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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25화 (125/172)

#125화. 언냐야가 막 나가여……

변신 특성에 대해서 나는 꽤나 많은 연구를 했다.

어쨌건 실상 목숨이 하나 더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위험하다 싶을 때, 불사신선의 형태로 변하면 어떻게든 한 번 살아날 수 있다.

그 연구란 걸 하면서 알아낸 사실 몇 가지 중 하나.

그것은 바로 불사신선과 나는 별개라는 것이었다.

이곳에도 변신하는 생물은 존재한다.

흔히 ‘변신 슬라임’ 불리는 12등급 필드에서 나타나는 슬라임이 바로 그것이다.

녀석들은 본인의 육체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생물로 재구성할 수 있는데, 본질은 그 본체와 같기에 가지고 있던 특성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물리 저항이라든가…… 하는 종족 특성까지 전부.

그래서 이 변신 슬라임을 싫어하는 히어로들이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형태의 변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사신선이라는 객체와 나는 분명히 별개였다.

“오또케…… 안 건가얌……?”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나는 무언가 힌트를 남기거나 한 적도 없었다.

내 본래 모습은 검선의 여동생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보여 준 적이 없다.

보안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는 불사신선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환영 마법을 이용하여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

나랑 거의 반나절 이상을 며칠간 붙어있던 여동생 쪽에야…… 그럴 수 없으니 포기했지만.

“너희 길드원들.”

“길드원…… 들이여?”

“그래, 그렇게 대놓고 왔다 갔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패스파인더 길드. 요새 유명하잖아?”

어…….

아……?

나는 그에, 순간 납득이 되면서도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실히 마지막 전투 때 콜업한 길드원들의 정체를 숨기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긴 했다.

하지만 당장 협회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수준의 은닉이었다.

모두가 이 일을 벌인 사람들을 찾고 있는 와중인데…… 검선만 어떻게.

“나니까.”

“아…… 호에에…….”

돌아오는 단언에 조금 얼굴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조금 재수가 없다.

호록, 하며 여유롭게 강미연이 타 온 차를 마시는 검선.

옆의 여동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했다.

“그런데여…… 옵바야, 여긴 왜 온 고애오?”

“못 올 곳을 온 건가?”

“그거는 아닌데여…….”

딱히 올 곳도 아니잖아.

이번 일이 끝나고, 나는 검선이 잠적하는 것에 대해서 진한 아쉬움을 느끼긴 했다.

어쨌든 나중에도 계속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조금 불편하다.

집안에 훈련되지 않은 로트와일러…… 아니 그보다 더하니까, 검치호랑이를 들여 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언니, 우리 있는 거 싫어……?”

“아, 아니에여! 그런 게 아니구여…….”

당장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은데, 그 호랑이 등 위에 타 있는 자그마한 새끼가 배시시, 내게 미소를 짓는다.

그것을 눈치채었는지, 잠시간 입을 다물고 있던 검선이 폭탄선언을 했다.

“우리,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거다.”

“호에에? 옵바야 집 많잖아여……? 그런데 왜.”

“그거 다 압류당했으니까. 빈털터리 신세라는 거지. 그러니…… 당분간 신세 좀 지도록 하지.”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느긋한 검선의 말투에, 편두통이 찾아왔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식객이 하나 더 늘어난 격이었다.

*    *    *

“넵, 스승님.”

“네, 아 이렇게요? 제가 멍청해서…… 네, 네.”

“아. 역동작을 취하면서……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 그런 방법이!”

지금 내 옆에서는, 절찬리에 무협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새로 완공시킨 수련장. 그 안에서 일리아와 검선이 서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서 사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예상대로, 검선한테 왜 배신을 했냐면서 펄펄 뛰던 일리아.

이어 내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곧바로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자기가 오열을 했다.

본래 진지하게 검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모두를 존중하는 그녀였다.

개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사람, 검선을 향한 동경심이란 하늘을 찔렀다.

