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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39화 (139/172)

#139화.

“븝미쟝 때는 말이애오…… 저기서 라이브 공연도 하고 그랬던 고애오…….”

“안 그래도 봤어요, 주인님. 저도 그때 여기 있었거든요…….”

“호에에에…….”

……봤구나?

자기가 도리어 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유시아.

정작 나는 이제 와선 별생각도 없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있는데…… 이미 지나간 일로 부끄러워하기엔 너무 많이 왔다.

단상 위에서는 1학년 예비 생도들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장선우가 서 있었다.

이번 시험의 시험관으로 나선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생도가 나오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전년도 3위 아니야? 1위도 2위도 아니고 무슨…….”

그때, 맥이 빠진다는 듯 중얼거리는 앞자리의 예비 1학년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불만스럽다는 그들의 어투를 듣고 있자니 헛웃음밖엔 나오지 않았다.

3위가 뭐 어쩌고저쩌고?

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내가 여기 온 게 들키게 될 테니 참았다.

지금 내 얼굴만 봤다 하면 난리를 칠 사람이 넘쳐났으니까.

그 때문에 일부러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인식 장애 마법까지 걸어 놓은 상태였다.

저런 말 한마디에 발끈해서 나서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는 것이다.

“하유으…….”

어차피 저놈들도 조금만 있으면 깨달을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 건지.

단상 위의 대련도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위에 울려 퍼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수험생들이 제각기 장선우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는 총 5명.

장선우는 그러니까 1 대 5의 싸움을 하는 것이다.

수적으로 굉장한 열세이다 보니, 언뜻 장선우가 불리해 보이는 싸움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들 중에 단 한 명도 장선우의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걸.

부우웅!

생도 중 한 명이 장선우를 향해 커다란 곤봉과 같은 무기를 휘두른다.

딱히 대련용이라서 날을 뭉툭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본래 사용하는 무기 자체가 저런 형태인 모양이었다.

즉시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그것을 장선우는 그저 가볍게 흘러내었다.

이어 공격을 가하던 생도는, 곤봉을 든 녀석이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쇄도하길 멈췄다.

얼굴에 떠오른 당황스러운 표정이 생생하게 보인다.

일단 경쟁하는 입장이기는 하나, 같은 편을 공격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딱히 동료애 같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한다면 감점이 들어갈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으니까.

거기서 이미 끝난 것이었다.

장선우는 대련용 목검을 경쾌하게 휘둘러 녀석들을 두들겨 팼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해진 공격에, 여러 곳에서 당황스럽다는 듯 탄성이 흘러나온다.

“어어?”

일정 수준 이하의 이들은 장선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단상 바닥에 누워서 몸을 부들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아무래도 아까 단상 위에서 트레쉬 토크를 했던 놈들인 모양이다.

방금 내 앞에서 불만을 터뜨렸던 놈들과 비슷한 말을 했는데, 수위가 조금 더 셌다.

사실 그나마 장선우라 다행이지.

일리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츠키나 신하연 같은 애들한테 저렇게 굴었다면 저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어지는 필기시험이나 실전시험을 치지 못할 수준으로 개박살이 났겠지.

“이런, 미친.”

단상 위에서 대련용으로 제작된 활로 시위를 겨누고 있는 궁수.

녀석의 입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온다.

아무래도 남은 세 명 같은 경우에는 앞서 개박살이 난 두 놈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다들 바짝 얼어붙어서는 아까의 적극적인 공세는 없었다.

물론, 시험은 끝나야 했으므로 장선우가 먼저 움직임을 취했다.

이어 그들은 전의를 상실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허무하게 공격에 당해 버렸다.

앞선 녀석들 같은 꼴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저들은 1차 탈락을 하겠지.

“하와와와…….”

겨우 25초.

그마저도 10여 초간은 생도들이 공세를 취하고 있지 않아 무의미하게 흘러간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실상 15초 만에 5명을 죄다 박살 내 버렸다.

예상하고 있던 결과지만, 그럼에도 황당하기는 하다.

