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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87화 (87/172)

#87화. 개학인 거시애얌!

방학이 끝났다. 그것은 이제 다시 펜타곤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얼굴이 흙빛이었다. 포인트를 받아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방학 기간 동안 자유로이 생활하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지만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와, 오랜만이다, 진짜. 원래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그러게. 방학 동안 여기 생각나는 게 되게 웃기더라고.”

하지만 중상위권 이상의 생도들은 그러한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펜타곤에서의 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으니까. 기본적인 생활을 여유롭게 하는 것에는 충분하니, 매일같이 배움과 경쟁의 장이 펼쳐지는 펜타곤이 그립기까지 했단다.

“호에에에…….”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펜타곤이 그리 효율적인 학습 공간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냥 외부에서 활동하는 편이 옳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있는 건 앞으로 같이 빌런들에게 대항할 대부분의 인원들이 이곳 펜타곤에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에서 같은 명문대 출신끼리 학연이라고 해서 서로 돕듯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아카데미 출신끼리 서로 파벌을 만들고,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강한 게 펜타곤이었다.

특히 주연 등장인물들은 졸업 직후부터 요직에 배치되기도 하고…….

나는 개중 1명이 시야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하연 언냐야!”

나는 멀리서 보이는 신하연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녀는 내 목소리에 상당히 당황한 듯이 흠칫하면서도 기쁜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일리아를 보고는, 쏙 숨어 버린다. 그리고 문자메시지를 내게 보냈다.

[안녕 ㅠㅠ 화 풀린 거야? 다신 안 그럴게…… *오리가 싹싹 비는 이모티콘*]

나는 그걸 보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신하연이었어?”

“네, 언냐야.”

“왜 저런대. 내가 자기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지가 그랬으면 그랬지.”

불퉁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는 일리아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있어 방학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성장할 기회였던 듯했다.

*    *    *

“돌아오자마자 시험이 말이 돼?”

“불만이면 집으로 돌아가!”

한 생도의 불평에 교관의 벽력같은 호통이 이어진다. 그 생도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눈을 내리깐다.

저런 걸 보면 역시나 애들이다. 물론 나도 그에 발맞춰 점점 애새끼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하와와와, 븝미쟝은 원래 아가였어여!”

나는 저절로 움직이는 입을 한 대 때리고는 시험장을 바라봤다. 시험장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개학 이후 곧바로 치르게 된 이 실습은 새롭게 순위를 배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니, 학기 중에 원래 18등급 몬스터 사용하지 않았나? 무슨 개인 시험에 갑자기 15등급대야. 미친 거 아니야? 우리가 무슨 현역 히어로냐고.”

대부분의 생도들은 그 면면들을 보고 불만을 가질 수밖에는 없었다. 18등급 몬스터까진 분명 최하위권을 제외한 생도들이 1대1로 이겨 낼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위로는 1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그 강함이 훌쩍 강해졌다.

아마도 이 중 반수 이상은 해내지 못할 것이었다. 히어로 판타지에서도 그러했으니까.

이게 플레이어 캐릭터의 강함과 주연 등장인물들을 띄워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의 100명에 가까운 생도들이 한동안 보건실에서 신세를 져야만 했으니까.

본래는 제1실만 개방되었던 보건실이 13실까지 열리고, 담당 선생이 과로 때문에 1박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15등급 몬스터는 정말 간단하게 잡을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도식화된 내 전투 방법. 땅의 정령을 앞에 세우고, 나머지 정령들과 정령 융합을 한 채로 마법을 난사한다. 이 방법으로 10등급대 몬스터는 모두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별로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어떨 것 같아?”

“바보냐, 너? 나랑 대련해서 맨날 ‘비긴’ 녀석이 저런 것도 못 잡을 리가 없잖아.”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나츠키.

그녀는 비겼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방학 기간 동안 둘이 대련을 해 댔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날 대련에서 일리아가 승리하며 상대 전적이 11대10이 되었다는 듯했다. 그게 자존심에 상처가 되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와 별개로 그녀의 말이 맞기는 하다. 이미 일리아와 나츠키, 이 둘은 15등급대 몬스터 정도는 잡고도 남을 만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럼 호명되는 순서대로 나와라. 김대한, 이영오, 라온, 칼리파…….”

생도들이 앞으로 나오고, 각자 자기들이 싸우고 싶은 몬스터 앞으로 빠르게 뛰어간다.

당연하지만 같은 15등급대 몬스터라고 해도 그 강함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상성이라는 게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몸집이 크고 맷집이 좋은 대형 몬스터가 알맞았다. 대부분 기피하지만, 내게는 그쪽이 상대하기가 편했다.

시험이 시작되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방 기사 하나가 거대한 흑색 소의 쇠뿔에 얻어맞고 저 멀리 날아간다. 그와 동시에 펜타곤 관리팀이 나타나 몬스터를 제압하고, 생도를 구해 온다.

“좆됐다, 씨발.”

뒤에서 들려온 한 생도의 목소리가 워낙 웃겼던지라 다들 잠시 웃음을 터뜨렸지만 모두 정색을 하게 되었다.

“끄아아악!”

나름 방학 이전에 중위권이었던지라, 대부분의 생도들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생도, 이영오가 검붉은 색의 랩터에게 당했다.

내가 보기에는 방학 동안 정말 탱자탱자 놀아 댄 결과 같았지만, 대부분의 생도들은 그저 침울해졌다.

