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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44화 (144/172)

#144화.

이미 거래가 성사된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선, 당연하지만 훔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배송하기 이전에나, 이미 물건을 배송받은 시점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단 것이었다.

배송 전이라면 블랙마켓의 창고를 털어야 하는데…… 그걸 내가 알 수가 없었다.

국가마다 숨겨져 있다는 블랙마켓의 비밀 창고. 그건 게임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딱히 무언가 정보를 얻어낼 만한 건더기도 없었고…… 아무리 이수정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했다. 그 특성이 진화한 후일이라면 모를까.

배송 후 같은 경우에는 수마회의 본거지를 털어야 하는데, 그건 더 불가능했다.

그들이 오만하게 악룡을 길들여 수하로 쓰겠다는 발상을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히어로 판타지 자체가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자국의 전력을 굉장히 높게 책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의 그 무지막지한 인구수.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14억 명, 개중에서도 능력이 평균 이상인 이들만 수만 명이 모인 빌런 집단.

거의 한반도 전체의 히어로 숫자와 맞먹는 이들이 단일 빌런 집단에 모여 있었다.

그런 곳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박살이 나기가 십상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블랙마켓에서 수마회로 물건을 옮기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선박 혹은 비행기를 통해 옮기는 수밖에 없었는데…… 비교적 선박 쪽에 통관에서 수작질을 부리기가 쉬웠으니 아마 선박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물론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내 예상 따위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서 메이 린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녀는 정말 내 예상보다 훨씬 잘해 주었다.

원래부터 그러한 인맥들이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그들을 설득하고 포섭하는 과정에서 나 같은 놈들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는 말끝마다 하와와거리며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그리 언변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던 놈이 언변이 좋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하지만 옆에서 본 메이 린의 말솜씨는 나조차도 마음이 끌릴 정도로 좋았다.

분명 전투조로 영입했건만, 이 정도면 길드에서 카운셀러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덕에 이렇게 선박의 출발 시일과 항구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악룡의 알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통제되었던 모양인데도.

그렇게 정말 모든 일들이 생각했던 대로 풀렸다.

단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에윽…….”

“차, 참아.”

숨을 죽이고 있던 길드원이 내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화물들 틈에 숨어 있어서 텅텅 소리 내며 그것들에 부딪혔다.

그 소음조차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다들 식은땀을 흘렸지만 정작 선원들은 그냥 화물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겠거니 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예 못 들었거나.

“헤으으윽…….”

밀폐된 공간에서 틀어박혀 있으니, 멀미가 더 심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내부가 진탕된 듯한 느낌에 나는 배를 부여잡았다.

앞으로 수 시간은 더 이곳에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아…….”

길드원들 중 한 명이 얼굴을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가 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여.기.다.가.하.면.안.돼”

옆에서, 강훈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무래도 자기 옆에 토사물을 쏟지 말라는 뜻 같았다.

“아라써여…… 헤에윽…… 흐애…….”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만약 정말로 구토를 하게 된다면, 정확히 그가 있는 방향으로 해 주기로.

꽤나 긴 시간 동안 같이 지냈는데도, 나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 녀석은.

*    *    *

같은 시각, 블랙마켓에서 고용된 선원들은 미세하게 선박의 무게가 바뀌었다는 걸 눈치챘다.

“그냥 오류 아니야? 400kg 남짓인데…… 그러면 화물 하나 수준이잖아.”

“이게 웬만해선 오류가 안 난단 말임다. 물론 선박에 이상이 생기고 할 만한 무게는 아니긴 하지만…… 일단 냉각수라던가 선박에 문제가 생길만한 부분들 좀 살펴주십쇼.”

“아, 씨발. 귀찮게 구네.”

물론 적재된 화물과 선박 자체의 무게를 봤을 때 문제가 생길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모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혹여 배에 이상이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결론이 나왔다.

“아무 이상 없어. 그냥 집계가 잘못된 거겠지. 그게 맞는다니까?”

“이상하단 말임다…… 왜 그런 건지 모르겠슴다…….”

“존나 맞기 전에 닥쳐. 이 씨발럼이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 상식적으로 어떤 미친놈이 이 배에다가 수작질을 하겠냐? 니가 그런 거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과정에서 선원 간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큰 사건은 아니었던지라, 한쪽에 몇 대 얻어맞는 선에서 끝나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 얻어맞은 선원, 그는 기관실에서 빠져나와 선박 내부를 점검하며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저 장치만 해도 3,000만 루블인데…… 그게 오류를 일으킨다고?’

모든 화물의 적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무게가 줄거나 늘어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줄었다면 선원들이 지금처럼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 화물을 빼돌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굉장히 커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언뜻 문제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냥 오류를 일으켰거나, 기존에 중량을 잘못 파악했겠지, 하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야!’

하지만 그는 이것이 커다란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에 그 늘어난 중량이, 어딘가 이 배 안에 숨어 있다면…….

“컥!”

그 순간, 선원의 등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그리고 그는 이내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어후, 이 시펄. 왜 이렇게 싸돌아다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했지?”

