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애기븝미쟝이 되었다-123화 (123/172)

#123화. 흑사회 옵바 언냐야 들 납바여……

결론적으로 요정용은 초콜릿을 먹고도 멀쩡했다. 죽을 것처럼 켁켁거렸던 것도 그냥 사레가 들려서란다. 근데 그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무슨 용이 사레가 들려?

“마망, 나 갠차낭.”

요정용은 멀쩡해진 모습으로 내게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평소에도 자주 하던 짓이니만큼 어색함을 느낄 만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영 어색했다.

……이전과 명확하게 달라진 점이 있었으니까.

“배도 안 고팡, 히히히.”

“……그래 보이는 고애오.”

녀석은 원래 매끈한 피부에, 일반적인 드래곤과는 조금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우둘투둘하게 올라온 비늘과 뿔, 삐죽 나온 머리가 아닌 요정용만의 외형.

하지만 그럼에도 그린 드래곤과는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는지라, 드래곤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조금 전, 녀석은 갑작스럽게 그 외형이 변모했다.

드래곤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으로.

설마 초콜릿 때문인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차라리 초콜릿을 먹고 죽어 버렸습니다, 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요정용은 생애 두 번 변화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마력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한 번…….

처음 변화하게 되었을 때는 본래의 모습과는 달리…….

대신 떠오르는 것은 엘프들로부터 받은 문서에 적혀 있는 요정용에 대한 이야기.

아마 이 녀석은 지금 ‘탈피’를 한 것 같았다.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나 또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 될 줄은 몰랐다.

“아가야, 쪼끔 뒤로 갈래여?”

“응애…… 왜 그랭.”

나는 녀석을 슬쩍 내 몸에서 떼어내었다.

이제는 드래곤과 한층 더 닮은 모습으로 바뀐 요정용.

원래는 천 자락처럼 얇은 날개였지만, 지금은 외견은 비슷하더라도 광물처럼 단단하고 굳센 날개를 지니게 되었다.

머리 또한 본래의 귀엽고 동글동글한 모습이 아니었다.

못생겨졌다기에는…… 솔직히 조금 멋있기는 했다.

이전과 다른 날카로운 인상. 다만 예전의 모습이 살짝은 남아 있었다.

“응애…….”

하지만 저 응애, 하는 소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와와…….”

적어도 저 모습에서는 저런 말이 나오면 안 되지.

나는 눈앞에 떠오른 특성을 확인했다.

영물과의 유대(1/3)

오랜 시간 영물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에 유대감이 느껴집니다.

―페어리 드래곤.

―없음.

―없음.

이 특성이 떠오른 이유가 바로 저 변화 때문인가.

이전에는 ‘영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영물의 수준이 되었다는 뜻이겠지.

하기야 영물로 취급되는 수준이라면 월랑족의 펜리르나…… 드워프의 랜드 세디 등, 각 종족의 신화에서나 나오는 것들이니…… 일전의 그 비행 능력 하나를 제외하면 쓸모가 없던 이 녀석과는 격차가 꽤나 컸다.

“아가야…….”

“왜 불렁?”

“이제 용아가는 아가가 아니애오…… 내가 아는 용아가는 이렇지 않아여…… 어른이애오…… 더럽혀졌어얌…….”

“응애?”

탈피를 해서 진화하고, 드디어 쓸모 있는 전력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꽤나 기뻤다.

……그런데 저 말투는 빨리 고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처럼 강제되는 것도 아니고.

뀨웅,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약간은 두려웠다.

지금은 힘으로도 제압 못 할 것 같은데…….

“육아 서적이라도 빌려 와야 하나여…….”

*    *    *

검선은 잠시간 흑사회의 건물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근 몇 년간, 지겹게도 시달린 곳이었다.

처음 접촉해 온 쪽은 흑사회였다.

사절로서 보낸 두 명의 빌런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팔다리를 하나씩 잃어서 오자, 그 다음번에는 유선상으로 연락을 취했다.

‘지독하게도 집요했지.’

물론 그 연락은 받지 않았다.

빌런과의 타협은 없다.

응당 빌런이라면 모두 악당이며, 쳐 죽여야 할 놈들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검선이었다.

그가 개중에서도 악질이라고 알려진 흑사회와 연락을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동생의 병환이 급격하게 나빠졌던 그날.

검선은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연락을 받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때마침 그들은 검선이 가장 바라는 것을 미끼로 내밀었다.

그것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리란 자각을 하면서도 검선은 그를 물 수밖에 없었다.

“이젠 돌려놔야겠지.”

검선의 도움을 받아, 거의 괴멸 직전까지 몰렸던 흑사회는 점차 회생하기 시작했다.

본래의 위상은 떨치지 못했지만, 원래는 일개 지부였던 한국 지부를 중심으로 점차 불어난 세력이 지금은 다시금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아무리 치명적인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고는 해도, 협회와 양지에 있는 히어로들의 눈을 피해 활동하기에는 충분한 정보.

회생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다른 길드들처럼, 주요 필드와 인접한 지역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흑사회의 건물.

그는 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흑사회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는 빌런들은, 검선의 얼굴을 보더니 그저 모른척했다.

수년간 거래를 해 왔던 터라, 이젠 따로 신분을 검사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검선은 헛웃음을 지었다. 문득 기분이 굉장히 더러워졌다.

철컥.

“엉?”

“너…… 무슨.”

검선, 그는 순간 칼을 뽑았다.