“쟤가…… 121위였나.”

“그 밑으로 싹 탈락이야? 좆됐네, 진짜.”

다들 벌써부터 움츠러든 모습.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뭐, 그렇게 느낄 사람은 저기 있는 거겠지.

나간 4명의 생도 중 단 1명만이 클리어했다는 사실이 전광판을 통해서 보인다.

칼리파. 쟤는 70위 무투가였나. 아무래도 방학 동안에도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그게 느껴졌다. 역시나 되레 열심히 살지 않은 놈들은 대부분 중위권 이하의 생도들이었다.

“다음! 다나, 백연우, 응우옌, 노수민!”

“다나 바로 나오네. 화이팅! 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나와도 돼. 앞에 애들은 미련하게 다 맞았지만…….”

다음 호명 때 바로 내가 불리자, 일리아는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쏟아 내었다. 나츠키는 그런 일리아에게 일침을 놨다.

“쟤가 우리보다 쎄, 이년아. 별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건…… 그러네.”

납득하는 일리아. 나는 둘에게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몬스터씨, 지금 바로 가는 고애오.”

나는 하와와,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 다들 웃긴 듯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기분이 뭣 같았다.

나는 대형 몬스터가 있는 통로로 향했다. 이전번의 4명도, 나와 같이 나온 3명도 선택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에 모두들 시기와 질투를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유롭다고 일부러 제일 어려운 녀석을 선택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전혀 아닌데.

뿌우우우!

내 앞에서 전형적인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거대한 코끼리. 이 녀석은 15등급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꽤나 논란이 있는 녀석이었다.

15등급치고는 그 신체 능력이 너무 뛰어나지 않냐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동일 등급대 몬스터들과 가진바 마력이 일치하며, 동일 필드에서 등장한다는 이유로 15등급이 된 녀석이었다.

“코끼리 아조시는 코가 손이에얌, 븝과자 주며는 코로 먹는 고애여.”

3분간 마력 재생량이 12% 증가합니다!

나는 노래를 부르면서 통로를 걸어 들어갔다. 그동안 시간이 빌 때마다 노래를 불러 댄 덕에 꽤나 많이 성장하게 된 특성. 체내 마력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땅의 정령을 소환했다.

쿠어어어!

이전의 음, 하는 소리가 아닌 나름 걸맞은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땅의 정령.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서여, 땅아가!”

영 박력이 없다 싶어서, 등장할 때 그렇게 소리를 내 보라고 저번에 시켰었다. 다소 황당한 부탁임에도 말을 잘 듣는 게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잘했, 음?

“……잘햇서여.”

다만 이어지는 음슴체라고 하기도 뭣한 그 이상한 말투에, 조금 차게 식었다.

“커지는 고애오!”

나는 녀석의 크기를 여느 때와 같이 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앞의 코끼리에 비하면 작았다. 그게 뭔가 기분이 나빠서, 마나를 꽤나 소모하면서까지 크기를 키웠다.

쿵!

평소 소환하던 크기의 2배까지 커진 땅의 정령. 녀석이 지면을 한 차례 내딛자 땅이 울렸다. 그 위압감에 앞의 몬스터 또한 당황한 모양이었다.

“땅아가! 납븐 코끼리 아조시 혼내 주는 고애오!”

알았, 음!

지축을 흔들며 달려가는 땅의 정령. 녀석은 코끼리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버렸다.

뿌오오오!

그에 분노하며 머리로 들이박는 녀석, 묵직한 한 방 한 방의 공방전이 이어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땅아가 싸움 수준 실화인가여…… 땅아가는 아가가 아니에여…….”

저대로 둬도 혼자 이길 것 같은데.

나는 원래 사용하려고 메모라이징 해 뒀던 마법을 캔슬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 난 것 같았으니까.

대신 다른 통로의 이들을 살펴봤다. 딱히 뭐, 비밀도 아닌지라 마법 처리도 되어 있지 않았으니 투시 마법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미 1명은 탈락한 모양이었고, 다른 2명은 분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개중 1명은 탈락하고, 1명은 통과할 것으로 보였는데…….

“호에에?”

나는 순간 탈락하리라고 생각했던 한 녀석이 급작스럽게 성광을 내뿜으며 몬스터를 때려잡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이 안 되는 고애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더할 나위 없이 위화감을 느꼈다. 백연우. 내 기억에도 없는 녀석이지만, 저놈이 적어도 성기사나 사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런 놈이 갑자기 성광을 내뿜으며 무력이 2배 이상 강해졌다.

이곳이 펜타곤이 아니었다면 일회성 성물이라도 구입해서 사용했겠거니 생각했겠지만, 가뜩이나 개학 이후 사제 무기나 방어구를 들고 오는 것을 철저히 검열하던 교관들의 눈에 들키지 않고 그런 성물을 들고 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나는 녀석이 성물을 꺼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방학 동안 각성했을 수도 있지 않냐.

그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기는 했다. 다만 그 수준이 너무 높았다.

성기사 이안. 내가 맨날 오타쿠라고 놀려 대던 그 녀석도 저 정도 자가버프는 사용할 수 없었다. 갓 신의 목소리를 들은 녀석이 저 정도의 권능을 사용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납븐…… 납븐 옵바야애오…….”

그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가짜 교황. 놈이 예정보다 1년은 앞서 등장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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