한 놈에 3초냐?

꿀꺽…….

앞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하던 녀석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무래도 1년의 간극이 이 정도로 클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하기야 이제 각성한 지 한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녀석들이다 보니, 자신감에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긴 했다.

2학년 생도?

5명이 뭉쳐서 공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심지어 작년의 장선우가 5명 있다고 해도, 지금의 장선우를 이길 수 없었다.

그만큼 각성 후 1년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시기였다.

“조용해진 고애오…….”

“이걸 보고 안 조용해질 수가 없죠. 지금 다들 바짝 쪼그라들어 있을 거예요.”

유시아의 첨언에 나는 좌중을 둘러봤다.

정말로 다들 얼굴들에 긴장감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떠올라 있었다.

적어도 추하게 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그런 강박과 비슷한 것.

“하와와와…… 아가야들 멍충이애오…….”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며 한심함을 느꼈다.

지금 이 시험을 치르는 목적을 다들 망각한 모양이었다.

추하게 지건 뭐건, 결국엔 개개인의 능력과 실전 상황에서 과감성을 보는 시험인 것이다.

단순히 절대 마력만을 측정했던 작년의 펀칭 기계와는 완벽하게 다른 시험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시작부터 쫄아 있어서야, 감독관들이 잘도 좋은 점수를 주겠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와 동시에 긴장한 기색이 없는 이들을 살폈다.

“호에에…….”

가장 앞 열에서 두 명.

14번 열에서 한 명 그리고 17번 열에서 한 명…….

그 많은 이들 중에서 네 명만이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거는…… 좀 아닌 거 가타여…….”

그리고 개중에서 한 명은 아무래도 약간 정신이 돌아 버린 놈 같았다.

실실 쪼개고 있는 모습이, 뭔가 다른 별세상에서 사는 놈 같달까.

니가 조커냐? 원작에서도 보지 못한 녀석이었으므로 무시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내 기억에 남는 녀석들이었다.

딱 이번 연도 신입생들 중 1, 2, 3위를 기록하는 세 명.

확실히 마음가짐부터가 비범한 놈들이었다.

하기야 모든 마법이나 무술에서 강조하는 것이 신체와 정신의 합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나.

나는 각각 녀석들에게 몰래 명함을 던져 냈다.

투명화 마법을 건 채, 마력으로 슬쩍 날려 낸 명함.

아마 녀석들도 시험이 모두 끝나고 난 시점에서나 그것을 확인하게 되겠지.

“하와와와…….”

일단 펜타곤이건 어디건, 생도가 되고 나면 영입 제안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제약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예비 생도, 수험생의 신분.

이렇게 간접적으로 영입 제안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금 이곳에 스카우터들이 찾아오는 이유였다.

……그러고 보니까 얘도 스카우터였지.

나는 고개를 돌려 유시아를 슬쩍 쳐다봤다.

“음, 왜 그러세요?”

“아니에여, 언냐야…….”

내가 집어 둔 녀석들한테는 손을 대지 말라고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애초에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저 녀석들이 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동이었으니까.

어차피 어떤 곳이건 스카우터가 접근하기 이전에, 내 명함과 제안서를 먼저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 계산을 해 두었으니까.

“히히히힣! 키시시시시…… 우햐햐!”

“쟤는 진짜 머예여…….”

그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그냥 구경이나 하려던 내 귀에 자꾸만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내가 미친놈 같다고 생각했던 생도.

녀석이 계속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이 새끼. 야, 좀 닥치…….”

“그냥 가자. 말해 봤자 뭐 해. 제정신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에 그 근처에 있던 생도들과 관계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피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녀석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저거 웃음이랑 특성이 뭔가 관련이라도 되어 있나?

이쯤 되면 조금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호에에…….”

당장 느껴지는 마력도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

나는 한 차례 어깨를 으쓱이고, 녀석에게도 명함을 날려 보냈다.

