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애기븝미쟝이 되었다-96화 (96/172)

#96화. 인신 공양이라니여…… 호에에

[스페인 근교 한 교회에서 일어난 테러, 알고 보니 주동자는 한국 펜타곤 아카데미의 생도?]

“무슨 소리인 거에얌…….”

지랄을 한다.

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한 기사를 확인했다.

그것은 펜타곤 외부에 나가 있는 동안 올라온 것이었는데, 스페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소상히 적혀 있었다. 물론 가짜 교황이니 하는 이야기는 빠져 있었지만, 제목과는 달리 사실에 기반해서 적은 내용들이 대부분.

하지만 이런 제목으로 적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만약에 면웹에 이런 식으로 기사가 작성됐으면 고소라도 했겠지.

“수정 언냐야…… 빨리 수정하는 고애오…….”

흑영문의 이수정. 얼마 전에 마법 수업 때 만난 이. 이 기사는 그녀가 쓴 것이었다.

미리 흑영문을 구독하고 있던 터라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침 내가 관여한 사건을 기사로 쓴 것이었다. 제목 어그로만 보자면 기레기가 따로 없다.

탁.

나는 노트북을 접었다. 폰으로 보기가 불편해서 펜타곤 내부에서 산 물건인데, 밖에 나가면 150만 원 정도 하는 물건이, 펜타곤에서는 내 1위 주간 포인트의 70%를 앗아 갈 정도로 흉악한 가격을 자랑했다. 물론 나는 포인트가 차고 넘쳤으니 무감각하게 사긴 했지만, 다른 생도들이야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기…… 다나. 나도 좀 써도 돼?”

다른 것에는 내 것이라면 눈독들이지 않던 일리아도 노트북은 가끔 빌려 쓸 수 있냐고 물어봤었다. 애초에 방도 같이 쓰는 마당에 노트북 하나 빌리는 데에 뭐가 그리 조심스러운지 모르겠지만.

“하와와와, 벌써 시간이 다 된 고애오…….”

스페인에서의 일 이후 일행은 모두 펜타곤으로 복귀했다. 의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후 일 진행 상황을 봐서 다시 부르겠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태양여명단에서 알아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만약에 그렇게 해서 해결된다면, 내 퀘스트도 완료되고…… 드디어 드레스룸에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겠지.

“그나저나 그 숫자는 뭘까여…….”

유력한 후보로는 어딘가의 비밀번호 내지는 좌표 같은 것일 확률이 높겠지만, 나는 그것을 해독해 낼 수 없다. 태양여명단.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전문가를 고용하든 뭐든 해서 해독해 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전문가가 내 주변에도 있긴 하구나. 아직 친하지는 않지만.

나는 마법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 도착했다. 여기 안에, 그 주인공이 있다. 아까까지 내가 존나게 씹던 사람이.

“수정 언냐야.”

나는 나름 일찍 도착했다. 그런고로 내부에 있는 생도는 3명.

2학년 1명, 1학년 2명이었는데 1명 있는 2학년이란 물론 이수정을 말하는 것이었다. 여느 때처럼 퀭한 얼굴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그 모습에서 광기까지 느껴졌다. 요즘에 사이트 규모를 늘리느라 고생 좀 하고 있을 것이다.

“언냐야, 인사받아 주는 고애오…… 븝미쟝 삐지는 고애오…….”

“……입.”

“호에에에.”

단호한 한마디.

나는 그에 잠시간 가만히 있는 척하다가, 그녀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아, 뭐하는 거야!”

“있자나여…… 언냐야.”

“뭔데 자꾸 귀찮게 해?”

“언냐야, 혹시 기자에여?”

“뭐?”

그녀는 잠시간,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알고서 말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자판 치는 거 보고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점점 그 타자 속도가 느려진다.

“븝미쟝이 기사 하나를 봤거든여?”

“기사? 무슨…… 기사?”

이수정은 심하게 당황한 듯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흠결 앞에서 너무나도 약해진다.

“여기…… 기사여.”

“여기 다크넷이잖아. 너 이거 하는 거 알면 퇴학.”

“이거 언냐야가 쓴 거자나여. 그럼 언냐야도…….”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이수정은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내뱉듯 내게 말했다.

“몰라. 난 몰라. 모르는 일이니까 귀찮게 하지 마.”

“언냐야가 그러며는 안 되는 건데여…… 말해도 되는 건가여?”

“그럼 너도 퇴학이야! 나도 같이 불어 버릴 테니까.”

물론 나는 이수정에게 협박 같은 것을 할 수 없다. 적어도 음성으로는. 이안 같은 경우에는 사람 자체가 너무 순해서 가능했던 거지. 웬만한 사람들은 내 외양과 목소리만으로 날 너무나 쉽게 무시한다. 하지만 또 방법이 있지.

“언냐야, 여기 좀 볼래여?”

“뭘 봐. 너랑 할 얘기 없다니…… 어?”

그녀는 나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모니터에 신경을 집중하다가 호기심이라는 유혹 앞에 잠시 넘어갔다. 그에 곁눈질로 내가 내민 휴대폰에 적혀 있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기밀, 마약, 무기 판매사이트 제작자이자 운영자 이수정, 가명 크리스탈. 지금부터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꽤나 곤란해질 거야. 그가 주시하고 있으니까. 처신 잘 하라고.]

그녀의 정체와, 내가 미리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한 협박. 그것은 꽤나 잘 먹혀든 듯 이수정의 몸이 파들파들 떨린다.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그녀가 나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 뭐야?”

“애기븝미쟝인데여?”

나는 씨익 웃었다. 최대한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물론 이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때 내 표정은 그냥 천진한 애새끼 같아 보였다고 한다.

