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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70화 (70/172)

#70화. 여름 방학이애얌

“호에에에, 추운 고애오.”

한여름인데도 동굴 속은 서늘했다.

원래라면 내부는 굉장히 좁았어야만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던전화가 진행된 바, 동굴 내부는 굉장히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다만 나는 완벽히 던전화가 진행된 구간까지 진입하지는 않았다.

일단 한 번 던전에 들어가면,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에 제약이 상당했으니까.

지금은 그냥 대강의 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함이었다.

기형적인 구조의 던전인지라 이렇게 입구에서, 던전 내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코볼트.

일견 수인으로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가진바 모든 능력이 수인들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지는지라 구별이 되는 녀석.

딱 내 키만 한 놈들이 석궁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호에에에.”

비록 하찮게 보여도, 저 녀석들이 얼마나 독한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기꺼이 던지고, 몬스터들 중에는 지능도 뛰어난 편이라 가끔 함정까지 사용하고는 한다.

어떻게 보면 고블린과 상당히 유사한 개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거로 확정인 고애오…….”

나는 녀석들을 보고 히어로 판타지에서의 정보와 이곳의 실제 상황이 겹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사실 코볼트 같은 경우에는, 앞서 장황하게 그에 대해 설명을 했어도 그리 위협적인 개체는 되지 못한다.

영리하니 뭐니 해도 설마 사람 머리보다 좋겠는가. 녀석들이 파는 함정이라고 해 봤자 어렸을 적 전쟁 놀이 같은 것에서 하던 어린애 장난 수준이었다.

진짜는 고등급 몬스터들.

코볼트를 죽이고, 안으로 더 진행하기 시작하면 나오는 개체들이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들은 순수히 내 힘만으론 잡지 못한다. 단순 화력만 따지자면 가볍게 죽일 수 있겠지만, 녀석들도 또한 나를 가볍게 죽일 수 있다.

당장 우습게 본 저 코볼트들만 해도 육박전을 벌인다면 수 초 안에 나를 빈사 상태로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렇기에 이번 던전 공략에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것도 되도록 최소한의 인원으로. 그래야만 내가 보상 분배를 할 때 편하다.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일리아.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일리아는 분명히 학기 초에 비해 비약적으로 강해졌지만, 아직 내 기준에서는 부족했다.

그 다음으로 떠올린 것은 나츠키, 신하연, 장선우 등 다른 주연 등장인물들.

하지만 이 또한 기각했다. 나츠키와 신하연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야 사이가 괜찮아졌지만 영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앞서 워낙에 견원지간이었던지라.

그리고 장선우는…… 별로 안 친하다. 그쪽에서야 나랑 친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이쪽에서 그렇게 생각하질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여기가 장선우의 몫으로 배당된 곳인데, 그걸 뺏어 놓고 선심 쓰는 척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나중에 어련히 이자까지 쳐서 챙겨 주기야 하겠지만…….

“하와와, 그러며는 J 언냐야박에 업나여…….”

그러면 결국에 남는 건, J 정도뿐이었다.

사실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J만한 이가 없긴 했다.

현역 히어로들도 웬만한 수준으로는 J를 제압할 수 없었다.

내가 대강 파악하고 있는 J의 무력 수준은 현역 히어로들 기준으로 6,000~7,000등대 수준이었다.

얼핏 별거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전에 장물 거래 때 함께했던 대형 길드 아크의 신입 길드원, 성희주의 랭킹이 20000등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규격 외.

또한 그녀는 내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이미 일정 호감도를 채웠다고 내 특성이 공인해 주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신하연이 새로 호감 특성에 배당된 것이니.

그 모든 것들이 이번 공략의 동료로서 J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다만 내가 걸리는 것은 하나.

“이거로…… 조건 거는 거는 아니갯져……?”

내가 막연하게, 졸업 이후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했던 빌런 집단 가입에 대한 것.

그것에 대한 확답을 이번 조력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싶었지만 J 앞에서 ‘설마’라는 단어만큼 무력한 것이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

“아, 아닐 거애오…….”

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러겠는가. 애초에 이번 공략의 보상도 적절히 분배해 줄 예정인데.

나는 J에게 문자를 보냈다.

최대한 정성 들인 어투로.

*    *    *

[언냐야! 혹시…… 븝미쟝이랑 납븐 몬스터들 떼찌떼찌 해 주러 갈래얌? 담주 목요일에 갈 건데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여!(이모티콘)]

“푸흡.”

J는 한 문자 메시지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다나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였는데, 예의 그 어투를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음성이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아뇨. 그냥.”

J는 표정 관리를 하며, 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실실 웃을 만한 자리는 아니었으니 자중해야 할 것이었다. 우울할 때 다시 봐야겠다.

“오늘 들어온 의뢰 목록인데, 이 중에서 내가 괜찮은 거 몇 개 추려 봤어. 이제 너도 조금 있으면 정식 의뢰 받아야 하잖아.”

“그래야죠.”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속해 있는 집단의 본부. 일전에 다나와 이야기를 했던 장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로 그곳이었다.

오늘, 그녀는 방학 기간 동안 받을 의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디 어쌔신(the assassin). 그 이름답게 암살, 추적, 약탈 등등을 주로 의뢰받는 빌런 집단. 그것이 J가 현재 속한 곳이었다.

