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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99화 (99/172)

#99화. 하와와한 귀여움으로 꼬셔 보는 고애오!

“이상하지 않나여? 언냐야?”

“뭐가 말이야?”

“왜 달 언냐야가 그런 이상한 거를 선물로 달라고 했는지여……. 차라리 기여운 븝미쟝이면 모를까!”

“……뒤쪽 내용은 안 이상한 거 같긴 한데. 그렇긴 해.”

애초에 이상하지 않은가.

달의 여신이라면 적어도 선 성향은 아니더라도 중립 성향의 신일 것이다. 그런데 악신이나 하는 그런 제물을 원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나여?”

“아니, 없었지. 그러니까 다들 당황한 거고. 아직도 주민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걸.”

“그러며는 먼가 잘못댄 게 아닐까여?”

“그……런가?”

“뭐가 그런가야. 당연히 잘못된 거지!”

애매하게 말을 흘리는 라이카에게, 김수혁이 소리를 지른다. 그가 보기에는 상당히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지금 일이 올바르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확해 보이니까.

“수혁 옵바야…… 언냐야한테 그러며는 때찌하는 고애오.”

“아, 넵.”

다만 라이카는 이해해 줘야 했다.

당장 그들이 섬기는 신과 관련된 문제였으니까.

만약에 내가 지금 당장 엘프 마을로 가서, 위그드라실에게 전언을 받았다며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모두 철석같이 내 말을 따를 것이었다.

설령 그 전언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말살하는 데에 동참하라는, 어이없는 것이라 해도.

실제로, 그 비슷한 일이 스토리에서 일어난 적이 있었지.

“븝론이 난 고애오!”

내 기억 속 스토리상 마지막 라이칸스로프들의 모습.

그것은 내 추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지금 상태보다 훨씬 쇠락한 채로, 인간들 이종족 연합의 편이 아닌 적으로서 마주치게 된다.

당시에는 이쪽 종족이 원래 그런 성향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비사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븝미쟝이, 해결할 수 있어여!”

*    *    *

현실에서도 곧잘 보이곤 하는 종교에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보고 나쁘다거나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재하건 실재하지 않건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그러할 수 있는 것이니까.

심지어 이곳에서는 신이 실재함이 확실하다. 신들은 직접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축복과 힘을 주니까. 그런 만큼 라이칸스로프, 이들은 자신의 신인 달의 여신의 말이라면 맹신하는 경향이 있겠지.

다만 문제가 있다면 신은 직접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전해 주는 신관이라든지 혹은 사도 따위를 통해 그 의사를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간의 왜곡이 생긴다면 다른 이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바로 그게, 맹점이겠지.

“호에, 헤으응, 호에.”

나는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마을 안의 어떤 집 한구석에 숨어 있었다.

혹여 숨소리가 들릴까 봐 방음 마법을 사용한 상태였음에도,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로.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의 주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흐음…….”

기분 나쁜 콧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것은, 역시나 기분 나쁘게 생긴 한 남자였다.

이놈이 바로, 그 신관이라는 놈인가. 나는 놈의 모습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작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 못생긴 고애오…….”

존나 빻았네.

대체로 이종족들이 평균 외모가 높은 편인지라 그 괴리감이 더 컸다.

이 몸은 대체로 미학적이지 못한 것을 보면 거부반응이 강하게 온다.

그리고…… 지금 이 감각 정도면 굉장히 더러운, 토사물 같은 것을 봤을 때의 느낌 정도. 사람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이 녀석은 별로 동정의 여지가 없는 놈 같았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벽면에 기댄 남자는 이어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 잠시 수면을 취하려는 듯했다.

우드드득!

“끄으으윽!”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비틀게 되었다. 무언가가 부러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 그것이 몸에서 들려오며 얼굴색이 일순 변한다. 나는 그 현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마인화.

일전에 백연우에게서 본 것과 같은 현상이 놈의 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을 고통스러워하던 놈은 진정되었는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다시 퍼질러졌다. 그러고는 혼자서 무언가 마구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10월 14일…… 그분이 내게 가까워지며 하늘에 구멍이 생기고…… 구원이 내게 내려올 것이다. 두 손을 맞잡고 하늘에 맹세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의 연속. 하지만 나는 기억해 두었다. 10월 14일. 지금으로부터 대략 2주쯤 뒤였다. 적어도 마인화가 이 정도까지 진행된 놈이라면 무언가 언질이라도 들었겠지.

어떤 놈일까.

시기의 마왕, 그놈의 손이 여기에 뻗쳤을 것 같지는 않다. 3년 전이라면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고. 7대 죄악 중 다른 하나일 것 같은데…….

“음?”

순간, 녀석이 무언가 눈치챈 듯이 이쪽을 바라봤다.

도대체 어떻게? 내가 슬쩍 살펴본 결과, 저놈의 능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마인화가 저렇게 진행되었음에도 저 수준이라면, 원래 이전에도 신관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수 겹의 마법으로 은신해 놓은 나를 알아챈다.

그렇다면…….

쾅쾅쾅쾅쾅!

“문 떨어져! 적당히 두들겨!”

신관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누군가 문을 수차례 두들겼다.

그에 씩씩거리며 문으로 가는 신관. 나는 그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에에에엥.”

겨우 안 들켰나.

나는 집 위쪽에 열려 있는 창틀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물론 내가 기어오르거나 한다는 건 불가능했으니, 바람정령과 지팡이의 힘을 빌려서.

