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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01화 (101/172)

#101화. 아가성녀애오!

태양여명단의 중앙 신전.

일전에도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이곳에 다시금 오게 되었다.

그때와 다른 것이라면 하나. 그때는 사람들이 몇몇 사제와 성기사들을 제외하곤 없었다면, 이번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

하기야 그럴 만도 한 것이, 명예 ‘성녀’를 추대하는 자리였으니까.

“하와와, 븝미쟝이 하기에 성(性)녀는 너무 야한 고 가타여…….”

“……그게 무슨……?”

“노, 농담이애오…….”

입에서 튀어나오는 헛소리에 옆에 있던 수녀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괜히 뭐라고 더 해명하려 해 봤자 나만 추해진다.

“옵바 언냐야들이 너무 마는 고애오……. 저번에는 이러케 마니 업섯던 거시에얌!”

“이번 정화가 모두 끝나서 다들 복귀했죠.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는데…… 별로 분위기는 좋지 않아요. 그 마왕 때문에.”

수녀는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그간 꽤나 많은 일들을 겪은 것 같았다. 보니까 교단 내에서도 꽤나 높은 직위인 것 같으니 더욱 그러했겠지.

“마왕이 도대체 왜 갑자기 기어 나와 가지고는…….”

이쪽에서도 지금 쫓고 있는 존재가 단순히 빌런이 아닌, 마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에 지금 그 척살령이 1급에서 특급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마왕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물론 찾아내기야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에야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놈이 만들어 놓은 사이비 신전들을 죄다 폐쇄시켰으니.

“후우, 아무튼 이번 일에는 성녀님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저희 교단에서도 굉장히 감사하고 있고요.”

“호에에에, 븝미쟝은 아무것도 안 한 고애오…….”

“겸양은 좋은 자세죠. 벌써 저번에 같이 출장을 갔던 기사분들은 성녀님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고 있던걸요.”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던 그 성기사들이, 나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는 소식.

물론 그것은 내가 마지막에 찾아낸 단서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알아낸 것에 대해 성기사들 또한 보상을 받았단다. 이안도 그러고 보니 중하급 성물인가 하는 걸 받았다고 했었지.

우웅.

그때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단상 위에서 들려왔다. 뭔가 하고 쳐다보니까 웬 고위 사제복을 입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장로님……?”

아, 저 사람이 오늘 성녀직을 내려 주기로 한 장로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장로처럼 생기기는 했네. 이게 칭찬인지는 물론 잘 모르겠지만.

“아아.”

마이크를 툭툭 치며 말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뭔가 등장까지는 나름 있어 보이게 하긴 했는데, 저렇게 구부정하니 서서 마이크나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정말 별것 없어 보인다. 하기야 음량 증폭 마법이라든가 하는 건 신성 마법에는 없는 종류였으니 당연하겠지만…….

“태양여명단 장로 이춘식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호에에에, 먼가 상장 수여식 같은 고애오…….”

“……다를 건 없죠.”

나는 나름 성녀직을 부여하는 자리라길래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뭐 표창장을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수녀는 그리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다른 명예 성녀직을 부여받는 이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좀 더 격식을 차려서 했다나. 여러 가지 상황도 있는 데다 아직 나는 그 급이 아니란 이야기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절차마저 대충인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수십의 성기사와 수십의 사제 앞에서 공식적으로 내가 태양여명단의 성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었으니까.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과 그 과정에서 내가 해낸 일들. 그것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저들 나름의 교리와 연결시켜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좀 지루했다.

“하와와왕…….”

“하품 소리가 특이하시네요.”

“호에에에, 죄송한 고애오…….”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좀 지루하거든요.”

졸리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계를 슬쩍 쳐다보는 수녀.

이 사람, 좀 마음에 든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녀와 담소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펜타곤에서 있던 일들을 마구 풀어 대던 나는, 단상에서 호명되는 내 이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나 크리스틴 양.”

“하와와!”

그리고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도대체 어떤 놈이 처만든 건지, 단상이 꽤나 높았던지라 계단 수가 상당히 많았다. 장로 앞에 섰을 때는 숨을 거칠게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호에에에…… 헤으으응…… 호에에…….”

마이크를 통해 새어 나가는 숨소리에 몇몇 곳에서 작은 실소가 새어 나왔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가까스로 호흡을 진정시켰다.

장로는 느긋하게 나를 기다리더니, 내가 진정되었음을 확인하고는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허리 굽은 노인인지라 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머리 1개분이 차이가 나서 뭔가 기분이 나빴다.

장로는 성력을 내뿜더니, 내 이마 중앙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것은 성흔을 남기려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의 종교와 관련된 그 성흔은 아니고, 그냥 고위 사제가 사용할 수 있는 특성 중 하나였다. 효과는…… 흑마법이나 저주에 조금 내성이 생기는 정도인데 그리 크지 않다.

뭐,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싶어 그냥 가만히 있는데,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오른다.

신체에 ‘성흔’을 새기는 것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호에.”

이걸 수락하고 말고 할 수가 있는 건가.

당연히 그냥 수락하려던 나는 무언가 내면에 있는 장난기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거절을 눌렀다.

“허어?”

그에, 장로는 온화하게 처져 있던 눈을 번쩍 뜨며 당황스러워했다.

“크흠…… 무언가 잘못되었군요. 다시…….”

