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애기븝미쟝이 되었다-116화 (116/172)

#116화. 아가야한테 예의를 알려 줘여……

“어, 이거 좋더라고.”

“…….”

일리아는 망연한 표정으로 라이카가 가리키는 안마 의자를 바라봤다. 뭐 때문에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히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저거 나름 돈 비싸게 주고 산 건데. 길드원 복지 차원에서.

“그러면 지금 다 모인 건가?”

“아니, 언니. 한 명 안 온 거 같은데?”

“응? 수혁이는 오늘 못 오고, 이 친구들이랑 너랑…… 다나 오면 다잖아?”

“사장님이 오늘 새 길드원 온댔어요!”

“아, 그랬지, 참.”

“언냐야……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여…….”

강미연은 히히 웃으면서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일전에 나는 강 씨 자매들에게 내가 후원자 본인이라는 것을 밝혔다.

물론 이들은 그렇게 크게 놀라지 않았다. 대충 어느 시점부터 감을 잡고 있었기에.

강지연이 나를 대할 때 아주 조금 더 뻣뻣해진 것 제외하면 거의 같았다. 아, 추가로 강미연이 이따금 내게 저런 식으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추가하고…….

“그래서 새 길드원이란 게 누구야?”

“나다, 이년아.”

“엥? 뭐야, 언제부터 있었어?”

당당하게 사무실 안에서 등장하는 우리의 신입 길드원, 나츠키. 그녀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거렸다.

“한참 전부터 있었거든? 내가 제일 먼저 왔어.”

“어머, 너도 펜타곤 같이 다니는 애니?”

“애는 아닌데, 같이 다니는 건 맞네요.”

나츠키는 조금 불만이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내심 그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약간은 날이 서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전의 그녀 성격 같았다면 당장에 쌍욕을 해도 고개를 끄덕였을 테니까.

“아, 그렇구나, 미안, 미안.”

“만나서 반가워요!”

“……저도.”

물론 라이카는 마냥 좋다는 듯이 싱글벙글이었다. 강 씨 자매들 중엔 강미연 혼자 앞으로 나서서 법석이었다.

나츠키는 나름 고상한 척을 하느라 짧게 대답했지만,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으로 보아 뭔가 말하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었다.

“……사무실이 뭐 이래? 조금 큰 데로 구하지.”

“호에에에, 이것도 충분히 큰 고애오!”

“이게…… 작아? 그러면 우린…….”

나츠키의 눈에는 사무실이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해도 가는 것이, 일본 제일의 길드를 물려받을 녀석이었으니…….

다만 강 씨 자매들은 그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우리 옛날에…… 있던 곳은 여기 4분의 1? 5분의 1……? 그 정도밖에 안 되는데…….”

“괘, 괜찮아! 지금은 아니니까! 어, 음.”

얼마 전까지 코딱지만 한 곳에서 비비적대던 강 씨 자매들.

지금에야 꽤나 큰 건물로 옮겼지만, 그래도 이 길드 사무실보단 작다. 그런데 이 길드 사무실조차 깎아내리는 나츠키를 보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그런데 그건 쟤 기준이 워낙에 딴 세상이라 그렇지, 이 건물도 결코 작지 않다. 당장에 지금 들어와 있는 인원만 하더라도 7명. 이들이 각자 뭔 난리를 피워도 널널할 정도의 공간이다. 나름 업무를 처리할 개인실까지 마련되어 있고…….

“그런데 길드 사무실은 왜 차린 거야? 아직 사무실 이용해서 뭐 할 것도 없으면서.”

나츠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내게 말했다. 이거, 조금 정곡을 찌르는 질문인데. 다른 사람들 또한 그게 꽤 궁금했던 모양인지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하와와, 길드 세웠으면 사무실이 있는 게 당연한 거자나여!”

“…… 그거뿐?”

“머가 더 필요한 고애오?”

