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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84화 (84/172)

#84화. AV 대장간이애오! (2)

[하연 언냐야, 아니, 그때는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니야. 갑자기 막 뒤에 있는 사람들이 나 끌어당기고 앞에 있는 사람들이 나 밀쳤다니까? 그래서 그런 거지 너 버리고 도망가거나 한 게 아니…….]

“븝미쟝 바보 아니에여.”

에휴.

신하연이 보내고 있는 변명 메시지를 지우며 전화기를 껐다.

어제 있었던 어룡 공략에서, 그녀가 신화 길드장에게서 도망친 이후 내가 실망했다는 듯이 말하니까 그때부터 계속 이랬다.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가 그만 좀 따라붙었으면 해서 이걸 핑계로 답장을 끊어 버렸다. 이거, 문자나 전화 하나하나 받아 주는 것도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참 얘는 한결같았다. 사람 자체가.

그나저나 위험했지.

그때 이동우가 속해 있는 신화 길드의 길드장. 그가 내 능력에 대해 알아챘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이후 해명을 통해 서큐버스라는 누명은 벗어 낼 수 있었다. 당장 이런 몸으로 서큐버스가 가당키나 하냐고 물었더니, 빈약한 체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묘하게 기분이 나쁘긴 했지. 딱히 그럴 일도 아닌데.

다만 그 때문에 더 집요하게 질문을 받기는 했다. 아무래도 지금쯤 주요 영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을까 싶다.

“븝미쟝 강해진 고애오…….”

길드에서는 생도들의 영입 여부를 결정할 때, 아무리 펜타곤이라고 해도 1학년들은 모두 거른다.

1학년 때는 잘나갔던 생도가 2학년, 3학년 때는 그저 그런 생도가 되는 경우가 꽤나 빈번하게 일어났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펜타곤 3학년 생도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이었다.

조금 있으면 전체 학년 통틀어 최강이 될지도.

게임 스토리상, 지금의 1학년이 근 10년 최고의 황금 세대고 그 위의 두 학년은 그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다는 설정이었으니까.

“호에.”

미친, 뭐야.

나는 순간 머리에 찾아온 어지럼증에 이마를 짚었다.

잠시간 비틀거리던 나는, 너무 장시간 동안 정령을 소환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력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정령 친화력이 그에 따라가지 못했다. 아직 부족하단 뜻인가.

물론 이 소리를 엘프들이 듣는다면 뒷목 잡고 쓰러질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특히 엘프면서도 정령 친화력이 거의 없는 세리아 같은 경우에는…… 정말로 쥐어 패려고 하지 않을까. 아니, 사도라서 그 정도까진 하지 않으려나.

“무, 물아가는 조금 쉬는 고애오…….”

작업에서 제일 적은 역할을 일임하는 물의 정령을 돌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머리에 찾아들던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네 마리 모두 14시간씩 소환하는 건 역시 미친 짓이었던 것 같다. 그냥 소환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작업까지 시키면서.

깡! 깡! 깡!

땅의 정령의 망치질 한 번마다 연녹색의 마나가 검에 때려 박힌다.

저 모습만 보자면 정말 노련한 대장장이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왜 품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걸까.

다 했, 음.

너 시발, 방금 음슴체 쓴 거 아니야?

기묘한 녀석의 말투에, 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땅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저 순수한 표정으로 묵직하게 검을 건네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흔들었다.

“호에에에, 많이 나아진 고애오.”

그리고 검을 받아 들고 확인하자, 나타나는 부가 옵션들. 강도(C+), 예기(C), 마력 순응(D-).

이 정도면 충분히 일반 대장간에서도 돈 받고 팔 만한 물건이다. 하다 보니 늘긴 하는구나.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몸집이 거의 3배 차이가 나는지라, 지팡이를 타고 날아오른 뒤에야 그것이 가능했다.

기분 좋……음.

이거 맞는 거 같은데. 음슴체.

