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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00화 (100/172)

#100화. 괴도븝미쟝이애오!

족장은 처음에 내 말을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축객령 또한 내리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온전히 특성의 힘이겠지.

이번에 알아낸 사실이 있다면, 기존에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특성을 사용할 때는 그 효과가 즉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호감(그게 겨우 영상 하나 보여 주는 수준이라니 어이가 없지만)을 얻기 이전까지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끈질기군.”

결국 계속된 내 시도에 그는 영상을 보았다. 그러고는 그 안의 내용을 보고, 잠시간 침음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표정. 평소와 같이 약간 화난 듯도 하며 무표정한 족장의 얼굴에 혹여 그냥 영상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이게 사실인가?”

하지만 그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신뢰했던 신관이 사실은 마인화가 진행 중인 마왕의 수하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것이 처형 전날의 일. 그리하여 처형장에서 일이 이뤄지게 된 것이었다.

그래, 그것까지는 참 좋은데.

펄럭!

한 차례 펼쳐지는 날개.

본래 라이칸스로프치고 굉장히 왜소한 편이었던 그의 몸과는 다르게, 마인화된 녀석의 모습은 키만 3m, 펼쳤을 때 날개 길이는 10m에 가까운 거대한 놈이 되었다.

그리고 피부로 저릿하게 느껴지는 마기. 실상 마나와 다를 바가 없는 힘이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그 양에 기가 질렸다.

내가 전력을 다해 사투를 벌인다 해도 이 녀석은 이기기 힘들었다. 그에 슬쩍 뒤로 물러서자 놈이 나를 바라봤다.

쿠아아아아악!

포효를 내지르며, 무언가 검은 덩어리를 내게 뱉어 내는 녀석. 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이용해 그를 되받아쳐 냈지만, 이어 하나가 더 날아왔다.

“호에?”

……좆됐는데?

어떻게든 막아 보려, 전신 마력을 개방시키던 그때.

촤악!

북슬북슬한 털로 뒤덮인 강인한 팔뚝이, 그것을 쳐 내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부족장. 완전히 수인화를 마친 그가 푸른색 안광을 내뿜으며 과거 신관이었던 마인에게 달려들었다.

콰드드득!

한 번의 공격에 곧바로 날개 한쪽이 뜯겨 나간다.

마인화된 놈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면전에서 곧바로 그 검은색 오물을 내뱉었으나, 너무나도 쉽게 그를 쳐 내 버린다.

뿌드드드드득!

그대로 가슴팍으로 파고든 그 수인화된 팔뚝이, 마인의 가슴팍을 너무나도 쉽게 뚫어 내 버린다.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리는 마인. 나는 족장이 가슴팍에서 무언가를 뜯어내는 것을 보고, 순간 고개를 돌리려 했다.

“호에에, 무슨 짓인 고애오…….”

하지만 순식간에 벌어지는 그 광경에 나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보인 광경은 ‘아가야는 이런 거 못 보는 고애오.’라는 문구 너머로 마인의 심장을 씹어 삼키고 있는 족장의 모습이었다.

*    *    *

“호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분명히 불사신선의 몸이 아닌, 다나 크리스틴. 본체 그대로인 상태였다.

“하와와와…….”

시발, 다행이다.

만약에 그 많은 이들 앞에서 불사신선으로 변하기라도 했다면, 꽤나 사태를 수습하는 데에 애를 먹었을 것이다. 물론 외부 종족과의 접점이 없는 라이칸스로프들이라곤 하나, 적어도 김수혁과 라이카에게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이후 확인한 것은 내가 누워 있던 장소였다. 설마 쓰러진 채로 광장에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테고.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사물들. 그것은 꽤나 익숙한 것들이었다.

“호에에?”

이곳은 다름 아닌 김수혁의 대장간이었다.

언제 여기까지 나온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도 내가 그렇게 오래 기절해 있었나?

나는 뉘어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땅, 땅, 하는 예의 단조를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작업실로 향했다.

“옵바 언냐야……?”

“어? 일어났구나?”

“일어나셨네요.”

라이카는 손을 흔들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 옆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던 김수혁은 쭈뼛거렸고. 김수혁은 항상 저런 태도다.

“어떠케 댄 거애오?”

어떻게 되었냐. 이 질문에는 굉장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라이카는 물론 그를 알아채었고, 내게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다나 니가 쓰러지고 나서, 잠시 우리 집에 뉘었다가, 아버지가 다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마을 밖으로 쫓겨 왔어. 그래서 대장간으로 온 거야.”

“호에에, 너무 줄인 거 같은데여?”

“그……런가?”

결론만 딱딱 말하는 화법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내 의문 섞인 말투에 라이카는 잠시간 망설이더니, 이야기를 상세히 풀었다.

“마인은 처치했어. 다나 너도 그때까지는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호에에…… 끔찍했던 고애오…….”

“뭐, 아…… 그 심장? 인간들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줘. 일종의 정화 의식이라고 여겨지는 거니까. 악한 기운이 담긴 심장을 먹어 버리면 영혼이 정화된다고 믿거든.”

참 이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심장을 먹어서 영혼을 정화시킨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에 라이카는 머쓱하게 뒤통수를 쓱쓱 매만졌다.

“사실 핑계지. 그런 마력이 담긴 심장들을 소화시키면 본신 마력량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우리 종족 같은 경우엔 그게 되게 쉬운 편이기도 하고.”

“하와와와.”

역시, 그런 이유였나.

일부 영물로 분류되는 몬스터들의 심장 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가 영약으로써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조제하여 섭취하긴 하는데, 직접 먹어도 그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런 효과를 노리고 단숨에 먹어 치운 것 같은데…….