*    *    *

나는 주, 조연 등장인물들한테 비교적 잘 대해 주었다. 다만 이수정은 이렇게 다루는 것이 그녀의 성격상 맞았으니 협박을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년은 뒤통수치는 게 일상이니까. 자기 이득을 위해서라면 빌런이고 마왕이고 나발이고 아무한테나 붙어먹을 성격이다. 그러니까 미리 좀 조련을 해 놔야만 했다.

“이안 옵바야!”

그러고 보니, 이안은 조금 못해 주기는 했나.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 그리된 것이라고는 해도, 지금부터라도 좀 잘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오, 오…….”

……그런데 갑자기 잘해 주기가 싫어지는데.

나는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나 너무 귀여워!”

“호에에에.”

그나마 옆에 있는 일리아를 보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물론 그런다고 이 자괴감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 이 완벽한…… 완벽한! 오오…… 진짜로 미나짱이 튀어나온 것 같은!”

“좀 닥쳐 봐.”

“오오…… 죽어도 여한이…….”

“그럼 내가 죽여 줄까?”

이안은 헛소리를 지껄이며 희열에 차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코스프레 때문.

그 미나짱인지 나미짱인지 뭐시기 하는 캐릭터의 복장을 따라 입은 상태였다. 도대체 내용이 뭐길래 동물 잠옷을 입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나 인기가 있는지 의상을 구하기는 쉬웠다.

“오…… 이건 평생 소장해야…… 오…….”

“으…… 얘 원래 이래?”

“조금 그런 거 가타여…….”

일리아는 완전히 깬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그녀는 이안의 이런 취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얼마 전에 나랑 나눈 대화를 확인하면서, 애니메이션 쪽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헛숨을 연달아 들이켜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시발, 이건 진짜 좀 기분이 더럽네. 그나마 김수혁은 사진으로나 보냈지.

아무튼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행복하다는 듯 헤벌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안을 뒤로하고, 나는 방 밖을 나섰다.

“미나짱…… 이제 가는 거야?”

뒤에서 이안의 아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저 저 미친놈은 이미 내가 그 미나짱인지 뭐시기 하는 년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방을 나서며, 나는 드레스룸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옷을 갈아입기 위함이었다.

“와, 신기하네. 나도 마법이나 배울 걸 그랬나?”

일리아는 순식간에 바뀐 내 복장을 보고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실상 드레스룸에서 1분여 이상을 허비하면서 갈아입은 것이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 현실의 시간이 흐르지 않기에 일리아에게는 순간 내 복장이 바뀐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만약에 사용에 제약이 없고, 안에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썼을 텐데.

“호에에에, 언냐야가 원하며는 븝미쟝이 가르쳐 주는 고애오!”

“아냐, 어차피 나, 그쪽에 재능 없어. 말이라도 고맙네.”

일리아는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이럴 때마다 기분이 좀 오묘했다. 내가 살면서 누구한테 머리 쓰다듬어질 만한 신장은 아니었던지라 굉장히 생경한 감각이었다.

그렇게 일리아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고 있던 중,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순간 시스템창인가 하고 기대했지만, 폰 알림음이란 사실을 알고 실망감이 찾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빨리 BP를 얻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누군가여?”

나는 발신자를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켰다. 예상되는 몇몇 후보가 떠올랐으니, 아마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내 그 예상은 죄다 빗나간 듯한 모양이었다.

[라이카 언냐야: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될 때 좀 와 줬으면 해. 최대한 빨리.]

“호에에.”

정말,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기에.

*    *    *

늑대인간들의 마을은 숨겨진 곳에 있었다. 엘프들의 마을 같은 경우에는 그 위치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늑대인간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엘프들보다 그 개개인의 무력들이 강하고, 타 종족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배타적인 성질을 보이는지라 인간들도 수인, 개중에서도 라이칸스로프들은 건들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그런 라이칸스로프들도 친우로서 인정한 한 남자.

그가 족장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 결국에는 제작자의 몸을 바쳐야 한다 이거군요.”

“그래, 미안하네. 내 미리 말하지 않아 자네에게 괜히 배신감을 주었군.”

“라이카…… 대신인 겁니까? 제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저기 들어갔겠군요.”

김수혁. 그는 단조가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검의 밑에 있는 장작을 바라봤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소중한 친우인 그녀가 저곳에 들어갔을 터였다.

“어이가 없군요. 원래는 자기 딸을 저기다가 집어넣으려는 생각이었다니……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이 새끼가…….”

“물러서게.”

김수혁의 도발적인 말투에 족장의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발톱을 세웠다. 하지만 족장은 그를 제지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일족이 모두 피해를 입을 바에야 그것이 낫지 않겠는가? 결국에 저것이 완성되지 않으면 이 보금자리를 떠나야만 하네.”

“결국에는 집 하나 잃을까 봐 자기 딸내미를 태워 죽일 생각이었다는 거 아니야, 이 씨발 롬아.”

“이곳을 단순히 ‘집’이라고 표현하다니. 자네도 결국 우매한 인간종에 불과하군.”

“우매는 씹탱아. 내가 이 병신 같은 새끼들이랑 어울리는 게 아니었는데.”

“……더 이상 대화가 필요치 않은 모양이니, 가둬 두게. 저 입부터 다물게 해서 말이야.”

입에 재갈을 물린 채, 늑대인간들에게 끌려가는 김수혁. 그의 귓전에 남은 생의 기간이 담담하게 들려왔다. 그는 허탈감에 몸을 늘어뜨렸다.

“사흘 뒤에 일을 진행시키도록 하지.”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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