저러다가 허리가 땅에 닿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손하게 가르침을 받는 그녀를 보니, 위화감이 들었다.

물론 검사로서야 영광인 일이기는 하지만…….

그 모습들을 바라보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나는 봐 봤자 이해도 못 하는 수업이니까.

아래층에는 감자 칩을 집어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는 나츠키가 있었다.

한겨울에 돌핀 팬츠에 민소매 티라니…… 실내 온도야 물론 적정 온도기는 하지만…….

대놓고 늘어진 모습으로 오물오물 볼을 씰룩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뭔가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길드 사무실을 만들었나…….

사실 나부터가 여길 집처럼 사용하긴 하지만 학기 초에 마치 성질 더러운 귀족 자제처럼 굴었던 그녀와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판이했다.

“언냐야는 왜 같이 안 하는 고애오?”

“어? 머 마리야.”

꿀꺽.

그녀는 내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던 듯, 입안의 것들을 삼키며 말했다.

“위층에서 옵바야가 일리아 언냐야 가르쳐 주고 있던데여…….”

“아, 그거? 내가 왜 해. 배우려면 할아버지한테 가서 배우지.”

“하와와, 그건 또 그렇네여.”

...... 생각해 보니 그렇긴 했다.

어차피 나츠키의 할아버지도 일본제일검이 아닌가.

한일전으로다가, 검선과 나츠키의 조부를 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에야 노화의 영향도 있으니 검선이 이기겠지만, 전성기 때와 비견한다면 어느 쪽이 이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하하하하!”

나츠키는 이내 슬쩍 TV로 시선을 옮기더니, 깔깔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거의 반쯤 누운 자세로 빈둥거리고 있었다.

일리아와 나츠키, 이게 진짜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인가…….

물론 그렇다고 하기에는 둘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고, 나츠키도 할 때는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나는 슬쩍 그녀의 옆에 앉았다.

솔직히 당장 할 일도 없기도 했으니까.

“헤으으응…….”

앉자마자 온몸에서 느껴지는 나른함.

이것은 소파 자체에 기능 때문이었다.

앉았을 때 피로 +300% 회복. 누웠을 때는 +450%.

수치화시켜서 보면 흉악하기 그지없는 이 마성의 물건은 당연히 우리 공방에서 합동 제작한 물건이었다.

이걸 상품화하는 계획을 최근에 짜고 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에 팔까.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에 대한 유통은 내가 신경을 안 쓰고 있는지라 잘 모른다.

그냥 손익 계산을 하면 매달 억 소리 나는 마진을 내고 있으니, 신경 쓸 이유가 없기도 했다.

만약에 이걸 열화판으로 시중에 내더라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면 조만간 전국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24시간 소파에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뉴스 기사와 함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을까…….

쿡.

“호엥.”

뇌 내에서 펼쳐지는 개소리의 향연을 멈춘 것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감각 때문이었다.

그 감각의 진원지는 물론 나츠키.

장난스러운 표정을 한 그녀는, 내게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나 과자 좀 갖다 줘.”

“……언냐야가 가져다 먹어여.”

나는 그녀의 발을 슬쩍 떼어 놓았다.

조금 전에 옆구리에서 느껴진 감각은, 그녀의 엄지발가락이었다.

“아아앙, 빨리이.”

“언냐야…… 그래도 저 길드 마스터에여…….”

하물며 게임에서도 길마한테 이렇게 막 대하진 않는데.

무슨 과자 심부름을 시켜?

내가 도통 일어설 기미가 안 보이자, 그녀는 무언가 자세를 취했다.

“……?”

그리고는 손을 배 부근에 가져다 대더니, 이내 입으로 소리를 냈다.

“벅벅.”

“……머라구여?”

“벅벅, 과자 줘.”

이건 무슨 해괴망측한…….

“응애, 과자 조.”

“언냐야…… 왜 이러는 고애오…….”

