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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45화 (145/172)

#145화.

“흐아아앙…….”

“울지마여 언냐야…….”

“저어어, 나쁜 놈들이이…….”

꺽꺽대는 소리를 내면서 흐느끼는 유시아

어차피 방음 마법을 펼쳐놓아서, 바깥에 소리가 새어 나갈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를 길게 받아 줄 여유도 없었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울고 있는 이유는, 악룡의 알이 있는 2번 창고에 가던 도중 다른 선원들에게 모진 짓을 당했기 때문.

아무래도 처음 쓰러뜨리고 모습을 복사했던 그 선원이 여러모로 만만하게 보이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랬던지라 이곳저곳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온 모습이었고, 그 피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지 않았다.

“흐어어엉…… 아파아아…….”

훌쩍거리면서 이곳저곳 멍이 든 얼굴과 등허리 등을 어루만지는 그녀.

일반적인 이들 같으면 금방 치유하고도 남을 테지만, 변신 동안 입은 상해를 쉬이 치유하지 못하는 그녀의 특성 덕에 도와줄 것이 없었다.

“알은 들고 왔지?”

“네, 여깄어요…… 흐윽…….”

“그럼 됐네, 이제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잖아?”

물론 그런 유시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행동하는 이도 있었다.

아니,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그렇게 행동했다.

저 정도 상처 가지고 뭘 저렇게까지 징징대나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특성과 관련된 내막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유시아에게 아까 창고에서 슬쩍한 물건 하나를 쥐여 주었다.

마치 연고와 같은 생김새. 하지만 성분표를 보아 하니 그람당 수십만 원 이상 호가하는 고급 약재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이거 발라여 언냐야…….”

“흐으윽…… 고마워요…….”

“호에에, 아니에여…….”

시퍼렇게 된 눈 부근에 하얀 크림을 치덕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래서야 놀리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 간신히 참아 낼 수 있었다.

“이제 그럼 일은 다 끝났네? 이제 한 네 시간 남았나?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

“아니여…… 그거보다는 빨리 끝날 것 같아여.”

“그래야지…… 나 이거 울렁거려서 죽을 것 같아.”

아까부터 속이 미식거린다던 길드원 하나가 말했다.

멀미하는 거로 따지자면 지금 내가 제일 심한데 말이야…….

물론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어느 정도 되자, 지금에서는 증상이 심각하진 않았다.

아까 한 번 속을 비우고 나니(물론 구석에 가서 몰래 했다)한결 나아졌다.

“그러며는…… 그동안 화물들이나 조금 살필까여?”

“어? 화물들?”

“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 다른 화물들도 그냥 털어갈 수 있잖아?”

“엑? 그건 도둑질이잖아요!”

“뭐, 어차피 블랙마켓이고…… 대부분 빌런들한테 갈 물건인데 뭐 어때. 그리고 악룡의 알만 훔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더 위장하긴 쉽지.”

맞는 말이었다.

악룡의 알만 콕 집어서 훔쳐간다면, 그것을 노리고 한 짓이라는게 너무나 명확하다.

하지만 만약에 다른 물건들까지 가져간다면?

그냥 선박 안에 있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한 도둑질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 그러고 보니까 아까 그게…….”

“아까 그 건틀릿이 좋아 보이긴 하던데.”

모두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아까 속이 메슥거린다던 길드원 또한.

이어 너 나 할 것 없이 사라져 가는 사람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도 연고를 바르느라 분주하던 유시아와 검선. 그리고 나를 제외하고.

“……주인님은 안 가세요?”

“언냐야 옆에 있을라구여.”

“아니, 저 때문이면 굳이 안 그려서도 되는데…….”

무언가 감동했다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유시아.

나는 머쓱함에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내가 굳이 1번 창고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실상 완전히 다른 이유였으니까.

어느새 한 손에 들려 있는 붉은색 가방.

경량화와 공간 압축 마법이 걸려 있는 이 안에는, 이 선박에서 얻은 물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무게로 따지자면 대략 130kg 정도……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느껴지는 무게는 1~2kg 남짓이었다. 내가 들더라도 크게 무리를 느끼지 않는 무게.

“븝미쟝은 그런 것보다 언냐야가 더 소중한 고애오…….”

아까 유시아에게 준 연고도 여기서 꺼낸 물건.

하지만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굳이 감동을 깰 필요가 있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만 빼면, 완벽히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    *

길드원들은 제각기 창고를 뒤진 끝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미 웬만한 것들은 다 가질 수 있을 만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지만, 마치 십 대 청소년들이 쇼핑하듯 마냥 즐겁게 물건을 골라 대었다.

이를 테면, 개중 강훈은 단순한 디자인의 사각 방패를 골랐는데…… 그것이 유물급의 물건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무슨 장군이 썼다는데…… 애초에 그쪽 역사는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그리 상급의 유물도 아니었으므로 그러려니 했다.

물론, 당사자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듯, 계속 히죽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의 안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강훈이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저런 식으로 쪼개면 보는 입장에서 굉장히 괴로웠다.

“옵바야…… 그만 웃을래여……?”

“그만 웃으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왜 나한테만 그렇게 막 잔소리하고 그러…….”

“아가리 좀 닥쳐.”

“……진짜 너무하네.”

결국 길드원 전체가 돌아가며 한마디씩을 한 후에야 조용해진 강훈.

계속 뭐라고 혼자서 구시렁거리곤 했는데, 그에 아무도 반응해 주지 않자 정말로 기분이 상한 듯한 모습이었다.

……요즘 들어 느낀다.

