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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60화 (60/172)

#60화. 언냐야 이사 준비해여!

“므에에에엙…….”

나는 순간 찾아오는 어지럼증에, 헛구역질을 했다. 원래 이런 식으로 급작스레 이동시키면 멀미가 올 수밖에는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헛구역질을 하며 축 처져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지금 오게 된 곳이 교무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부정행위니 뭐니 하는 소리를 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아무리 봐도 교무실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비교적 협소한 공간에, 작은 불빛만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희미한 불빛 사이로 보이는 것은…….

“반갑군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또 오랜만이죠?”

그것은 건 교관이었다. 아니, 이 양반은 또 무슨.

그는 예의 그 재수없는 표정을 띠어 보이며, 웃었다.

“호에에에, 이게 무슨 상황인 고애오……?”

이것은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부정행위 따위를 한 적도 없었으며, 혹여 그렇다고 해도 강제 텔레포트를 시킬 정도의 사안도 아니었다.

또한,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내게 징계 내지는 검증을 하려고 부른 것도 아닌 것 같았고. 그냥 건 교관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보였다.

독단적 행동이라.

나는, 그를 노려봤다. 물론, 상대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무슨 상황이냐뇨, 다나 생도. 말했잖습니까. 부정행위를 사용했다고.”

“븝미쟝은 그런 거 모르는 고시애오…… 왜 그러는 고애오?”

그러니까 도대체 뭔 부정행위. 내가 어이없어하자, 그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거려 보였다. 그러고는 웃으며 내 손을 가리켰다.

“그 반지, 아직 잘 끼고 계시군요.”

“호에에에.”

나는 손을 감싸 쥐며, 침음을 흘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거 끼고 있었지.

건이 처음에 입학할 때 나와 일리아에게 준 이 반지, 나는 지금까지 이걸 계속 끼고 있었다.

그가 끼고 있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거나 하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냥 옵션 자체가 상당히 좋은 것이었다.

“중간중간 보니까, 항상 끼고 다니던데…… 혹시 이유라도 있을까요?”

“브, 븝미쟝 이쁜 고 조와하는 거시애얌…….”

건은, 마치 떠보듯이 내게 물었다. 혹시 그 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냐는 듯.

나는 일단은 대충 둘러대었지만, 사실은 그와 달랐다. 당연히 무슨 뜻인지 아니까 받은 거지.

펜타곤 아카데미의 교관, 건은 사실 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단체, 그곳은 빌런들에게는 증오를 받고, 히어로들에게는 빌런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 곳이었다.

양쪽에게서 모두 배척을 받는 집단. 하지만 그 세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한 명, 한 명의 인원이 죄다 정예급이었으니. 그건 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펜타곤 아카데미에 교관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실력자가, 겨우 중간 간부였으니까.

나는 반지를 바라봤다. 음각으로 확실하게 새겨져 있는 문자, 대성(大成). 그것이 바로 건이 소속된 그 집단의 이름이었다.

J와 마찬가지로, 그는 펜타곤의 인재들을 자신의 집단으로 빼 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J 같은 경우에는 그 생각보다는 그냥 펜타곤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호오, 예쁜 걸 좋아해서라…….”

아무튼, 건 교관이 준 이 반지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를 주시하고 있다, 하는 의미. 애초에 개당 수억은 할 법한 옵션의 반지를, 아무에게나 던져 줄 리가 없었다.

아마 작품상에서 이 반지를 받은 사람은 총 5명인 걸로 기억한다. 그게 1, 2, 3, 4, 5위가 아니고, 제각기 특색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중상위권 이상의 생도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람 보는 기준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인데여어.”

나는, 건의 응시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곤, 어색한 부정뿐이었다. 속마음이 다 읽힌다고 웃을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나만큼 거짓말을 하면 다 티가 나는 이도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대략 5분여가 지났을까, 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본인이 그렇다니 믿어 드리죠. 그럼 돌아가세요.”

“호에?”

우웅!

순간, 내 몸 주위에 빛무리가 다시금 휩싸인다. 뭐야, 시발 이럴 거면 왜 부른 건데.

당황하며 몸을 버둥거리는 내게, 건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다나 생도는 잘못 불려 온 겁니다. 오늘 일은 비밀이에요. ”

그 당부와 함께, 나는 다시금 시야가 반전했다.

그리고.

“므웨에에엙…….”

다시금 바닥에 엎드려서, 헛구역질을 하게 되었다.

*    *    *

내가 어딘가 집단에 소속된다는 것. 그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길드건, 혹은 빌런들 집단이건…… 뒷배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내가 쉽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당장에 내 활동이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내가 해 온 모든 행보들. 갑자기 엘프 마을에 찾아가서 위그드라실을 치료하고, 사도로 추대된다거나……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이 모두 제한되는 것이다.

그런고로 나는 당분간은 어디에도 소속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그래서 J와 약속도 졸업 이후로 잡아 둔 것이고.

“J 언냐야…… 헤으응.”

J만 생각하면 조금 머리가 아팠다. 갈수록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야릇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금만 더 있으면 결속 가능 목록에 그녀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지금 내가 그녀의 단체에 신입 단원으로 가입하겠다고 하면, 당장에라도 펜타곤을 때려쳐 버리지 않을까.

지금 그녀가 보이고 있는 펜타곤 내에서의 행동들은 철저히 내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본래 원작에서는 그 누구도 구속하지 못했던 J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좀 부담스러웠다.

“하와와, 븝미쟝이 귀여운 게 죄인 고시야요…….”