이어진 꼴은 더 가관이었다.

요정용의 말투를 따라 하는 그녀.

“응애.”

“…….”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일깨웠다.

내가 졌다.

이어 선반에 있는 과자에 염력을 사용하자, 나츠키에게 과자가 날아갔다.

찹!

봉지를 깔끔하게 캐치하며, 씨익 웃는 나츠키.

그녀는 벌떡 일어서더니 나를 한 차례 껴안았다.

“고마워.”

그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다시 백수 한량의 자세를 취하며, 드러눕는다.

와작와작.

정말 맛있게도 먹는다.

“쟤…… 나한테도 저래…….”

“호에에에! 놀랐자나여!”

시발 깜짝이야.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맨날…… 내 자리 뺏고…… 할 일 없으면 과자나 음료수 심부름시키고. 내가 그래도 9기수 위 선배인데…….”

훌쩍.

이 지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훈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무래도 피해자가 여럿 있는 것 같았다.

잠시간 이게 모두 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성격을 개조시키려 노력한 결과물이, 이 괴물을 만든 것이 아닐까.

예전의 그 재수 없던 모습이 사라진 것까지는 좋은데…… 아무래도 너무 털털해진 것 같다.

“아이, 씨팔! 거기서 주루 플레이를 왜 해!”

무엇보다 성격 더러운 건…… 여전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야구를 보며 소리를 치고 있는 나츠키.

백수 딸내미를 기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러할까…….

조만간 저 TV를 부수든가 해야지.

*    *    *

발할라의 집회 소속의 빌런, 이명운.

그는 최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뜬금없이 흑사회 한국 지부에 엄청난 대사건이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연구원들 중 대부분이 사망하고, 일부 전투 요원을 포함해 여러 시설 설비가 전부 박살 나 버린 사건.

검선이라는 단 한 명의 히어로에 의해 펼쳐진 그 사건은 굉장히 많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일단 신원 확인하고 받아 놔. 나중에 스파이인지 아닌지 선별하면 되니까. 애초에 그럴 확률도 거의 없고.”

빌런들에게 ‘신의’란 헛소리에 불과했다.

결국엔 모든 이익 집단이 그러하지만, 흑사회 소속 빌런들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다른 집단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맛이 가 버린 흑사회.

심지어 그 안에서도 세 개의 파벌이 갈려 버린 막장 집단에 남아 있을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빠져나간 빌런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발할라의 집회.

일단 기본적으로 성향에 차이는 있어도, 같은 목적을 가진 집단인데다가 규모도 컸으니, 모두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때아닌 고급 인력들을 잔뜩 수급하게 된 발할라의 집회.

중간 간부를 맡고 있는 이명운은 사람들을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 들어오려는 놈들이…… 그러니까 29명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흑사회 출신이 27명, 원래 무소속이었던 놈들이 2명입니다.”

“일단 그 개인 두 놈은 따로 면담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다 경계 대상 분류에 넣어놔. 그리고 그냥 허가 때려. 지들이 알아서 판별하기로 했으니까.”

“그럼 여기…….”

“씨발, 또 이거 도장 찍어야 해?”

“절차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슨 씨팔, 절차 이 지랄이야. 좆도 근본도 없는 새끼들이.”

이명운은 수뇌부를 씹었다.

그들이 머리통에 뇌 대신 자신들이 섬기는 악신밖에 없는 이들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쾅쾅쾅쾅쾅.

대강 보고 도장을 마구 서류에 두들기는 이명운.

그렇게 27개의 서류가 모두 허가되었다.

펄럭.

그때 미끄러지는 한 장의 종이.

그것을 줍던 이명운은 어이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얜 뭐야? 불사신선? 뭔, 시발 이름이 이래.”

“본명을 숨긴 놈입니다. 뭐…… 많지 않습니까?”

“지랄을 한다, 에효…….”

별 미친놈들이 다 섞여 들어오네,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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