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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38화 (138/172)

#138화. 후배 아가야들을 보러 가써여……

하프포낙스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제였다.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진들(물론 과학자들이 아닌 마법사들)이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하프포낙스의 오라 패턴이라든가, 혹은 그림자에 잠복하고 있는 시기에 편별해 낼 수 있는 방법 따위를 발견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프포낙스의 포획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저 사람들의 신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허위 신고도 많았을뿐더러 이따금 빌런들이 판 함정에 빠질 때도 있었다.

[지원금은 죄다 우리 세금 받아 처먹는데, 제대로 좀 해라!]

[히어로라면서 씨팔, 이름만 히어로지 무슨…….]

[국가적 위기에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길드들은 모두 해체 수속을 밟아라!]

하지만 대중은 그것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이 비일상에 지쳐 버린 사람들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 사태에 대해 관망하고 있는 이들과 소탕을 하겠다고 나서놓고 소득이 없는 이들에 대해 가차 없이 비난을 가했다.

히어로들 입장에서야 억울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어찌 반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유아 어찌되었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이 점점 심해지던 중, 급작스럽게 상황이 변화하게 되는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패스파인더? 아니 이거 오류 아님?]

그것은 한 사람이 히어로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하프포낙스 소탕에 대한 성과표를 확인함으로 시작되었다.

[37마리가 말이 되나? 지금 개체 수가 제일 많다는 인도에서도 30마리 남짓 잡혔다고 그랬는데.]

[공홈에 이런 거로 낚시할 만큼 정신 나간 새끼가 있을 리가 없긴 한데…….]

[아니 패스파인더면 그거잖음. 븝미길드.]

[ㅋㅋㅋㅋㅋ 븝미길드. 맞긴 한데 존나 웃기네.]

다나 크리스틴이 길드마스터로 있는 패스파인더.

그곳에서 30마리가 넘는 개체를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그것은 확인된 지 대략 10여 분 만에 인터넷 전역으로, 오프라인에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마치 들판에 불이 번지듯, 전방위로 퍼져 나가는 소식.

그에 진위 여부에 대한 문의가 히어로 협회로 빗발쳤고, 이내 그들은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하프포낙스의 코어 37개를 확인했으며, 단 한 개의 코어도 위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분명히 패스파인더에서 하프포낙스를 30마리 넘게 잡은 것이 맞는다는 그 확답.

그것이 돌아오자 사람들은 패스파인더 길드에 대해 열광했다.

동시에 각 길드원들의 개인 연락처로 전화와 메시지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것은 다나였다.

“하와와와와…….”

*    *    *

만 하루 동안 내가 지금까지 받은 연락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다.

도대체 언년이 내 개인 연락처를 유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SNS 개인 메시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화와 메시지만 거의 1만 통 가까이가 왔다.

지인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알린 개인 연락처를 도대체 어떻게…….

“미안, 저번에 실수로 그랬어.”

“언냐야였어여?”

……너였구나!

나츠키는 살짝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오물거렸다.

“아, 몰라. 그냥 아웃스타그램 라이브 하다가 실수로 그랬어. 그때 새벽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어떤 씹놈이 찍어 뒀나 보지.”

“사람이 몇 명이었는데여?”

“700명이었나? 원래 2,000명 넘게 보는데 그땐 별로 없었지.”

……700명이면 더럽게 많잖아!

나는 나츠키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정작 그 본인은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어쩌냐는 듯한 태도였다.

저걸 확 마빡을 한 대 갈겨 버릴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내 손이 더 아플 것 같아 참았다.

“그래서, 어쩔 거야. 지금 공개할 거야?”

“……그러는 게 좋겠져.”

분명 관심을 모을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당장에 우리 길드원들이 하프포낙스를 단기간에 잡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길드 건물을 폭파시켜 버릴 법한 그런 광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만약에 그 정보에 대해 끝까지 길드에서 독점한다면, 역적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렇다면 그냥 시원하게 발표해 버리는 게 옳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 오라 패턴에 대한 연구를 나 홀로 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막상 내 본인이 마법사임에도, 다른 마법 단체나 개인에 대한 친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공동 연구라고 해야 겨우겨우 이해할 만한 성과를, 나 홀로 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공표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가질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대강 그를 가늠해 봤다.

“그런데 얘는 이 심각한 상황에 왜 자빠져서 자고 있어? 야, 야, 일어나, 이년아.”

쿡, 쿡.

일리아의 등허리를 손가락으로 쑤시는 나츠키.

그럼에도 일리아는 단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았다.

그에 열이 올랐는지 이제는 볼을 찌르는 나츠키.

저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황당함에 고개를 젓던 와중, 일리아가 잠결에 나츠키의 검지를 물었다.

“아, 뭐 해? 얘 깬 거 아니야?”

가볍게 그를 깨문 채로, 쪽쪽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빠는 일리아.

나츠키는 그를 빼내면서 더럽다는듯 침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내 옷에 문대었다.

“……뭐 해여, 언냐야.”

“뭐, 왜, 내 옷에 닦을 수는 없잖아.”

그럼 내 옷에는 닦아도 되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나츠키를 향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언냐야…… 이제는 못 참는 고애오…….”

“야, 뭐야, 잠깐만, 미친년아. 마나는 왜…… 느햐아악!”