“넌 진짜 속 편해서 좋겠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휘휘 젓는 나츠키. 다른 이들 또한 조금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진짜로 그냥 길드 사무실을 세우고 싶다는 충동만으로 건물을 구입하고 내부 인테리어를 꾸민 건 아니다. 이 근처 건물 가격이 급등할 만한 에피소드가 1년 뒤로 다가왔으니, 투자 겸해서 겸사겸사 사무실도 세운 것이다.

“그럼, 오늘은 사무실 세운 거 축하와…… 신입 길드원 축하도 하는 그런 거?”

“아, 뭐야, 다나, 왜 얘만 축하해 줘?”

“애도 아니고 무슨, 나도 필요 없거든?”

입을 삐쭉 내민 채로 말하는 나츠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차피 언냐야, 축하해 줄 거 아니었던 고애오…….”

“뎃……?”

아까까지 필요 없다고 했던 주제에, 당황하며 어벙한 표정을 짓는 나츠키.

사실 그녀의 축하도 겸하려고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좀 골려 먹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사실 새로 들어온다는 신입이여…… 나츠키 언냐야가 아닌 고애오.”

“그럼…… 누구?”

“여깄는 고애오!”

뿌엥.

어디선가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 물론 짐승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앙증맞은 소리였던지라,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반짝거리는 두 쌍의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내 뒤에서 날아오르는 녀석. 사람들은 그제야 내가 말한 ‘신입’이 누군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이게…… 뭔데?”

일리아는 검지로 요정용을 척, 가리키며 말했다.

요정용은 그 어투를 대강 눈치챈 듯이 베, 하고 혀를 쭉 내밀었다. 일리아는 그게 조금 징그럽다는 듯이 슬쩍 뒤로 물러섰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그녀니까,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녀 기준에서는 귀엽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안 귀여워, 어.

“페어리 드래곤…… 얘가 왜 여기 있어?”

개중에서 라이카는 그 정체를 정확히 알아보고 놀라는 중이었다. 요정용은 그녀의 선대가 살았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영물이었으니…….

엘프와 꽤나 친했던 라이칸스로프 종족이다보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일 테지.

“다들 인사하는 고애오. 용아가인 고애오!”

“뭔 다 아가야. 애완동물이냐?”

“어…… 지금은 비슷해여!”

사실 지금으로서는 애완동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긴 하지. 실전에 도움이 되려면 조금 더 키워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꽤나 돈이 많이 드는 녀석이었고.

원래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에야 육성을 엘프들에게 맡겼지만, 그들의 육성 방법은 전투 요원으로 써먹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배때기가 불러 터진 자기 종족들만의 신수이자 영물로서 키우는 것이었지. 그래서 지금 얘가 이렇게 살만 뒤룩뒤룩 찐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기록과 엘프들의 조언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나는 이 녀석을 이곳에서 굴릴 것이었다. 아주 빡 세게.

뿌에엥.

“언니, 얘 귀엽다. 만져 봐 봐.”

“신기하네. 내가 아는 페어리 드래곤은 이렇지 않은데…….”

처음에는 징그럽다던 일리아를 포함한 사람들 전원은, 잠시간의 유예를 두고 녀석이 익숙해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녀석을 쓰다듬고 조물락거렸다.

요정용은 그에 별달리 불편해하지도 않고, 되려 좋다는 듯이 꾸엥,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입에서 반짝이는 가루를 뿜어냈다. 저게 가공하면 일종의 마약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나.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겨 둬라.

나는 진짜로 애완동물이 된 양 애교를 부리고 있는 요정용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미소를 지었다. 당장 내일부터 넌 뒤졌다.

*    *    *

“응애, 나 아가용. 배불렁.”

그래, 존나 배불러 보인다.

배가 빵빵해진 채로 비척거리며 날아가는 요정용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시발 과일밖에 안 먹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

녀석은 어제, 길드 사무실에서 벌인 파티 음식을 양껏 먹었다. 무슨 누렁이도 아니고 주는 음식마다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처음 데려왔을 때 아무것도 안 먹으려고 해서 쩔쩔매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맘마 달라는 말만 연신 하면서, 과일만 찔끔거리면서 먹었으면서…….