입에서 멋대로 삐져나오는 개소리를 중얼거리며, 나는 길을 걸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연금술의 집이었다. 강씨 세 자매가 있는 그 허름한 건물. 하지만 아마 이곳에 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응냑.”

나는 계단을 짚어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건물도 작은 주제에, 계단은 더럽게 가팔랐다. 이거 때문이라도 여기에 더 이상 올 일은 없다.

3층 계단을 오르는데 1분여가 걸렸다.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호흡을 고르던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 아, 다나아앙. 왜 이제 온 거양.”

입구 근처 홀(그냥 허름한 나무 탁자였다)에 나와 있던 강미연, 세쌍둥이 중 막내가 나를 가장 먼저 반겨 주었다. 셋 중에 가장, 좋게 말하면 발랄하고,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그녀이니만큼, 나와 제일 빠르게 친해졌다.

“저번 주엔 왜 안 왔어? 진도 쭉쭉 뺄 차례였는데.”

“하와와, 븝미쟝 조금 바빴던 고시애오…….”

또한 내 연금술 스승 또한 그녀였다. 강재연과 강지연, 둘째와 맏이는 내가 내어 준 약재들로 하루 종일 새 제품을 개발해 낸다고 여념이 없었다. 강미연이 전해 준 바에 의하면, 요즘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대부분, 연구한다고 골방에 처박혀 있다고 한다.

지금도 안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봐선, 틀어박혀서 난리를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좁은 방에서 하루 십수 시간씩 노동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시체처럼 그저 시약이 들어 있는 항아리를, 기계적으로 젓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 사람들은 밝을 때가 보기가 좋은데…….

“아악! 왼쪽으로 세 번 저으라니까 오른쪽으로 저었어 이 미친년!”

“아, 때리지 마 언니! 사람이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그 때,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등짝을 마구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둘째 강재연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아하하, 언니들 아직 팔팔하네…….”

강미연은 머쓱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만 기다리라는 소리를 남긴 채, 그 방의 문을 열고 무언가 말했다.

“합!”

“밖에?”

소곤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더니, 조용해진다.

아무래도 강미연이 내가 왔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헤헤, 그래서 다나. 오늘도 교습 받으러 온 거 맞지?”

강미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번에 그녀들과 계약을 한 이후, 나는 매주 주말마다 연금술 교습을 받고 있었다.

“다나는 가르치는 맛이 있어서 좋아. 우리 자매들 말고, 이렇게 빨리 개념을 팍팍 이해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니까?”

“호고곡, 과찬인 고애오…….”

그녀는 매번 나한테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내가 굉장히 빨리 습득한다고 했다.

그건 사실 예상한 것이기도 했다. 마법과 관련된 모든 것. 심지어는 조금 사파에 속하는 강연준의 부적술에 대해서도 나는 이해도가 뛰어났다.

연금술 또한 마법의 범주에 어느 정도 속하는 것이기도 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까지 있으니 습득력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아냐, 다나는 진짜 조금만 더 배우면 우리랑 비슷해질 거 같다니까? 한 2, 3년 정도만 더 배우면…….”

2, 3년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기간과 얼추 들어맞았기에.

고작 그 몇 년 안 되는 기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금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부터 진도를 더 빠르게 뺄 생각이야. 아마 그래도 다나라면 잘 따라오겠지?”

그녀는 의지를 불태우며 내게 말했다. 정말 이만큼 좋은 선생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연금술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저번 주에 교습을 받으러 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으니까.

“언냐야, 오느른 븝미쟝이랑 놀러 가여어.”

“놀러……?”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내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연금을 펼치고 있는 방을, 슬쩍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근데,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언냐야.”

내가 슬쩍, 잡아끌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헛기침을 뱉으며 따라 나왔다.

“아이, 이거 안 되는데. 아이 참. 어쩔 수가 없네.”

영 말이랑 몸이 따로 논다. 애초에 내가 잡아끈다고 해서, 딸려 올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 완력은 객관적으로 초등학생, 그것도 저학년 수준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포부와 능력은 누구보다도 컸지만, 다들 이십 대 초반이었다. 왜 안 놀고 싶겠는가.

나는 그녀와 함께,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해 갔다. 그녀는 뭔가 들뜬 듯이, 내게 물어봤다.

“그런데, 어디 놀러 간다는 거야? 그…… 놀이공원 이런 데? 나 한 번도 안 가 봤는데…….”

얼굴을 붉히면서 물어보는 모습이, 짠하다. 이쯤 되면 내가 접근하기 전까지, 밥은 제대로 먹고 살았는지 궁금했다.

“거기보다 더 조은 데애오!”

나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러자 그녀는 들뜬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흐흥.

짧게 콧노래까지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신이 날까.

“도착했습니다.”

계속해서 달려가던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요금을 내고, 강미연과 함께 택시에서 내렸다.

“어…… 여기가 어디야?”

그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것은 주변에 있는 커다란 호텔 건물. 그를 목격한 강미연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설마…… 그, 다나. 언니는…… 남자 좋아해.”

“호에에?”

이게 뭔 개소리야.

나는 그를 무시하고, 그녀의 어깨를 한 차례 쿡, 찔렀다.

그러고는 한 건물을 가리켰다.

강미연의 시선이 내 손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얼이 빠진 듯 입을 벌리고는 중얼거렸다.

“어, 어?”

그곳에서는 연금술의 집이라는 간판이 있는 신축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나는 미소를 띠우며, 그녀에게 말했다.

“언냐야, 이사 준비해 두는 고애오.”

“저기…… 맞아? 내가 생각하는 거?”

얼굴을 괴상하게 일그러뜨린 채, 울먹거리는 그녀의 질문.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는 해 줘야, 그래도 면이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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