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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73화 (73/172)

#73화.

뀨웅?

요정용은 고개를 쳐들고 우리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캬아아악!

“쟤…… 우리보고 저러는 거야?”

그에 J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다. 당장 자기 뒤는 안 보는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아가야 어차피 아모것도 못 해여…… 저거만 죽이면 대여!”

몸집은 내 서너 배는 되는 요정용, 하지만 녀석은 실상 전투력 자체로만 따지고 보면 바깥에서 처음 마주했던 코볼트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원작에서도 장선우의 일격에 죽어 버렸던 거겠지.

장선우는 그 이후 나타난 저 검은색 형체. 저것을 물리치고 난 이후 깨달을 수 있었다. 요정용은 던전 보스가 아니었구나, 죽이지 않아도 되는 녀석이었구나. 그것은 클리어 이후 떠오르는 메시지로도 입증이 되었다. 물론 그것은 장선우의 잘못이 아니었으나, 그는 그 착한 천성답게 후회하며 요정용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만 이번에, 요정용은 죽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이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띨빵아!”

J는 검은색 형체 앞으로 뛰어 들어갔다. 녀석 또한 마주 달려오는 바람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와 닮은 모습의 몬스터. 다만 그 크기만 8M가 넘어갔고, 몸에는 기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9등급이라고 했던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한 자릿수대 등급 몬스터. 녀석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이 피부를 통해 찌릿하게 느껴진다.

내 시선으로는 항상 올려다봐야 했던 J조차 마치 장난감처럼 보인다. 순간 본능적인 두려움이 올라왔지만, 마력을 다시금 활성화시켜 몰아내었다.

“하와와!”

갈!

한 차례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몰아낸 나는, 마력을 조형하기 시작했다.

“아가야!

―흐헤헤헤!

그리고 정령까지 불러낸다. 물론 나타나는 녀석은 바람. 이번에 지팡이 덕분에 속성력이 오르며 정령 융합이 모두 가능해졌지만, 현재로서 가장 높은 친화력을 보유한 것은 바람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땅, 물, 불 순서.

땅 속성 마법 같은 경우에는 대단위 마법이 대부분이었니 알맞지 않았고, 물과 불 같은 경우에는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그렇기에 나의 경우에는 지금 가장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풍속성 마법이다. 흔히 공격력이 거세되었다고까지 표현하는 학파지만, 압도적인 마력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이다.

칼바람(Razor Wind).

극한까지 압축시킨 원소의 힘을, 칼날의 형태로 뿜어낸다.

― 히히히!

거기에 바람 정령이 산화하며 그 위력을 배가시키고, 곰 형태 몬스터의 가슴팍에 적중한다.

꾸어어어엉!

정통으로 틀어박히는 마법, 녀석이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선다. 물론 나는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 피가 뿜어져 나올 게 뻔했으니까.

“띨빵이 나이스!”

다만 J의 말을 통해 결과가 좋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푸욱!

들려오는 파육음. J의 단검이 녀석에게 틀어박히는 소리일 것이다. 그것은 단발적인 소리가 아니었다.

푹푹푹푹푹푹!

계속해서 단검이 틀어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광경에 몸을 떨었다.

펜타곤에서 그녀는 장검을 주무기로 사용하지만, 본래 무기는 암기류이다. 거기에 더해 무투술, 그중에서도 각술을 주로 사용한다.

아마도 지금 그녀는 아예 곰 위에 올라타서 단검을 쑤셔 대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 광경을 나는 인게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었다.

실제로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봤다가는 그대로 거품 물고 쓰러질 테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겁을 먹은 듯이 낑낑 소리를 내고 있는 요정용에게 다가갔다.

“아가야는 보면 안 대는 고애오.”

나는 녀석의 눈을 가렸다. 생후 7개월이랬나, 거의 갓 태어난 녀석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광경일 것이다. 저런 건 18년 5개월 뒤에 보렴.

*    *    *

쿠웅!

곰이 땅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NAGBA #52261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넘버링과 대충 나열된 알파벳으로 그 이름이 대체된 던전. 본래 던전들은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작중 딱 이 시점 때부터 이런 던전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다. 실상 이 세계관에서 던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 주는 첫 번째 단서였다.

대략 3년 정도 뒤인가. 벌써 내가 온 지 반년이나 지났으니.

나는 대강의 시간을 가늠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년이란 시간이 정말 하루아침에 지나간 것 같다. 이대로라면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 때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아닌가.

“띨빵이 왜 이렇게 표정이 심각해?”

J는 내게로 다가와서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뽀송뽀송한 상태였는데, 내가 미리 바람과 물 정령을 따로 불러서 오물을 씻어 준 터였다. 그래서 되레 던전에 들어오기 전보다 깔끔해진 상태였다.

“아니에여 언냐야. 그냥 얘를 어떻게 할까 싶어서여.”

“얘? 아, 이 녀석?”

나는 말을 돌렸다. 이 세계관에 찾아올 위기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같은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대신에 요정용을 가리켰다. 실상 거짓말도 아닌 것이 이쪽도 꽤나 고민이었으니까.