*    *    *

하프포낙스의 오라 패턴에 대한 연구.

나는 그것을 길드 내 연구진들(물론 존재하지 않는다)과 함께 발견해 냈다고 공표했다.

그에 수많은 취재 요청과 함께 많은 관심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공식적인 장소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기피했다.

애초에 그런 것을 하지 않더라도, 여론은 내게 호의적이었으니까.

무상으로 오라 패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말에, 모두들 굉장히 자비로운 처사라며 나를 응원했다.

일부 국수주의자들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도 무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정신 나간 새끼들이라고 취급하고 무시하는 중이었다.

그들 또한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했을 것 같냐는 반문에는, 모두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까.

그에 따라, 펜타곤 개학 시기 또한 조금 더 앞당겨졌다.

입학시험이 연기됨에 따라 동시에 무기한 연기되었던 개학이,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됨으로써 3월 초로 확정이 된 것이었다.

하프포낙스가 모두 소탕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빌런들도 포기한 상황에서 하프포낙스는 매일 수십 마리가 잡히고 있었다.

조만간 완전 소탕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물론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만 완전 소탕일뿐,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원작에서도 하프포낙스는 완전히 소탕되지 않는다.

그랬다면 도플갱어 에피소드에서 도플갱어들이 활개를 칠 일도 없었겠지.

전체 개체의 8할 이상을 상실한 하프포낙스들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외지에서 동물과 몬스터의 생기를 빨아 먹으며 연명하게 된다.

그러다가 도플갱어 킹이 이곳에 원인모를 이유로 전이된 이후에 활개를 치게 되는 것이다.

패턴 발견 시기가 빠른 상황이니, 아마 기존보다는 더 많이 죽어 9할가량이 죽으려나.

나로서는 더 살아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 이제 그들은 딱히 내 적이 아니었으니까.

도플갱어 킹이 내 소환수인데 딱히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하와와와…….”

아무튼, 일상은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 공은 모두 내게 돌아왔다.

단지 내 개인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길드와 펜타곤, 명예 성녀로서 추대된 태양여명단과 협회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 정도로 거대한 파장이었다.

패스파인더의 공식 길드 랭킹이 수십 단계이상 껑충 뛰어올랐고, 펜타곤은 세계 히어로 아카데미 순위 중 14위에서 4위까지 뛰어올랐다.

참고로 그것을 집계하는 기관은 미국에 있었고, 123위가 모두 미국의 아카데미였던지라 세간에서는 펜타곤이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펜타곤의 교관들이야 모두 하나같이 강자에, 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는 좋은 스승들이지만…… 그 포인트 시스템도 그렇고 꽤나 막장 같은 면들이 많았으니까.

태양여명단에서는 최근에 또 내게 감사패를 보냈다.

악에 대항한 성녀님의 숭고한 어쩌고…… 하는 문구로 시작되는 것이었는데, 그 재질이 그램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특수 성질의 마나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라 교단의 재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이기도 하고, 헌금만 해도 장난이 아닐 테니…….

실제로 정의를 집행한다는 계율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이니, 재벌들이나 연예인들이 가장 먼저 기부하는 곳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협회에서는…… 사실 별것이 없었다.

되려 욕을 하루 종일 처먹다가, 그나마 내가 협회 소속 히어로를 겸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일종의 까방권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기 일 처리 꼬라지를 보자면 욕을 들어 처먹어도 싼 곳인지라,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협회에서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고요…….”

“호에에!”

그때, 옆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협회에 대한 이야기.

혹시 내 마음이라도 읽은 건가? 하며 고개를 돌리니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잠깐, 저거 유시아 아니야?

쟤가 왜 여기있어.

나는 슬쩍 마력을 흘러보내, 그녀의 옆구리를 슬슬 간질였다.

“꺄륵, 아, 죄송해요. 갑자기 누가…… 어?”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옆구리를 뒤튼 그녀는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그녀에게 손을 슬쩍 흔들어 주자, 유시아 또한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 본래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게 달려왔다.

“맞죠? 다나…… 님?”

“언냐야…… 님은 무슨 호칭이에여…….”

“그러면 그냥 주인님이라고 부를까요……?”

나는 이마를 탁하고 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저번 일에 대한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쓰고 온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슬쩍 벗자, 유시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도 내게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 듯하니 다행인가.

“언냐야는 여기 왜 온 고애오?”

“아, 전 협회 스카우터로 나왔죠. 그래도 제가 보는 눈이 좀 있어서…….”

“……보는 눈이 있다구여?”

“아하하, 저번에는 없긴 했지만요.”

스카우터로 나왔다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어디 길드고 협회고 스카우터들이 쉬는 날이 어딨겠나.

“그러면 주인님은 왜……?”

“주인님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여…… 븝미쟝은 그냥 후배 아가야들 보러 온 고애오.”

“아가야들……이요?”

유시아는 슬쩍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작년에 비해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내 외모는, 분명 지금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이곳에 모인 신입생들보다 훨씬 앳되어 보였다.

“아가야들……?”

개중 한 명, 근육질에 갈색으로 건강하게 태닝된 몸.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가진 한 신입생.

그를 쳐다보던 유시아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보고 그런 소리를 하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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