그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에 빌런들이 그를 돌아봤다.

“끄……윽……?”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배를 부여잡더니 그곳에서 피 분수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완벽하게 잘려 버린 단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시신 두 구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어떻게…….

그것이 그 두 명의 빌런이 입 밖으로 내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절명하기 직전까지 검선의 칼집에서 난 소리가, 발도하는 소리가 아닌 납도하며 난 소리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흑사회는 바보가 아니었다.

두 명의 경비원이 검선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미친, 저 새끼 갑자기 왜 저래? 야 아래층 인원부터 다 투입…….”

“이미…… 다 죽었습니다. 최하층에 있던 전투 인원 전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흑사회의 시큐리티 팀장을 맡고 있는 한 빌런.

그녀는 다급하게 검선을 막기 위해 휘하의 인원들을 통솔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저게…… 인간이야?”

카메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검선의 움직임.

마치 점멸하듯 뚝, 뚝, 뚝. 그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시신이 몇 구씩 늘어났다.

어느새 전멸해 버린 1층.

그와 함께 순간 사라져 버린 검선을 찾기 위해, 그녀는 화면을 미친 듯이 돌렸다.

“씨발, 하필 다 외부로 나가 있을때…….”

검선은 벌써 2층에 도달해서, 그곳에 있는 빌런들을 마치 횟감 잡듯이 단칼에 썰어 버리고 있었다.

검선이라는 칭호가 허투루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그 누구도 그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

마주치고, 두려운 표정으로 방어를 하다, 반 토막이 나 버린다.

시큐리티 팀의 전체적인 수준은 히어로에 비견하자면 중위권 수준,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간부들 불러와. 전부! 건물에 남은 놈들 튈 생각하지 말고 전부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시큐리티 팀장은 건물 내에 남은 전력들을 싹 그러모았다.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이들이니만큼, 이러한 위기가 닥쳤을 때 자기 한 몸 내뺄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미리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벌써 두 명은 도망쳤습니다.”

“존나 빠르네 씹새끼들.”

모인 간부들.

최근 들어 흑사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간부들이 전부 외부로 나가 있던 터라, 방어할 만한 이들이 몇 남아 있지 않았다.

개중에서도 두 명은 이미 도망쳐 버린 상태. 시큐리티의 팀장은 암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여기서 뒈질 수도 있겠구만.”

그녀는 그럼에도 검선을 향해 나아갔다.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으니까.

“……왔군.”

검선은 벌써 1층부터 4층까지, 흑사회에 있던 모든 이들을 베어 버렸다.

그럼에도 굉장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몸 전체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살해의 흔적들을 청소할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는 빌런들 또한 기가 질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미치광이 살인마라면 그들 또한 상당히 많이 본 타입이었다.

또한 그 자신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검선은 온전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행하고 있었다.

위선? 뒤틀린 정의관? 그 어느 수식어도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끝내겠다.”

그는 담담하게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차자자자장!

검선이 가장 먼저 노린 빌런, 그의 머리로 쇄도하는 검을 수많은 창칼이 저지했다.

무엇이든 무시하고 베어 버리던 그의 검 또한, 십 수명의 간부가 함께하는 방진은 쉽사리 뚫을 수가 없었다.

“씨발, 이러니까 이쪽이 히어로같구만.”

한 빌런이 툴툴거렸다.

실상이 그러했다. 본래는 이 반대의 정경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개새끼 하나가 목줄이 풀려서 지랄이구……만!”

카앙!

사람 몸집보다도 큰 비현실적인 크기의 대검이 검선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는 매번 검선을 맞이하여 정보와 시약을 교환하던 담당자 중 한 명이었다.

검선은 그를 보며 잠시간 눈썹을 꿈틀거렸다.

가짜 치료 약을 뻔뻔스럽게 내밀면서, 자신을 모욕하던 이였으니까.

하지만 검선은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지금에 와서는 딱히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카가가가각!

단 한 번의 횡 베기.

그에 빌런들이 들고 있던 검의 이빨이 모두 나가 버리고, 마법사들이 펼쳐 낸 방어막이 모두 파괴되어 버린다.

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비검기.

몇몇 이들은 그에 휩쓸려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병신 새끼들…….”

으득.

시큐리티 팀장은 이를 갈았다.

몇 년간 음지에서 힘을 비축한다고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뼈저리게 아픈 것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감각이 떨어진 간부 몇몇은 제 실력의 반절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저 새끼가…….’

검선의 입가에 은은하게 번지는 미소에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저놈은 일부러 오늘을 노려 찾아온 것이었다.

교활하기 짝이 없는 가증스러운 놈.

……빌런이 히어로에게 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질기군, 생각보다.”

자신들을 발아래 벌레처럼 깔아보며 말하는 검선.

그 모습에 빌런들은 그저 절망했다.

이길 수 없다. 제대로 된 전력이 섞여 있지 않은 지금에서는.

“검선, 그거 아나?”

하지만 그때, 빌런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네놈이 언젠간 이렇게 할 줄은, 이미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네놈이 이쪽으로 쳐들어오는 순간 우리 조직원들이…….”

“내 동생을 해코지라도 한다…… 그런 얘긴가?”

“……뭐야.”

크게 동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낸 빌런은, 이내 멍청한 표정으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군.”

검선은 태평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흑사회 공격조 총원 7명, 전부 사살. 목표는 무사함]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할 말은 다 했겠지?”

검면에 비치는 광휘, 그것은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죽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