물론 암살 의뢰 같은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받는 편이었고, 대부분의 의뢰는 추적과 약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상을 감시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몰래 잠입해 빼돌리는……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람을 해할 때도 있었으니 실상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J는 침을 한 차례 삼켰다.

드디어 자신도 이곳의 다른 언니, 오빠들처럼 의뢰를 받게 되는구나. 각성 때부터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만큼, 모두들 자신의 첫 의뢰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도 기대하고 계셔. 첫 의뢰를 뭐로 선택할 건지. 어떻게 해낼 건지에 대해서.”

“엄마가……?”

J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어머니란 실제 부모가 아니었다. 이곳의 수장이자 단체원들을 이끄는 그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신중하게 골라.”

“알겠어요.”

J는 독하게 마음을 먹은 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에 부응하는 의뢰가 무엇이 있을까. 잠시간 여러 것들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빨간색 용지로 되어 있는 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거로, 할게요.”

“……무리하는 거 아니야? 너, 처음이잖아.”

J의 선배이자, 멘토이며 친오빠 같은 존재인 남자.

박찬우가 얼굴을 굳히며 J를 바라본다.

빨간색 서류. 그것은 암살 임무를 뜻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

J의 확언에, 박찬우는 할 수 없이 그 서류를 챙겨 들었다. 다만 고개를 저었다. J는 지금까지 살인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언젠간 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 이렇게 첫 임무부터 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유도한 결과였다. 물론 박찬우가 아닌, ‘어머니’가 의도한 것이었지만. J의 성격상 기대한다는 말 한 마디로도 이렇게 행동하리라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임무는 다음 주 목요일이다. 그때까지 잘 준비…….”

“다음 주 목요일이요?”

그때, 갑자기 J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박찬우는 급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흠칫 물러서며 말했다.

“뭐야, 뭐 그때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아니요 그냥…… 그런데 갑자기 다른 임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빠. 잠시만…….”

그녀는 허둥지둥거리며 다른 서류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박찬우는 그 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단체원들을 제외하면 영 다른 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던 J. 그녀에게도 봄이 찾아온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날에 약속이라도 잡은 모양인가 보네.

‘누구지?’

박찬우는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서 질투심 비슷한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J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에. 그리고 동시에 다짐했다. 그녀 입에서 한숨이라도 나오게 하는 날에는 직접 손이라도 봐줘야겠다고.

*    *    *

“으으으…….”

“왜 그래 다나?”

“아, 아니에여어…….”

“추워? 에어컨 조금 줄일까?”

한여름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나를 보고, 일리아가 호들갑을 떤다. 에어컨을 너무 많이 튼 게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부정했다. 에어컨 때문이 아니라 한기가 급작스럽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요새 차가운 성질의 약초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몸이 허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 챙겨 먹고 해야 하는데. 다나 너 먹는 거 볼 때마다 내가 안쓰러워.”

“븝미쟝 그래도 마니 머거여 요즘엔…….”

일리아 입장에서야 내 식사량이 쥐콩만 하게 보일 만도 했다.

그에 약이라도 지어 줄까 하며 마치 시골 할머니처럼 물어보는 일리아를 겨우 만류했다. 약이라면 이미 시중에 풀리지도 않을 법한 고급으로 매일 먹고 있었다.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용량을 조절하면서.

나와 일리아가 지금 있는 곳은 메이슨 길드의 사무실이었다.

던전 답사를 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려는 때 일리아가 연락을 해 와서 온 것이었다.

“언냐야, 그나저나 왜 부른 고애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냥 일리아가 부르는 데에 이유가 있겠지 하며 찾아왔을 뿐.

애초에 그냥 놀자고 부른 거였어도 왔을 것이었다. 딱히 오늘 더 할 일이 없었으니까. 같이 노닥거려도 상관이 없었다.

“어, 우리 곧 방학이잖아. 그래서 혹시 같이 놀러 갈 생각 없냐고 부른 거야. 저번에 말한 거 기억나지?”

“호에에, 당연히 기억나는 거예얌!”

일리아가 일전에 말한 것이었다. 여름 방학 때 같이 여행 갈 생각 없냐고. 그때는 그저 흘려들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본격적으로 계획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때부터 쭉 생각해 뒀거든. 여행지랑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여기 계획서 몇 개 있거든? 보고 마음에 드는 거 골라 봐. 어차피 여름 방학 때 계획 없으면 같이 놀러 가자!”

일리아는 부산스럽게 몇 개의 종이를 내게 보여 주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조금은 감탄할 수밖에는 없었다. 애초에 딱히 여행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계획적으로 여행을 간 적은 더더욱 없었으니까.

“이거 언냐야가 만든 거 마자여?”

세세하게 짜여진 여러 일정들과 각각의 포인트들.

이걸, 진짜 일리아가 만들었다고?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 또한 내 의문에 대해 알아챈 모양인 듯, 실토를 했다.

“어…… 사실 우리, 길드 언니 오빠들이 만들어 준 거야.”

그거 부조리 아니야?

나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일리아를 바라보며, 뜬금없이 남의 여행 계획이나 짜고 앉아 있었을 메이슨 길드원들에 대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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