궁금해서라도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

어차피 진짜 그냥 미친놈에 불과하다면 걸러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    *    *

“어, 왔었네. 다나.”

“하와와와, 고생 많았서여, 옵바야.”

“……그 호칭은 적응이 안 돼. 애초에 나이도 똑같은데 내가 왜 오빠야?”

쩝, 나라고 좋아서 그러는 줄 아나.

“오늘 일정은 다 끝난 건가여?”

“아마도? 교관님들이 부탁한 건 대련 상대뿐이니까…… 솔직히 나도 이쯤 되면 좀 지치기도 해서. 다나 너 같으면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장선우는 머쓱하다는 듯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확실히 그는 지금 상당히 지쳐 있었다.

물론 몸에 상처 하나 없었고, 실제로 제대로 된 공격이라고는 당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전투할 때 그 긴장 상태를 몇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장선우의 말대로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장선우보다 내가 더 강한 것이 그 이유이기도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마법사니까.

솔직히 지금 당장 대지의 정령, 땅 녀석만 불러내도 수험생들과 5 대 1은 거뜬히 시킬 수 있었다.

만약에 녀석 전용의 갑주라도 입힌 상태라면?

아까 내가 눈여겨 봤던 그 삼인방 수준으로 5명을 채워도 가뿐했다.

내가 아닌 다른 마법사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투 마법사들은 자신과 동급인 상대와 일대일보단, 저급한 상대들과의 다대일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긴 했겠져.”

“가끔 보면 지나치게 솔직하다니까. 어떨 땐 되게 겸양 떨면서.”

“븝미쟝은 솔직한 아가야애오…… 거짓마른 못 하는 고애오…….”

“……그래.”

장선우는 조금 오글거린다는 듯 안면 근육을 부들거렸다.

물론 그렇다고 그 모습이 싫거나 하지는 않았다.

되레 되지도 않게 미친 듯이 찬양질을 하는 여타 사람들보다는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었으니.

“그러며는 저번에 한 얘기 대답 좀 듣고 시픈 고애오.”

“뭐, 패스파인더? 흐음…… 사실 개학 때까지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나는 장선우에게 패스파인더 길드 가입을 권유했다.

그 같은 경우에는 원작에서 길드 가입을 아예 하지 않는다.

심지어 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을 채 홀로 활동하다가, 중반 이후에 이르러 자신이 직접 결사대라는 이름으로 길드를 만든다.

그 결사대의 목적은 우후죽순 나타나는 재앙들에 대한 대비와 사후 처리.

공익만을 위한 길드야 많았지만, 매번 목숨이 위험한 수준의 임무만을 골라 해내는 그야말로 정의 바보들을 위한 길드였다.

어이없는 것은 그 정의 바보들이 40명이 넘었다는 것.

그리고 그 40명 전원이 히어로 랭킹 500위 이내의 정예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딱히 장선우는 영입하지 않아도 되는 녀석이기는 했다.

어차피 내가 패스파인더 길드를 만든 목적도 결국에는 비슷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기왕에 같이 활동하면 좋지 않겠나, 싶어서 그냥 말을 던져 보았다.

솔직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던 게 나츠키나 신하연, 일리아, J처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근데 뭐, 오늘 말해도 상관없긴 하겠다. 가입할게.”

“호에에?”

“이번 일 보고 마음먹었어. 사실 내가 먼저 연락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연락처도 모르더라, 하하.”

이번 일이라면 하프포낙스를 얘기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 정보를 무료로 배포한 것에 대해 가점이 들어간 것 같은 모양인데…….

……앞으론 돈 주고 팔 건데?

계속해서 발생할 재앙들.

그것들을 타개할 여러 방법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필요하다면 팔기도 할 것이었다.

내가 자선사업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저 해맑게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환영하는 고애오. 옵바야!”

“그래, 잘 부탁해. 아니, 그래도 길드마스터니까 존칭으로 해 줘야 하나?”

“아무도 그렇게 안 해 주는 고애오…… 걱정 마라여.”

시발 근데 이건 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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