재였다. 단지 싱글 스토리 세계관에서만 존재하지 않을 뿐.

그러니까, 싱글 스토리 세계관을 벗어난 존재. 분명 그 안에서도 존재하나, 본래는 절대 접근할 수 없도록 막혀 있던 지역. 흰 꽃과 노란 꽃이 지키고 있는 그 꽃밭에는, 만드라고라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디서 이 귀한 걸…….”

물론 엘프들이야, 아니 이 세상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기에, 눈앞의 장로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희열에 차 있었다.

드디어 위그드라실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 만드라고라를 장로 쪽으로 슥, 내밀었다.

바둥바둥바둥

응애애애!

그에, 만드라고라가 토실한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거부했지만 나는 녀석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녀석의 입에 실리콘 재질의 공갈을 물려 주자 그것을 쪽쪽 빨며 조용해진다. 마치 진짜 아기처럼.

“이걸…… 주신다는 겁니까?”

엘프 장로는, 내 행동에 대해서 당황스럽다는 듯, 말했다. 실상 나는 엘프들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사람이었으니, 당장에 도와준다고 찾아와선 찾을 도리도 없는 귀중한 약초를 내미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았으니.

“그런 고애오! 세계수 마망 아프면 안 대여…….”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엘프들이 세계수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 준 플레이어 일행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었는지.

물론 지금에서야 그때만큼 세계수가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 내가 한 일이라곤 겨우 만드라고라 두 뿌리를 가져온 것뿐이지만…… 그래도 이들이 보상을 짜게 줄 일은 없었다.

왜냐? 엘프니까.

세계관 최강의 호구 종족이니까!

역시나 장로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만드라고라를 내미는 내 행동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에 그는, 곧바로 그를 덥석 받아 들고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내게 사과했다.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그는 세리아에게 나를 부탁하고, 이어 곧바로 집을 뛰쳐나가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세리아는 그런 장로의 모습을 처음 보는 듯,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떠올라 있었다.

“아하하, 그…… 장로님이 엄청 기쁘신가 보네. 원래 이런 분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그녀는 머쓱하다는 듯이 장로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했다. 아무래도 그녀 또한 나처럼 그 모습에 대해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세리아도 물론 세계수가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구에 와서 태어난 세대일 테니, 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잠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그, 그래. 우리 마을 구경이나 할래? 인간들한테는 좀 새로운 광경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건 그리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 제안이었다. 왜냐면 힘들거든. 여기까지 오느라 꽤나 고생을 했더니, 몸이 영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거의 애원하듯 말하는 세리아의 모습을 보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여, 언냐야.”

“그래! 그럼…… 안내해 줄 테니까. 같이 마을이나 둘러보자!”

세리아는 안심이라는 듯 세상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저 뭉친 종아리를 조몰락거릴 뿐이었다.

*    *    *

“여기가 우리들이, 일전에 이주 이전에 있었던 역사와 지식들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도서관이야.”

“호에에에.”

“여기는, 우리 마을의 약초밭이고…….”

“호에에에.”

“여기는…… 우리 마을에 있는 마탑인데…….”

“호에에에.”

“……별로 안 신기해하네.”

“호에에에.”

세리아는, 열심히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내게 설명을 해 줬다. 하지만 나는 그저 시큰둥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물론 내가 그랬다는 거지, 입에서 나오는 반응마저 그렇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면 그녀도 눈치챌 만했다. 내가 그다지 흥미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엘프들의 마을을 구경하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애초에 나는 여기를, 질리도록 많이 봤다. 엘프 마을 자체가 주변에 필드가 워낙에 많은 구조라서, 사냥터로 또 제격이었으니까.

싱글 끝나고 멀티플레이로 들어가면, 이곳만큼 많이 오는 장소가 없었다. 화면으로 보던 구조물들이 실제로 나타나니, 물론 신기하기는 했지만…… 단지 그뿐.

그런 내 반응에, 세리아는 실망한 듯이 중얼거렸다.

“다른…… 외지인들은. 다 신기해하던데…….”

“아니에여 언냐야, 신기해여.”

세리아는 불신으로 가득 찬 눈으로 날 바라봤다. 씨알도 안 먹히네.

애초에 그녀는 마을 밖으로 자주 나가고는 하는 모양이었으니, 선의의 거짓말이란 개념 자체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마을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혹은 아예 나가 본 적이 없는 엘프 같으면 먹혔을 텐데. 이들은 애초에 거짓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

아무튼 시큰둥한 반응 덕에, 그녀 또한 맥이 빠진 모양이었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걷고 있는 그녀의 팔을 슥 잡아당겼다.

“어?”

“언냐야, 그냥…… 조오기 가서 쉴까여?”

내가 가리킨 곳은 한 나무의 그늘. 그녀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나무 그늘은 굉장히 컸다. 그곳에서는, 엘프 꼬마 애들이 나무를 막 기어오르며, 서로 장난을 치고 놀고 있었다.