*    *    *

“이게…… 진짜?”

“당연히 진짜져!”

라이카는 내가 찍어 온 영상을 보며 허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내가 녹화한 신관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완벽하게 마인화의 징조를 보이는 그 영상.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김수혁 또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럼 지금까지 만들던 검은 뭐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이라고?”

“그런 고애오…….”

“이런, 씨발.”

김수혁은 그 성질을 드러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기야 수년 동안 매달려 온 결과물이 사실은 필요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황당하겠지.

다만 라이카는 그 사실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에 더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신관님이…… 하아.”

“언냐야, 정신 차리는 고애오…….”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면서도 되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관이 평소에 라이카와 어떤 관계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친족보다는 낫지 않은가.

원래는 제일 먼저 의심한 것이 족장이었다. 신관이 1차 전달자이기는 하나, 마을 안의 분위기로 봤을 때 가장 그 내용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족장 같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족장은 그냥 성격 더러운 미친 노인네였을 뿐이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는.

그렇기에 곧바로 두 번째 후보자인 신관의 집으로 잠입했는데, 그러자마자 이렇게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이거 씨팔, 바로 꼰지르러 가야지.”

“수혁 옵바야…… 입븐만 해 주는 고애오…….”

“곧바로 알리러 가는 게 어떨까?”

이렇게 된 이상에야 망설일 것이 무엇이겠는가.

곧바로 족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될 것이었다.

“아니, 안 돼.”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라이카에게서 들려왔다.

“안 믿을 거야. 무조건.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니까. 애초에 이걸 보려고도 하지 않을걸. 가서 말해 봐야 아무 소용 없어.”

어차피 말해 봐야 안 믿는다라. 그러나 지금에서는 그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건데?”

그에 김수혁이 살짝 짜증 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람이 태도가 계속 홱홱 변하니까 참 적응하기가 힘들다.

“아버지를 통하지 않고 부족원들한테 먼저 알리거나…… 아니면 아버지가 영상을 확인하게 해야지. 무작정 찾아가 봐야 소용이 없다는 의미였어. 내가 가도 안 봐 줄 텐데 너희가 가 봐야…….”

“언냐야,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는 고애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면서 나를 스스로 가리켰다.

“븝미쟝의 하와와한 귀여움으로 살살 꼬셔 보는 고애오!”

“……되겠니?”

“당연하져!”

특성발로 한번 비벼 보겠다. 될지 안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내심은 그저 주접 몇 마디로 대체되어 버렸다.

*    *    *

라이칸스로프들이 자리 잡은 마을.

본래는 소음 하나 잘 들려오지 않는 조용한 곳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라이카, 그 족장 따님이 제물이라고?”

“허어…… 세상에. 어찌 이런…….”

그동안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달의 힘. 그를 해결하기 위해 공물을 바치는 날.

대부분의 이들은 그 제물이 월광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은색의 장검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 제작자의 혼 또한 함께 바쳐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드러나자 모두들 충격에 휩싸였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달의 힘이 없다면…….”

“본래 진즉 간악한 인간 놈들과 다른 종족들에게 멸망당해도 이상하지가 않았어! 달의 힘이 사라지면 그렇게 된단 말이네.”

그러나 부족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면서.

이어 불씨가 유지되며 활활 타고 있는 영혼목. 그 장작들이 광장 중앙에 쌓이고, 라이카가 그쪽으로 끌려왔다.

“하아.”

그녀는 이미 생을 포기한 듯, 처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에 대부분의 부족원들이 안타까워했으나,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신관과 부족장은 그렇지 않았다.

“진행할까요?”

“진행하게.”

그들은 담담하게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을 마쳤다.

그리고 신관이 라이카의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그것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지만 사람들은 그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원래 제사나 의식이라는 것이 다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몇몇 기감이 좋은 사람들은 약간의 의문을 마음속에 품었다. 분명 달의 성력으로 인해 일어나는 기파나 분위기라기에는 지나치게 사이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그러나 보수적인 마을 분위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는 것이 그들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았다.

“자아, 집행해!”

한동안 무언가 중얼거리며 떠들어 대던 신관이, 손을 올리자 라이카가 붙들린 채 자리에서 일어서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신관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계획대로 된 것에 대한 기쁨일 것이다.

촤아아악!

“커……억?”

하지만 그때, 그의 등판에 한 차례 검격이 휘둘러졌다. 허약한 육신을 가볍게도 갈라 버린 그 검의 주인은 다름 아닌 부족장이었다.

그 황당한 상황에, 부족원들은 다들 입을 쩍 벌리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부족장의 입에서 무미건조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실망이군.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몰랐는데.”

“븝미쟝도 동감인 고애오오~.”

나는 슬쩍 부족장의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신관은 나를 알아본 듯 눈을 부릅뜨고 손을 떨며 나를 가리켰다.

“너…… 네년이…….”

“호에에, 납븐 말 안 되는 고애오오. 마나씨!”

나는, 검은색 사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신관을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마탄을 던져 내었다.

이어 다른 곳에서도 일제히 가해지는 공격.

부족장의 직속 근위병들이었다. 그중에는 칼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푸욱!

꽂혀 드는 창칼과 마법, 그리고 주술.

이에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뿌드드드득!

돋아나는 검은색 날개와 볼품없고 흉측하게 구부러진 뿔.

저것이, 진짜 마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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