“안 죽였는데 던전이 깨진 거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J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녀석을 쳐다봤다. 본래 던전은 던전 안의 모든 몬스터를 몰살시켜야 클리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퀘스트 수행형 던전 같은 경우에는, 죽이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 모두 사념을 뭉친 허상이라 클리어 되고 난 이후에 공기처럼 증발하게 되고.

다만 요정용은 실체였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데리고 나가? 그런데 얘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난리 칠 것 같은데.”

“그러게여…….”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대책이 없었다. 그냥 죽이지 않아도 되고, 죽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보상이 차이가 난다니까 내버려 둔 것이다.

한동안 침음을 흘리던 우리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냥, 일단 보상이나 확인하자. 띨빵아.”

“알겠서여 언냐야. 븝미쟝도 그렇게 생각한 고애오!”

그것은 그냥 나중에 생각하자는 것. 어차피 지금 이렇게 머리를 싸매 봐야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당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 봐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거겠지.

“띨빵아, 저기 상자 있네.”

“언냐야 근데 계속 띨빵이라고 할 거예여……?”

“어…… 하지 마? 그냥 별말 안 해서 계속했는데.”

J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일전에 그녀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늘 만나서부터 계속 저렇게 부른다. 물론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 저렇게 부르면 조금 민망했다. 내가 멍청한 건 사실이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건 또 다르니까.

“……둘이 있을 때만 그렇게 불러여.”

“둘이 있을 때만? 둘이 있을 때만이라…….”

J는 잠시 그 말을 곱씹다가 입꼬리를 파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것도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입이 저절로 삐죽 튀어나온다.

흐흥.

다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J.

그녀는 보상으로 나온 커다란 상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그를 열었다.

덜컥!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페이크로 미믹이 아닐까 의심이라도 할 테지만, 역시나 J는 무데뽀 그 자체였다. 그냥 막 열어젖혔다.

다만 나도 그 행동을 자제시키지는 않았다. 미믹이 아닌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9등급 말석에, 내가 도와줬다고는 해도 그 커다란 몬스터랑 일기토를 벌이는 그녀를 미믹 따위가 어찌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한 입에 꿀꺽, 삼켜지겠지만.

상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와, 엄청 좋아 보이는데.”

J는 안의 내용물을 보고 감탄했다. 웬만한 장비나 아이템은 다 지원해 주는 ‘연구소’에 속해 있는 그녀로서도 괜찮은 물건들이 담겨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그 안의 내용물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들을 모두 구분해 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창, 마갑, 마석, 그리고 거울이었다.

창과 마갑 같은 경우에는 당장 김수혁보고 만들어 달라고 해도 만들기 힘든, 진짜 명품들이었다. 실상 이 정도 난이도 던전에서 나오는 것이 불가한 성능.

다만 한 가지 패널티가 있다면 사용자의 성향이 완벽히 선(善)에 치우쳐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선우는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사용자였고, 스토리 중반 이후까지 잘 써먹는다.

마석 같은 경우에는 흔히 찾아보기 힘든 용적에, 충전식으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녀석. 지금 시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물론 아예 보유자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중견 이상의 길드나 대부호들이나 숨겨 놓고 사용하고 있는 녀석이다.

마지막으로 거울. 겉보기에는 내재된 마력도 적어 굉장히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이건 후일 등장할 던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잠재 능력이 모두 해방되고 나면 그 자체로 굉장히 강력한 아티펙트가 되는 녀석이었다.

소소하게, 이 거울을 매일 확인하면 외모가 더 아름다워진다는 옵션도 붙어 있었다. 장선우는 굳이 이 옵션을 활용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게 더 열받았다. 싯팔, 안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의미가 없다는 건가. 부러운 새끼.

“먼대여 먼대여 언냐야?”

나는 미리 분배할 것을 머릿속에 생각해 두었다.

창이랑 마갑은 필요가 없고, 성령석이랑 거울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앞의 두 개는 J에게 주고, 뒤의 두 개는 내가 가진다.

창과 마갑 같은 경우에는 내게 하등 쓸모가 없었으니까. 있어 봐야 팔기밖에 더 하겠는가.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J에게도 필요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착용 제한 때문에 어차피 못 쓸 것 같거든.

다만 나는 그런 내심을 꽁꽁 숨긴 채 천진하게 물었다. J는 물론 내 음침한 속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음…… 갑옷 한 벌이랑, 창이랑, 마석이랑, 거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내가 마석이랑 거울을 가지겠다고 하면…….

“그리고 이상한 구슬. 이건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네.”

“호에에, 구슬이여?”

나는 다급하게 상자 안을 쳐다봤다. 정말로 초록색 구슬 하나가 있었다.

잠시 멍하게 그를 바라보던 나는,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 깨달았다.

요정용, 저 녀석을 죽이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추가 보상. 그게 바로 이것인 모양이었다.

“잠깐만여, 언냐야.”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 같은 경우에는, 감정 특성으로 정식 감정을 하지 않으면 시스템으로 정보 확인이 불가하다.

다만 나 같은 경우에는 감정 특성이 아니더라도 대강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법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다 된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구슬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응애.”

“호에에?”

구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응애, 나 아가용. 마망! 맘마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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