사실 요정용의 식성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건 이미 여러 기록과 엘프들의 말을 통해 알고 있었다. 과일을 유독 좋아할 뿐이지, 다른 것도 원래 잘 먹는다고.

그런데 나는 얘가 특별히 까다로운 줄 알았지, 시발.

오늘 아침, 남은 음식까지 전부 처먹고 날아다니는 돈가스가 된 녀석을 보니 뒷골이 당긴다. 그 입가에 묻은 불고기 소스를 보자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하와와와…….”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겪게 될 테지.

나는 녀석을 째려보며, 이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바로 인근에 마련해 둔 또 다른 부지. 마법 처리가 된 높은 담장으로 사방을 막아 둔 터라, 진짜 무슨 고위급 마법사가 작정하고 염탐하려는 게 아니라면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앞으로 나는 여기에 제대로 된 훈련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길드원들에게만 개방되는 훈련장을. 다른 여타길드들보다 더 좋은 시설로 만들어서 홍보에도 사용할 생각이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냥 대지에 불과했기에, 당분간 요정용의 훈련장으로 쓰일 예정이지만…….

“아가야, 변신 푸는 고애오!”

“응애!”

힘차게 울면서 몸집을 원래 크기로 바꾸는 요정용.

광휘와 함께 드러나게 된 녀석의 몸집은, 일전에 봤을 때보다 배는 커져 있었다.

“아가 아니애오…….”

진짜로 ‘드래곤’을 본적이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이제는 정말 드래곤이라고 말해도 될 법한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엘프들의 마을에서 봤을 때보다도 더 큰 것 같은데. 그 며칠 사이에 더 커진 건가? 나중에 가면 웬만한 건물 크기 정도까진 성장하지 않을까 싶었다.

“응애.”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외형과는 너무나 달랐다.

요정의 날개를 단 것만 제외하면, 아름다운 외형의 ‘드래곤’인 녀석이 위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응애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작았을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확 깬다.

“아가야, 집중하는 거시야요!”

나는 짐짓 호통을 치며 말했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는 짓이었다. 녀석은 혀로 내 얼굴을 한 차례 할짝거리면서 애교를 떨었다.

츄아악.

“후에에……?”

물론 그 덕에 녀석의 침 범벅이 되어 버렸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올랐다.

“아가야!”

“응애.”

이, 씨발롬이…….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븝미메카, 발진인 고애오!”

나는 미리 챙겨 온 갑주의 코어를 낑깡거리며 장착했다.

그리고 코어를 활성화시켜 갑주의 전체 부위를 장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콰앙!

그 상태로, 발을 한 번 구르자 굉음과 함께 바스러지는 지면.

그에 요정용은, 흠칫하며 이쪽을 천천히 돌아봤다.

“마망……?”

아까와는 영 다른 분위기.

드디어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황급히 아양을 부리려는 녀석의 등 뒤로 도약했다.

타닥

등허리 부분에 완벽하게 착지한 나는, 녀석의 목을 그러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가야는 혼 좀 나야 되는 고애오…….”

전투에서 써 먹는 건 그리 효율이 높지 않다는 거는 시험 삼아 필드에 들어가 봤을 때 느꼈다.

하지만 성질 더러운 용 한 마리 참교육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할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꾸에에에에.

“응애애애!”

요정용의 본래 울음소리와 마석을 통해 번역되어 나오는 소리가 겹쳐 들린다.

나는, 그날 대략 네 시간 동안 녀석에게 예절을 주입시켰다.

그리고 그날 이후, 길드원들은 요정용을 볼 때마다 무언가 위화감을 느껴야만 했다.

“얘 원래 이렇게…… 조용했나? 다나 너 있을 때만 좀 얌전해지는데.”

내가 바라보는 앞에서는, 평소처럼 까불대지 않는 녀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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