다시 한번 성력을 내뿜는 장로. 이번에는 그냥 받아들일까 하다가 그 진지한 표정이 너무 웃겨서 다시 한번 거절을 선택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호에에, 뭐가 이상한 고애오?”

“미안합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장로는 한동안 그렇게 쩔쩔매더니, 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정중히 손수건을 부탁했다. 그리고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낸다. 어지간히도 당황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시도.

재미가 들린 나는 계속해서 거절을 선택했고, 장로는 황망한 표정으로 내 이마를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축 처진 목소리로 기사에게 속삭였다.

“자네…… 내가 일전에 직접 성흔을 내려 주었었지?”

“그렇습니다, 장로님.”

“그때와 비교하여 내 믿음의 크기가 줄어든 것 같나? 아니면…… 이제 나도 기력이 쇠해 주신의 힘을 받아 내지 못하는 것인가…….”

“장로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강한 회의감을 느낀 듯 침울하게 중얼거리는 노인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쿡쿡 찔려 온다.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 나는 다음번에는 그냥 수락을 눌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다음은 없었다.

“제가 부족하여 주신의 은총을 내려 줄 수가 없군요. 이런 경우가 굉장히 흔치 않지만…… 수여식은 이곳에서 마치고, 성흔은 교황 성하께서 직접 내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뒤에 연락을 드리지요.”

“호에에에?”

교황이 성흔을 내려?

나는 잠시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쾌재를 부를 수밖에는 없었다.

“호에에에…… 븝미쟝 이종족 사학 수업 안 들어도 되는 고애오…….”

그것은 교황에게 성흔을 받게 되었음에 대한 기쁨이 아닌, 지루한 수업을 한 번 재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    *    *

“호에에에.”

“다나, 왜 그래?”

“호에에에에.”

“뭐가 그렇게 문제야? 어떤 연놈들이야?”

일리아는, 슬픔에 잠겨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열불을 냈다.

나를 이 상태로 만들어 놓은 이들이 누구냐는 질문. 그에 대한 대답은 명확했다.

“븝미쟝은 스스로한테 화난 고시애오……. 븝미쟝은 븝레기애오…….”

내가, 이 거지 같은 몸에 빙의된 게 잘못이지.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딱 하루 전의 일 때문이었다.

성흔을 제외한 모든 의식을 마친 후 나는 퀘스트 보상을 받게 되었다.

기다리던 10,000BP. 나는 그것을 얻자마자 곧바로 커스터마이징 룸으로 들어갔다.

“븝미쟝이 온 고시애오! 하와와와!”

맨날 드레스룸에서 옷이나 갈아입는 데 썼지만, 오늘은 시술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었다.

그리고 이윽고 시술소에서 항목을 확인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당연히 체질 개선 항목. 나는 여기서 체력과 관련된 상위 체질을 선택하고 시술을 받으려고 했다.

민첩이나 힘 같은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으니 일단 한 대 맞으면 그대로 절명해 버리는 이 유리 몸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왜 안 되는 고애오! 왜 안 대는 거냐구여어……. 왜 만들었냐구여…….”

하지만 냉정하게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체질 개선이 불가합니다!

시발,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만들었는데. 나는 그를 보자마자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포인트가 사라진 것도 아니니, 다른 시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가격이 또 훨씬 비싸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게 문신인데, 무슨 마망 확률 증가 같은 개소리가 적혀 있는 걸 제외하면 그 가격이 전부 장난이 아니었다.

“븝미쟝은 븝레기애오……. 정령 아가야들만도 못한 고애오…….”

한동안 멍해져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드는 한 생각에 정령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시술소에서 녀석들을 시술받게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정상적으로 시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심지어는 불사신선 폼으로도 가능했다. 시발.

나만 안 된다는 거지.

“조오는 븝똥벌레에얌~ 어쩔 수가 없네여~.”

세상의 불합리함을 저주하며, 나는 그저 침대에 누워서 자조적인 말과 노래들이나 중얼거리고 있었다.

일리아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군것질거리들을 수북이 쌓아 놓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뭔가 부모님 속 썩이는 불량 청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목도 븝레기인 고애오…… 켁븜…….”

마침내 성대도 맛탱이가 갔을 무렵,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내 이런 우울한 마음과는 대비되게 포털사이트에서는 다들 내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으로.

[태양여명단의 여섯 번째 한국 국적 성녀…… 펜타곤 1학년 생도?]

[“아가성녀가 등장한 고시애오 하와와!” 장내 일동 ‘당황’!]

실상 세계관 유일 종교(인간 한정)다 보니, 새로운 성녀가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서 알리는 기사들이 잔뜩 떠 있었다. 댓글도 대부분 국뽕이 차오른 사람들이었다. 최연소 성녀라나 뭐라나.

다만 성흔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는데, 장로 체면을 챙겨 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외부로 퍼져 나가지 않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잘은 모르겠다.

“수정 언냐야는 어케 썼을까여…….”

나는 슬쩍 흑영문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 기사가 있는지 살펴봤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론 올라와 있었다.

“호에에에…….”

이전과는 다르게 담백하게 사실만 적어 놓은 기사. 물론 다른 기사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꼬우면 나처럼 직접 가서 협박이나 하라지.

조금 기분이 나아져 그렇게 낄낄대고 있는데 기사 하단에 있는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호에에?”

그것은, 꽤나 눈길을 잡아끄는 제목.

그 기사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여?”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그것은 스토리 중반부 이후에 벌어져야 할 사건의 태동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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