히어로 랭킹 상위권일수록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그 말이, 딱히 편견이 아닌 수많은 관찰의 결과라는 것을.

선박은 대략 2시간쯤 뒤에 정박했다.

이 항구 근처의 지리를 미리 파악해 둬서, 내부에서 작전을 짜기도 쉬웠다.

“린 언냐야가 요오기 말고 조오기로 나가라고 했서여…… 그러니가 요오기에서 조오기로 아조시들을 보내구여, 조오기에서 요오기로…….”

“그, 미안한데. 다나?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여기서 더 쉽게는 말 못해여!”

……물론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쉬웠을 거란 이야기다.

내가 항구 근처 로드맵을 보여 주며 설명하는 내용을, 대부분이 알아먹지 못했다.

그나마 유시아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해서, 그녀가 2차 통역을 해 주는 식의 방법으로 겨우겨우 작전 설명이 완료되었다.

“아니, 그냥 이럴거면 항구 4번 게이트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고, 물류창고 뒤에 있는 샛길을 탄 다음에 주변에 준비된 차량으로 대로변에 섞여 나가면 된다. 그렇게 설명하면 되잖아!”

“호에에에! 언냐야 요약 완벽했서여!”

“…….”

속이 터진다는듯 방언을 쏟아 낸 길드원이, 어이없다는 듯 말을 멎었다.

이 사람이…… 길드에 들어온 게 열흘이 조금 넘었나?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원작에서 검증된 믿을 만한 히어로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나한테 적응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나름 초창기에 함께 들어온 강훈 같은 길드원들은 그러려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다들 알아들었으니까 그대로 하자고.”

“중간에 항구 관리자들이나 수마회 길드원들 보이면 전투도 해야 할 거야. 우리가 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검선에게 향한다.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한가닥씩 하는 상위 히어로들임에도, 그의 존재가 너무나 거대했던 탓이다.

설마 이 사람이 있는데 지겠어?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히어로들을 한 차례 훑어본 그는,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러며는, 다들 조심해서 내리는고애요…….”

선원들이 내리기 전, 길드원을 포함한 일행들은 먼저 선박에서 내려 버리기로 했다.

물론, 통관 절차에 걸리도록 하선하지 않았고, 은신 마법을 두른 채로 부두에 뛰어내렸다.

타다닥!

예외적으로, 슬쩍 날아온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빠른 속도로 지상에 도착.

물론 항구 쪽에서도 바보는 아닌지라 무언가 이상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2번 게이트 방향에서 생체반응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확인해 주십시오.]

저 멀리 통관 절체를 밟는 곳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무전 소리.

아무래도 근처에 사람이나 동물이 들어오면 감지를 하는 센서가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것이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항구 경비원들의 얼굴에 짜증이 떠올라 있었다.

중국어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강 느낌상 ‘또 길고양이겠지’ 하는 모양이었다.

그 안일함이 이쪽으로서는 고마운 것이었다.

길드원들은 모두 시야에 들키지 않도록 정해진 루트를 따라 4번 게이트로 달려 나갔다.

만약 그냥 탈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이것보다 빠른 길이 있었지만, cctv에 걸리지 않는 루트는 이것 하나뿐이었다.

“왼쪽이면…… 저기야?”

“맞는 고애오!”

이어 4번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메이 린이 보내 준 사진과 완벽히 일치하는 장소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야 항구 측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챈 듯,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어. 닫힌다, 이거.”

“오히려 좋아!”

그와 함께 일행이 지나온 출구가 철판으로 닫히기 시작한다.

물론 이미 통과한 뒤라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을 대기시켜 놨다는 길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야? 이 뭐가 막 짬뽕된 것같은 차는.”

“뭐긴 뭐예요. 중국 차겠죠. 빨리 타기나 해요!”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디자인에, 처음 보는 로고.

그 이질적인 모습에 나 또한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차량이나 감시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두 개의 차량에 일행 전원이 나눠 탑승했다.

이어 걸리는 시동.

미끄러지듯 좁은 도로를 빠져나간 차량은, 이어 항구 바깥쪽의 대로변에 섞여 들어갔다.

“후……우. 이제 진짜 끝난 거지?”

“야, 이거 빠진 사람 없는 거 맞지? 차 두 대에 나눠 타서 잘 모르겠네.”

“어, 확인했어. 길드원들 전원 숫자랑 똑같…… 잠깐만.”

숨을 돌리며, 차분하게 말을 하던 길드원 중 한 명이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다른 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냐는 듯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우리 길드원이 총합 8명 온 건 맞는데, 유시아 씨 포함하면 9명이잖아? 근데 여기 네 명에 저기 네 명이 탔거든?”

“뭐야, 유시아 씨가 안 왔다고?”

“아니, 저쪽 차에 타는 거 봤어. 이거, 누가 한 명 안 탄 것…….”

“검선 옵바야여.”

“아, 맞다. 검선…… 에에?”

내 말에, 박수를 짝하고 치던 그녀는 이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선이 아직 항구에 남아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걱정하지 마여, 언냐야.”

나는 그녀에게 빙긋 웃어 주었다.

그제야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스르륵 풀린다.

나와 그 사이에 무언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실제로 검선과 나 사이에는, 출발하기 전 미리 무언가가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길드원들에게 말해 주려 했다.

우우우웅.

그때,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그것은 옆 차량에 탄 강훈의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싶어 전화를 받자,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고함이 귓가에 쟁쟁히 들려왔다.

“야! 우리 한 명 낙오했어!”

아니라고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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