챙강!

내가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던 때, 뒤에서 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에 뒤를 돌아보니, 바람과 불이 같이 서 있었다.

“바람아가야! 사고 치지 말라고 했져?”

아니야 아니야! 쟤가 해써!

바람이 손사래를 치며 불을 가리켰다. 불은 당황스럽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아가…… 마자여?”

우……으……으…….

불은 고개를 떨구며 신음성을 흘렸다. 형상화된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에, 나는 바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말 안 듣는 아가야는 혼나야 대여…… 손대지 말라고 했던 거에얌!”

아니라니까아! 우아아아! 안 대!

잽싸게 도망치는 녀석.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녀석을 역소환시킨 뒤, 다시 재소환했다. 내 앞으로 불려 오는 녀석. 곧바로 녀석을 붙든 나는 곧바로 한 손에 휘어잡았다.

그리고 손바닥에 엎어 놓은 뒤에 엉덩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때렸다.

“혼나야 대는 거에얌!”

우아아아아앙!

정령은 본래 소환되어 있는 동안 그 형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형상화를 시키면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녀석들을 소환수처럼 다룰 수 있는 것도 다 형상화 덕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통각이란 게 존재하지 않지만, 마력을 두른 뒤에 이렇게 때리면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었다. 한동안 녀석을 그렇게 혼내던 나는 그를 손바닥 위에 세웠다.

“앞으로는 그러는 거 아니에여…… 거짓말도 하면 안 대여! 친구 배신하는 거 납븐 고애오…….”

으아아앙! 나 거짓말 안 해떠! 안 해떠어어어!

오늘따라 고집이 오래가는데.

나는 최대한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려 했지만, 실패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을 안 들어서야. 그에 반해 불은 얼마나 착한가…….

“호에?”

불과 함께 삼자대면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 뒤를 돌아본 나는, 순간 잠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불의 표정에 잠시간 떠올라 있던 미소. 그건 분명히 악의에 찬 교활한 미소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탓에 나는 그게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차라리 내가 잘못 본 거라고 믿고 싶었다. 세상에 신하연 같은 인물은 하나면 족했다.

*    *    *

경매장에 나오는 품목 중 단연 인기 있는 품목은 무기, 방어구였다.

물론 그에는 소위 대장간에서 나오는 무기나 방어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부분 던전이나 필드에서 떨어진 것들이 주를 이뤘다.

대장간이 굳이 경매장에 물건을 올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물론 올라오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만들다가 실패한 졸작은 나오기 마련이니까. 직접 가게에 내걸고 팔 만한 상품이 아니라고 판별되면, 경매장에다가 넘기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물건들이 품질이 좋을 리가 만무했고, 해 봤자 하위권 히어로들이나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고는 했다. 이따금 가격에 비해 괜찮은 물건이 올라오기도 했으니.

“야, 올라왔어. 빨리 전량 매입해.”

“기본가 150짜리가 벌써 2,500이네. 미친.”

“일단 3,000선에서 스톱하고. 성능이 개선이 안 됐으면 여기서 더 주는 건 좀 그러니까…….”

하지만 이번에 뭇 길드와 히어로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 대장간의 무기였다.

사실 그것들은 옵션만 보자면 상당히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적정가를 주자면 대체적으로 100만 원선에 책정될 만한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었다.

개중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올라온 60만 원짜리 검이, 최종가 3,110만 원에 낙찰되었다.

또한 가장 쓸 만한 옵션이 붙은 검은 억 단위까지 올라갔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은, 하나의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경매장에서 산 40만 원짜리 검 덕분에 목숨 구했습니다…….]

히어로들만 가입 가능한 커뮤니티.

거기서 ‘3류 히어로가 살아가는 법’이라는 글을 올리며 꽤나 인지도가 있던 한 사람이 올린 글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내용은 믿기 힘든 것이었는데, 단돈 40만 원에 초회 낙찰을 받은 싸구려 검이 알고 보니 마법검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의지를 담아 마력을 불어 넣으면, 물 불 바람 땅의 네 가지 마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기적인 아티팩트’란 표현까지 붙었다.