마인의 심장도 그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이칸스로프라 되는 건가.

“납븐 생각 안 대!”

잠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그 펄떡거리던 마인의 심장 때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을 회상하다 또 기절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아무튼 뭐, 마을은 난리가 났지. 다들 신관님 신관님 하면서 존중해 왔으니까. 그 아저씨가 그럴 줄은 나도 몰랐어. 평소엔 되게 착한사람이었거든. 좀 못생기긴 했어도.”

“굳이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야 하나여…….”

“뭐…… 사실이잖아?”

“그렇기는 한 고애오.”

평소에 신관의 평판은 꽤 좋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마을 내에서 유일하게 여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이었으니, 후광효과까지 있었을 테고.

“그러고 있는 와중에 니가 쓰러진 걸 본 거지. 그래서 우리 집으로 옮겼어. 그리고 수혁이랑 같이 널 조금 돌보고 있었지.”

“그런데 나가라고 했다구여?”

“어…… 어? 어, 그래.”

라이카는 순간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삐거덕거렸다.

왜 저러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던 때, 김수혁이 말을 이었다.

“그럴 만했지. 갑자기 거기서 교제 허락을 받겠다고…….”

“호에?”

“저희, 사귀기로 했어요, 다나 씨.”

“호에에에에!”

뭐, 사귀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이카와 김수혁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니, 뭐 스토리상 라이카가 죽지 않았다면야, 이렇게 될 것 같기는 했는데…….

그게 지금일 줄은 전혀 몰랐다. 나는 잠시간 속이 쓰려 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시발. 나는 왜?

순간 김수혁을 향한 분노가 솟아올랐다.

저 변태도 잘만 짝을 찾고 다니는데 나는 왜 이 몸으로 빙의되어선…….

“옵바야, 그럼 이제 사진 안 보내 줘도 되는 거져?”

“사진?”

김수혁은 잠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새끼가 모르는 척을 하네. 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을 이어 가려던 때였다.

“안 돼! 보내 줘야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나는 조금 어안이 벙벙해져선, 그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언냐야……?”

“앞으로도 부탁해!”

뭐야, 뭔데.

나는 잠시간 당황스러워질 수밖에 없었고, 부정하고 싶은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혹시, 애초부터 나는 김수혁의 취향이었던 게 아니라 라이카 쪽의 취향이었던 게 아닐까?

약간의 음심마저 보이는 라이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한기를 느꼈다.

“짝꿍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고애오…….”

*    *    *

시기의 마왕을 잡았다는 소식.

나는 그것을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비보였다.

끝내 단서를 이용해 시기의 마왕의 뒤를 쫓은 이단심판관들이, 마왕을 잡지 못하고 놓쳐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에 굉장히 짜증을 냈다.

“다나, 왜 이렇게 예민해. 너 좋아하는 젤리도 두 봉지밖에 안 먹고.”

“얌……냠…… 아니에여. 언냐야. 븝미쟝 갠차는 고애오…… 으믑.”

어느새 간식 셔틀 일을 겸직하고 있는 일리아가, 그를 눈치채고 말까지 했을 정도였다.

앉은자리에서 다섯 봉지는 족히 까먹어 버리던 젤리를 두 봉지밖에 먹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걸 귀신같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렇게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하던 와중에, 내 기분을 완전히 반전시키는 한 가지 소식이 더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따로 기존에 약속드렸던 보상을 전달해 드리기로 회의에서 결정되었습니다.”

“호에에.”

놓친 건 놓친 거고, 일단 그 가짜 교황의 계략을 대부분 파헤쳐 낸 것이 내 공이라면서, 태양여명단에서 내게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퀘스트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 사흘 뒤, 수여식을 할 때 퀘스트도 함께 깨지겠지.

“다나! 그러다가 당뇨 오겠어!”

“븝미쟝은 아가야라 그런 거 업는 고애오!”

그와 함께 기분이 좋아진 나의 폭식(이라기엔 군것질거리 몇 개 주워 먹은 것에 불과하지만)에 일리아가 경악을 하는 일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일이 좋게 마무리되었고. 나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물론 그때까지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다.

“언냐야! 나갔다 오는 고애오…….”

“좋겠다. 오늘 시간표 끔찍한데…….”

나는 다시 한번 외출 허락을 받고 펜타곤을 나섰다.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태양여명단은 내가 부탁하는 대로, 펜타곤 측에 협조 공문을 바로바로 넣어 주었으니까. 아마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자주 이러면 또 문제가 되겠지만, 이론이고 실전이고 모두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내게 펜타곤 측에서도 굳이 태클을 걸려고 하지 않는 모양이었고.

“호에에~ 보물을 찾으러 가는 고애오~.”

내가 가는 곳은 저번 주에 갔던, 그리고 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그 라이칸스로프들이 사는 숲이었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면서 가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마을 외곽의 한구석.

나는 그 안으로 슬며시 잠입했다.

얼마 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진정되지 않은지라, 경비도 허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곳에 버려진 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한 항아리 속을 살폈다.

“호에에, 있는 고애오.”

그 안에 들어 있는 3개의 아티팩트.

나는 그것을 보며 웃음을 떠올렸다.

이것들은 모두 신관의 집에서 조금씩 빼내 온 것들이었다.

“괴도븝미쟝이애오!”

엄연히 말하면 도둑질이었지만, 어차피 곧 죽어서 소유권이 마을 족장에게 넘어갈 물건들이니, 사례비로 내가 좀 받아도 되지 않겠냐 싶은 생각이었다.

“반박은 안 받는 고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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