세리아와 나는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애들 때는 다 귀여운데, 역시 엘프 애들이라 그런가 다들 올망졸망하니 더 귀엽네.

그렇게, 잠시간 앉아 있으니 무언가 푸른색 나비 같은 게 내 주위에 꼬이기 시작했다. 이게 뭔가, 잠시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말소리가 들렸다.

안녕!

“호에에엑!”

나비가, 말을 해? 순간 나는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 그에 주위에 있던 나비 몇 마리들이 꺄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파박 흩어졌다.

내가 얼빠진 얼굴로 그러고 앉아 있으니, 세리아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 놀라는 모습까지 내 친구랑 닮았네.”

“호에에에, 언냐야. 이게 모에여……?”

“이거? 정령들 말하는 거야? 아, 하기야 인간들 중에서는 정령사가 드물다고 했었나…….”

정령,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히어로 판타지에는 예의 다른 게임이나, 만화 소설 따위에 나오는 것처럼 4대 속성, 그리고 그에 배당된 정령이 있었다.

다만 해당 정령을 다루는 정령사, 따위는 따로 클래스로 분류받지 못했다. 애초에 관련 특성도 너무 적을뿐더러, 단일 직업으로는…… 위력이 너무 약했으니까. 그냥 마법사를 하고 말지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다만 엘프 NPC들 중에서는 정령사가 굉장히 많았는데, 퀘스트 때마다 보조로 딸려 오는 AI들 중에서는 상당히 높은 화력과 지원 능력을 가진지라, 몇 번이나 재평가가 이루어질 뻔했으나…… 끝내 쓰레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운 좋게 관련 특성을 얻으면, 그냥 본래 직업에 합쳐 정령 궁수, 정령 검사…… 따위의 컨셉을 잡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정도.

그러니까 여기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이 정령들은, 그냥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고.

그래도, 귀엽긴 하네.

나는 녀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다시금 깔깔거리던 이들이 손에 모여들었다.

“아가야들이애오…….”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신기한지 손가락에 올라타서 뽈뽈거리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세리아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친화력이 좋나 보네. 장로님들 정도 말고는 얘네가 이러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너 진짜 인간 맞아?”

“호에에, 븝미쟝은 인간인 고애오. 언냐야처럼 귀 뾰족뾰족 안 그런 고애오…….”

“아니, 왜. 부모님들 중에 혼혈이 있을 수도 있잖아. 혹시 안 물어봤어?”

“……부모님들 븝미쟝 어릴 때 하늘나라 갔던 고시애오.”

세리아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순간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무슨 엄청난 실수라도 한 것처럼.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애초에 내가 고아인 건 맞지만, 다나 이야기는 내가 직접 짜낸 설정의 일부일 뿐이다.

물론 세리아가 그를 알 리는 없으니, 그녀는 내 눈치를 슬슬 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 미안. 나는 모르고…….”

“괜차는 고에양! 븝미쟝 슬퍼하지 아나여…….”

어째, 입장이 반대가 돼서 내가 그녀를 달래 주는 상황이 되었다.

그 뒤, 나는 여전히 정령들과 노닥거렸고, 세리아는 그런 모습을 그냥 지켜봤다. 영 신기하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그녀의 근처에는 정령들이 영 꼬이지가 않았다.

아까 친화력 얘기를 하면서 묘하게 부럽다는 듯한 느낌을 풍겼는데, 혹시 막상 세리아는 엘프면서 정령 친화력이 떨어지는 건가? 그런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찰나였다.

꺄아아악!

순간,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에 정령들도 꺄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파다닥 흩어졌다. 개중에 몇몇 겁이 별로 없어 보이는 녀석들만 내 주위에 남아 있었다.

“뭐지? 설마…….”

세리아는 무언가, 감이 잡히는 것이 있는지. 잠시간 고민하더니 내게 말했다.

“미안한데, 다나. 잠깐만 여기 있어 봐.”

그러고는 곧바로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호에에…….”

그 속도가, 펜타곤 생도들 평균 수준은 상회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그녀가 사라져 가는 광경만을 망연히 지켜봐야만 했다.

저거, 뭐 따라가기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헛웃음을 지으면서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내 목 부근에서 무언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도와조.

그에 뒤를 돌아보니, 정령 하나가 파닥거리면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뭘 도와 달라는 거야. 잠시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우물거리고 있으니 눈앞에 무언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발생! ‘엘프 언냐야들을 도와주는 고애오!’

정령들과 함께, 엘프들의 마을 북쪽 경계의 사건을 해결하라.

성공 시: 정령들과 계약 가능. 관련 상위 특성 3개 체득.

실패 시: 정령들과 계약 가능.

“정령사 별로 안 좋다니까여…….”

왜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이런 퀘스트가 생기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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