“마자여! 아무도 없는 고애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물론 패스파인더 길드원들.

항해가 지속된 지 대략 2시간이 지난 무렵에서야 화물칸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확언이 떨어지자, 각자 웅크리면서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그리고 여전히 좋지 못한 공기이기는 했으나, 화물칸보다는 낫다는 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이게 바깥공기인가. 좋네…….”

“좋기는. 아까가 먼지 구덩이 속이라 그렇지 지금도 별반 차이 없구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훈은 길드원의 핀잔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에게 한마디를 한 길드원은 그 꼴을 보기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그런 만담도 잠시, 다들 사주경계를 시작했다.

지금 시점에서 들키는 건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선원들이 움직여 줘야만 했으니까.

“언냐야, 도와주는 고애오…….”

지금 단계에서 선상 반란을 일으켜서 배를 차지한다!

……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일단 정박하고 난 뒤에 맞이할 여러 가지 난관을 통과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환영 마법으로 선원인 것처럼 속인다던가 하는 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일단 정박지에는 블랙마켓의 주요 관계자들도 있을 것이었으니.

“네, 저만 믿으세요.”

그렇기에 이번 일에서 유시아가 필요한 것이었다.

다나의 말에 앞으로 나온 유시아, 그녀는 쓰러진 선원에게 손을 갖다 대었다.

이어 유시아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그것은 선원의 오라 패턴을 분석했고, 이어 유시아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글거리며 일그러지는 그녀의 신형.

골격이 바뀌고 머리가 짧아지기 시작한다.

높고 반듯했던 콧대와 미형의 눈매가, 추남의 그것으로 다시금 조형된다.

“……신기하네. 아니…… 어이가 없네.”

“이건 폴리모프…… 수준 아닌가?”

그 광경을 바라보던 패스파인더 길드원들은, 한마디씩을 내뱉었다.

다만 이 광경을 일전에 봤던 다나와 검선만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 잠깐만 뒤돌아 주실래요?”

일부러 펑퍼짐한 옷을 입고 왔음에도, 옷에 꽉 끼는 모양새가 된 그녀.

일행들은 약간은 비위가 상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오십 대 추남 아저씨의 모습으로, 원래 유시아의 말투를 사용하니 보기가 거북했던 탓이었다.

유시아는 완벽하게 변장하기 위해, 선원복을 입으려고 했다.

어차피 남의 몸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도 하건만, 아무래도 어쨌든 ‘자기 몸’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지 나체를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보, 보면 안 돼요!”

“안 봐, 씹.”

“야, 뭔 말을 그따위로…….”

호들갑을 떠는 유시아에게 거친 말투로 답하는 강훈.

그에게 핀잔을 주려던 길드원은…… 입을 다물었다.

다시금 되새겨보니 역겨웠기 때문이었다.

*    *    *

“괜히 깝쳐 가지고는…… 아저씨, 그 새끼 성질 알잖아? 그냥 대강 넘어가도 될 일을 가지고…….”

“그러게 말임다. 허허.”

다나와 일행이 숨어 있던 제1 화물칸.

그곳을 벗어나, 알이 있다고 예상한 제2 화물칸으로 향하던 유시아.

그녀는 순간 옆에서 튀어나온 선원에게 육체를 복사하며 얻었던 기억, 그것에 남아 있는 말투로 답했다.

“……말투가 왜 이리 어눌해졌어. 아저씨, 진짜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그냥 가끔 이러잖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안 좋으면 말해. 그래도 아저씨가 짬 좀 많이 찼는데…… 쯧, 다들 너무 대놓고 무시한다니까.”

유시아는 자신의 손에 약을 쥐여 준 채 지나가는 남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선원의 기억대로 몰래 돌아가는 길을 택했는데 뜬금없이 다른 이를 만난 것이었다.

그래도 평소 호의를 가지고 있던 선원이었기에 다행이었다.

유시아가 읽어 낸 이 남자의 기억대로라면…… 이 선박 내에서 그의 취급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당장 지금 눈두덩이에 시퍼렇게 들어 있는 멍만 봐도 그러했다.

그 좋지 못한 취급의 이유는 어이없게도 그가 일반인이기 때문이었다.

그 한 가지 이유 때문에 항해 경력은 제일 길고, 나이도 가장 많으나 취급은 최악이었다.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뛰어나진 않은 수준이나, 다들 각성자들.

블랙마켓 소속의 이들이었다.

‘짜증 나네.’

성정 자체부터 모질지 못한 그녀로서는, 떠오르는 선원의 기억들에 짜증이 났다.

수없이 받은 모진 핍박들과 폭력들. 심지어 아까 그녀에게 약을 주고 간 남자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잠시간 가졌던 선원들에 대한 동정심을 버렸다.

‘죽든가 말든가.’

이번에 알이 빼돌려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아마 선원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아마 목숨으로 갚게 되지 않을까.

원래 그에 조금 마음이 좋지 못했던 유시아였으나, 일말의 동정심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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