약간의 마력 감응 능력만 있더라도 발현시킬 수 있는 그 마법은, 무려 18등급 몬스터에게까지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었고, 그 덕에 파티 사냥을 하더라도 20등급 이상의 필드는 가 보지도 못했던 자신이 지금은 17~18등급 필드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

이 믿지 못할 내용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언증에라도 걸렸냐며 쌍욕을 박았다. 하지만 얼마 뒤 올라온 영상에 모두 입을 다물게 되었다.

조작이라고 한다면 엄청나게 공을 들였을 것이 분명하고, 조작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저히 믿기 힘든 그 영상.

그 뒤에 그 검을 구입한 다른 히어로들의 인증까지 이어지며,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수많은 질문들이 난립했지만 그 본질은 하나였다.

[어디서 샀는데?]

도대체 어느 대장간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검이냐. 그리고 그 수량은 어떻게 되냐.

질문 끝에 사람들이 알아낸 대장간의 이름은 다소 민망하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한 AV 대장간. 검의 수량은 단 10개라고 했다.

[이거 시팔, 대형 대장간에서 바이럴 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은 해당 대장간의 거래 내역이 단 한 번인 것을 보고는,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냐며 떠들었다. 이렇게 법석을 떨어 놓고 정체를 밝힌 대장간이 정가 수천만 원으로 해당 검들을 판매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10개의 검을 가진 히어로들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무엇보다도 해당 대장간은 얼마 뒤 추가로 검들을 판매했다. 이전보다 조금 더 개선된 품질의 검 6자루. 올라오자마자 그것들을 산 이들은 비교적 싼 가격에 물건을 가져갔다. 이번에도 마법검일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했으니까. 만약에 마법검이 아니라면 수백 수천만 원을 공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ㅋㅋㅋ 호구 새끼들. 이렇게 낚여 버리죠?]

이렇게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들을 조롱하던 히어로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18등급 몬스터? 개소리하지 마셈. 이거 16등급까지 먹힘.]

이전보다 더 강해진 위력의 마법검. 그에 인생 역전을 하는 히어로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자, 커뮤니티는 광기로 물들었다.

[제발! 제발! 나오면 전 재산 다 꼬라박는다.]

[님, 전 재산 얼마?]

[2,500까지 모았는데.]

[응 ㅋㅋ 안 돼~ 대출이라도 받아라. 진짜 살 거면.]

중위권 이상의 히어로들 같은 경우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등장한 마법검은 시전자의 능력과 관계없이 일정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자력으로 15등급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능력만 되더라도, 이 마법검은 그저 성능 구린 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하위 히어로들은 달랐다. 실상 이들에게는 수십억짜리 검보다도, 마법검이 더 절실했다. 전투 센스만 어느 정도 있다면, 누구나 15~20등급대 필드에서 사냥을 할 수 있게 해 줬으니까.

이번에 경매장에 올라온 검은 총 27자루. 그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보통 한 대장장이가 한 달에 만들어 내는 무기와 방어구는 대략 10개 정도. 하지만 이 대장간은 처음 판매부터 겨우 열흘 만에 총 43자루의 검을 쏟아 내었다.

그에 미리 만들어 두었다, 만드는 사람이 여러 명이다, 하는 설이 돌면서도 모두들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호에에에엑? 이게 모애요?”

하지만 가장 놀라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AV 대장간, 모두들 ‘Adult Video’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애기븝미’라고 자신의 정체를 만천하에 까발린 이.

“21억……이 왜 들어온 거애얌……?”

다나는 자신의 계좌에 두 차례 입금된 돈을 보고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각각 3억과 18억.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내노으라고 하는 고 아닌가여…… 븝미쟝 잡혀가기 싫은 고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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